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칼럼] 이현석 장편 '덕 다이브'에서 보는 직장 내 괴롭힘
민병식
이현석 작가는 본업이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다. 2017년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하였고 소설집 '다른 세계에서' , 장편소설 ‘덕다이브’ 등을 썼다. 2020년 제11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사진 네이버
이 작품은 작가가 의사로 일하며 실제 겪은 일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며 코로나 19가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이전까지 작가가 꾸준히 즐기던 스포츠 서핑을 하는 바다가 배경이다. 작품의 제목 덕다이브(duck dive)는 서핑에서 보더가 팔로 물을 저어 앞으로 나아갈 때 파도에 밀리지 않기 위해 파도 밑으로 다이빙하는 일을 말한다.
주인공 ‘태경’은 28세 되던 해 퇴사를 하고 발리에 거주 중이고 현재 서핑 캠프인 ‘민스서프’의 메인 강사이다. 그는 서핑의 매력에 푹 빠져 발리에 정착하고 매니저 자리를 제안 받는다. 그러나 선뜻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하는데 그 때 ‘민스서프의’ 사장은 사업 확장을 위해 웰니스 인플루언서인 ‘민다’를 섭외하게 된다. 태경은 첫 만남부터 민다가 탐탁지 않은데 다른 사람들과 웃고 떠드느라 자신의 강습에는 집중하지 않고 인플루언서라며 카메라를 들이대는 모습도 불만이다. 그런 태경에게 민다가 다가와 자신을 못 알아보겠느냐고 아는체를 한다. 이윽고 태경은 민다가 자신의 이전 직장 동료였던 ‘다영’임을 알게 되는데 둘은 종합병원의 검진센터에서 함께 일한 적이 있었다.
그 시절 다영은 간호계의 직장 내 괴롭힘인 ‘태움’의 피해자였다. 책임간호사는 유독 다영을 미워했다. 작은 잘못에도 질책 받던 다영은 어느 날부터 늘 술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얼굴로 출근하곤 했다. 결국 주변 동료들의 미움까지 사게 된 다영은 끝내 병원에서 쓰러지고 태경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다영을 보고는 크게 놀란다. 서핑을 통해 태경과 민다는 점점 가까워지지만 과거에 민다가 태움을 당하던 시절, 힘들 때 도와주지 못했던 태경은 그 기억으로 괴로워한다.
이 소설의 반전은 코로나가 터지면서부터다. 발리로 서핑캠프를 오는 사람들이 코로나로 입국이 금지되고 이곳에서 제 2의 삶을 살려고 했던 태경은 생계를 걱정하는 처지가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 다영이 그동안 태경에 대한 컴플레인을 꾸준히 해왔다는 사실을 종민을 들은 태경은 다영에게 본인이 간호사였던 시절에 방관자로서 너를 구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게 앙갚음을 하는 것이냐 따져 묻는다. 그러나 다영의 컴플레인은 소비자로써 판매자의 불친절에 있었던 것이지 과거의 일 때문은 아니었다. 이렇게 둘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면서 시간은 흐르고, 아직 파도를 제대로 읽을 줄 모르는 다영은 위험한 파도에서 서핑을 시도하다 위험에 빠지게 된다. 이때 태경은 다영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내놓고 덕 다이브를 시도한다. 그리고는 누군가를 구하는 일이 곧 자기 자신을 구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는다.
어느새 인가부터 병원 간호사들의 직장 내 괴롭힘이 ‘태움’이라는 용어로 언론에 나오기 시작했다. 어디 간호사 들 사이 뿐이겠는가. 용어만 다를 뿐이지 먼저 들어온 선임이나 상급 직원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태움’은 발생한다. 하물며 공부하는 학생들 사이에서조차 학교 폭력, 집단 괴롭힘이 발생하지 않는가. 또한 그렇게 계도를 하고 그렇게 교육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 괴롭힘 문화, 그것 때문에 피해를 받은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도 허다하다. 요즘은 직장 내 괴롭힘을 하면 갑질 신고를 통해 조사를 받게 한다. 그런데 정당한 신고를 하였음에도 그게 무슨 고자질 한 것 같은 인식이 아직도 있다. 분명이 폭력, 따돌림, 괴롭힘, 왕따 등의 악습은 나쁜 것으로 배워왔고 인간으로써 해서는 안 될 잘못임을 알고 있으면서도 계속 되풀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가. 부끄러움이 없고 죄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형제 자매가, 자녀가 그런 일들을 당했다고 생각해보라. 어느 누가 가만히 있을까. 부끄러움을 아는 인간, 참회할 줄 아는 인간, 인간다운 인간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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