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전시장을 도는 날이라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박대성 화백 전시회를 봤다.
전시 제목은 소산비경(小山祕境)으로 소산은 작가의 호다. 너무 감동적인 전시회여서 감상을 남기고 싶었다.
예전에 책을 읽다가 알게된 말인데 <사막의 죄>라는 게 있다.
사막에서 물이 있는 곳을 발견한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말해주지 않는 것은 죄가 된다며 이것을 사막의 죄라고 한단다
내가 전시회 소식을 전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좋은 것을 봤더라도 혼자 조용히 간직하거나 일기장에나 쓸 일이지 굳이 카페에까지 소문을 낸다.
누군가는 자랑질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유용한 정보를 함께 나누면 좋지 않겠는가.
사막에서야 물이 있는 곳을 알게 되면 대단한 도움일 테지만 이런 전시회 안 봤다고 인생에서 크게 밑지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행여 관심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박대성 화백은 한국 수묵화의 거장으로 국내보다 외국에 더 많이 알려진 작가다.
특히 수묵화의 원조인 중국에서도 대대적인 초대전을 열 만큼 대가로 인정을 했다.
이번에 걸린 작품은 지난 몇 년 동안 해외 순회 전시를 마친 기념전이라고 한다.
박대성 화백은 1945년 출생으로 다섯 살 때 부모를 모두 여읜데다 한 쪽 팔마저 잃는 사고를 당한다.
국민학교 졸업 후에 학교를 그만 두고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는데 이유는 아이들이 외팔이라고 하도 놀려서 그랬다고 한다.
미술계가 서울대파니, 홍대파니 하면서 학연, 지연 등으로 엮인 파벌이 워낙 단단한 터라 무학의 선생은 설 자리가 없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선생은 점점 수묵화로 빛을 보기 시작하는데 이런 경우를 낭중지추라고 하던가.
나는 미술 비평을 모른다. 그저 그림이 좋아 틈틈히 전시장을 찾아 다니며 관람을 하고 해석도 내 방식으로 한다.
미학적 접근은 전문 비평가가 할 일, 내 방식 대로 이해하고 감동을 받으면 그것으로 만족한다.
전시장에 들어 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작품 <현율>이다. 선생의 화업 50년을 결산하는 그림이라고 한다.
금강산 봉우리를 위에서 내려다 보는 기법으로 그렸다는데 설명을 듣지 않으면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기존 산수화에서 봤던 금강산 그림과는 딴판으로 마치 추상화처럼 보인다.
아내는 이 그림 앞을 떠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서 있었다.
이 외에 이번 전시회는 박대성 화백의 대표작들을 망라했기에 작가의 정체성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전시장 한 면을 전부 차지하고 있는 대작부터 집안 거실에 걸 만한 크기의 작품들도 여럿 있다.
먹으로 그린 그림인데도 서양화처럼 느껴지는 작품도 있다.
그만큼 작가는 산수화의 기존 틀을 벗어나 현대적인 표현 기법을 작품에 투영했고 해외에서 찬사를 받았다.
박대성 화백은 가나아트센터 전속 작가 1호라고 한다.
해외 유수의 미술관뿐 아니라 국내 소장처도 국립미술관을 비롯해 여러 갤러리와 기업체에서도 작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가나아트센터 가는 방법
자차로 갈 사람은 내비가 알려준 대로 가면 될 거고 나는 대중교통 안내다.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020번이나 1711번 버스로 환승해서 롯데아파트 앞에서 내린다.
경복궁역 3번 출구에는 정류장이 2개 있으니 잘 구분해야 한다. 버스는 5분 간격으로 금방 온다.
평창동 롯데아파트 하차 후 횡단보도를 건너 상명대 박물관 옆 골목으로 조금 올라가면 가나아트센터가 보인다.
입장료 3천 원이다.
경주에는 솔거미술관이 있다. 생각보다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 곳인데 박대성 화백의 전용 미술관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박대성 화백은 경주에서 오래 살았고 당신의 작품을 기증하겠다는 의사를 표하자 경주시가 그의 작품을 소장하고자 건립한 미술관이다.
그렇다고 박화백 그림만 상설 전시하는 것은 아니고 각종 전시회가 더 많이 열린다.
신라 김대성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남겨 한국 문화의 찬란함을 세계에 알렸고 오늘날 박대성은 한국 수묵화의 작품성을 만방에 떨치고 있다.
나는 해마다 경주를 가는 편인데 갈 때면 꼭 솔거미술관을 들른다.
요즘 솔거미술관에서 박대성 화백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모양이다. 나는 꽃 피는 봄에 가서 볼 생각이다.
첫댓글 미술 전시회에 가시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요~!!
노량진수산시장에서 반겨주시구...함께 한잔하셨던
그 모습도 아름다웠는데 말입니다~!!ㅎ
아차산 안전기원제 인원이 마감되서 참석을 못하네요~!!ㅠ
다음을 기약하며 좋은 시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아! 그때 뵌 노노님을 기억합니다.
무척 동안에다 말씀도 겸손하시고 소주가 더 좋다고 하셨지요.ㅎ
아쉬움은 저장해뒀다가 숙성이 되면 나중 반가움도 훨씬 배가된다고 하데요.
이렇게 댓글로 접선하다가 직접 만나면 더 반갑겠지요.ㅎ
좋은전시회 다녀오셨네요 ~~
넵! 무척 인상 깊은 전시회였습니다.
행여 그 감동이 날아가버릴까 서둘러 감상문을 썼답니다.
로사릴 누이, 고운 밤 되세요.ㅎ
좋은 작품과 설명 작가의 약력까지 현덕님의 예술에 대한 남다른 안목
그리고 해박한 감상평까지 고맙습니다 아주 잘 보고 갑니다.
운선님이 좋게 읽으셨다니 다행입니다.
자칭 예술지상주의자라고 하면서도 저는 미학쪽을 잘 모르네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냥 막 쓰다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ㅎㅎ
수묵화 깔끔 함이 매력이죠
전시회 다니는 모습이 아름답게 그려집니다 ^^
러브님께서 수묵화의 매력을 아시는 분이군요.
오늘 본 작가도 정통 수묵화를 아주 깔끔하게 그린답니다.
저는 전시장을 다녀오면 마치 부자된 기분이네요.ㅎ
박대성 화백의 묵직한 수묵화를 대하게 되면 앞으로는 유현덕님을 떠올리게 될 듯 합니다.
경주의 솔거 미술관도 제 기억 속에 남겨 두겠습니다. ^^~
수피님의 댓글을 읽으니 제가 글 쓰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드네요.
일기 쓰듯 술술 써지는 걸 보면 오늘 전시회 작품들이 좋긴 좋았나 봅니다.
글구, 솔거미술관 참 좋은 곳이랍니다.ㅎ
현덕 아우님이.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군요 덕분에
해설과 그림 잘봅니다
ㅎ 마야 누이 다녀가셨군요.
돈 많이 안 들고 즐길 수 있는 것 중에 전시회만큼 유용한 것도 없더군요.
책을 오래 보면 눈이 아픈데 그림은 아무리 봐도 눈이 안 아파서 좋답니다.
마야 누이의 평화로운 밤을 위하여 수묵화의 묵향을 보냅니다.ㅎ
진도 섬 운림산방 가니,
許씨 분들 남종화 어쩌고
못 알아 들었지요
수묵화 와 다른지 도.
餘白은 좋습디다. 다들.
향적님이 운림산방까지 가셨다면 그림에 관심이 있는 분입니다.
남종화도 수묵화의 일종이지요.
중국에서 유래한 이름으로 추사체로 유명한 김정희 선생도 심취한 걸로 압니다.
향적님 말씀처럼 수묵화의 매력은 여백의 미라고 하지요..ㅎ
전시회와 관련된 여러 말씀 유익했습니다.
세세한 부연설명에 편히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추천 드립니다.
삼족오님 다녀가셨군요.ㅎ
제가 감동한 선에서 손가락 가는 대로 썼습니다.
보고 나서 궁금한 것이 생기면 관련 책을 찾게 되고 그림도 볼수록 꼬리를 물고 호기심이 늘어납니다.
관심 주셔서 감사합니다.
길 안내까지 했군요.
행여 찾아가실 분에게 도움이 될까해서 덧붙였습니다.
평창동이 부촌이라지만 골목을 걷는 맛도 있습니다.
오늘도 그림 감상하기 좋은 날이네요.ㅎ
그림엔 문외한인데 설명이 유익합니다.
아이돌가수 BTS 리더 RM 김남준이 현대미술을 좋아해서 세계 공연때든 쉴때든 꼭 미술전시장을 방문 한다는군요. 특히 우리나라 작가의 작품을 더 좋아해서 많이 구입을 하고 화보집을 학생들에게 많이 보여주라고 1억도 기부했다고 합니다. 현대미술전시장은 남준이가 간곳과 안 간곳의 차이가 많이 날 정도로 팬들의 방문이 많이 늘었다는 기사를 봣습니다.
현덕님의 자세한 소개도 그림 좋아하는 분들에겐 많은 참고가 될듯 싶습니다.
ㅎ 아주 유익한 댓글 정보입니다.
댓글이 유독 마음에 와 닿는 분이 있는데 리진님이 그렇습니다.
이 글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댓글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미술 관람도 몰라서 못 가거나 알아도 동기 부여가 없서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리진님 말씀처럼 분명 제 글을 읽고 미술관을 찾는 계기가 되는 분이 있다면 글 쓴 보람이 있겠지요.
행여 마중물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ㅎ
정성으로 올려주신 소산 박대성 전시소식
고맙습니다
"일류가 되려면 일류의 정신이 있어야 해요"
"불편을 즐기자"
경주 남산 자락에 불편당이란 작업실도,,,
박대성화가 그림을 아주 좋아하여
카스에 모셔두고 즐감합니다.
박대성화가에 대한 일화는 무척 많지요
고이병철 이건희회장이 특별히 좋아하셨다하지요.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2일로 막을 내린 장욱진 회고전을
두 번째로 8일 관람하면서 우연히 만난 분께서( 인천에서 혼자 오셨어요)
가나아트센타 박대성 화가 직접 만나서 설명까지 들었노라고,,,,
신문에서도 전시 소식을 접했는데 아직 많이 남아겠거니,
언제 가야지 하던차 유현덕님의 글을 읽고,앗차!
소중한 기회 놓칠뻔 하다 3월24일까지 소식과 교통편까지 올려주신
배려에 다시 한 번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카페에 김지원님 같은 분이 있다는 게 놀랍습니다.
저도 조금 불편하게 살아도 된다는 마음을 갖고 있기에 더욱 끌림이 가는 댓글입니다.
박화백님은 그림도 좋지만 인생에 서사가 있어서 가슴에 담게 되는 분이지요.
장애인으로 그분이 걸었을 고난의 길을 생각하면 저절로 숙연해진답니다.
저도 미루다 놓친 공연이나 전시가 자주 있어서 가능한 빨리 가는 편입니다.
제 글이 도움이 되셨다니 글 쓴 보람에 아주 기쁩니다.
늘 좋은 날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