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영산/전남고흥
세월의 갈림길에서 발견한 쉼표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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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럭이는 달력 한 장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짐을 꾸린다. 시간은,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올 한 해도 힘들었다. 몸은 지쳤고, 마음은 멍들었다. 앞만 보고 힘껏 달렸지만 제자리거나, 혹은 뒷걸음질이었다. 노래 가사처럼 ‘나에게 있던 모든 괴로움들을 파도에 던져버려 잊어버리고, 허탈한 마음으로 하늘을 볼 수 있는 곳’은 없을까. 혼자도 좋고, 둘이라도 좋고, 가족과 함께여도 좋다. 12월31일 언제나 그랬듯이 늦은일과를 끝내고 바쁘게 무박산행 버스로 향한다.
속절없이 떠나는 가는년(年) 붙잡지 못하고, 달려들며 오는년(年) 새롭게 시작해 보려고 고흥반도 끝자락 '팔영산'으로 간다. 수평선을 가르고 새해첫날 태양이 떠오르는 그곳에서, 바람이 속삭여줄 것이다. 다시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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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밤 10시,버스는 가는해 오는해,세월의 중간쯤에서 긴여정을 향해
고속도로를 접어든다.간간히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교통상황으로 보아 서해안과 영동고속도로로는 심한 정체가 계속된다고 하지만 우리가 가는 남쪽도로는 넉넉하지는 않지만 다소 여유가 있다. 호남고속도로를 벗어나 주암댐으로 가는 승주IC를 버리고 차라리 넓은 순천IC로 빠져나와 벌교를 거쳐 길다란 고흥반도를 따라 팔영산 능가사입구에 도착한 시간은 출발후 여덟시간이 지난 새벽 6시다. (도로정체를 감안하며 간간이 휴게소에서 휴식하고,미리 준비한 김밥으로 이른아침을 대신하며 도착시간을 조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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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도 1월1일 동해울산 간절곶(제일먼저 해가 뜨는 곳)의 일출시간이
오전 7시31분이면 이곳은 대략 7시40분~50분쯤이면 해가 뜰것 같다.
일찍 출발하여 여덟봉우리중 어느쯤에서 일출을 보면 될 것 같으나,바위산이 위험 하기도 하고 어둠속에서는 풍광을 볼수도 없으니
첫번째 봉우리에서 일출을 보고 날이 밝으면 2봉으로 출발을 하기로 한다. 하나 둘, 생각해 본다.버려야 할 것들에 대하여,
빌어본다.한뼘쯤 수면으로 올라온 새해를 보고, 새해에는 서로 다투지말고,우리모두 건강하고
멀리떠난 자식새끼 무탈하고 건강하고,우리살림 윤택해서 하루세끼 밥은 굶지않게 해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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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봉,3봉,4봉.5봉 찍고 6봉에 도착하니 주변풍경은 절정에 이른다.
저쪽은 해수욕장이 아름다운 남열리,또 이쪽은 동래도,,,방파제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섬집이 한가롭다.어선은 말없이 침묵하고 바다에는 깃발만이 펄럭인다.
나로도,해창만,소록도,거금도,유자,마늘,참다래...
가슴을 열고 바다를 보니 고흥에서 유명한 그것들이 나에게도 고향같은 느낌이다.
어느바위,어느 나무아래 바다를 향해 털썩 주저앉으면 가슴으로 달려드는 바람과 푸른바다의 고요함이 한해동안 생활에 지친 마음을 위로해주기에 충분하다.
따사로운 겨울햇살을 받으며 바다에서 불어오는 행복을 배경삼아 영화찍듯 사진찍으며 때로는 아기자기하며,때로는 스릴 넘치는 암봉을 따라
7봉거쳐 마지막 8봉에 도착하면 멀리 나로도 연육교가 아스라히 다가온다, 마지막 8봉을 내려선후 다시 능가사쪽으로 원점 회기하니 하산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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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후에, 산행들머리에서는 어두워서 볼 수 없었던 능가사(역사는 깊으나 별로 볼것은 없다)를 둘러보고 나오니 시간은 오전 11시30분쯤,다소 시장함을 느껴지는 시간에 버스를 돌려 山의 반대쪽인 영남면 용바위터에서 산책후에 이른점심을 먹는다.버스에 실려있던 코펠,버너를 꺼내어
라면 끓이고 삼겹살 굽고.. 삼년묵은 두꺼비 모가지 비틀어 이슬이 한잔하니 하루일정이 끝나 가는듯 하다.(13:00)
가야할 길 멀다하니 대충대충 짐챙기고 팔영산의 남쪽도로를 따라 해안선을 벗어난다.
남열해수욕장으로 가는 고느적한 시골 신작로를 따라 버스가 달리니 천혜의 바다풍경이 발아래로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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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면 양사리부터 남열해수욕장을 거쳐 우암 마을까지는 우뚝한 해안절벽의 중턱을 지나는 해안도로가 들쭉 날쭉하게 이어지는데, 다도해의 환상적인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해안 드라이브 코스로 손색이 없다. 남열해수욕장을 가기전 바닷가 사자바위를 바라보며 보금자리를 튼 '용흥사(절)에 잠깐 버스를 세워 부처님께 합장하고 새해소망을 빈다.
용흥사 종류에서 바라보는 다도해 바다는 신비롭기까지 하다.
남열해수욕장을 내려보며 팔영산 한바퀴 돌아 해창만(간척지)을 가로질러 고흥을 벗어나니 시간이 벌써 오후 2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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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주님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의 주무대인 벌교를 지날때는 지금 한창 꼬막이 제철인데,가야할 길이 너무멀어 군침만 삼킨다.
벌교의 꼬막정식,제일식당,꼬막식당,고려회관...
시간이 허락한다면 이곳(고흥) 주변은 돌아볼 곳이 너무나 많다.
나로도,소록도,거금도,옛 조상의 숨결이 살아있는 낙안읍성 민속마을과 연안 습지로는 전국 최초로 람사협약에 등록된 순천만, 승보종찰 송광사, 천년고찰 선암사,,,
하루일정이 촉박하여 순천만을 잠깐 둘러보며 짱뚱어탕 한그릇에 저녁을 대신하고
오후 4시경 순천을 벗어나 남해고속도로에 접어든다(밤 10시경에 도착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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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남도 고흥,
대부분의 호남지방과는 달리 산세가 험하고 바다가 푸르다.
그래서 인지 이곳출신의 유명인사는 다부지고 선이굵다.
얼마전 고인이 된 박치기왕 김일선수는 소록도옆 거금도
(이곳 사람들은 닭섬이라고도 한다)출신이며,권투선수 챔피언
유제두선수의 고향이지만 제5공화국의 인물이자 전두환씨의 분신 장세동씨 역시
당시 영남출신이 주류를 이루고 있던 '하나회'에서 독특하게 전남 고흥출신이라는 것을
아는사람은 드물다.
탁구선수 유남규도 고흥이 고향이며,고속엔진 축구선수 박지성도 고흥군 점암면(능가사 들머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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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길 남도의 끝자락,
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긴 이후로 이제는 해남의 땅끝마을보다 더 먼곳이 되었다
문득 한하운 시인의 애절한 시(詩)가 생각난다.
전라도 길 (소록도 가는 길)
한하운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뿐이더라.
낯선 친구 만나면
우리들 문둥이 끼리 반갑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 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가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소록도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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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의 아름다움에 감동한 마음으로 서울로 오는 길에
소록도,송광사,선암사,순천만의 갈대밭,낙안읍성 중 어느 한곳정도는
돌아볼 시간이 있을 듯 함]//[아랫쪽 2장의 사진(용바위터,송광사가는길)은 직접찍은 사진이나,윗부분 사진은 빌려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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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영산에 가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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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음악이 함께 흐르는데 그넘 컴퓨터에도 스피커 달렸는지 몰러,바쁜일정 끝나거든 자네도 한번 다녀오게나...
제가 알기로는 고기능, 고성능의 컴퓨터와 주변기기를 장착하고 계십니다, 우리 아저씰 뭘로 보시고.......
계획 부럽다. 무탈하게 잘 다녀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