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14
첩첩산중, 갈 길은 멀고 험하다. 오랜 노고 끝에 미국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회화를 익혀도 미국에서 전문 job을 가지기 위해서는 그 job에 합당한 회화를 다시 공부해야 한다. 예컨대 미국변호사를 꿈꾼다면 변호사로서의 전문 언어를 익혀야 한다.
한의학도 전문 job과 같아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생활회화만으로는 부족하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은 언어일 뿐 진리가 아닌 까닭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문리文理가 트인다고 한의학, 명리, 풍수, 천문 등에 바로 능통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미국변호사에게 영어는 기본이고 미국법률에 대한 학습이 더 요구되듯이 한의학도 음양오행陰陽五行을 기본으로 한 전문적인 언어 연구가 필수적이다.
그런데 한의학 전문언어는 음양오행陰陽五行 언어의 틀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기본적으로 음양오행陰陽五行의 문리文理가 트인 사람만이 완전하게 학습할 수 있다. 애당초 영어도 못하는 사람이 미국의 변호사가 되기는 불가능한 법. 그러나 주위엔 영어도 못하면서 미국변호사가 되기를 바라는 이들이 많다. 더욱 황당한 것은 그들이 알지도 못하면서 비판을 한다는 점.... 음양오행陰陽五行의 고민 없이 한의학을 매도함은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 전문인의 전문지식을 비판하는 무지 무식한 행동과 같다. 모르면 제발 가만히 좀 있어라. 비판만 일삼지 말고 유치원에 들어가 생활회화부터 익혀라.
언어가 트인 분들의 자가 비판이 아닌 문맹인 벙어리들의 비판은 답답하다. 이에 본인은 그들과의 논쟁을 근본적으로 피한다. 말이 통할 정도의 기본언어도 갖추지 못한 그들에게 아무리 한의학을 설명해도 소귀에 경 읽기이기 때문이다. 대화와 논쟁은 같은 언어를 사용할 때만이 가능하다. 따라서 그들이 음양오행陰陽五行을 언어가 아닌 미신으로 규정하는 이상 논쟁을 통한 설득이 불가능하다.
여러분만이라도 무지한 이들의 말도 안 되는 언행에 열 받지 말고 음양오행陰陽五行 언어학습을 통한 한의학 언어 연구에 매진하길 바란다. 우리가 이처럼 억울한 욕을 먹고 있는 것은 우리 스스로도 우리의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의학의 언어 구사력은 반드시 임상을 통해 증명되기에 장차 우리의 언어력만이 치료의학으로서 한의학의 위상을 높일 수 있다.
본인은 그들의 욕을 접할 때마다 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내 자신의 빈천한 언어력에 비참함을 느낀다.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생활회화도 익히기 어려운데 어느 세월에 한의학이라는 전문회화까지 숙달하겠는가. 그러나 말문이 트이는 기쁨을 이미 맛보았기에 비록 그 길이 첩첩산중에 있어도 즐겁게 가련다. 후배 여러분도 이러한 고행苦行에 동참하길 바라며 서로 언어가 통하지 않는 소모적인 논쟁에 힘을 낭비하지 말라. 고행苦行길에 있어서 우리의 순례를 모욕함에 분노가 치밀지만 잠시 이것을 참는 것도 수행이라고 생각해본다. 잠시만 참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