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한국 외국어대 통역대학원 합격 후기 (허훈, 한국 외대 이탈리아어 전공)
어린 나이에 외국에서 생활한 저는 학창시절 내내 영어 때문에 고생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많은 아이들이 조기유학이니 어학연수니 해서 점점 어린 나이에 외국 생활을 접하지만 제가 4년간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8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그 숫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다른 친구들 보다는 유리한 위치에 있었고 영어에는 항상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자신감도 서점에서 구입한 외대통번역대학교 기출문제를 풀어보곤 이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를 할까도 생각 했지만 내 자신이 너무 한심하단 생각이 들어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에 수업을 들었고 첫 한 주 동안은 적응하는데 어려움도 겪었지만 차차 내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되는지 알게 되고 자신감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7개월간 수업을 들었지만 수업 후 스터디를 한다든지 많은 시간을 할여해 공부를 할 수가 없었고 결국 재작년 첫번째 도전에서는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학원수업을 통해 공부하는 방향을 잡을 수 있었고 김수연 선생님 소개로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을 하면서 실전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었기에 마침내 작년 시험에 합격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합격자 수기를 써 달라는 부탁을 받고는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합격자수기라고 하면 대부분 자신들의 준비과정을 기술하고 이를 통해 시험을 준비하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향을 제시해 줌으로써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글인데 제가 그렇게 체계적으로 도움을 드릴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준비과정이 아닌 제가 시험을 보고 난 후 느낀 점들을 간략하게 나열하는 형식으로 글을 쓰도록 하겠습니다.
1차시험
(1) 한국어 시험
저 같은 경우 참 창피한 얘기지만 어려서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관계로 한문은 까막눈이고 모국어라는 국어에도 그리 자신감이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배점도 영어에 비해 얼마 되지도 않고 모국어인 한국어 시험에 많은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는 관계로 한문은 일찌감치 포기를 했고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제는 인터넷에서 찾은 공무원 시험용 특강을 통해 하루 정도 공부를 했습니다. 모두들 저보다는 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적은 시간이라도 한국어 시험에 꼭 투자를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2) 영어 시험
▪ LC
워낙 1차 시험에서 듣기의 비중이 크기 때문에 듣기에서 남들보다 좋은 점수를 얻지 못하면 합격이 어려울 수 밖에 없습니다. 다른 것은 모르겠지만 제가 시험 전에 학원에서 기출문제들을 접하다 보니 지문의 내용이 어려워서라기 보다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 흘려 들은 내용들이 가끔 보기에 나와서 틀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사용한 방법은 지문과 지문 사이에 주어진 시간을 이용해 다음에 나올 지문에 해당되는 문제의 보기들을 먼저 읽어본 후 지문을 들었더니 그런 실수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 RC
제가 처음에 학원에서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난이도에도 놀랐지만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에 가장 놀랐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것 어떤 종류의 영어 시험에서도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없었는데 학원에서 풀어본 기출 문제는 조금이 아니라 아주 많이 부족했습니다. 올해는 문제 숫자가 많이 줄어서 시간이 부족했다고 불평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지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시간 내에 문제를 푸는 연습을 꼭 하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2차시험
(1) 필기시험
번역의 경우 다들 학원에서 많이 준비를 할 테니 특별히 충고해 들릴 말씀은 없고 에세이의 경우 대게 본인들이 알아서 준비를 해야 함으로 제가 느낀 점만 말씀 드리겠습니다. 제가 재작년에 처음으로 도전을 했을 때 논술 시험은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전혀 준비를 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험장에서 주제를 받고 생각을 정리해서 30분 안에 글을 쓰려니 글의 내용을 전혀 논리적으로 기술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재작년 시험을 제가 뒤돌아 봤을 때 가장 큰 실패의 원인인 중 하나가 논술 시험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많은 시간은 아니지만 틈틈이 사설들을 찾아서 읽었고 1차 시험 합격자 발표 후 주어진 일주일의 기간 동안 올 한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었던 많은 사건들을 나름 추려서 그것들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30분이라는 시간 안에 정리하는 연습을 했더니 시험에 많은 도움이 됐었습니다.
(2) 구술시험
누가 뭐래도 외대통번역대학원의 합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시험은 마지막 관문인 구술시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험을 봤던 사람들 중 제법 많은 사람들이 시험 당일 너무 긴장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나왔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다행이 저 같은 경우 김수현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 발표를 많이 강조하시고 작년 한해 동안 프리랜서 통역사로 일을 하면서 긴장되는 상황들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기 때문에 시험 당일 긴장하지 않고 실력발휘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해서 준비를 했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면 얼마나 억울하고 속상하겠습니까?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라도 시험을 보기 전에 긴장되고 어려운 상황들에 본인을 많이 노출 시키려고 노력하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긴장을 없애기에는 경험만큼 좋은 방법이 없기 때문 입니다.
첫댓글 형 학교 생활 잘하시기 바랍니다. 시험장에서 만났던거 기억하실런지 모르겠네요,
저도 올해는 꼭 열심히 해서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학교에서 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