五行不同意
엊그제가 동지였다.
새해의 시작을 설날이라는 사람도 있고, 입춘이라는 사람도 있으나,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가 진정 새해의 시작이라는 게 나의 생각이며 역학에서도 그렇게 간주하고 있다. 그리하여 악령의 접근을 막기 위하여 밭죽(赤粥)을 쒀서 벽사(辟邪)를 하지 않던가?!
이렇게 새해가 시작되는 마당에 다소 어두울지도 모르는 글을 쓰게 되어서 송구스런 마음이다. 그렇다고 똥을 더럽다고 피하기만 하는 것은 도리가 아니다. 문제점을 파악하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는 것이 도리라도 생각되어 이 글을 쓴다.
내가 처음 한방의학을 공부할 때 제일 먼저 학습한 것이 음양과 오행이란 것이었다.
어릴 때 할아버지로부터 계몽편(啓蒙篇)을 배울 때 들어보긴 하였지만 그 말의 깊이를 탐구한 것은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부터다.
이(理)와 기(氣)를 이야기하고 음양과 오행을 논하려면 적어도 책을 한 권은 써야할 것이므로 여기서는 생략할 수 밖에 없고, 이번엔 오행에 대해서만 간단히 이야기해 보려 한다.
아시다시피 오행은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이 다섯가지의 요소가 서로 상생(相生)하고 상극(相克)하면서 모든 우주현상을 좌우한다는, 동양사상의 핵심이론 중 하나다.
즉 木生火하고 火生土하며 土生金하고 金生水하며 水生木한다는 상생의 이론과, 木克土하고 土克水하며 水克火하고 火克金하며 金克木하는 상극의 이론이 병행하는 학문이다.
그리하여 우주만상을 다 이 오행에 대입시키니,
청황적백흑(靑黃赤白黑)을 오색이라 하고, 산함신감고(酸鹹辛甘苦)를 오미라 하며, 궁상각치우(宮商角致羽)를 오음이라 하고, 동서남북중(東西南北中)을 오방이라 하며 간심비폐신(肝心脾肺腎)을 오장이라 하는 식으로 삼라만상의 현상과 변화를 이 오행과 접합하였다.
나는 처음으로 모든 물질을 이 오행에 대입하기 시작하였다.
나무는 물을 낳고, 불이 타면 재(土)가 되고, 땅에서 쇠가 나오고 쇠로써 우물을 파며, 물을 먹고 나무가 자란다.
이것이 상생이다.
나무는 땅을 파고 들어가며, 흙은 물의 흐름을 막고, 물은 불을 이기며, 불은 쇠를 녹인다. 쇠와 나무가 부딪치면 쇠가 이긴다. 이것이 상극이다.
이런 초보적인 파악과 함께 만물이 무엇에 속하는지도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분류에 애매한 것이 있었으니, 이를테면 고무나 유리 플라스틱 같은 것은 목화토금수 어느 것에 속할까 하는 고민이었다.
그러나 이런 고민은 그 물질의 근원을 밝힘으로써 쉽게 결론지어졌다.
유리는 그 원료가 규소를 함유한 모래이므로 당연히 土에 속하고, 고무는 나무에서 기원하였으므로 木에 속하며 플라스틱은 석유에서 유래하였으므로 火에 속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런 모든 요소가 어우러져서 우주와 지구와 인간이 조화를 이루며 20세기의 반이 흘렀다.
그러나 1960년대에 들어서 우리는 나일론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쉽게 해지고 마는 목화솜으로 가공한 무명의 시대에서 드디어 나일론의 시대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지구의 자정작용(Self-purification)이 끝나는 1950년대 까지를 인간과 지구가 함께하는 자연의 시대(Time of Nature)라 규정하고, 1960년 부터를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기 시작하는 인간세(人間世 Time of Zhuangzu, Homoepochus-풍강신조어-인간이 지구를 지배하고 더럽혀서 그 탐욕의 결과로 스스로 멸망을 초래하는 시대 )라 규정하고자 한다.
나일론, 비닐, 스티로폼 등은 무서운 속도로 자연을 파괴해갔다. 특히 탄화수소의 폴리머(Polymer)가 다시 다중결합을 하여 만든 강화(强化)플라스틱에 이르러서는 쇠붙이를 대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우리의 자동차의 내부를 보면 대부분의 부품들이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져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플라스틱 부품과 함께 편리함이라는 이름으로 무수하게 소모되는 비닐봉투, 플라스틱 생활용품, 농업용 폐비닐, 바닷가에 넘쳐나는 스티로폼 등등, 이러한 것이 결국은 미세플라스틱이 되어 환경을 망치고 많은 새와 짐승을 죽이고 드디어는 인류의 삶도 막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나일론과 함께 편하고 따뜻하며 질긴 옷감으로 각광받는 함성섬유가 그것이 해지면 결국 미세플라스틱이 된다는 것을 흔히들 잊고 있다.
하루 종일 바다 위 하늘을 날다가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물고 와서 새끼에게 먹이는 군함새, 알바트로스는 자기가 새끼에게 물어다 준 것이 플라스틱인줄 모르고, 새끼는 그걸먹고 죽어간다. 바다거북은 폐비닐을 해파리인 양 먹고는 밥통에 쌓인 그 비닐로 인해 죽는다.
결론적으로 목화토금수가 상생과 상극을 해가면서 운행되는 질서에 火만 월등히 무성한 시대가 도래하였다.
오행의 보동의(不同意) 부조화(不調和)가 된 것이다.
간심비폐신 오장 중에서 어느 한 장기가 스톱을 하거나 너무 비성(肥盛)한 상태를 장기 부전(臟器不全)이라 하는데, 이는 거의 죽음에 이르는 길이다. 이제는 일부 장기는 이식도 가능하나, 이건 특별한 경우에 한(限)한다.
火를 흔히 불이라 하는 바, 성경에서도 인류가 불로 망할거라는 예언을 하고 있다.
불로 망한다?
원폭도 불이다.
그러나 원폭 보다는 당장은 플라스틱이 문제다.
한반도의 몇 배의 면적을 형성하며 떠도는 플라스틱 섬은 지구생명에겐 미래의 시한폭탄이다.
플라스틱은 재생이 답이고 쓰레기는 소각이 답이다.
여러 가지 장애와 님비현상이 판을 칠 것이다.
그러나 제 쓰레기는 제가 책임진다는 의식이 필요하고, 공공의 이익에 반하는 집단에게는 서비스를 중단하는 법을 만들어야한다.
한화에서는 단 1그램의 탄소도 배출하지 아니하고 태양광만으로 축전하여 끊임없이 바다를, 또는 호수를 떠다니며 부유플라스틱을 수거하는 플로팅 보트를 만들었다. 눈물나도록 고마운 일이다. 이런 배를 수백 수천 척을 만들고 또 만들어서 전 세계의 오염지역에 띄워야한다.
과학의 이런 작은 발전이 우리에겐 희망이다.
소각로에서 나오는 발암물질도 반드시 해결책이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겨우 두 살인 내 손주가 80살이 되는 2100년 까지는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을 우리는 만들어줘야 한다.
이것이 새해 새 아침에 내가 우리 친구들과 함께 꿈꿀 수 있는 희망이다.
庚子年 元旦
豊江
첫댓글 무게있는 글들을 고향 카페에 종종 발표하는 제 친구 이순복의 글입니다.
회원님들 두루 두루 강건하시고 술술 풀리는 새해가 되시길 빕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세상이 되길 기대하지만 글쎄요.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고 가는길이
너무나 험하고 희망이 보이지 않는 가시밭길로 가는 것 같은 생각만이 드네요. 우리는 살만큼 살았는데 자식,후손들이
안타까워 속상할뿐이지요.어디로가든 막을수가 없지만 좋은곳으로 갔으면 하네요.
범생이님!
성의있는 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