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음주 전선을 워낙 힘차게 달려서(?) 컨디션 조절도 할겸, 오늘 산행은 쉬려고 했는데...
친구들과의 약속이 자꾸 맘에 걸렸다. 더구나 기홍이는 늦게 일어난 나를 픽업하기 위해
만수동까지 달려온다는 것이다. 미안하고...고맙고....
가끔은 인복(人福)도 피곤할 때가 있다니까....ㅋㅋㅋ
그래서 친구들의 민폐도 줄여주고, 약속도 지킬 겸 해서
부족한 수면(정확하게 3시간 정도 잤다.)에도 불구하고,
늘 준비된(?) 배낭에 꼬마 생수 2개를 넣고 집을 나섰다. 정말... 깊은 산속 옹달샘에 세수하러 가는 토끼처럼 눈을 비비며 비척비척!
목적지는 도봉산... 와우, '이거 만만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고, 차에 올랐다.
사전에 브리핑 받은 코스는 인천 쪽에서 가니까, 일단 <송추IC>를 빠져서, 송추 계곡쪽으로 가다가 오봉매표소 쪽으로 우회전하여
'오봉매표소 - 여성봉 - 오봉 - 만장봉 - 오봉 - 송추계곡'으로 하산하는 4~5시간 코스.
힘든 코스이긴 하지만. 이 코스는 이전에 여러번 등산했던 코스라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포대능선'이나 '사패산'... '종주' 어쩌구 하는 소리가 얼핏 들린 것 같아 식겁했는데...최종 합의된 코스는 위의 코스였다.
다행하게도, 정말 다행하게도 고소공포를 느낄 필요는 없게 되었다.
서울 외곽 순환 고속도로가 완공됨으로써, 우리집에서 송추유원지까지는 정말 30여분이면 도착한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북한산이나 도봉산처럼 명산이 있어, 언제든지 오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사족이지만.... ㅋㅋ 역시 10여분만 달려가면 툭 트인 바다를 만날 수 있고, 한 시간 정도만 나가면 섬들을 만날 수 있는 인천...
어찌 인천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푸하하하하... 인천 만세!(유치 찬란..)
송추에 도착하니 연수동에서 출발한 친구들이 먼저 와서 막걸리 한 대접을 마시며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이런... 음주 산행은 위험한데....
눈을 부라리니, 속이 너무 허해서, 어묵과 막걸리 한 대접씩만 먹었다고 한다. 사실 나도 입맛이 돌긴 했다. 그리고 9시 30분쯤 산행이 시작되었다.
생각보다 바람은 찼고, 얼었던 땅이 녹아 질척거렸으며, 바위와 고개들은 아직 녹지 않은 눈과 얼음 때문에 매우 미끄러웠다.
정말정말 힘겨운 산행이었다. 그래서 결국 만장봉 정상은 오르지 않고, 오봉에서 능선을 타고 돌다가 송추계속 쪽으로 하산하기로 코스를 수정했다.
여성봉을 오르기 위한 최종 '깔딱고개' 초입에서, 성국이와 함께 한 컷!
성국이는 대학시절부터 산악부 활동을 통해 산행을 시작했다고 하던데.. 역시 산 잘 타더라고...^^
요즘은 마라톤에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불태우고 있다. 참, 참, 참 순수하고 착한 친구.
도봉산 여성봉... (약사 상훈이 버전..'질봉'.ㅋㅋㅋㅋ)
참 묘하게 생겼다. 처음 여성봉을 만났을 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난다.
누군지 이름한번 참 잘 지었다는 생각!...^^
여성 등산객들 몇몇은 민망한지 키득키득... 그러면서도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사실 여성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오봉과 도봉산 전경은 한폭의 그림이다.
여성봉에서 바라본 오봉...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장관을 연출한다. 오전이기 때문에 역광이라서
사진이 흐릿하게 나왔다. 사진 고수님들에게, 이럴 경우, 셔터 속도나 조리개 조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물어보고 싶다.
바람이 너무 세차서 정말 추워 죽는 줄 알았다.
오늘 등산 멤버들... 나는 사진찍느라고 빠졌넹!...^^ 상훈이는 퍼져서 아직 못올라오고 있고... 혁근이는 상훈이와 함께 있는 관계로 빠졌다.
여성봉을 내려와 오봉을 오르기 전... 간단한 요기를 했다... 원래 소형 버너로 끓인 번데기탕이 가장 인기있는 간식이라던데.....
오늘은 바람도 불고, 취사가 안되는 국립공원인지라... 가져온 족발과 오리훈제, 그리고 각종 과일들만 먹었다.
산에서 먹는 족발과 와인... 정말 뭐라고 표현할 말이 없다. Good !
기홍이가 강원도에서 사왔다는, 일명 '벌떡잔'이라는 묘한 잔으로 나도 와인 한 잔..!
시산제 때도 모두 이 잔으로 한 잔씩 돌아가면서 술을 마셨다지..
대박을 기원하면서... 즉 '바라는 모든 것'이 다 '벌떡' 일어나라고....^^ 소망하는 의미에서 한 잔 원샷!
오봉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오봉쪽으로 와서 찍은 사진이라서 역광이 심술부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좀더 가까운 곳에서 찍은 오봉....
하산 후, 송추계곡 입구에서 흑백사진 모드로 한 방...
수면부족으로 인한 피곤함이 덕지덕지 묻어나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과 온 몸... 정말... 몰골이....말이 아니었다. 도저히 컬러 모드로 사진을 올릴 엄두가 나질 않아서...
다소 치사하지만... 흑백모드로 올렸다. 입꼬리가 위의 와인 먹을 때보다 다소 쳐졌다.
드뎌 흡연 허용지역이다...! 담배 한 대씩 피워물고.... 산행 과정에서의 에피소드들을 나누고 있다.
하산주 한 잔 안 하면... 산에 대한 예의가 아니므로, 파전과 두부김치를 시켜놓고, 간단하게 한 잔!
나는 등산 갈때마다 동물 친구들 하나씩 사귀곤 하는데.. 지난 번 무의도 등산 때는 '동네 건달 고양이' '무양이'를 만났고,
이번 도봉산에서는 눈빛도 그윽한 '도봉이'를 만났다. 단골 음식점 '송추골'의 견공이다... 짜아슥... 잘 생겼네...^^
(무양이, 도봉이는 내가 임으로 지어준 이름이다.)
올들어 첨으로 찾은 도봉산... 몸은 다소 힘들었지만... 그래도 보고싶었던 친구들을 만났고,
그리웠던 능선과 봉우리들을 만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도봉의 숲속에는 아직도 겨울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마음은 훈훈한 봄날로 돌아왔다.
그리고 땀은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거... 내 몸에 대해, 내 마음에 대해....
오랜 깨달음을 다시한번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고마웠다.. 친구들아... 그리고 사랑한다.
첫댓글 서둘러 올린 소감이라서 좀 그렇긴 한데.... 이건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인 산행소감이고, 공식적인 산행후기는 총무 용창이가 올릴 겁니다. 따라서 여기에 올라간 사진들은 제 사진이 중심이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친구들 사진은 사진방에 따로 올렸습니다.
졸졸 따라다니며 내 무릎팍 언저리를 낼름낼름 핥아 주던 도봉이... 다음주에 도봉이 보러 또 갈까?,
흑백 사진이 80년대 통키타 가수 앨범 사진 같구나....멋저부러.
기홍이가 찍은 사진 구도... 맘에 든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