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만난 대학 선배들과의 술자리가 막 시작되었다.
한남과 두 선배, 비슷한 뿔테까지 장착한 셋은 언뜻 보면 형제와도 같이 닮아 보인다.
신중하게 삼겹살을 불판에 올리고 난 선배가 여자 친구와 잘 사귀고 있냐고 다른 선배에게 물었다.
그 선배는 11살 어린 여자애와 사귀고 있다.
"어린애 비위 맛추기 피곤해"
그 선배는 지친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철딱서니라곤 업어."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어넣으며 한마디 더 한다.
그 선배는 같이 대학생활을 보낸 동기,선배,후배 여자들이 한결같이 별로라고 평가하던 사람이었다.
예전에도 그러했는데, 그때보다 남자 보는 눈이 더 나아진 또래들이 선택할 리 없다.
제대로 볼 줄 아는 사람들은 쳐다보지도 않거나 잘 모르고 집어 들었다가도 바로 내려놓은, 알이 형편없는 사과를 물정 모르는 그 여자애가 움켜쥐었다.
그 여자애도 차차 안목이 생기면 생기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할 것이 분명하다.
혹여 재수가 없거나, 멍청해서 못 알아차리고 반품 기간이 지나 쉽게 교환을 못 할지도 모른다.
그 선배가 21살 여자애와 사귀기 시작한 후, 그 어린 여자애는 술자리에서 좋은 안줏거리가 되어 주었다.
항상 그 선배는 여자친구에 대한 험담으로 시작했다.
어려서 그런지 얼마나 말이 안 통하고 한심한지, 철이 없어서 얼마나 피곤하게 하는지..등등이었다.
어린 애를 만나니 당연히 자기가 돈을 내길 바란다며 가끔은 가성비를 따지기도 했다.
대화의 끝은 어쨌거나 탱탱한 영계몸을 주물럭거리는 능력자를 부러워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매번 들어도 선배의 어린 여자 친구에 관한 얘기는 흥미롭다.
한남은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집중해서 듣는다.
물론 그 선배는 그 21살 여자애에겐 "넌 나이보다 어른스러워"란 말을 자주 한다.
"넌 또래보다 철이 일찍 든 거 가태"
이 말도 어린 여자친구에게 하는 단골 멘트다.
그런 말들은 효과가 제법 좋았다.
물론 그 애가 나이보다 어른스러울 리는 없다.
오히려 또래보다 못했다.
커다란 숄더백을 멘 개념녀가 입구로 들어선다.
퇴근 후, 최대한 서둘러 왔다.
금요일 밤, 맛집으로 소문난 삼겹살 집은 손님들로 가득하다.
잠시 두리번거리던 개념녀는 곧 한남과 선배들을 발견했다.
선배들은 오랜만에 만난 개념녀를 반갑게 맞아준다.
서로의 지난 일들과 현재를 묻고 답한다.
그들은 개념녀에게 사회생활에 관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얼마전부터 경찰 시험 준비를 시작한 한남은 경찰인 선배에게 그에 관한 조언과 경험도 귀담아 듣는다.
이야기도, 술도 적당히 나눈 그들은 자리를 파하고 일어섰다.
개념녀도 가방을 챙기며 서둘러 일어선다.
선배들이 계산대로 가고, 한남은 멀찍이 뒤를 따랐다.
계산은 당연히 3살 많은 선배들의 몫이라고 한남은 생각한다.
3살 어린 개념녀와는 서로 학생시절부터 김치페이를 해왔다.
선배들과 헤어진 한남과 개념녀는 지하철을 타고 한남의 원룸으로 향한다.
한빛 빌라 609호.
한남이 먼저 들어선다.
좁은 현관에서 한남이 먼저 신발을 벗고 들어선 후, 개념녀가 뒤를 따른다.
한남은 갑갑한 양말부터 벗어 던진다.
쩌덕~
한남의 발에 끈적한 장판이 붙었다 떨어진다.
개념녀는 늘 놓는 자리에 숄더백부터 내려놓았다.
가방에서 하트 무늬 핑크색 수면 바지와 티를 꺼내 갈아입는다.
거울을 보며 검정 머리끈으로 머리를 묶는다.
빨래 건조대 맨 아래 칸에 걸려 있는 파란색 초극세사 걸레를 집어들었다.
욕실로 들어가 걸레를 물에 적셔온 개념녀는 바닥을 닦기 시작했다.
걸레를 뒤집어 확인해본다
몇 번 닦지도 않았는데 시커멓다.
걸레를 접어 깨끗한 면으로 바꿨다.
뭉그적거리던 한남도 그제사 무릎이 나오고 엉덩이가 늘어진 츄리닝으로 갈아입었다.
허리 고무줄 밑으로 손을 넣어 박박 긁는다.
국부의 시원함에 만족감을 느끼던 한남은 갑자기 생각이 난듯 고개를 돌려 개념녀쪽을 본다.
다행히 걸레질을 하느라 보지 못한 듯하다.
모든 준비를 마친 한남은 편안히 길게 누웠다.
한남 어머니 취향이 분명한 침구가 깔린 침대에 누워 폰으로 알싸를 둘러본다.
한남의 전화기가 울렸다.
"응? 아닝~ 아라써! 끈어!"
"담주에 울 아부지 생신인대 가치 밥 먹으로 오래."
한남이 눈으로는 폰을 보며 무심하게 말한다.
걸레질을 하던 개념녀는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망설였다.
한남의 집에 김장하러 갔다가 파김치가 됐던 일이 아직 또렷하다.
"내가 시험만 합격하믄 결혼할 건대 울 엄마아부지랑 미리미리 친해지면 조차나?"
"울 엄마 만나봐서 알자낭? 울 엄마 조은 사람이야"
한남은 자신의 부모님과 친해질 찬스를 망설이는 개념녀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잇는다.
"우리 엄만 안 그런 사람이야."
"우리 엄마 좋은 사람이야."
그 말은 우리 개는 안 물어요~란 말과 다름이 없다는 걸 개념녀는 아직도 모른다.
"내가 본격적으로 시험 준비시작하믄 가치 갈 시간도 엄따?"
한남이 쐐기를 박았다.
개념녀는 다음 주 주말 동행하기로 한다.
바닥을 얼추 닦고 일어서서 둘러보는 개념녀의 눈에 모질이 좋은 터럭 하나가 눈에 띈다.
두루마리 휴지 한 칸을 끊어와 조심스레 집어 올린 후, 연두색 쓰레기봉투에 넣는다.
이제 싱크대에 서서 설거지를 시작한다.
별로 설거지거리는 없다.
단지 말라붙어 닦기가 힘들 뿐이다.
마지막으로 수세미도 깨끗이 헹궈 물기가 잘 빠지도록 걸고, 행주도 빨아 널어놓는다.
괜스레 냉장고도 열어본다.
지난주에 넣어 놓은 진미채 무침은 반 정도 남아있다.
부추 무침은 거의 다 먹은 듯하다.
채소를 싫어하는 한남이 용케도 먹었다.
정력에 좋다는 말에 열심히 먹는 듯하다.
개념녀는 다시 욕실로 들어선다.
일단 변기 상태를 확인한다.
커버가 올려져 있는 변기에 말라버린 노란 반점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변기 안, 수면 경계엔 오래 찌들어 갈색이 다 된 테두리도 눈에 띄었다.
개념녀는 익숙한 듯 샤워기를 들어 말라버린 노란 반점들을 물에 흘려보냈다.
갈색 테두리는 언제나처럼 못 본 셈치기로 한다.
작업을 마친 개념녀는 변기 커버를 내리고 앉아서 일을 본다.
일을 본 후 커버를 다시 올려 두는 배려도 잊지 않는다.
이제 세면대 물을 틀어, 걸레를 빤다.
욕실에서 개념녀가 나왔다.
빨래 건조대 맨 아래에 걸레가 잘 마르도록 펴서 널었다.
건조대 위에서 수건을 하나 챙겨 들고 개념녀는 다시 욕실로 들어간다.
알싸를 적당히 둘러본 한남은 이제 이종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댓글이 넘쳐나는 게시물을 클릭했다.
언제나 핫플레이스가 되는 산후조리 글이다.
미혼의 한남은 산후조리에 몹시 관심이 많다.
"울 엄니도 새벽에 저를 낳으시고 저녁에 기저귀 빨래를 하셨다는데, 우리 집사람도 따로 산후조리 안 했습니다."
"한국 여자들 엄살도 참 심해요. 즈그 할머니 조상들은 그런거 없이 잘만 살았구만"
"솔직히 다들 하니까 나도 해야겠다. 그런게 크지 싶네요 -솔로 4년차 독거 총각-"
"우리나라 여자들보다 훨씬 골반좁은 동남아 여자들도 잘만 낳던데..."
"다른 나라에도 산후 조리가 있나요? 우리 나라에만 있다는 산후 조리...."
산후조리에 대한 한남들의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한남 또한 한국 여자들을 성토하는 댓글을 아니 달지 않을 수 없다.
한남은 동남아는 머리라도 작다는 사실을 모른다.
서양은 머리도 작고, 두상도 잘 빠진 장두형인 데다가 엄마가 골반도 넓어서 그나마 고생을 덜 하고 낳는다는 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한국 아기들은 머리가 세계 으뜸,버금이로 큰 데다가 둥글넓적하기까지 해서 가뜩이나 골반 좁은 엄마를 반쯤 죽이고 나온다는 사실도 모른다.
서양 병원 신생아실의 다 똑같이 꽁꽁 싸맨 신생아들 사이에서 유독 큰 머리로 누워 있는 한국 신생아는 자이언트 베이비라 불리며 병원 관계자들의 주목과 관심, 귀여움을 독차지한다는 사실을 알 리가 없다.
할머니들이 애 낳은 지 삼 일만에 밭일에 내몰리다 자궁이 빠졌다는 사실도 모른다.
여성의 은밀한 부분에 대한 언급을 터부시했던 나라에서 밑이 빠진다는 말이 일상의 관용어가 된 까닭도 모른다.
티비에서 보는 시골의 호호 할머니들은 왜 그렇게 허리가 심하게 굽고, 다리가 벌어져서 흉하게 걷는지 모른다.
골격이 튼튼한 서양 여자들도 산후조리 없이 나이들어 관절염이 열 명 중에 아홉이라는 사실도 모른다.
다른 한남의 댓글을 보고, 세계 어디에도 우리 나라처럼 산후조리란 말이 없어서 sanhujori라고 그대로 쓴다고 알고 있긴 했다.
postpartum care란 단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모른다.
구글에 postpartum care를 검색하면 검색결과가 약 16,700,000개라는 사실을 모른다.
"한국 여자들이 다른 나라 여자들까지 다 버려 놨나 보네요."
이 금시초문의 상황을 들은 한남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한국 여성들은 좀 더 자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국 여성들은 전 세계 여성들의 롤모델이며 세계를 움직인다.
존재감 제로인 한남들과는 다르다.
한남은 좆도 없고 좆도 모른다.
개념녀는 욕실 거울을 보며 머리를 좀 더 야무지게 묶는다.
로드샵 세일 때 1+1으로 사서 개념녀집과 한남의 원룸에 하나씩 놓아두고 쓰는 폼클로 꼼꼼하게 세안을 한다.
욕실을 나온 개념녀는 파우치에서 스킨과 로션 샘플을 꺼내 톡톡 바른다.
"보쌈 시켜 머그까?"
출출하다는 듯 한남이 묻는다.
아까 삼겹살은 몇 점 못먹고, 술만 마셨더니 벌써 배가 고프다며 울상이다.
엊그제 월급날이었던 개념녀가 쏘기로 한다.
합리적이며 스마트한 한남은 요기*로 주문을 한다.
오천원이나 할인된 금액에 결제를 한다.
개념녀는 가방속에서 지갑을 꺼내 한남에게 삼만 원을 건넨다.
초인종이 울리자 한남이 현관문을 열어 헬멧을 쓴 배달원을 맞았다.
그 사이 개념녀는 싱크대에 기대있던 상을 편다.
작은 상에 그득한 한상이 차려졌다.
개념녀는 일단 불기 쉬운 막국수부터 맛깔나게 비빈다.
한남은 참으로 맛나게 보쌈을 먹는다.
살코기 부분을 중점적으로 먹는다.
한남은 마늘을 두 점씩 넣은 쌈을 싸서 볼이 터져라 입에 밀어 넣었다.
정력에 좋다는 마늘은 한남이 잘 먹는 몇 안 되는 뿌리 채소 중 하나다.
개념녀는 족발 한 점에 마늘, 고추, 무말랭이 한 점씩을 곱게 싸서 조심스럽게 입에 넣고 오물거렸다.
채소를 즐기지 않고, 새콤한 맛 또한 그다지 즐기지 않는 한남은 막국수엔 입을 다치지도 않는다.
개념녀는 막국수 위주로 먹기로 한다.
한남이 쌈장이 묻은 나무 젓가락을 쪽쪽 빨았다.
"마니 머거"
한남은 보쌈을 하나 집어 다정하게 개념녀에게 내밀었다.
비계가 많은 보쌈은 씹는 수고로움도 그닥 없이 미끄덩거리며 식도를 타고 넘어갔다.
개념녀의 등 뒤 베란다 창문밖엔 오늘도 별이 반짝였다.
*요즘 한남은 발기부전이오.
한남 두 명 중 한 명이 발기부전인 조국의 현실에서 우리 한남도 비껴갈 순 없자나...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22더럽고 역겨워
왜저러고 살어 구질구질하게
으으..
이거 다읽었으면 좋겠다 찌질남 피해야할남자가 누군지 다알려주고 심지어는 깨우쳐줌
와 진짜 내인생 너무너무 행복하다...
다음편궁금하다
진짜 빡친다 ㅋㅋㅋㅋㅋㅋㅋ근데 다보게됨
텍혐이다 진짜....아후...
근데 빡치는건 둘째치고 뭔가 가난한 분위기가 묘하게 슬퍼.....
와...진짜 저렇게 살지말아야지
담편 언제올라오나여 은근 계속 보게되네
진짜 구질구질하다
극사실주의 ㅋㅋㅋ미친..
난 존나 김치녀야...
앞으로 내 미래는 김치녀라고..
아 저 화장실 얘기 우리집 같애; 진짜 욕나온다 개념녀 개불쌍하네^^... 나는야 김치녀 된장녀
아 진짜 속이안좋음....
올라올것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