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화창한 즐거움 이면에는 감수해야 할 아픔도 있다. 기온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산에서 보는 전망이 겨울만 못하기 마련이다. 부푼 기대를 안고 정상에 올랐건만, 뿌옇게 흐린 시야에 실망했던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렇다고 산행이 주는 조망의 기쁨을 포기할 수는 없는 일. 좀더 강력한 전망대를 찾아 발품을 판다.
경기도 양평의 백운봉(白雲峰 940m)은 첫인상부터 강렬하다. 아찔하게 솟구친 봉우리가 쇠뿔을 닮은 듯 예리하면서도 거칠다.
누군가 세계적인 미봉의 이름을 따와 '양평의 마터호른(알프스의 준봉)'이라 칭했을 정도다. 눈치 빠른 분들은 예상했겠지만, 가파른 산자락은 경사가 급한 산길을 만든다. 해발 940m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고도를 밟아 올라야 하는 것이다.
▲ 백운봉 정상의 자그마한 전망대. 서울에 고층빌딩이 들어서기 전에는 동대문도 보였다는 최고의 조망처다.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높고 가파르니 오르기 힘든 것은 당연한 일. 가쁜 숨을 몰아쉬며 소나무 가득한 산길을 오른다. 그래도 정상에서 만난 조망은 흘린 땀에 대한 보상치고 제법 후하다. 봄날의 희뿌연 공기도 백운봉의 압도적인 조망 앞에서는 맥을 못 춘다. 주변에 시야를 막는 것이 전혀 없어, 마치 허공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양평 시가지와 남한강이 발끝에 걸렸다. 날이 좋으면 멀리 서울 시가지가 한눈에 든다. 강물이 붉게 변하는 해질녘이면 더욱 전망이 멋진 곳이다.
양평군등산연합회 강덕완(66) 회장은 "고층 건물이 없었던 옛날에는 정상에서 서울의 동대문이 보였다"면서, "최고의 전망대지만 큰 어려움 없이 오를 수 있는 곳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큰 어려움 없다'는 그의 말에 쉽게 동의할 수 없다. 초보자에게 백운봉은 결코 만만한 대상지가 아니다.
백운봉의 코스 가운데 산불예방기간 동안 산행이 가능한 곳은 새숙골 기점의 등산로뿐이다. 5월 15일까지 새숙골에서 정상까지 왕복 산행만 허용된다. 이곳은 양평 시가지에서 가까워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하지만 '양평 사람들의 체력단련장'으로 불릴 정도로 급경사의 오르막이 많다. 그래도 두리봉에서 헬기장, 형제우물 갈림길까지 연결된 능선길은 비교적 완만하다. 완급의 묘미를 느낄 수 있는 산행지다.
산행 길잡이
산행 기점인 새숙골에서 백운봉 정상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은 약 2.9㎞ 거리로 고도차는 600m가 넘는다. 짧지만 가파르다는 뜻이다(난이도: 별 다섯 개 기준 ★★★). 청솔학원 위의 산행안내판에서 오른쪽으로 능선을 따라 두리봉으로 곧바로 오르는 길이 나 있다. 새숙골 안쪽의 용문자연휴양림을 통과해 오른쪽 사면으로 두리봉을 거쳐 주능선으로 붙을 수도 있다. 휴양림 계곡을 타고 헬기장 부근으로 바로 오르는 길도 나 있다. 헬기장에서 북쪽으로 뻗은 능선을 타고 오르면 형제우물 갈림길과 만난다. 이곳에서 직진해 급경사 계단길을 통과해 25분이면 정상에 선다. 새숙골 출발지점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 2시간, 하산시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찾아가는 길
서울에서 홍천 방면 6번국도→양평 입구 오빈교차로에서 좌회전 3㎞→양평소방서 앞에서 우측 농업기술센터친환경농업교육관 방면으로 빠짐 0.3㎞→백운길 교차로에서 백안3리로 좌회전 2㎞→청솔학원 앞 통과→백운봉 새숙골 등산로 입구.
양평군등산연합회 강덕완(66) 회장은 백운봉 제일의 매력으로 좋은 전망을 꼽았다. 하지만 백운봉에서 용문산으로 이어지는 긴 능선종주 코스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귀띔이다. 그가 이끄는 양평군등산연합회는 매년 5~6회 쓰레기를 치우는 등 양평지역 산악지대 정화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