[독자마당] 미운 오리 새끼
발행일2020-12-06 [제3222호, 22면]
아! 천고마비의 가을 하늘!
참 높고 푸르다. 그 무궁무진한 오묘한 변화가 자연의 섭리라지만, 그 자연을 창조하신 하느님의 섭리는 그 누가 감히 논할 수 있으랴! 가로수길에 한잎 두잎 물들어가며 발자국에 밟히는 낙엽의 소리를 음미하며 걸어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세계가 떠들썩하고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는가? 찜통더위와 지루한 장마에 온갖 일들이 인간들의 ‘삶’에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주었다.
길거리에 나가보면 잠시라도 쉬지 않고 도로에 차들은 쉴 새 없이 오가고 분주한 생활로 풍요로움을 주는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TV 뉴스를 보면 전과는 완연히 다른 생활고가 눈에 띈다. 거의 반년이 지난 코로나19의 연속이다. 직장이 보장되어 생활하는 직장인들은 그래도 덜 어렵겠지만 하루하루 생활비를 벌어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은연중 얼마나 고통이 심하겠나 생각해본다.
나는 마스크를 쓰는 것을 제일 싫어한다. 답답하고 얼굴을 반을 가리고 다니니, 거기다 모자까지 쓰면 아는 사람도 긴가민가 할 때가 많다. 누구나 다 그러할 것이다. 성당에 소공동체도 쉬어야만 하고 미사 시간 안내도 단축되어 허전한 느낌을 준다. 이럴수록 하느님께 다가가 많은 기도를 진심으로 정성껏 드려야 하는데 그러한 마음이 해이해지는 때가 많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희들을 미우나 고우나 버리지 마옵소서! 미운 오리 새끼 같아도 보듬어 주옵소서. 이 모두가 하느님의 창조물입니다. 열심히 하느님께 매달려 기도드리며 성당에 들여놓는 발걸음, 활기차게 주님을 향해 매진하겠습니다. 날마다 날마다 언제까지나 이 생명 다하도록.
남옥순(도미니카·대전교구 세종 도원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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