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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룡산(798.6m : 경남 사천) *일 시 ; 2005년 5월15일(일), 제27차RTNAH 산행(28명), 날씨(맑다. 海霧) *코 스 : 남양동-남양저수지-갑룡사(옛 비룡사)-샘터-돌탑집-도암재-암릉구간 -새섬바위-헬기장-민재봉-백천재-백천사-백운마을 주차장 *소 시 : 오전 11시 ~ 오후 4시 완료(00Km, 5시간 소요) 장영희 교수의 英美詩에 새벽시선이 멎었다. Teachers (Kevin William Huff) 선생님은.....(케빈 윌리엄 허프) Teachers 선생님은… Paint their minds 학생들 마음에 색깔을 칠하고 and guide their thoughts 생각의 길잡이가 되고 Share their achievements 학생들과 함께 성취해 나가고 and advise their faults 실수를 바로잡고 Inspire a Love 길을 밝혀 of knowledge and truth 젊은이들을 인도하며 As you light the path 지식과 진리에 대한 Which leads our youth 사랑을 일깨웁니다. For our future brightens 선생님이 가르치거 with each lesson you teach 미소를 지을때마다 each smile you lengthen(…) 우리의 미래는 밝아집니다. For the dawn of each poet 시인, 철학자, 왕의 탄생은 . each philosopher and king 선생님과 선생님이 가르치는 Begins with a Teacher 지혜로부터 시작하니까요. and the wisdom they bring. 미래의 길 밝혀주는 선생님 교사라는 직업. 어린 아이를 가르친다는 직업. 최근엔 직업수행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졌다. ‘보통의 선생은 말을 할 뿐이고 좋은 선생은 설명을 한다. 훌륭한 선생은 몸소 보여주고 위대한 선생은 영감을 준다’는 말을 소개한 섬세한 張교수의 컬럼을 즐겨 읽는 행복한 새벽은 달아나고, 잡아드는 우울함이 負債보다 무겁다. 자신은 과연 어느 지점에 머물러 있는가. 있어도, 없어도 좋은 그런 교사는 아니었던가. 지식에 앞서 지혜를, 사고를 동반한 행동을, 현실을 접목한 이상을, 균등하고 여일한 사랑을 깨우쳐주는 교사가 아닌 스승으로 남는 마지막 재직기간이 되었으면 싶다.
와룡산(臥龍山 799m ; 경남 사천시 소재)에 대한 本 산악회 카페의 개관소개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듯하다 하여 와룡이라 지명을 지닌 와룡산은 한려해상 국립공원의 중심부에 있는 삼천포의 진산이다. 남녘 해안가에 자리 잡은 이산은 높이에 비해 산세가 웅장하다. 암릉으로 이루어진 새섬바위와 상사바위, 상투바위, 형제바위, 기차바위 등 빼어난 암벽과 부드러운 억새능선길,정상부근의철쭉군락지,시원한 소나무 숲길을 함께 품고 있어 여름 산행지로 적격이다. 정상인 민재봉을 비롯한 새섬 바위에서 바라보는 다도해의 크고 작은 섬들과 푸른 바다 조망이 일품이다. 와룡사, 백천사, 백룡사 등의 암자와 절이 있다. 백천사의 臥佛이 유명하다.」 와룡산은 암벽등반과 보행등산, 그리고 화려한 능선꽃길을 갖춘 3박자 명산이다. 삼천포 인들은 와룡산 제1봉은 민재봉(798m 土峰), 제2봉은 새섬바위(794m 岩峰), 제3봉은 천황봉(天皇峰 626m 岩峰, 일명 굴바구)이라고 부른다. 한글학회 〈한국지명총람〉에 의하면 상사바위는 천황봉과 새섬바위 사이에 있는 작은 바위를 가리킨다는 지적이지만, 일반적으로 제3봉인 천황봉을 상사바위로 알고 있다. 청정해역인 남해를 향해 용틀임치는 청룡과 백룡으로 사천의 鎭山 와룡산. 사량도 지리산(397m)과 함께 사천시의 자랑으로, 독특한 산세와 철쭉은 물론 더불어 덤으로 남해 다도해의 아름다운 풍광을 맛볼 수 있는 명산이다. 와룡산은 1995년 사천시와 통합하기 전까지는 앞바다인 한려해상 국립공원과 함께 삼천포시를 상징하는 산이었다. 청룡과 백룡이 하나의 머리를 두고 다투면서 형성됐다는 이 산은 해발 798m에 불과하지만, 해발 Zero제로에서 출발하는 지형적 여건을 감안하면 1,000m급산 못지않다는 지적이다. 전형적인 육산능선과, 보석처럼 박힌 암봉과 암릉이 드리운 와룡산 전면에 펼친 남해바다를 조망하는 즐거움은 이곳이 베푼 특혜다. 카페의 개관 설명처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용이 누워 있는 모양이라 臥龍이란 지명을 얻은 이곳은 고려 태조 왕건의 여덟 번 째 이자 막내아들인 旭과 그의 아들 순(8대 현종)이 어린 시절 귀양살이를 했던 흔적이 남아있다. 욱이 조카인 경종(5대)의 두 번 째 부인 헌정왕후와 私通한 사실을 6대 왕인 성종이 알고 와룡산 기슭으로 귀양을 보냈는데, 경종은 욱과 헌정왕후 사이에서 태어난 순이 태어났을 때 헌정왕후가 세상을 떠나자 아버지(욱) 곁으로 보내져, 아버지 욱이 숨을 거둔 여섯 살이 되던 해까지 함께 와룡산 기슭에서 지낸 아픈 역사가 전한다. 이곳은 많은 사찰이 들어섰다. 와룡골 안의 청룡사와 덕룡사를 비롯해 각 골짜기에 흩어진 백천사, 백룡사, 용주사, 청룡사, 선암사, 죽림사, 와룡사 등이 남아 있지만, 구전에 따르면 팔만구암자가 있었다고 전한다. 새벽. 금요일 정오 산악보험가입자 명단에서 제외된 회원들이 많이 보였다. 달포 만에 참여한 김옥희씨, 2개월 동안 뜸했던 천영범씨, 토요일 늦은 시각에 연락을 준 김주겸씨 소개로 참여한 연성흠씨, 그리고 이옥분씨와 강영심씨 등 새얼굴이 단골회원들과 함께 새벽버스에 올랐다. 경쾌한 주행소리가 고속도로에 낙인처럼 깔린다. 몇 주 만에 김연자 총무께서 절편을 아침식사대용으로 준비하고 참여했다. 모름지기 베푼다는 사실은 크건 작건 상당히 무게와 의미가 있어서 좋다. 그리고 고마운 일이다. 여전한 사랑과 관심에 머리가 숙여지는 대목이다. 오전 8시 40분. 대진고속도로 인삼랜드 휴게소에서 김충덕(010-2776-8810)씨를 만났다. 약 1년만의 해후로 추산된다. 큰 키에 싱글거리는 미소가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다리가 불편하다는 그는 內子를 동반하지 않고 홀로 ‘강서일요산악회’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多事했던 숨은 사연을 은근하게 비치는 그와의 대화 속에 그가 겪은 지난 1년간의 시간이 읽혀졌다. 그의 표정에 실린 과거 어느 정지된 시점에 대한 실망과 애증의 흔적이 상흔처럼 남아있다. 늘 지껄이는 얘기지만 산꾼은 외나무다리에서 遭遇하는 확률이 높다. 남에게 아픔을 주거나 앙금을 남기지 않는 처세가 절실하다. 그리고 우리들은 廉恥라는 쉬운 단어를 너무도 잊고 산다. 만개한 조팝나무와 아카시 나무 꽃향기로 고속도로변은 눈시울이 시큼해 눈물이 나올 정도로 화사한 오전이다. 5월의 허리를 자르는 오늘이다. 세월의 흐름은 무상 그대로다. 맑은 날씨를 맞아 사방을 두루 관망하는 오늘산행은 분명 하늘의 시혜다. 삼천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사천시. 삼천포는 1956년 사천군에서 삼천포시로 분리되었다가 1995년 다시 사천시로 통합되어 그 이름을 잃었으나 지금도 삼천포라는 이름을 더 친근하게 사용하고 있다. 삼천포를 떠올리면 '잘나가다가 삼천포로 빠진다'는 말을 남겼는데, 이는 제대로 가다가 엉뚱한 길을 갈 때 흔히 쓰는 卑俗語다. 이 말의 유래가 재미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옛날 삼천포에는 진주에서 연결된 철로가 있었다. 이 철로를 다니던 기차에는 서울에서 진주까지 내려오는 사람이 많았는데, 밤늦게 서울에서 기차를 탄 진주 손님이 깜빡 졸다 보면 종점인 삼천포까지 타고 온다는 것이다. 그 때 진주에서 내려야 할 손님이 혼자말로 "잘나가다 삼천포로 빠졌다"라고 중얼거리면서 생겨났다는 유래다. 와룡산(臥龍山)은 하늘에서 보면 누워 있는 용의 형상을 하고 있기도 하고, 거대한 용이 머리와 꼬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이라 그렇게 부른다. 화사한 신록의 5월이다.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 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오, 찬란하다. 자연의 빛. 해는 빛나고 들은 웃는다. 나뭇가지마다 꽃은 피어나고 떨기 속에서는 새가 지저귄다. 넘쳐터지는 가슴의 기쁨, 대지여, 태양이여, 행복이여, 환희여, 사랑이여, 사랑이여, 저 산과 산에 걸린 아침 구름과 같은 금빛 아름다움 그 기막힌 은혜는 신선한 들에 꽃 위에 한가로운 땅에 넘친다." “May Is…(Maude M. Grant) 5월은…(모드 M 그랜트) A blue sky shot with sunbeams, 햇빛 번지는 푸른 하늘 Green shadows ‘neath the trees, 나무 밑의 녹색 그림자 The caroling of many birds, 숱한 새들의 노랫소리 A gentle, soft, warm breeze. 부드럽고 따뜻한 미풍 The fruit trees all in blossom, 꽃피는 나무 하나하나 청순한 푸름의 계절 Pale pink and pearly white, 연분홍, 진주 빛 흰색 꽃 The lilacs waving purple plumes, 만발한 과일 나무들 A truly gorgeous sight. 보라색 구름 흔드는 라일락 Each flowering shrub a beautiful 진정 아름다운 모습이어라. Gigantic sweet bouquet, 커다랗고 아름다운 꽃다발 In the month of birds and flowers, 새들과 꽃들의 달인 Fragrant, lovely, merry May. 향기롭고 아름답고 즐거운 5월에.“ 前者는 피천득의 수필 <오월>에서, 中者는 괴테의 시 <5월의 노래>에서, 後者는 모드 M 그랜트의 <5월은…>에서 각각 발췌한 부분이다. 피천득님의 5월은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이며, 詩聖 괴테의 5월은 너무 찬란해 감히 쳐다보기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모드 M 그랜트의 5월은… 잔잔한 5월이다. 우리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세 분의 표현이 아니라도 분명 5월의 오전은 눈이 부시도록 아름답고 찬란하다. 너무도 아름다운 5월이기에 많은 카렌다에는 기념일들이 경쟁적으로 올려있다. 5월 1일 노동자의 날을 비롯해서, 5일은 어린이 날, 8일은 어버이 날, 15일은 석가탄신일이자 스승의 날, 16일은 성인의 날, 19일은 발명의 날, 19일은 발명의 날, 25일은 방재의 날, 31일은 바다의 날 등으로 평균 3일에 한 번 꼴로 찾아드는 기념일이다. 釋迦誕辰日인 오늘 산꾼에겐 다소 비좁은 날이 되겠다 싶다. 사찰을 찾아든 불자들의 행렬이 만만찮기 때문이다. 석가탄생일을 초파일(初八日)이라고도 한다. BC 563년 4월 8일(음력) 해뜰 무렵 북인도 카필라 왕국(지금의 네팔 지방)의 왕 슈도다나(Suddhodana)와 마야(Maya)부인 사이에서 태어났다. 경(經)과 논(論)에 석가가 태어난 날을 2월 8일 또는 4월 8일로 적고 있으나, 자월(子月:지금의 음력 11월)을 정월로 치던 때의 4월 8일은 곧 인월(寅月:지금의 정월)을 정월로 치는 2월 8일이므로 음력 2월 8일이 맞다고 하겠다. 그러나 불교의 종주국인 인도 등지에서는 예로부터 음력 4월 8일을 석가의 탄일로 기념하여 왔다. 한편 1956년 11월 네팔의 수도 카트만두에서 열린 제4차 세계불교대회에서 양력 5월 15일을 석가탄신일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음력 4월 초파일을 석가탄신일로 기념한다. 인간생활에서 겪어야 할 모든 桎梏에서 해탈하는 생활인이 되도록 기쁜 가르침을 준 부처의 탄생은 인류에겐 더없는 행운이며 행복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다 행복하라고 일갈한 가르침, 건강보다 더 큰 은혜는 없으며, 知足의 마음보다 더 귀중한 것이 없다는 <法句經>의 말씀에 한 번쯤 귀를 모아볼 때다. 11시 00분. 와룡산은 선두리더 양경태대장님의 고향이다. 사실 그의 고향은 통영 사량도이지만, 삼천포를 근거지로 성장했으니 고향이나 진배없다는 얘기다. 자세한 지리적 사정에 밝은 그가 있기에 행보는 든든할 수밖에 없다. 사천IC를 빠져나온 지 20분 만에 남양동파출소 앞에 버스가 멎었다. 남양교 작은 다리 앞 동서로 흐르는 남양천을 우측에 두고 아스팔트 포장 소로를 따라 용주사-갑룡사 방면으로 동향했다. 남양교회 앞을 지나 5분 거리의 남양(임내)저수지 방죽 아래 주차장에 닿았다. 초여름 태양에 달궈진 아스팔트 열기가 화끈하게 복사되는 지금 전신은 이미 축축해진 상태다. 저수지 둑 위에 올라섰다. 길섶에 핀 야생초가 빚은 꽃들이 제각기 아름다움을 뽐낸다. 애기똥풀, 찔레꽃, 가시엉겅퀴, 땅비싸리, 노인장대, 마, 장딸기 흰색 꽃과 망석딸기 붉은 꽃, 꽃마리, 번행초, 살갈퀴, 씀바귀, 서양민들레, 떡쑥, 지치, 제비꽃, 냉이, 소리쟁이 등이 아카시 꽃향기 아래 제자리를 안고 있다.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따라 깊숙하게 들어갔다. 임내교 앞 갈림길이다. 좌측은 예비군 훈련장-갑룡사으로, 우측은 돌담집 방향이다. 우측 시멘트 포장도로 오르막이다. 좌우 길섶에 해송군락과 산록이 자리잡은 오르막 역방향에서 가슴에 ‘부처님 오신 날’이란 조화를 달고 많은 주부신자들이 내려오고 있다. 뜨거운 태양열이 내려쬐는 초여름 기온은 상상보다 뜨겁다. 11시 18분. 두 번째 갈림길이다. 좌측은 용주사 길이다. 조그마한 계곡 가에 관음도량인 용주사가 포근하게 자리 잡고 있다. 우측 약불암 방향으로 올랐다. 범림사 앞에서 좌측 포장소로로 접었다. 세 번째 만나는 갈림길이다. 좌측은 갑룡사-새로할매집-원불교수련원 방향이고, 우측 숲 입구에 달린 리본을 따라 방향을 잡았다. 사찰마다 쏟아내는 염불소리가 기독교의 성탄절만큼 어지럽고 혼란하다. 어느 회원의 이야기다. “명절을 생일로 타고 난 사람 대부분은 어렵게 이승을 살아가더군요. 기가 센 날에 태어난 죄라서 그런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일입지요.” 후미에 처진 거구의 이옥분씨. 김포초교 제54회 졸업생으로 동기동창들(최영복-이완원-이영옥-이옥분씨 등)을 따라 처음 참여한 오늘이다. 점차 많아지는 김포초교 54회 동기생들이다. 이러다가 동문산악회가 되지 않겠냐는 너스레지만 싫지 않은 이야기다. 이옥분씨(일명 ‘할매’)의 행보가 어둡다. 거북꼬리, 억새, 꿀풀을 바라보며 인동장씨 묘소를 지난 시각은 11시 27분이다. 이어 묘비가 없이 잡초 무성한 묘지1기 지점을 통과했다. 비로소 산냄새가 코끝에 감돌기 시작하는 송림지대다. 오리나무 개옻나무, 국수나무, 세모래덩굴, 청가시덩굴과 感蟲된 나무를 짧게 잘라 어린아이 무덤규모의 둥우리가 5~6곳이다. 다른 수목에 감염예방을 위해 비닐로 감싼 곳을 지나면 이내 시눗대 군집지대다. 11시 36분. <민재봉 4.8km> 갑룡사 연등이 기다랗게 이어지고, 암자마다 기계에 실린 염불소리가 소음에 가깝다. 부처님이 오신 날치곤 아주 요란한 오전이다. 우측 아래 터를 잡은 갑룡사는 웬만한 대찰 못지않게 너른 敷地지만 경내의 당우는 생각보다 적다. 남양동사무소에서 갑룡사까지 약 2.5km 구간이다. 고리샘 터가 있는 돌탑집(농주, 도토리묵, 파전 판매) 앞에서 목을 축이는 사람들이 늘어서 있다. < 와룡산 108탑> 石碑 뒤편에 갯수확인은 못했지만 눈짐작만으로도 108개 쯤 될 크고 작은 돌탑들이 들어차 있다. 돌탑집 주인인 박종만(64)씨가 8년간 노력한 결실이라 소개다. 돌탑집 뒤에는 부처님이 모셔져 있는데, 그 주변에 엄청난 크기의 돌탑 108여기가 밀집해있다니 놀랄만한 장면이다. 포장도로 오르막이다. <와룡산 등산로 입구> <봉축, 내마음 부처님 같이, 약수암> 이정표와 프레카드가 걸린 지점을 오르는 이마엔 주체하기 힘든 땀이 흘러내린다. 11시 42분. 약수암 아래 우측으로 <등산로→>란 표지를 따라 너른 마당을 가로 지르면 본격적인 등로다. 오늘 연등을 매단 신도들의 주소와 이름을 낭독하는 스피커에서 투박한 영남악센트일색인 여승의 리듬을 탄 목소리가 여간 귀에 거슬리는 게 아니다. 최영복 이사께선 만신이 뇌까리는 소리같다고 투덜거린다. 비구건 비구니건, 목사건 신부건 낭낭하고 낭착낭착한 음성으로 염불이나 설교를 해야 신도들이 많이 모이는 게 아닌가 싶은데, 이곳 약수암 여승의 음성은 이런 점에서는 절반 이상 신도를 깎아먹는 게 아닐까 생각해봤다. 도암재를 향해 올라가는 솔잎이 깔린 완만한 오르막이 점차 가파르게 변한다. 직장문제로 불참한 홍기오 후미 리더를 대신하여 오늘도 당연한 후미리더다. 남도의 가시나무 새잎, 단풍나무, 산딸기나무, 졸방제비꽃, 산괴불주머니, 산수국, 청미래덩굴과 밀나물 잎이 산뜻한 전나무 숲 오르막에 처진 후미그룹이다. 예상대로 이옥분씨가 드디어 등반을 포기한다며 백기를 든 시각은 정오가 조금 지난 12시 3분이니, 등반 시작 약 1시간만의 다운이다. 동기동창 이영옥씨와 같이 내려가는 좋겠냐는 최영복이 권유를 선뜻 받아들인 그네가 안타깝다. 그들을 떨구고 도암재를 향한 잰걸음이다. 돌양지꽃, 오이풀 냄새를 맡으며 도암재를 향한 발 빠른 행보에 탄력이 붙는다. 11시 8분. 무덤 1기를 지나 도암재 50m 아래 지점에서 휴식하고 있는 최윤영-홍영미-천영범-김옥희씨등과 합류해 야영장으로 활용되는 널찍한 잔디밭 도암재에 올라섰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 도암재는 석탄일답게 북적거리는 山市다. 넉넉한 햇살 쏟아지는 개활지로 둥실한 언덕을 이룬 송림지대 안부 중앙의 이정표가 사방을 통하는 길을 일러준다. < 민재봉 2.3km > <죽림동(3km), 와룡골(1.4km), 새섬바위(1km), 상사바위(0.7km), 수정굴(약 1.5km)> 동으로 와룡동, 서로 죽림동, 남으로 상사바위봉, 북으로 새섬바위지나 와룡산(민재봉), 왼쪽 사면길은 수정굴 등 多 갈래 로터리다. 도암재 야영장에서 남쪽으로 0.28km 지점에 거대한 암벽을 이룬 바위 봉우리 하나가 우뚝하다. 그 유명한 상사바위(625m)다. 부모의 반대로 부부의 연을 맺지 못한 젊은 남녀가 떨어져 죽었다는 남녀 각각의 입장에서 다룬 러브스토리를 간직한 곳이다. 다른 한 가지는 한 처녀를 짝사랑하던 총각이 마침내는 상사병으로 죽고 말았는데 그 죽은 혼이 뱀으로 태어나서 사랑하던 처녀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처녀의 부모와 주위 사람들이 달려들어 아무리 떼어내려 해도 떨어지지 않자 처녀는 결국 이 상사바위로 올라와서 뱀과 함께 떨어져 죽고 말았다고 한다. 총각을 짝사랑하던 처녀가 상사병으로 죽었는데, 그 죽은 영혼이 뱀으로 태어나 상사병에 걸린 다른 처녀에게 달라붙어 처녀의 부모가 아무리 구슬려도 떨어지지 않았다. 급기야는 상사바위로 데리고 가 말을 듣지 않으면 저 바위 아래로 떨어뜨려 버린다고 협박도 해 보았지만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처녀 어머니가 독한 마음을 먹고 자기 딸을 바위에서 밑으로 밀어버려 처녀는 뱀과 함께 죽었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사량도 옥녀봉의 전설처럼 깎아지른 바위와 남녀간의 섹스가 승화하거나 도착된 의미로 전환된 내용을 곱씹어 보면 유사한 공통점을 발견한다. 인수봉을 연상하듯 두부모처럼 천인단애의 수직절벽 벼랑을 이룬 상단부 사면(斜面)에 걸쳐진 암면은 뱀비늘을 연상케 하는 기이한 무늬의 節理로 이뤄졌는데 어쩌면 상사바위의 悲戀을 오늘의 우리들에게 실증하고 있는 셈이다. 상사바위는 원이름이 천왕봉지만, 천왕봉보다 상사바위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상사바위는 경남 암벽등반의 메카로 암벽마니아들의 훈련장이다. 너른 평지인 도암재는 이들의 앞마당이고 야영지다. 논스톱으로 도암재를 뒤로 하고 새섬바위를 향하여 가파른 된 오르막이다. 붉나무, 00나무, 꼬리수영, 생강나무, 진달래, 소사나무 신록이 한창 무르익어간다. 12시 19분. 로프가 이어진 오르막에서 앞서가던 임병기씨 부부와 만났다. 나무에서 자벌래가 거미줄처럼 생긴 투명끈을 타고 지상으로 떨어진다. 사람의 머리나 복장에 붙어 기어 다니는 모양을 목격한 주부들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외마디를 지른다. 12시 26분. 바위전망대에 섰다. 정남쪽은 상사바위가 가려있고, 그 좌측 삼천포항 방면에 와룡저수지와 화력발전소 굴뚝이 해무에 섞여 뿌옇게 비친다. 슬랩지대와 돌축대 지점을 지나면 작은 돌탑 10여기가 서있는 너덜지대다. 되돌아보니 정면에 상사바위가 눈 아래 서있다. 도암재에서 새섬바위까지는 1km 거리에 불과하지만 가파른 능선길은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든다. 12시 40분. 숲길을 따라 10여 분 오르면 너덜지대에 다다르고 이어 10분쯤 더 오르면 망바위 안부, 다목적표지판과 이정표가 선 전망대 망바위 암봉이다. <119조난위치번호 사천-1, 055-119 경남소방본부, 도암재 0.5Km ↔ 칼바위 1.0Km> 바위봉 전망대에 올라서자 시야가 탁 트인다. 안부 오른쪽에 튀어나온 망바위는 상사바위를 포함한 와룡산 남사면의 경치를 비롯해 삼천포항 일원이 한 줌에 잡히는 곳이다. 전망대바위에서 내려다 본 상사바위가 조막손만 하고, 그 뒤로 사천(삼천포) 시내와 삼천포 앞바다가 海霧로 답답한 정경이다. 모처럼 진주라 천리 길을 찾아온 일행들에겐 다소 섭섭한 조망이다. 리아스 식 해안을 따라 무질서속의 질서를 이룬 다도해---사량도를 비롯한 수우도, 그리고 멀리 욕지도는 물론 남해를 연결하는 창선대교와 남해대교가 해무 아래 잠들어 있다. 한려수도의 그 아름다움이 반감한 지금이 다소 불만이다. 그래도 좌우 산록은 선명했다. 동쪽 계곡으로는 와룡저수지와 와룡마을, 그리고 산림 속에 묻힌 청룡사가 깔끔하다. 계곡을 사이에 두고 동쪽 건너편 능선에서는 기차모양을 한 기차바위가 눈에 띈다. 양쪽 산줄기를 거느리고 있는 와룡산 정상인 민재봉의 후덕함이 편안하게 들어온다. 좌측으로는 북바위산 북편으로 백천저수지와 백천사가 한눈에 잡힌다. 여기서 보이는 새섬바위는 북한산 인수봉처럼 ∧자 암봉이다. 진철쭉이 선을 보이는 지점이다. 앙증맞은 소사나무 새순의 윤기를 만지작거리며 돌탑군락지대를 지났다. 망바위를 지나면서 산길은 다소 까다로워진다. 안부에서 왼쪽 사면길로 들어서면 45도 경사의 왼쪽 사면길이다. 슬랩암반지대다. 발밑은 수십m의 벼랑길 좌측 바위의 절리를 따라 철봉을 박아 만든 쇠난간이 설치되어 있지만 경계심이 필요하다. 다시 밧줄을 잡고 올라서는 능선은 자못 험하다. 산조팝나무 꽃이 박꽃처럼 환하다. 남해와 산록의 저수지를 조망하던 일행들간의 대화다. 사실 多道에 갇힌 남해 일부가 큰 저수지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저수지가 자라서 큰 바다가 된 모양이지요.” 오후 1시 6분. 다목적 표지판이다. <사천 1-다, 새섬바위 0.9Km> 암봉을 돌아 새섬바위에 이르는 칼바위 암릉이 이어진다. 오늘 산행의 하이라이트인 암릉구간은 계룡산에서 만난 자연성릉의 복사판이다. 밧줄을 타고 암벽 옆을 가로질러 등날에 오르면 스릴은 둘째 치고 자연이 빚어낸 그 오묘함에 경탄한다. 암릉을 타고 불어오는 갯바람을 직접 맞는 시원함이란 문자의 표현으로도 턱 없이 부족하다. 전면에 바라보이는 새섬바위 암릉의 아름다운 선경에 현훈이 일어난다. 이후 산길은 바위 옆으로 가로지르다 등날로 올라서면서 새섬바위 정상으로 이어진다. 새섬 바위봉 초입이다. 와룡산에서 만난 세 개의 바위봉--- 상사바위봉, 칼바위봉, 새섬바위봉---이 오늘의 압권이다. 그 중 새섬바위봉을 白眉로 친다. 해남의 달마산을 많이 닮았다고 하는 새섬바위봉은 봉우리를 밟았을 때보다 아래에서 올려다 본 맛이 眞髓라 하겠다. 새섬바위와 민재봉을 잇는 철쭉능선 우측 사면과, 민제봉과 백천재를 잇는 능선 남쪽 사면에 군데군데 상하로 펼쳐진 너덜지대가 깊은 상처처럼 보인다. 1시 15분. 암릉의 종착점인 새섬바위(797m)에 올랐다. 새섬바위. 먼 옛날 천지개벽이 일어나 삼천포 일대가 물에 잠겼을 때 유독 새 한 마리가 앉아 있을 정도의 터만 남아 있었다 하여 새섬바위로 불린다. 삼천포의 아버지가 와룡산이라면, 어머니는 남해바다라는 어느 시인의 표현이 실감되는 지점이다. 새섬바위(794m)는 정상인 민재봉보다 1.6m가 낮아 정상의 자리를 내주고 와룡산 제2봉으로 머물러 있지만 그 자태는 이 주변의 모든 봉우리를 압도한다. 두 곳의 형세로 보아 오히려 민재봉보다는 새섬바위가 와룡산을 대표한다고 해도 무난하다는 생각이다. 좌측 서쪽으로 뻗은 능선을 따라 1Km 지점에 북바위l(689m)가 눈 아래다. 북서쪽 골짜기에 덕골저수지와 백천사가 자리잡고 있는 모습이 내려다보인다. 산을 둘러싸고 남양저수지, 와룡저수지, 덕곡저수지, 백운저수지, 용지저수지, 구룡저수지 등, 쪽빛 수면이 신록과 어우른 아름다운 조화다. 시야는 보이는 그대로 일망무제다. 망바위에서 바라본 조망과 다른 맛이다. 민재봉에서 우측으로 기차바위-거북바위-용두봉을 잇는 기다란 능선이 弧를 그린다. 양대장님 표현대로 산꾼들의 코스라 불릴 정도로 서울을 출발한 당일 산행으로는 시간상으로 버겁다. 산자락 아래 사천시가지와, 산록을 끼고 자연적으로 발달한 마을을 형성한 아담한 농가들, 그리고 마을과 시가지를 연결하는 작은 도로들이 모항을 따라 모두 바다로 향하고 있다. 사천만을 훑고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온 시원한 바람 이 전신의 땀을 씻는다. 사량도, 수우도, 창선도, 남해섬, 그리고 거제도, 멀리 가물거리는 욕지도, 다도해 한려 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이 다도해란 명성답게 파랑에 일렁인다. 새섬바위봉을 지나면서부터는 포근한 육산능선이 얕은 내림이다. 그러다가 민재봉을 향해 밋밋한 곡선을 그리며 소리없이 솟아오른다. 우리는 지금 철쭉능선이라고 불리는 와룡의 등을 밟으며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철쭉은 전성기를 지난 끝무리다. 일주일 정도 앞당긴 산행이었으면 하는 아쉬움이다. 염려는 했지만 그간 운동시간 할애가 부족했던 임병기씨의 두 다리에 경련(쥐)이 겹쳐 휴대용 벌침세례를 두 차례 받았다. 등산 전 좌측 대퇴부 뼈에 통증이 심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지만 이렇게 심각할 줄은 예상 밖이다. 상황을 어둡게 생각했으나 잠시 휴식을 취하고 보니 그런대로 견딜 만 한 모양이다. 시원한 행보가 될 리 없었지만 불안하게 보였다. 고통스런 표정을 바라보는 內子의 걱정스런 꼬리말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그의 빠른 재기를 빈다. 시각적으로 가깝게 보이는 주봉 민재봉이지만, 실제 거리는 1.6㎞다. 한창때라면 가슴 높이까지 자라난 철쭉의 군락이 능선을 물들이고 있을 것이다. 돌양지꽃, 철쭉군락에 가려진 큰꽃으아리, 노린재나무 흰꽃이 널린 능선이다. 비록 제철은 지났지만 연초록 잎새와 분홍꽃잎이 어울린 능선은 아직은 殘光으로 그 위세가 만만치 않다. 자연이 만들어 낸 산상의 화원은 곧 새로운 꽃들로 대체될 것이다. 자연은 이렇게 제자리를 비켜 설 줄 아는 지혜로 상생하고 있다.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서 말이다. 1시 44분. 억지로라도 태연한 체 하는 임병기씨 내외와 함께 걷는 평범한 능선이다. 새섬바위와 민재봉 능선 중간 우측으로 수정굴 갈림길이 열려있다. <새섬바위 0.96Km ↔ 민재봉 0.7Km, ↓수정굴 0.3Km> 수정굴 갈림길에서 계속 능선을 따르면 민재봉(0.7km)으로 올라서고, 좌측 민재봉 북서릉 동사면 해발 약 550m 지점에 위치한 수정굴 코스는 우측사면으로 내려서 첫 번 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다 두 번 째 갈림목에서 왼쪽 능선길로 내려서거나, 혹은 첫 번 째 갈림목에서 곧장 내려서다 역시 두 번 째 갈림목에서 오른쪽 사면을 가로지르는 길을 따르면 된다는 소개다. 1990년까지 수정을 캐내던 곳으로 현재 16개의 굴 입구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굴 안으로 들어가면 갈래 친 여러 개의 굴과 수정을 캐낸 흔적을 볼 수 있다는데 시간상 거쳐 갈 수 없음이 유감이다. 1시 53분. 60평 너비의 헬기장이다. 많은 등산객들이 헬기장을 중심으로 그늘아래에서 행동식을 즐긴다. 서북쪽을 봉우리로 가려있고 나머지는 터진 헬기장은 야영장으로도 적격이다. 손을 뻗으면 곧 잡힐만한 거리의 정상이 눈썹 끝에 걸려있다. 민재봉을 향한 편안한 수평능선엔 큰 나무는 없고 여전한 철쭉나무만이 군락이다. 철쭉나무 사이로 억새가 보이고 앞서가는 일행들의 행보가 천상의 거리를 遊泳하는듯 하다.
2시 2분. 土峰인 와룡산 민재봉이다. <臥龍山 민재봉(旻岾峰) 799m> <표고 798m 민재봉> <삼천포 21, 1991 재설> <용두마을 6.3Km, 백천사 1.3Km, 새섬 1.6Km> 자연석으로 세운 정상 표지석과 대리석으로 만든 정상표지석, 그리고 삼각점과 목사각기둥 꼭대기에 날개처럼 달린 이정표다. 자연석 표지석의 민재봉의 재자를 <岾>자로 새겨있는데 일행 누군가로부터 무슨 글자냐는 질문을 받았다. 기억으로는 고개 점(岾)자인데 ‘재’자로 새겼으니 알 길이 없다. 내가 모르는 사실 확인을 위해 사천시 문화원에 한번 문의해 볼 사안이다. 선등한 일행 전원이 북쪽 나무그늘아래에서 정상주를 곁들인 행동식을 즐기고 있다. 많은 등산객들이 붐비는 성시다. 100여 평 이상의 와룡산 민재봉은 그저 닳아빠진 봉분처럼 두루뭉실한 육산봉우다. 따라서 사방을 돌아보려면 지점을 바꿔 이동해야 가능하다. 그러나 전망만은 빼어나다. 서쪽으로 향로산-무룡산-수태산-구절산-벽방산 능선이 바다 저편에 보이고 맑은 날에는 지리능선도 한눈에 들어온다는 소개다. 남쪽 삼천포 앞바다의 크고 작은 섬들이 한려수도와 저 멀리 하동-노량과 남해대교가 운무아래이고, 한려수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남해도에서 거제도에 이르는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다도가 구독점보다 정확하게 자리를 틀고 있다. 북쪽으로는 구룡산(389m)-아구산(378m) 너머로 사천벌이 펼쳐있다. 발치 아래 동쪽으로는 기차바위-와룡재-용두봉 능선과 그 아래로 와룡저수지와 청룡사가 앉은 계곡이 선연하다. 민재봉에서 보면 와룡산이 용이 머리와 꼬리를 맞대고 있는 형상임을 확인할 수 있다. 민재봉과 새섬바위 그리고 남쪽 눈앞의 기차바위가 용의 등줄기, 상사바위가 꼬리, 그리고 안테나가 서있는 용두봉이 용의 머리에 해당한다는 얘기다. 와룡산 주변 사찰이름에 ‘용’자가 들어간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게 아니다. 2시 12분. 단체사진을 마련하고 하산코스로 접었다. 민재봉 정상에서 백천재까진 줄곧 가파른 내리막이다.
2시 16분. 민재봉 삼거리다. <진문계 2.5Km, 백천재0.9Km, 민제봉 0.3Km> 갈림목에서 우측은 진문계로 떨어져 1016번 지방도로로 내려가고, 좌측은 백천재로 떨어진다. 애기나리 군락지와 가시나무 숲을 지나 울창한 소나무 내리막이다. 서커스 그네를 탄 곡예사처럼 투명한 거미줄을 타고 아래로 늘어진 수많은 자벌레가 머리와 배낭, 그리고 복장 어디를 가리지 않고 묻어있다. 소스라치게 놀라는 김정림씨 목소리가 내리막을 적신다. 후미에 선 조희순-김연자씨와 這間의 얘기를 나누는 시간도 가졌다. 예민한 시간을 벗어난 오늘이다. 2시 28분. <사천 2-다. 연락처 055-119> 깊숙한 내리막이다. 오늘 산행을 역으로 올라오는 경우를 오영삼-조낙연씨에게 물어봤다. 역산일 경우엔 민재봉-상사바위-도암재에서 와룡동으로 내려서야 계류를 만나는 편안함이 있다. 密生한 소나무마다 영양상태가 부실하다. 앞서가던 일행 중 누군가 소나무에이즈인 재선충의 피해를 걱정스럽게 이야기한다. 재선충은 남부지방은 물론 중부지방까지 침투하고 있다는 보도다. 지구 온난화에 따른 생태계의 변화는 바다와 육지를 가릴 것 없이 황폐화의 길을 걷고 있다. 지구의 종말인가? 2시 42분. 백천재에 내렸다. <하늘먼땅 4.8km, 봉수대 6.5km ↔ 민재봉 1.3km, ↓백운마을 2.7km> 비상시 이용되는 무인경보 철주 시설물과 이정표가 서 있다. 백천재에서 곧바로 능선을 따르면 안점봉화대를 거쳐 용현면 신복리 3번 국도변의 용남중고등학교 앞으로 내려선다. 장거리 능선산행을 즐기는 등산인들의 코스다. 당초예정이었는데 접어두기로 했다. 제시간에 댈 수 없는 사정 때문이다. 아까부터 대열에서 보이지 않는다는 김자연씨의 행방을 염려하는 일행들을 먼저 좌측 백천계곡 방향으로 선도하고 바닥표지를 깔아두었다. 막 피어나기 시작한 애기나리군락지대를 지나면 이내 커다란 바위로 꽉 찬 너덜지대를 만난다. 마치 바둑의 死石처럼 널린 너덜의 시원에 대한 이야기를 흘리는 이충식씨의 이야기가 내릴 즈음 완만하고 너른 숲길을 맞는다. 半生半死의 소나무들의 고통을 바라보는 마음이 씁쓸하다. 사천 와룡산에는 유달리 녹나무과 생강나무가 많지만 신록의 오늘은 자벌레 또한 극성이다. 어느덧 귓전을 흔드는 백천계곡의 계류소리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한적한 오솔길이 피로를 잊게 해줄 정도로 편안하다. 민재봉에서 발원하는 백천계곡은 와룡산에서 가장 아름답고 수량이 많은 골짜기로, 백천재를 거쳐 북릉을 타고 민재봉으로 이어지는 코스는 민재봉 최단 등로로 특히 여름철 찾는 이가 많다고 한다. 송림 사이 길섶에 열린 태양빛을 받으며 자라고 있는 은대난초 몇 송이가 막 망울이 터지기 직전이다. 2~3일이면 아름다운 꽃을 만날 수 있으리란 짐작이다. 너른 수평길을 따라 내려가는 낭만의 길이다. 3시 3분. 시멘트 포장도로를 만나는 얕은 경사의 내림이다. 이어 좌측 계곡방향으로 백천송어가든(055-834-4798)이 보이고, 여기서 목와불이 모셔져 있는 백천사까지는 25분 정도 거리다. 초여름을 능가하는 高溫이다. 3시 10분. 백천계곡을 흐르고 내리는 땀씻이 하기 좋은 지점이다. 이미 다른 등산객들과 뒤섞여 일행들이 계류네 발을 적시고 있었다. 수온도 적절했다. 3시 25분. 백천사를 향한 포장도로상의 이동이다. 뒤돌아 본 정상과 우측의 안점봉화대-용현면 용남중고등학교를 연결하는 능선을 바라보며 내려가는 포장도로가 뜨겁다. 백천사를 지나 백룡사 입구에 먼저 내려간 이완원씨의 걱정스런 전화를 받았다. 대열에서 이탈한 당혹감이었을까. 3시 40분. 백천사 앞 주차장이다. 석탄절을 기리는 신자들보다 더 많은 각종차량들이 주차장을 메운 상태다. 사찰측에서 고용한 차량질서요원의 리더가 곳곳에서 땀을 흘리는 모습이다. 백천사 약사와불전 내에도 대형 와불을 참례할 기회다. 비스듬히 팔을 괘고 있는 이 와불은 7년 전에 조성됐는데, 길이 13m, 높이 3m로 중국에서 들여온 거대한 소나무를 부처님 형상으로 조각, 도금했으며 그 안쪽에는 나무를 깎아내 몸속법당을 만들어 부처님을 모셔 놨다는 소개다. 그래서 각각 목와불(木臥佛) 또는 와불몸속법당이라고 불린다. 중국의 낙산대불이 그랬듯이 백천사의 목와불과 와불몸속법당 내 부처님도 아마 불력으로 와룡산 및 한려해상공원을 찾는 사람들의 안녕을 기원하고 있으리라. 하산 예상시간이 훨씬 지나 조절을 위해 부리나케 주차버스지점으로 이동했다. 김성현 기사와 연락이 있었다. 먼저 당도한 일행 중에 김자연씨가 있음을 확인했다. 백천저수지 接道지점이 버스주차장이다. 김기사의 불만스러운 표정이 그의 풍성한 몸체만큼 부어올라 있다. 백천사 소형차 주차장까지 버스가 올라오라는 재촉을 받았는데, 이곳에서 차량통제요원이 제지하고 있는 사정도 모른다는 대강 이야기를 폭포처럼 쏟아낸다. 불만의 요소가 상당하다는 것은 이해되지만, 긴 시간으로 이어감은 적절한 행동이 아니다. 계약에 의한 서비스정신이 우선이다. 일천한 그의 관광버스 운행에 새로운 분발과 인내를 기대해 본다. 朝三暮四식 사고에 대한 생각이 필요하다. 그리고 차량이동문제에 대해선 다른 회원이 왈가왈부하는 사례가 없어야겠다. 현지사정이 그때그때마다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4시 00분. 백천저수지 백운동은 임진란 때 승병들이 왜적과 싸워 물리쳤다는 기록이 전하는 곳으로, 지금은 거대한 와불이 봉안돼 있는 백천사와 함께 관광지로 유명하다. 남양동-남양저수지를 출발해 고리샘-대암재-망바위-상투바위-베널바위-새섬바위봉-와룡산정상-백천재-백천계곡-백천사를 지나 백운마을 주차장에 이르는 9Km 거리에 5시간이 소요됐다. 예상보다 약 30~40분 늦어졌다. 하산이 완료된 4시 3분, 식당을 향해 출발했다. 식당문제는 오전 하행시 양대장의 누이동생과의 연락을 통해 그네의 소개로 삼천포항 내 ‘갈매기식당’에 예약해 둔 상태다. 큰아들의 귀향을 맞아 누이동생을 대동하고 백천사 경내까지 방문한 母心이 佛心만큼이나 거룩하다. 오후 4시 40분. 식당에 들었다. 양대장이 직접 노친네와 누이동생을 일행들에게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고, 즐거운 식사시간을 가졌다. 곱게 늙으신 얼굴에 묻어있는 그네의 지난 생애 흔적을 조용하게 읽었다. 미인형의 누이동생 표정 또한 해맑고 곱상했다. 다시 한 번 <모심=불심>이란 등식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고마운 가족애가 싱그러웠다. 어떻든 어머니를 일행들과 인사를 나누는 기회를 얻은 ‘인간 양경태’씨는 무엇보다 행복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기회를 잃은 사람들과 비교하면 얼마나 영광스런 일인가. 5시 50분. 아쉼을 떨치고 식당을 떠난 시각이다. 식당에서 과음한 김옥희씨의 헤프닝도, 그리고 산행 도중 육체적 고통을 겪었던 회원도, 또 오늘 산행을 위해 음양으로 협조한 모든 회원들의 사랑이 한 솥에 용해되는 귀경길은 예상보다는 순조롭다. 날씨와 술과의 상관관계에 관한 소개다. 눈이 많이 올 경우엔 소주와 양주매출이 맑은 날 보다 22%, 41% 증가한다. 반면 흐린 날씨나 우천시엔 15%, 19% 가량 덜 팔린다. 맥주는 구름이 많이 낀 날은 16% 매출이 증가하나, 흐린 날씨엔 오히려 2% 감소한다는 통계다. 오늘의 경우를 생각해 봤다. 밤 10시 45분. 발산역에 하차할 때 삭이지 못한 심사가 담긴 김성현 부장이 뒤 꼭지에 표창처럼 예리한 한마디를 꽂는다. “회장님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시간이 없었습니다.” 귀로가 휘청거린다. 생각보다 빠른 귀경이지만 모든 불만을 쓸어 담아야하는 부분과, 그에 따른 여력이 부족한자신의 입장이 얄밉다. 그래도 밤은 시간의 강물따라 거침없이 흐르고 있다.
다음은 삼천포에서 만난 양대장님 누이동생이 카페에 실은 전언을 옮긴 것이다. 한 번쯤 지난 석탄일 당일을 기억하는 계기가 됐으면 싶다. 그네의 희망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이기적-자기중심적이고, 타인의 입장은 배려할 줄 모르고 자기감정만 좋으면 그만이라며 말초적 쾌락에 탐닉하거나 염치를 모르는 불쌍한 중생들을 향한 법정스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우려보자. 『삼천포에서 만난 분들~ 반가웠습니다^^ 글쓴이 : 윤아( 2005.05.16 )
◐ 법정스님이 말하는 중년의 삶 ◑ 오늘 저녁 이 좋다 친구여!!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 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소리, 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 척, 어수룩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 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 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 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옛날 일들일랑 모두 다 잊고 잘난 체 자랑일랑 하지를 마오. 우리들의 시대는 다 지나가고 있으니 아무리 버티려고 애를 써봐도 가는 세월은 잡을 수가 없으니 그대는 뜨는 해 나는 지는 해 그런 마음으로 지내시구려. 나의 자녀,나의 손자, 그리고 이웃 누구에게든지 좋게 뵈는 마음씨 좋은 이로 살으시구려 멍청하면 안 되오 아프면 안 되오 그러면 괄시를 한다오 아무쪼록 오래 오래 살으시구려. 윤아 참고로...이글을 올린 저는 대장님의 동생입니다^^ 삼천포에서 산행인으로 만난 오빠와의 만남도 조금은 특별한 느낌이었답니다^^ 담에 기회가 되면 함께 산에 가보고 싶네요~~!! 카페에 왔다가 좋은 글이 있길래 올려봅니다^^ 』
*대중교통 -진주~삼천포 공용터미널행 완행버스를 타면 백천계곡 입구나 남양중학교 앞. 완행버스는 진주시외버스터미널(055-741-6039)에서 5분 간격(05:50~22:50), 심야버스는 23:00~24:00 3회 운행)으로 운행. 산행 기점까지 택시를 이용은 완행버스로 백천계곡은 사천읍에서, 남양중학교나 와룡동은 삼천포 종합터미널에서 하차해서 갈아탄다. 삼천포 종합터미널 앞 시내버스정류장에서 백천계곡 백운동(06:48~21:34, 1일 15회 운행, 요금 780원)과 와룡동행(06:10~22:00, 1일 7회 운행, 와룡동 막차 21:30, 요금 780원) 부산교통 시내버스가 다니고 있다(시내버스 문의전화 055-832-1992, 사천시 교통관광과 852-0105). -삼천포 공용터미널(055-832-8202~3)에서 서울행((07:50~18:20, 1일 6회 운행, 요금 17,100 원)과 대전행(09:30~17:30, 1일 3회 운행, 요금 10,900원) 고속버스와 부산행(06:20~19:00, 1일 28회 운행, 요금 9,800원) 직행버스가 운행 -서울은 서초동 남부터미널(02-521-8550 ARS)에서 1일 4회(09:55~17:00), 삼천포행 버스 *항공기[서울 김포공항에서 사천행 대한항공, 아시아나 비행기는 1일 8회(08:00~19:50) 운항] *승용차 -남해고속도로 사천교차로-3번 국도로 사천-남양중학교 근처 '와룡산'라는 안내판-좌회전 논길을 따라 1km 정도-남양저수지(승용차는 저수지 위 용주사까지 갈 수 있음)-들머리인 갑룡사까지 2㎞ 정도. 갑룡사까지 승용차로 진입이 가능하지만 공사중일 경우 남양(임내) 저수지 앞 주차장에 차를 세운다. 이곳에서 갑룡사까지는 20분 정도. -삼천포~와룡마을 1일 6회 시내버스가 운행 남해고속도로 사천IC-사천 방향 3번국도-남양동사무소 앞에서 와룡산 방향 좌회전 -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국도 사천공항~창선 사천~삼천포항 사천~와룡산 16㎞~선진리성~ 와룡산 입구 좌회전~신우 심포니아파트 통과~남양(임내)저수지~화기물보관소~갑룡사 순. *숙식 : -남양중학교나 와룡동을 기점으로 할 경우에는 삼천포항 부근 백운동 황토민박 055-835-9700, 소나무민박식당 834-3435. -삼천포항[제일횟집(833-8465), 칠복식당(833-2872), 실비식당[만남실비(835-8916), 동해실비(835-6240)], 복원식당(832-3922), 등대횟집(832-4194), 새로골할매집(835-9533) -통영항 여객선 터미널[수정식당(644-0369), 명촌식당(641-2280), 한일충무김밥(645-2647) *와룡산 산행 후 유람선 ; 수우도 유람선은 삼천포항 유람선 선착장에서 수시 운항. 노선은 선착장~코섬~신수도~동백섬~해골바위~매바위~병풍바위~상족암~화력발전소~코끼리바 위~유람선 선착장. 약 2시간 소요. 요금 일반 유람선 대인 11,000원(30명 이상 단체 10,000 원), 소인 5,500원, 거북선 대인 13,000원(단체 12,000원), 소인 6,500원. 삼천포유람선협회 055-835-017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