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내조없이는 남자가 밖에서 성공하기가 불가능하지 않다면 매우 힘들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듣는다. 그런데 만약 여자가 밖에서 일해야 할 경우 남자가 내조의 역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독일 여수상 메르켈의 남편 Joachim Sauer(요하킴 사우어)씨는 이에 그 가능성을 충분히 보였다. 어제 유럽연합 탄생 50주년 기념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베를린에 모인 회원국들의 수뇌들이 메르켈과 회동하는 있는 동안 그들의 부인들을 대동하고 베를린 시를 안내하는 역을 맡은 게다.
사우어씨는 자기 아내와 마찬차기로 화학박사다. 1984년 그 당시 첫 남편과 이혼해 홀로 살고 있던 메르켈(그 첫 남편의 성이 바로 메르켈이다)을 알고 난 후 1998년 결혼을 했다. 메르켈과의 사이에 아이는 그 녀 전 남편과의 사이와 마찬가지로 없다. 메르켈이 수상에 선출되고 난 후 과연 사우어씨가 그녀의 남편으로서 어떠한 모습을 보일지에 대해 세인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나 성격이 내성적이고 수줍음을 꽤 타는 그는 공식석상에 자신의 아내 옆에 함께 나타나기를 꺼린다. 가끔씩, 예컨대 매년 바이로이트에서 벌어지는 바그너축제 때 함께 기자들 앞에서 포즈를 취함이 고작이었다. 심지어 자기 아내가 독일연방의회에서 수상에 정식 취임하는 날에도 그녀의 직계가족들과 달리 의사당에 직접 참가하지 않고 대신 집에서 TV를 통해 취임식을 보았을 정도다. 그래서 그런가 어제 산뜻하게 차려입은 수뇌 부인들을 정장의 차림으로 대동하는 그의 모습은 꽤나 인상적이다.
지금까지 그는 자기 부인 메르켈 여수상을 해외여행에 네번 동반했다. 비엔나의 신년음악회, 영국 런던으로 블레어 수상을 방문시, 밀라노의 스칼라 시즌오픈 때 그리고 며칠 전 메르켈의 폴란드 공식 방문이 그것이다. 그래서인지 토요일 저녁 베를린필하모니 초대 공연에 블레어의 부인은 상냥한 뽀뽀로 사우어씨에게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였다. 허나 그가 이 부인네들과 함께 어울리며 진정 내심 어떠한 기분을 느낄지는 겉으로 나타나지 않으니 수수께끼로 남을 도리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