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인연 멘토 맺어주기
아들 하나 달랑 키우면서 내겐 좋은 부모 콤플렉스가 있나 보다. ‘문제는 부모에게 있다’는 말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것을 보면…. 모든 부모가 다 그렇겠지만, 세상에 별로 두려운 게 없는데, 자식에 대해서만큼은 전전긍긍. 세월이 흐를수록 자식이 애착의 근원임을, 그래서 ‘라훌라’(장애물)임을 실감한다.
‘어떻게 해야 아들의 성장을 제대로 도울 수 있을까?’라는 것이 화두인 지 오래다. 그렇다고 제대로 해 줄 수 있는 여건도 되지 않는다. 일하는 엄마, 늘 바쁜 엄마가 무엇을 어떻게 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게다가 정말 필요할 때, 태어나서 고작 두 달(출산 휴가)만 돌보고 그 이후부터는 남의 손에 맡겨 놓지 않았던가.
그래서 이미 수많은 실수를 저질러 놓은 상태다. 식습관, 학습관, 생활습관…. 습관이 쌓이고 쌓여 삶을 이루는 법인데, 바쁘답시고 바른 습관을 들여 주지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습관을 바로잡아주어야 하는데, 고민뿐 답은 모르겠다. 자식을 먼저 기른 인생 선배들만 만나면 묻고 또 묻는다. 그저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기도해 주고 좋은 인연을 맺어주는 것밖에 할 줄 몰라 아들을 바르게 이끌어줄 멘토를 찾아 헤맨다. 어쩌면 에이엔티홀딩스 고경환 대표(35세)는 이런 열망이 가져다준 인연이다.
고대표는 작년 8월초 ‘수요포럼 인문의 숲(배양숙 삼성생명 FC 명예상무가 자비를 들여 진행하는 인문학 강좌)’에서 해외학술탐방차 찾은 러시아 바이칼 여행에서 만났다. 한민족의 시원으로 알려진 러시아 바이칼 여행은 한 순간 한 순간 감동의 연속이었다. 사실 여행의 백미는 사람이다. 풍광, 역사, 유적도 중요하지만 함께 그 순간을 호흡하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더 풍요로워지고 의미 깊어진다.
고대표는 연령도 다양하고 직업도 각양각색인 40여 명의 여행객 중에서 눈에 띄는 젊은 친구였다. 듬직하고 반듯하고 예의 바르고….온갖 찬사를 다 붙여도 좋을 법한 고대표를 보고 딸이 있는 분들은 사위 삼고 싶다 했고, 나는 우리 아들의 멘토로 모시고 싶었다. 그때는 어느 학교를 나왔는지,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온전히 사람의 향기만으로도 참 괜찮은, 훌륭한 젊은이로 다가왔다.
| | | ▲에이엔티홀딩스 고경환 대표와 어머니 전종숙 씨 |
삶의 가치 창출 회사 에이엔티홀딩스, 홍합밸리에서 한국의 실리콘밸리 꿈꾸다
‘내 아들이 저렇게만 자라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 여행에서 돌아와 아들의 멘토가 되어 달라 청했고, 고대표는 그 바쁜 와중에 흔쾌히 받아주었다. 작년 11월 말 아들과 함께 그의 일터인 에이엔티홀딩스(서울 마포구 동교동 197-10) 홍합밸리를 방문하였다.
나는 그때 비로소 고대표의 진면목을 아주 조금 알았다. 고대표는 2009년 10월에 에이엔티홀딩스를 창업하였다. 에이엔티홀딩스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개발회사다. 한국에 스마트폰이 출시되지 않았던 시기에 다양한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최초로 호텔, 골프, 여행 분야에 검색-예약-결제-바우처로 연결되는 one-stop 모바일 서비스 시스템을 구현하기도 했다. 고 대표는 고객들을 만나서 직접 설득해 호텔엔조이, 에이스회원권, CJ월디스, 불고기 브라더스, 하나투어, 투어캐빈 등에 이 서비스를 제공, 현재 에이엔티홀딩스는 국내 호텔 예약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의 콘텐츠를 정보 통신 기술과 접목시켜 관광 안내 및 도서 건강관리 플랫폼 등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시켰다. 2010년에는 동경에서 열린 국제관광전시회에 참가해 일본 관광청 직원들을 설득하여 일본 도시 관광 가이드 앱을 개발하는가 하면 일본의 치바 현에 위치한 200병석 규모의 병원에 한국의 IT를 전파하였다. 이는 모바일 건강관리의 시작을 알리는 서비스로 그 의미가 크다. 특히 우리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을 담은 ‘한국의 혼’, ‘한국의 멋’, ‘한옥 체험’ 등의 앱이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고대표가 혼자 창업한 지 4년 만에 IT 기술력에 인문학적 감각을 갖춘 젊은 인재들 20여 명이 삶의 가치를 창조하여 스마트한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고대표는 중소기업청장 표창, IT 이노베이션대상, IT융합기업인상, 장관상 등 수많은 상을 받았다. 세계적인 기술력을 검증받아 소프트웨어 업계 최초로 모바일 기반 수출 유망 중소기업 인증을 받았고, 일자리 창출 우수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중소기업청 지원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도 진출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스타트업(벤처기업) 기업들의 상생할 수 있는 커뮤니티 홍합밸리 운영이 새로운 희망으로 다가왔다. 청년 창업이 우리 시대의 화두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홍합밸리의 역할이 기대된다. 대학 1학년 때부터 창업을 해서 세 번째로 창업한 에이엔티홀딩스를 성공시키고 실리콘밸리에 진출하여 그들의 네트워크 방식과 스타트업 생태계 운영을 보고 배운 것이 많은 그가 벤처 창업가들을 후원한다 하니 든든하다. 그의 빼곡한 일정은 그야말로 초인적이다. 건강이 염려될 정도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즐겁게 하기에 힘들지 않단다. 행복하단다. 스스로 행복한 사람, 대다수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6급 공무원의 안락을 접고 그의 회사에 입사한 직원까지 있는 것을 보면 그는 모든 것을 떠나 성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과잉보호가 자식을 망친다,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다
아들과 함께 그의 회사를 돌아보고 나서 밥을 먹었다. 숟가락을 놓고 잔에 물을 따라주는 모습이 예사롭지 않다. 대화 주제를 끌어내고 경청하면서 조언해 주는 모습도 남다르다. 고대표의 태도를 보면서 자식을 잘 키운 그의 어머니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졌다. 요즘 무기력해 보이는 젊은이들도 많이 봐왔던 터라 더욱 만나고 싶어졌다. 아직은 말할 단계가 아니라며 사양하는 그의 어머니를 인터뷰라기보다 그저 아들 키우는 인생 후배에게 조언해 주는 차원에서 만나달라고 하여 겨우 만났다.
“스스로 자랐지 키웠다고 할 수 있겠어요. 다만 과잉보호는 하지 않았고, 어릴 때부터 자립심을 길러주고, 강하게 키우려는 생각은 갖고 있었어요.”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물론 사람마다 타고난 성정이 다르고 능력도 달라서 교육법 또한 부처님의 팔만사천가지 방편문처럼 다양해야겠지만, 과잉보호하지 않는 것, 자립적·주체적인 삶, 책임감을 길러주는 것이 자녀교육의 키워드인 것 같다. 요즘처럼 너나 할 것 없이 좋은 부모 콤플렉스에 빠져 잘해 준다는 것이 오히려 자식을 망치는 게 아닌지 싶다. 너무 넘치게 해 주는 것도, 방임하는 것도 자식의 바른 성장을 방해한다. 캥거루족, 니트족, 프리터족 등등 새로운 신조어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도, 젊은이들의 절대다수가 안정적인 직업만을 선호하고, 부모의 뜻에 좌지우지되는 것도 이런 잘못된 교육의 소산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자본주의의 폐해, 저성장시대, 무한경쟁시대가 낳은 문제임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부모의 잘못된 자녀교육이 사회 부적응자를 만들고 매사 무기력하고 의존적인 사람을 만드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고대표와 그의 부모의 교육철학에 더욱 주목하게 되었다.
“주위 사람들이 사립초등학교에 보낼 때도 강인하게 키우기 위해 일부러 집에서 더 멀리 떨어진데다 산꼭대기에 있는 공립초등학교를 보냈습니다. 독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기 위해서 졸업할 때까지 학교에 방문한 적이 없고, 비가와도 우산을 가져다주지 않았지요. 초등학교 때부터 실내화를 스스로 빨게 하고 책상 정리도 스스로 하게하고, 심지어 고학년 때는 밥하는 법까지 가르쳐 주었고, 가끔 제가 일이 있을 때는 경환이가 밥을 지을 때도 있었지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 급변하는 세상에서 제몫을 하고 살아가려면 스스로 살아가는 힘, 생존력이 있어야 한다.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말이 있듯이 생존력은 거저 얻어지는 게 아니다. 치맛바람은커녕 부모가 학교 근처에도 가지 않았음에도 고대표가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내내 회장을 하고 전교회장을 한 것을 보면 타고난 엄친아라는 생각마저 든다. 하지만,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주는 교육이 더 큰 밑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책 읽기, 삶의 가장 큰 자산
“결혼 전에 남편이 제게 조건이 있다고 하더군요. 시어머니가 일을 하셔서 어렸을 때 엄마가 없는 집에 들어가는 게 싫었나 봐요. 아이들을 직접 키워야 한다는 조건을 받아들이고 결혼을 했습니다.”
고대표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어머니가 전업주부였다는 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모로 시간이 넉넉한 전업주부는 아이들 주변만 빙빙 돌면서 과잉보호를 하는 ‘헬리콥터 맘’이 많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온전히 자립심과 책임감을 길러 주기 위해서 기다려주고 참아주었다는 데, 그것도 큰아들을 그렇게 키웠다는 데 존경을 표하지 않을 수 없었다. 주위 지인들에게 듣기를 첫 아이는 너무나 많은 것을 해 주어서 실패한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태몽도 좋았어요. 용이 제 몸을 둘둘 말고 있는 꿈도 꾸었고, 복돼지 꿈도 꾸었지요. 남편도 맑은 물에서 광채가 나는 꿈을 꾸었다고 하면서 ‘잘 키우면 잘 될 아기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주고받았지요.”
언젠가 육아서적에서 좋은 태몽을 지어서라도 아이에게 얘기해 주는 게 좋다는 글을 읽으면서 미소 지은 적이 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만든다는 일체유심조의 원리를 보았기 때문이다. 부모는 자녀의 거울인 만큼 부모의 생각과 말이 자녀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아기를 안고 신비롭고 상서로운 태몽 이야기를 하면서 행복해 하는 부부, 그 마음이 아기에게 오롯이 전해질 것은 불을 보듯 환한 일이다.
“갓난아기 때부터 책을 읽어주면 좋아했어요. 정말 의젓하고 똘똘한 아기였죠. 이웃 친지들이 ‘경환이는 버릴 게 없는 아기’라고 많이 예뻐했지요.”
책을 읽어주는 습관이 몸에 배어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잠도 자지 않았다. 외출할 때도 기저귀 가방에 책을 꼭 두세 권 넣어서 중간 중간 읽어주어야 했다. 그래서인지 두 살 때 한글을 읽고 세 살 때 영어를 했다. 예체능과 봉사 활동을 더 많이 하고 학교 공부에만 충실했는데도 늘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고3 때 전국 8등까지 했던 것도 독서 덕분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지금도 고대표는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여행지에서조차 저녁에는 책을 읽고 있던 모습이 생각났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인문학과 기술을 융합한 대표적인 벤처기업인이다. 에이엔티홀딩스라는 회사 이름도 인문학을 뜻하는 아트(Art)와 기술을 의미하는 테크놀러지(Technology)에서 따온 것도, 인문학을 바탕으로 정보 통신 기술을 이용하여 고객의 삶(Life)에 기반한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로 묶어주는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그의 포부도 엄청난 독서와 체험의 소산인 듯하다.
이만하면 아기 때 밴 독서습관이 삶의 가장 큰 자산임이 증명되는 순간, 갑자기 우리 아들에게 미안해졌다. 책을 만드는 직업을 가졌으면서도 피곤을 핑계 대며, ‘보고 배우겠지’ 하면서 정작 아들에게 책을 열심히 읽어 주지 못했다. 독서 습관뿐만 아니라 좋은 습관을 익힐 수 있도록 기다려 주지도 못했다. 역시 문제는 부모에게 있다.
좋은 식재료로 만든 엄마표 음식, 밥상머리 교육
“먹는 것이 참 중요합니다. 인스턴트 음식은 전혀 먹이지 않았어요. 피자도 직접 만들어 먹이고 쿠키, 빵도 집에서 만들어 먹였지요.”
그녀의 얘기를 들으면서 반성 또 반성했다. 좋은 먹거리로 만든 엄마표 음식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사 먹으라고 용돈 몇 푼 쥐어주는 게 고작인 엄마와 온 정성 다해 손수 음식을 만들어 준 엄마…, 자녀가 받아들이는 느낌이 어떻겠는가? 그 느낌이 성공의 원천, 자양이 된다. 음식에 대해서만큼은 넘치도록 사랑을 주어야 한다. 음식은 자녀의 몸만 살리는 게 아니라 마음도 살리기 때문이다.
“좋은 먹거리를 구하기 위해 시골 농장에 농산물을 심었어요. 땀 흘려 씨앗을 뿌리고 기르고 수확하는 기쁨을 체험시키는 측면도 있었지요. 좋은 우유를 먹이기 위해 주말마다 목장에 방문했어요. 자연스레 주말이면 가족여행을 하게 되었지요. 아이들이 중학교 때부터 제가 남편 사업을 돕게 되었어요. 평일에는 바빠서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했지만, 주말이면 지방으로 박물관으로 데리고 다녔습니다. 우리나라 구석구석 안 가 본 곳이 없을 정도로 돌아다녔어요. 우리 아들 역마살이 어릴 적 주말여행으로 생긴 것 같아요.”
주말농장이 활성화되지 않았던 그 당시에 이미 시골 농장에서 농산물을 가꾸고, 좋은 우유를 공급해 주기 위해 주말마다 목장 나들이를 했단다. 어릴 때 잘 먹인 덕분에 키도 크고 겨울에도 추위를 타지 않는 강건한 체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당장 먹고 살기 바쁜 사람들은 그런 생각조차 못하는 환경을 탓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르는 것과 아는 것은 삶의 질이 달라진다. 자기가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하면 되기 때문이다. 정성을 들이는 만큼 자라는 농산물을 보면서 좋은 먹거리 이상의 정신적 교훈을 받기 마련이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이 있듯 농산물만큼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확실히 보여주는 것도 없지 않은가. 부모와 함께하는 체험학습의 중요성이야 더 이상 거론할 여지도 없다.
“애들 아빠가 밥상머리 교육에 철저했어요. 기본적인 예의를 중요시했고, 그래서 조금 엄하게 기른 편입니다.”
아낌없는 사랑을 주되 엄할 때는 엄해야 한다는 말이 가슴에 꽂힌다. “먼저 식사를 하거나 먼저 일어나는 경우에는 예의가 아니라는 꾸중을 들었어요. 밥 먹은 뒤 자기가 먹은 그릇과 수저는 꼭 치우도록 하셨어요. 다른 집에 가서도 꼭 실행하도록 교육 받았지요. 친구 집에서 그릇을 들고 싱크대로 갔다가 다소 창피해진 경우도 있었어요”라는 고대표의 얘기를 들으면서 미소가 절로 나왔다. 고대표의 예의 바른 면모는 밥상머리 교육에서 자연스레 익힌 것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예체능 중시, 체험 교육과 혹독한 연습
사람은 태생적으로 자유를 갈구하고 자유로울수록 그 무엇과도 비교하지 않는 자존감이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 최선을 다한다. 과잉보호가 의존적인 성품을 만든다면 강인한 교육은 자존감, 자긍심 등을 길러준다. 고대표는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사립학교에 가지 않은 덕분에 원하는 것을 거의 다 배울 수 있었다. 초등학교 때는 스케이트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6학년 때까지 스케이트를 배웠어요. 그때 같이 했던 친구 중에 오세종은 2006년 금메달리스트였습니다. 밤 12시부터 새벽 2시까지 열 명이 스케이트장을 대관해서 잠을 안자고 스케이트를 타기도 했어요.”
요즘 예체능 교육의 중요성이 증명되고 있는데, 고대표가 산 증인인 셈이다. 그는 ‘곧고 굳게, 경험하지 않은 것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가훈, “경험에서 나온 의견은 힘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감 있게 뜻을 굽히지 않고 경험에서 나오는 의견을 펼치라”는 부모님의 교육과 지원에 힘입어 보컬, 기타, 스케이트, 테니스, 검도, 유도, 합기도, 태권도(공인 4단), 미술, 피아노 등을 다 배웠다. 특히 “스파르타식 혹독한 훈련을 통해 지구력을 익혔다”는 고대표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마라톤 같은 삶의 여정에서 오래 견디는 힘은 필수요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아들에게 지구력과 인내심을 길러주지 못했다. 아들의 의사를 존중한다는 명분하에 금세 싫증내는 모습을 허용했다. 그러나 그것이 진정 아들을 위한 게 아님을 알았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이 선택한 것에 대해 중도에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포기하는 것을 방임하는 것이야말로 부모 직무유기이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에 더욱 도외시할 수 없는 문제다.
오직 기도하며 품은 뜻 이루기를…
“사춘기도 없이 늘 행복하게 해 주던 아들이었어요. 어느 날 시어머니께서 ‘경환이가 텔레비전에 나온다, 생방송 서세원 쇼에 나가서 퀴즈 맞추기 하면서 놀고 있다’고 전화를 하셔서 깜짝 놀란 적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정말 단 한 번도 힘들게 한 적이 없어요. 다 잘하니까 잔소리할 것도 없었지요.”
그는 대학 입학 전까지 엄친아의 전형이었다.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심지어 음악과 미술, 해외봉사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기쁨을 주던 아들이었다. 아들 덕분에 전교회장 엄마 대접도 톡톡히 받았다. 그런데 대학입시 때 그 모든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다. 명문 법대에 입학할 수 있는 성적으로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에 가겠다는 아들의 고집을 꺾지 못했다.
“아들 고등학교 때 친구 엄마들 모임을 지금도 하고 있습니다. 그때 반장 엄마들 모임인데 20명의 아이들 중에 우리 아들만 빼고 다 서울대에 갔습니다. 18년 동안 만나고 있는데, 아직도 우리 아들이 뭐하느냐고 물으면 제대로 답을 못합니다. 심지어 핸드폰 파는 사업이냐고 묻는 엄마들도 있어요.”
요즘 부모들, 자식 잘 키웠다는 기준이 남들이 원하는 명문대 졸업에 안정적인 직장에 취업하는 것이라고 한다. 세상은 꽃처럼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야 온전히 굴러간다. 모두가 안정적인 직업만 가지려고 하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결혼한 지 5년 만에 남편이 사업을 시작해서 평생 사업가의 아내로 살아왔습니다. 사업이라는 것이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불안합니다. 그래도 남편이 사업하는 것은 괜찮은데 아들이 하는 것은 더 염려스럽고 걱정이 되요. 남 탓 하느니 기도하랬다고 하잖아요. 아들 사진을 앞에 놓고, 부디 바른 사람 되고, 바르게 사업하고, 좋은 인연 맺어달라고 3천배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능인불교대학 23기)는 사업가의 고뇌를 너무나도 잘 알기에 아들의 창업을 반대했다. 하지만 대학입시 때처럼 결국 아들을 못 말렸다. 늘 입버릇처럼 “나는 너를 믿는다, 넌 잘할 수 있을 거야”라고 격려한다. 간혹 잔소리가 하고 싶을 때는 “관세음보살...” 염불로 대신한다. 입이 보살이라고 하지 않던가. 고대표가 열 명이 창업하면 아홉 명이 쓰러진다는 험난한 창업 현장에서 4년 만에 눈부신 성장을 한 것이 다 어머니가 믿어주고 기도해 준 덕분이 아닐까 싶다.
이제부터라도 그녀를 닮고 싶다. 아무리 불교를 믿고 대자유의 행복을 느낀다 해도 자식 기르는 어머니 마음에서는 벗어날 수 없기에...그리고 나와 같이 헤매는 어머니들에게 그녀의 교육법을 전해주고 싶다. 우리나라의 밝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민족사 주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법륜>, <현대불교>, <불광> 편집부장, 불교시대사 편집기획위원을 역임했다. 엮은 책으로 『행복해지는 습관-정무 스님의 세상 사는 이야기』가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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