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진단보다 구역지정이 문제 |
강동구 둔촌주공의 재건축 앞날에 넘어야할 두가지 산이 있다. 구역지정과 안전진단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구역지정은 주민들 뜻대로 되기 어려울 것 같고 정부에서 통과 요건을 더욱 까다롭게 하더라도 안전진단은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역지정 문제. 둔촌주공 재건축 계획안(정비계획안)이 서울시에 올라가 있다.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통과해야 정비계획의 윤곽이 잡히고 구역지정을 받는다. 구역지정은 재건축 밑그림을 그리는 것이어서 본격적인 재건축 사업의 출발점이다.
추진위는 현재 2종 주거지역을 3종으로 종상향해 기준 용적률 200%를 적용하고 최고 40층으로 지을 계획을 세웠다.
서울시 담당 부서에서 이같은 계획안에 대해 관련부서 의견을 취합했고 오는 14일이나 28일 열릴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안건으로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관련부서 의견 취합 결과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용적률을 규제하는 정부 방침과 고밀개발을 억제하는 서울시 입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과 비슷한 상황인 송파구 가락시영의 전례도 작용한 것 같다. 2종 주거지역인 가락시영이 둔촌주공과 마찬가지로 3종으로 종상향해 재건축 계획을 세웠다가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서 반려됐고 최근 다시 2종으로 계획을 세워 정비구역 지정을 받았다.
둔촌주공은 재건축기본계획상에는 2종 주거지역 기준 용적률 190%를 적용받고 12층 이하로 돼 있다. 현재 정비계획안에는 60∼70평대도 지을 계획인데 2종으로 재건축해야하면 가락시영과 마찬가지로 최고 50평대밖에 짓지 못할 것 같다. 2종으로 정비계획을 세워야한다면 기본계획상 12층 이하지만 가락시영처럼 평균 16층이 적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진단 통과는 어렵지 않을 듯
둔촌주공은 2종으로든, 3종으로든 구역지정이 돼야 안전진단을 받아 재건축 여부를 확정할 수 있다. 둔촌주공은 이미 2003년 12월 19일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한 상태다. 예비안전진단 통과 때의 조건이 구역지정 이후 정밀안전진단을 받도록 한 것이어서 정밀안전진단이 늦어진 것이다.
이는 2003년 7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으로 안전진단 기준이 바뀌었고 둔촌주공은 그 이전인 2002년 12월 예비안전진단을 신청했기 때문에 예비안전진단만 실시하고 정밀안전진단은 새 법에 따라 구역지정 이후에 하도록 한 것이다.
둔촌주공은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할 때 쉽지 않았다. 당시 집값이 불안한 상황이어서 정부나 서울시에서 안전진단 통과가 될 경우 집값 상승을 부채질할 것으로 보고 구청에 결정보류를 요청해 3∼4차례 보류됐다. 당시 서울시는 재건축보다 리모델링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어렵사리 예비안전진단을 통과했는데 정밀안전진단도 만만찮을 전망이다. 정부는 8월 25일부터 구조안전 위주로 더욱 엄격하게 만든 안전진단 기준을 시행할 방침이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이 이번 달에 구역지정을 받지 못하고 반려될 경우 8월 25일 전에 구역지정을 받아 정밀안전진단을 신청하기 어렵게 된다. 새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이다. 새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둔촌주공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구청 관계자는 “안전진단 기준은 단지 내에서 가장 열악한 동이나 곳을 기준으로 한다”고 말했다. 다른 동들이 괜찮다고 일부만 재건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은 5층짜리 저층(1,2단지)과 10층짜리 중층(3,4단지)이 섞여 있다. 그런데 저층이 조립식(PC구조)이어서 구조안전에서 불합격점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조립식은 당시 집을 빨리 짓기 위해 도입됐는데 구조안전에 문제가 많아 그 이후 퇴출된 건축공법이다. 비슷한 시기에 같은 조립식으로 지어진 고덕주공1,2단지가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하기도 했다.
한편 둔촌주공은 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다. 급매물 위주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질뿐 대체로 한산하다. 매물이 더러 있고 대기수요도 많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간 희망가격차가 5000만∼6000만원으로 크기 때문이다.
인근 LG공인 곽은경 사장은 “교육여건이 좋고 강남에서 가까워 재건축 후 입주하겠다는 대기수요가 많다”며 “31평형의 경우 시세는 8억원 정도인데 7억3000만∼7억4000만원선의 급매물 정도만 거래된다”고 말했다. 16평형이 5억5000만∼5억7000만원, 34평형은 9억원 선인데 거래는 뜸하다.
부동산중개업소들은 “3종 종상향이 안될 경우 가격이 다소 조정될 수 있겠지만 가락시영의 예처럼 크게 하락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