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러리 퀸의 소설들은 시공사에서 전집이 출간되어 있기 때문에 쉽게 구할수 있는 작품들입니다. 비극 시리즈와 함께 가장 유명한 엘러리 퀸의 추리소설이 바로 `국명 시리즈'인데 소설 제목에 나라 이름이 들어있기 때문에 `국명 시리즈'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 국명 시리즈는 마치 티비 수사물 시리즈처럼 탐정 엘러리 퀸과 그의 아버지 리차드 퀸 경감을 중심으로 한 인물들이 등장해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정통 추리소설의 기법에 충실하게 결론에 이르기 전에 범죄와 관련된 모든 단서들을 제시한 후 마지막 의외의 인물을 범인으로 내세움으로써 독자의 허를 찌르는데 항상 결말에 이르기 전 작가가 직접 독자에게 범인을 맞춰보라는 도전장을 내던짐으로써 소설 자체를 한편의 퍼즐로서 즐길수 있게끔 장치해 놓았습니다.
국명 시리즈의 첫 작품은 `로마 모자의 비밀'인데 뉴욕에 있는 로마 극장에서 연극공연 중에 발생한 독살사건을 다룬 작품입니다. 그리고 모자는 여기서 중요한 단서로서의 역할을 하죠.그렇지만 이 작품은 첫 작품이라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작품들에 비해 범인의 의외성에만 너무 치중해서 논리적 짜임새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프랑스 파우더의 비밀'은 살인 사건의 현장이 프렌치 백화점이란 것을 빼고는 내용상 프랑스와는 아무 연관이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파우더는 마약인 헤로인을 말합니다. 범행에 마약조직이 개입되었다는 것이 엘러리 퀸의 소설치고 좀 특이하군요.
이 소설에서 아쉬운 점은 결말에 이르기 전에 범행방법과 동기가 모두 제시되어버려서 다소 맥빠진 결말이 되어버렸다는 점입니다.
`네덜란드 구두의 비밀'은 네덜란드 기념병원에서 수술 대기중이던 백만장자가 수술직전 살해된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독자의 허를 찌르는 교묘한 트릭은 등장하지 않지만 소설 자체가 논리적으로 매우 짜임새있게 잘 짜여진 수작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집트 십자가의 비밀'은 국명 시리즈 중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입니다. 기발한 논리적 착상과 결말의 절묘한 반전도 인상적이었지만 무엇보다 이 소설을 기억에 남게 하는 것은 목을 자른체 표지판에 매달아놓는 잔인한 살인방법과 그 으스스한 분위기 묘사가 아닐까 싶네요.
그런데 나중에 엘러리 퀸이 비슷한 시기에 다른 필명으로 발표한 `X의 비극'을 읽어보니 이 소설과 상당히 유사한 트릭이 사용되어 있더군요
`그리스 관의 비밀'은 개인적 생각으로 Y의 비극과 함께 엘러리 퀸으 작품중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되는 작품입니다. 천하의 엘러리 퀸도 실수를 범할만큼 복잡한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한치의 빈틈없는 논리적 해결이 정말 감탄을 자아내게 하더군요.
이 소설은 35개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각 장의 제목의 첫글자를 이으면 THE GREEK COFFIN MYSTERY BY ELLERLY QUEEN 바로 이소설의 제목이 된다는 점도 재미있습니다.
`중국 오렌지의 비밀'은 사람에 따라서는 걸작이라는 평가를 하기도 하던데 제 경우에는 그다지 큰 인상을 받지는 못했습니다. 이 소설의 핵심은 살인현장의 모든것이 반대방향으로 뒤집힌 역방향 살인의 의미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는데 결론부분에서 제시한 설명은 너무 비약적이고 현실성이 없다고 생각됩니다
. 이 소설에서는 상당히 교묘한 밀실살인 기법이 등장하는데 사실 직접 실험해보지 않고 읽기만 해가지고는 잘 이해가 가지 않더군요.
`국명 시리즈'로 우리나라에 번역된 것은 앞의 작품들이 전부이지만 그 밖에 `스페인 갑의 비밀', `샴 쌍동이의 비밀', `미국 총의 비밀'과 같은 작품들이 더 있다고 합니다.
엘러리 퀸의 작품들에서 어떤 심오한 문학적 깊이를 느낄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추리소설을 그것이 처음 발생한 수수께끼 풀이라는 면에서 생각해 볼때 논리적 사고를 통해 미궁의 사건을 해결하는 정통 추리소설에서 최고의 경지에 이른 작가가 바로 엘러리 퀸일 것이고 따라서 미스테리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 퀸의 소설들이 아닐까 생각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