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병은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어야 발병하지만 유전인자를 가지고 있다고 반드시 유전병에 시달리지는 않습니다. 예시로 겸상적혈구빈혈증도 사실 강한 수준으로 걸리면(?) 아얘 산소부족으로 죽게 되며 염색체 두쌍일 때에 증세가 나타나게 되며 그 이하에서는 딱히 증세가 없습니다. 또한 증세가 나타난 사람도 평균 35세, 많으면 50까지는 사는지라 저런 인자를 가진 사람이 대를 이어 해당 인자를 물려줄 수 있는 것입니다.
물론 해당 병은 만성적인 빈혈을 동반해서 결코 유쾌한 유전병이 아니고 기대수명이 매우 낮지만 발원지인 아프리카는 모기떼가 넘치고 그에 따라 말라리아가 엄청나게 창궐하는 지역이지만 겸상 적혈구 빈혈증은 유전자 구조상 돌연변이 적혈구가 만들어져 말라리아 원충이 침투하지 못해 결과적으로 말라리아에 강하다는 결과로 돌아와 정상인자를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에 걸려죽고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은 말라리아에 안 걸려서 살아남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빈혈과 그로인한 수명단축이 리스크지만 그래도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지역에서만큼은 유리하다는 것이죠.
애초에 유전병은 인간이 가진 수많은 유전인자들 중 인류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유전인자로 인해 발생하는 병을 묶어 부르는 만큼 우리에게 있는 어떤 형질이 개체의 건강이나 생존에 악영향을 끼친다면 유전병으로 분류되었을 것입니다. 가령 백인의 경우도 어떻게 보면 '유전병'의 일종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류의 발상지가 아프리카인인 만큼 최초의 인류는 피부가 하얗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북쪽으로 진출하게 되면서 어두운 피부로는 고위도의 적고 강하지 못한 햇살이 많은 멜라닌 색소에 막혀 저위도처럼 비타민 D 합성이 제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어느 순간 흰 피부를 지닌 돌연변이가 탄생했고 해당 돌연변이가 고위도 일대에서 잘 살아남음에 따라 오늘날의 백인이 되었습니다. 같은 이유로 백인은 아프리카 같은 저위도 지역에서는 흑인이라면 자외선 문제를 겪지 않지만 백인은 문제를 겪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유전병이라면 유전병이라고도 볼 수 있는 문제지만 일단 저위도 지역만 아니면 딱히 문제될 것은 없고 그 외에 딱히 생존과 생활에 어려운 일은 없으니 유전병으로 불리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만일 백인이 우리가 잘 아는 유전병들처럼 많은 부작용을 낳았다면 그 역시 유전병으로 규정되었을 것입니다. 단지 발생할 지역에서 잘 살아남고 일상에 큰 불편함을 겪지 못할 수준이라 유전병이 아닐 뿐이죠. 이 외에도 우리가 가진 많은 유전자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떤 유전자들은 전인류에게 퍼져 인류에게 문제점을 안겨줍니다.
가령 비만의 경우, 적정량 이상 섭취한 탄수화물 등을 배출하지 않고 체내에 지방으로 저장하려는 유전자 때문에 생기게 되었는데 그래도 옛날에는 굶주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비만이 될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 오히려 운 좋게 많이 먹을 기회가 생겼을 때 이 때 적절량보다 많은 에너지원을 체내에 저장하여 먹을게 부족한 시기를 넘기게 하는데 유리하여 성공적으로 인류 개체군 전체에 퍼졌으며 어차피 옛날의 인류는 어느 시대든 중노동이 많아서 살이 찔 새도 없이 소모되었지만 먹을게 풍족해지고 노동강도가 약해지자 비만인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괴혈병 역시도 마찬가지로 원래 대부분의 포유동물은 비타민 C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어서 굳이 과일을 먹지 않아도 병에 걸리지 않지만 인류는 그 조상이 과일을 섭취하기 시작하면서 굳이 비타민 C를 합성하는 유전자를 남겨둘 이유가 없어졌고 마침 인류의 조상에게 비타민 C를 재활용하는 유전자가 새로 생겨나면서 더더욱 쓸모가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비타민 C를 합성하는 유전자는 현재의 인류에게선 비활성화되어 쓰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인류가 과일이 풍족하지 않은 지역(사막, 극지 등)으로 뻗어나가며 과일을 섭취하는 인류는 줄어들었고 그나마 사냥을 해서 먹고사는 인류라면 고기를 통해 섭취할 수 있겠지만 농경이 시작되며 그것도 여의치 않는 인류가 늘어나면서(특히 대항해시대 당시의 선원들) 비타민 C 합성 유전자에 이상이 생겨 섭취로도 스스로의 합성으로도 비타민 C를 구하지 못해 괴혈병에 시달릴 수 밖에 없어진 것입니다.
결국 유전병은 그저 수많은 유전인자들 중 생활 혹은 생존에 대해 리스크가 따르는 유전인자를 가진 사람들의 증세를 일컫는 말이지 마치 괴물마냥 여겨질 일은 아닙니다. 우리의 손가락이 보통 5개이기에 5개를 넘는 사람을 다지증이라는 유전병에 걸렸다 말하지만 만일 인간의 손가락이 보통 6개였다면 5개의 사람을 '저지증' 이라는 식으로 불렀을지도 모를 일이죠. 그것과 같습니다.
물론 개인별로는 예를 들어 '자식을 임신했는데 그 아이가 일생동안 고통받을 유전병에 걸릴 가능성이 높고 부모는 이를 감당할 재력이 없다' 같은 경우면 그래도 낳아야 한다와 감당할 수 없으니 혹은 일생동안 아이가 유전병에 고통받을 테니 낳지 말아야 한다 같은 의견으로 갈릴수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유전병을 치료하면 되지만 치료되지 않은 유전병은 언제 치료법이 나올지는 모르니까요. 그러나 인류의 의학이 발전된다면 이 역시 언젠가는 극복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결론: 유전병을 치료할 생각을 안 해보고 무지성적으로 배제만 하려고 한 루돌프는 구로다 규이치(玄田牛一)이다.
P. S. 수정-낭포성 섬유증 역시도 유전인자가 백인의 5%라는 얘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