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트콤이 주는 재미의 원천은 다양한 캐릭터들의 충돌이 빚어내는 소동입니다. 똑같은 사건이라도 캐릭터가 선명한 인물이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 코미디가 더 강해지니까요.
구리구리 양동근, 자판 박경림, 오바맨 조인성, 어리버리 장나라, 타조알 김영준... 다들 이름만 들어도 그나름의 색깔이 떠오르는 개성강한 캐릭터들이죠? 자 그렇다면 이런 개성강한 연기자들이 총집합한 뉴논스톱, 그 프로그램 자체의 캐릭터는 어떤 것일까요?
작년 이맘때, 뉴논스톱의 연출로 데뷔할 당시, 저의 가장 큰 과제는 차별화 전략이었습니다. '남셋 여셋' 이후 많은 청춘 시트콤들이 방송 3개 채널을 통해 명멸해갔죠. 시트콤 신인 연출가로서, 이전의 청춘물과는 다른 무엇을 만들어내야 할터인데... 뉴논스톱의 자체 캐릭터는 과연 무엇일까?
1. 패러디 시트콤
작년 한 해, 대중 문화계의 화두 중 하나가 패러디였지요? '익숙한 이미지를 비틀어 원전 이미지를 희화화함으로써 쾌감을 느낀다...' 사실 시트콤에서의 패러디 기법은 예전 '남셋 여셋' 시절에 이미 시작되었죠. 당시 남셋 여셋 제작진은 영화, cf,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패러디하면서 새로운 코미디를 창조해냈었죠.
'뉴논스톱' 팀에서 활용한 패러디 기법이 가장 두드러진 이야기는?
바로 '너희가 조인성을 아느냐' 편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조인성은 영화 '친구' '보디가드' '쉬리' 등을 패러디한 이야기에서 주인공으로 맹활약했습니다.
사실 이 에피소드를 만들면서 뉴논팀이 보내고자 했던 메세지는
'이 남자를 보라, 조인성이란 남자가 여기 있다. '친구'의 격투씬, '보디가드'의 구출씬, '쉬리'의 총격전을 재연하는 이 남자를 보라. 이 남자에게는 유오성, 케빈 코스트너, 한석규를 넘는 그 어떤 매력이 있지 않은가'였습니다.
즉 당시로서는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조인성이라는 연기자를 선보이기 위해,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장면을 차용한 것이죠. 낯선 인물을 가장 익숙한 이야기 속에 포장한다... 뉴논의 패러디 전략에는 이같은 숨은 사정이 있었답니다.
한편 이같은 패러디 에피소드들이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저는 이러한 패러디 전략을 집중적으로 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나온 결과물이 지난 추석때 특집으로 선보인 '뉴논스톱 패러디 극장'이었죠. 저는 당시 청소년층에 주로 어필하고 있는 뉴논스톱의 시청자층을 넓힐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고민하다 추석때 90분 특집물을 기획해 보자... 그래서 뉴논스톱 기존 방송분중에서 가장 재미있고 가장 볼만한 장면들만 모아서 하이라이트를 만들어 다양한 시청층에 뉴논을 알려보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문제는 당시까지만해도 어른들에게는 뉴논의 친구들이 사뭇 낯설게 보일텐데,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는 방법은? 나이지긋한 분들이 늦은 시간에 즐겨보는 프로그램, 성공시대와 섹션 TV의 형식을 빌려오면 어떨까. 그리하여 만들어진 것이 저녁 7서부터 8시 30분까지 90분간 방송된 '뉴논스톱 패러디 극장'이죠. 방송후, 전체 시청률 2위 (1위는 여인천하)를 차지해 넓은 시청자들을 공략하겠다는 기획의도는 제대로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실제로 이때 알려진 이미지 덕에 추석 특집 방송 이후, 뉴논의 시청률은 눈에 띄게 상승곡선을 그리게 되었습니다.
엄선한 명장면 하이라이트 모음을 '패러디 극장'이라는 틀을 빌어 제작함으로써 제작이 용이했던 한편, 많은 시청자들에게 '뉴논스톱'이라는 프로그램의 이미지를 '재미난 시트콤'이라고 각인시킬 수 있었던거죠.
패러디 시트콤, 낯선 뉴논의 친구들을 친숙하게 꾸미는데 있어 최고의 전략이었습니다.
2. 엽기 시트콤
뉴논스톱을 보다보면, '과연 저 연출자는 제 정신일까?'하는 의문을 갖는 분도 많을거라 생각합니다. 길을 가다 맨홀에 빠지고,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고, 재채기 한번에 스쿠터가 무너져내리고, 깡통 하나 잡으러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이들... 리얼리티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래야 하나도 없는 그런 이야기... 저렇게 비상식적인 코미디를 해도 되는거야?
모두가 황당하다고 할 때, 밀어붙여! 라고 할 수 있는 팀. 모두가 어이없다고 할 때, 웃기잖아! 라고 우기는 팀. 저희 뉴논 제작진은 그런 팀이 되고 싶습니다.
실제로 양동근이라는 캐릭터는 거의 엽기에 가까운 코미디를 선보입니다. 엄지손가락만 누르면 언제든 발사되는 그의 방귀총. 순식간에 피자 한판을 해치우고 바닥을 핥는 모습. 입에 문 빗 하나로 사람을 공중에 띄우고, 어떤 목소리는 그대로 흉내내는 기인... 실제로 어떤 작가분은 '증인 보호 프로그램'을 보다가, '저 모든 이야기가 다 양동근의 상상이겠지?' 했답니다. 그런데 마지막까지 꿈에서 깨어나지 않고 끝나는걸 보고, '그럼 저게 실제란 말이야?'하고 어이없어 했다더군요. (어이야! 어디갔니, 어이야!)
다들 고만고만한 코미디 소재를 반복해서 쓰는 동안, 뉴논팀은 차별화 전략으로 엽기 코미디를 구사하게 됩니다. 너무나 황당해서 다른 팀에서 베낄래야 베낄 수 없는 코미디... 뉴논만의 강한 개성이 묻어나는 이런 전략은 사실 양동근이라는 걸물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죠. (보고싶다, 양동근...)
엽기 시트콤, 새로운 코미디를 창출해낸 원동력이자, 뉴논 차별화 전략의 핵심축이었습니다.
3. 러브 라인 시트콤
러브 라인이란 것은, 단회성 에피소드로 만들어가는 청춘 시트콤에 있어 사랑으로 얽힌 연속적인 이야기를 말합니다.
실제 대부분의 청춘 시트콤은 1회성 이야기로 하루의 방송분안에서 기승전결의 이야기 구조가 완성됩니다.
이러한 틀에서 벗어난 것이 작년 봄과 여름의 인성 경림 러브 라인이었습니다.
당시 뉴논스톱의 최대 약점 중 하나는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었죠. 그냥 시간이 맞거나 일찍 집에 온 날은 보고, 그렇지 않으면 안봐도 그만...이라는 시청자들이 많았는대요. 시청자들의 시선을 계속 잡아둘 수 있는 긴장감있는 스토리 라인... 그 해답이 인성 경림의 러브 라인이었습니다.
하루의 이야기 끝에 결말이 나기보다는 '왜냐구? 내가 너 좋아하니까...' '뭐?' 하고 놀라는 경림의 표정에서 스틸이 잡히는 구성... 고백 씬이나 첫사랑의 등장같은 극적인 장면을 굳이 얄밉게 금요일 방송분으로 편성한 이유...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려는 제작진의 안타까운 몸부림이었습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셩림 커플의 사랑 이야기가 화제를 부르며 뉴논의 인지도는 커져갔죠. 특히 인성의 사랑 이야기로 많은 여성팬을 불러들였다면, 후속타 동근 나라의 구리버리 러브는 많은 남성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게 되었습니다. 셩림 vs. 나동, 양수겸장으로 뉴논의 팬 층은 더욱 두터워지게 되었죠.
러브 라인, 프로그램의 고정 시청층을 확보하는 최상의 전략이었습니다.
6편까지 연재한 캐릭터 열전, 뉴논 자체 캐릭터 이야기로 일단 마무리하구요. 정태우 김정화 정다빈의 캐릭터 열전은 훗날 더욱 풍성해진 그들의 캐릭터 열전으로 찾아뵙겠습니다. (이들에 대해서는 아직 뉴논에서 못보여드린게 남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