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바람 구름 [8화] -고독전투-
“날 기다리고 있었지? 열어라.”
진은 결계의 경계에 서서 말했다.
그러자 아까처럼 아무 것도 없는 공중에서 문이 열리듯 하얀 선이 나타났다.
진이 그 선 안으로 들어가자 선은 다시 줄어들면서 사라졌다.
“눈속임이었나...”
진이 들어온 결계 안은 밖에서 보던 것과 전혀 달랐다.
밖에서는 그저 숲이 이어져있었지만 실제로 안에서는 식물이 모두 말라죽어있고 가뭄이 든 것처럼 아주 황폐화되어있었다.
“어서 와라.”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렸다.
“예의가 없군. 아니면 겁이 많은 건가? 왜 직접 나타나지 않고 멀리서 목소리로만 말하지?”
“왜 그렇게 서두르나? 시간은 많다구, 천천히 얘기나 하지.”
‘공기 중에 독기가 잔뜩 배어있군. 이런 것이 나에게 조금이라도 통할 줄 아는 건가.’
“왜 나를 불렀나? 17년 전의 복수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데?”
“정답이야. 난 단지 니가 내 고독의 재료가 되어줬으면 해서 부른 거야.”
그 말과 함께 뿌연 모래와 독의 안개 너머로 무언가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보통 사람의 10배 정도의 크기인 고독들이었다.
각각 다르게 생겼지만 흉측한 모습과 숨에서까지 뿜어 나오는 독기는 상당히 위협적이었다.
“9마리라... 이 정도로도 부족한가? 난 내가 고독의 재료로 적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하하! 크하하하!! 정말 웃기는군!”
고독들의 뒤에서 누군가가 어이없다는 듯이 소리쳤다.
그 사람도 자신이 만든 고독의 독기를 이겨낼 수 없었는지 몸 주변을 결계로 둘러싸고 있었다.
“니가 가지고 있지 않나!? 붉은 달을 보는 눈을!!!”
“!?”
“얼마 전에 입수했다, 극한의 ‘마’만이 하늘에 보이게 할 수 있는 붉은 달을 네 녀석이 볼 수 있다면서!?”
“그래... 내 눈에는 붉은 달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지?”
“붉은 달을 볼 수 있다면 나타낼 수도 있겠지! 틀림없이 네 놈은 엄청난 마성을 감추고 있을 거다. 설사 아니더라도 뭔가가 있겠지. 그런 너를 고독의 재료로 쓴다면 분명 엄청난 게 나올 거야. 생각만 해도 소름끼쳐.”
그 사람은 정신 나간 듯한 표정으로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흘리며 말했다.
“그래서 너를 불렀다. 이제 내가 수년간 만들어낸 9마리의 고독과 함께 섞여서 새롭게 태어나라. 지켜보겠다.”
그 사람은 그렇게 말하고 뿌연 모래와 독의 안개 뒤로 모습을 감추더니 슬그머니 결계의 밖으로 빠져나가 숲으로 들어갔다.
‘주술을 수십 번은 거듭한 고독이 9마리... 고독이 상대라는 게 조금 위험하지만 충분히 이길 수 있다.’
진은 가장 가까이 있는 고독의 머리까지 뛰어올라 고독의 커다란 머리를 한 팔로 창이 꿰뚫듯이 공격했다.
[퍽]
살이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고독의 머리가 박살났다.
그와 동시에 새까만 안개 같은 것이 지독한 냄새와 함께 폭발하듯 뿜어져 나왔다.
진은 재빨리 눈을 감고 다른 손으로 코와 입을 가리고 거대한 고독을 뒤로하며 땅으로 내려앉았다.
그리고 정수리의 약간 뒤부터 한 갈래로 묶여 내려오는 하늘거리는 자신의 길고 하얀 머리카락을 목도리처럼 얼굴에 둘러 코와 입을 가렸다.
‘혼자 와서 다행이군.’
결계에 들어올 때부터 몸 주위를 기로 감싸고 있었기 때문에 피가 많이 튀었지만 직접 닿지는 않았기 때문에 진은 피를 쉽게 털어냈다.
박살난 고독의 머리에서 철철 흘러내리는 피가 메마른 땅에 닿자 새까맣게 독기를 내뿜으며 썩어 들어갔다.
‘이미 독이라고 부를 수준이 아니야. 잘못하면 몸 주위를 감싼 기까지 뚫고 들어온다.’
진은 직접 고독에게 닿는 것이 위험하다고 판단하고 한 손에 눈처럼 새하얀 빛이 감도는 뚜렷한 형상의 검을 만들어 쥐었다.
그리고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드는 고독들의 촉수라고 해야 할지 팔이라고 해야 할지 모를 것들을 잘라냈다.
고독의 촉수 같은 것이 진을 찌를 것 같더니 갑자기 진의 형상이 그림자처럼 일렁이며 사라졌다.
어느 새 고독보다 높은 공중에서 떨어지며 검을 내리쳐 고독을 반으로 잘랐다.
고독은 위쪽 반이 둘로 쪼개진 채로 괴상한 소리를 지르며 잘린 부분에서 피와 독기를 뿜었다.
새하얀 검이 하얀 번개 같은 형태로 변하자 진이 고독을 향해 내던졌다.
빛은 순식간에 커지며 고독의 몸의 반을 휩쓸어 없애버렸다.
덩달아 옆에 있던 고독도 휩쓸려 몸의 반이 찢겨져 나가자 괴성을 지르며 찢어진 부분을 휘둘러 진에게 피를 뿌렸다.
진이 주먹을 쥐고 땅을 내리치자 땅이 폭발하며 피를 막고 연이어 고독을 향해 폭발을 거듭하며 뻗어나가더니 고독의 바로 아래에서 폭발하며 고독의 몸을 갈가리 찢었다.
고독들은 진이 보통 상대가 아니라는 알았는지 모두 동시에 미친 듯이 달려들었다.
진이 손가락을 갈퀴처럼 꺾어 자신 앞의 공중을 한번 크게 긋자 가장 앞에 있던 고독이 진이 벤 형상 그대로 잘려나갔다.
진은 또다시 공중을 그어 다른 고독을 베었지만 잘려나간 고독들은 잘린 그대로 피를 철철 흘리며 덤벼들었다.
고독들이 바로 앞에 다가오자 진은 주먹으로 땅을 내리쳐 폭발시키고 위로 뛰어올라 번개처럼 흔들리는 기를 고독을 향해 내던졌다.
그러자 고독 한 마리가 날아오는 기를 정면으로 맞받으며 뛰어올랐다.
고독의 몸은 산산조각으로 찢어지며 공중으로 날아오르더니 찢어진 조각들과 피가 아래로 내려가는 진과 다른 고독들의 위로 쏟아졌다.
진은 위를 향해 넓게 퍼지는 기를 뿜어 자신에게 고독의 시체조각과 피가 쏟아지는 것을 막았다.
진이 고개를 돌려 아래를 바라보자 다른 고독의 피를 뒤집어쓴 고독들이 진을 향해 공격태세를 취하고 입을 벌리고 있었다.
*전투신이 슬슬 시작되네요.
전투신을 쓸 때마다 제가 일러스트나 만화 그리는 재주가 없는 것이 정말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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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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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05 15:2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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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ㅋㅋㅋ;; 전투씬 멋지게 나오면 좋겠는데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