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감> oder 대명동 캠퍼스의 추억
얼마 전에 계명대 캠퍼스에 대해 글을 써야 되는 과제를 받아 대명동엘 다시 가보기도 하고 자료도 찾아본 적이 있다. 그러던 중 대명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흥미로운 영화 한편을 발견했다. <동감>. 2000년에 나온 영화니까 난 게르만 땅에 있을 때인데, 제 때 보지 못한 영화다. 김하늘과 유지태가 주연을 맡았고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물론 나도 저간에 제목은 여러 번 들어 본 영화다. 텍스트를 쓰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 동영상을 찾아 기어이 들여다 보았다. 대명동 캠퍼스에서 공부한 사람들에게는 향수를 자극할 만한 배경이 많이 나왔다.
계명대 캠퍼스의 조형미야 자타가 공인하는 것이지만, 조금이라도 이 공간을 배경으로 만든 영상물이 300 개에 이른다고 하니 놀랍다. 그러나 그 중에 <동감> 만큼 본격적으로 캠펴스에 뛰어든 작품은 없다고 한다. 실제로 이 영화는 대명동 캠퍼스의 과거와 현재의 분위기를 함께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였다. 하지만 동감同感, 과연 무엇에 대한 동일 감정을 말하는 영화인가?
한마디로 <동감>은 서로 다른 두 시대를 사는 남과 녀의 독특한 만남을 형상화해 본 영화다. 극히 비현실적인 상상인데 이게 어느 정도 어필하는 이유는 대명동 캠퍼스를 배경으로 두 시대에 대한 묘사가 상당히 리얼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을 위해 그 스토리를 간단히 소개하면 이러하다.
일단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때는 1979년하고도 대명동 캠퍼스. 화면이 열리면 긴 머리에 청순하게 생긴 여대생이 가슴에 책을 안고 (당시로서는 매우 흔한 모습) 본관 오르막길을 열심히 올라간다. 빌라도 광장을 지나 건물로 들어간 그녀는 본관 학생과에서 어떤 사실 하나를 확인한다. 어느 남학생의 복학 사실이다. 지동희 복학.
소은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본관에서 나와 빌라도 광장을 지나고 왼쪽 계단을 내려와 수산관으로 향한다. 본관을 바치고 있는 돌담이 정겹고 수산관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길이 옛날을 생각나게 한다. 돌에서 흐르는 윤기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한다. 아마 80년대 중반 학번까지는 열심히 다녔을 길이다.
소은, 현재 영문과 3학년. 일단 동희의 복학 사실을 확힌안 소은은 동희가 있을 만한 곳을 찾는 데, 그게 서클룸으로 수산관 2층에 있다. 동희는 소은이 오랫동안 짝사랑하던 선배인데 군에 있을 때도 열심히 편지를 써 보낸 바 있다.
서클룸 창문 사이로 들여다보니 과연 멋진 동희 선배가 보인다. 너무나 반가웠지만 차마 들어가 보지 못하고 머뭇거리는데 블현듯 선배가 문을 열고 나온다. 엉겁결에 옆방으로 들어가 숨는데, 이 방은 아마추어 무선서클(HAM) 룸이다. 소은의 뒷모습을 보고 따라 들어온 선배 동희가 반갑다고 인사를 한다. 당황한 소은은 얼떨결에 묻지도 않았는데 무선반에 다닌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걸 확인이라도 시키겠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책상 위에 놓인 고물 무선기 한 대를 들고 나와 버린다. 이 기계가 어떻게 작동되는 지 평생 처음 보는 물건인데, 소은이 알 길이 없다.
그런데 한 밤중에 무선기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허둥대며 이것저것 만져보는 중에 다행이 연결이 된다. 말을 걸어오는 남자는 인이라는 현재 대학교 2학년생. 역시 HAM 반인데 공교롭게도 같은 대학(신라대)엘 다닌다.
그러나 웃기는 것은 인이 자신을 2000년의 사람으로 소개한다는 점이다. 물론 소은은 자신을 1979년의 사람으로 주장하고. 둘 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으나 하루 이틀 무선 대화를 하면서 두 사람은 각자가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해할 수 없지만 모든 것이 역사적 사실로 증명이 된다. 그러니까 1979년의 소은과 2000년의 인이 무선기를 통해 30년을 뛰어넘어 대화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동감'이란 일단, 30년 간격을 사이에 둔 대학 선후배 간의 감정공유를 말하는구나 생각할 것이다.
여기서 70년대 말의 대명동 캠퍼스의 전경과 2000년대의 캠퍼스 전경이 오버랩되는 흥미로운 사태가 벌어진다. 채루탄이 자욱한 캠퍼스를 뛰어다니며 독재타도를 외치며 대모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나오는 가 하면, 강의실에서는 막스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강의되고 심야의 라디오에서는 one summer night란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온다. 반면 인의 세계에서는 요즘 세대들에게 익숙한 2000년대의 모던한 대학생들의 모습이 생기발랄하게 펼쳐진다. 그 중심에 인의 여자 친구가 있다. 그러나 이 둘의 스토리는 이 영화의 핵심에서 비켜나 있어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물론 이 영화의 관심사는 30년 간격을 사이에 둔 양 시대의 사회역사적인 배경을 보여주는 데 있는 것은 아니다. 맬로물 답게 중심 주제는 뻔한 연애사다. 다만 그 스토리가 좀 독특하다. 어떻게?
인은 30년 선배인 소은의 대학생활을 무선으로 듣던 중 소은이 자기 어머니와 같은 학번이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반면 인의 이야기를 듣던 소은은 인의 어머니가 자기 친구 은미란 사실을 깨닫는다. 소은은 인에게 이 사실을 숨기지만 엄청난 충격이다.
왜냐하면 이 때, 즉 1979년 소은의 상황이 이렇기 때문이다. 즉, 소은은 드디어 동희의 관심을 얻어 본격적인 러브스토리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다. 동희는 소은을 연극에 초대하고 함께 산책도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수준으로 발전한다. 당연히 소은의 단짝 친구인 은미도 이 둘 사이를 알게 된다. 문제는 우연히 병원에서 은미와 동희가 만나 서로 알게되는 일이 발생한다. 삼각관계로 나아갈 복선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때까지는 소은과 동희의 관계가 훨씬 더 진지하고 미래적 가능성도 높다.
동희와 사랑에 빠진 소은이 대명동 캠퍼스 돌담길을 걸으며 이런 고백을 한다. 후문 쪽에서 가까운 골목길이다.
사람은 향기를 지니고 산대요. 그리고 그 향기가 다 날아가면 사람은 죽는가 봐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죽어도 그 향기가 나는 사람이 있대요. 그리고 그 향기를 다른 이에게 옮기는 사람도 있구요. 그럼 그 좋은 향기가 영원히 퍼질 수 있겠죠. 냔 그 사람의 향기를 알아요. 언제 어디서고 눈을 감으면 맡을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인과 무선 통화를 계속하던 소은은 2000년을 살고 있는 인으로부터 은미의 남편, 즉 인의 아버지가 동희라는 사실을 들어버린다. 이게 더없이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사랑이 실패할 것이라는 예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소은은 갑자기 절망에 빠지고 잘 나가던 동희와의 연애를 스스로 포기해 버린다.
한편 인은 어머니의 대학 앨범에서 소은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동시에 심각한 자책에 빠진다. 자신의 언급이 소은으로 하여금 미래를 예측하고 사랑을 포기하게 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공상과학의 장치를 빌자면, 미래에서 과거를 조정하는 식이다.
과연 은미는 소은이 물러난 자리에 치고 들어가 동희와 유명한 캠퍼스 커플이 되어 연애를 시작한다. 그리고 결혼에 골인한다. 30년 이후 2000년 현재 이들은 대학생 아들(인)을 둔 부모로서 연수차 미국에 가 있다. 말하자면 부모님의 부재 중에 30년 전 러브스토리를 듣는데, 공교롭게도 어머니의 친구이자 삼각관계에 있었던 여자로부터 그걸 듣게 된다.
한편 그렇게 운명을 예감하고 사랑을 포기해버린 소은은 공부로 마음을 달래다가 유학을 떠난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선생이 되는데 여전히 싱글로 살아간다.
2000년을 살고 있는 인이 수소문을 해서 30년 이후의 소은이 근무하는 학교를 찾아내고 마침내 소은을 보러 가기로 결심한다. 즉, 인이 30년 이후 현제의 소은을 한 번 바라보는 것이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다. 인은 학교 복도에서 마주친 오십이 넘은 김소은 교수를 망연자실 쳐자보다 눈빛만 교환하고 지나간다. 말 한 마디 붙여보지 못하고 스쳐보내는데, 그 눈빛을 본 소은도 뭔가 강렬한 예감에 사로잡힌 채 인을 쳐다보지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이날 밤 집에 돌아온 인은 1979년에 있는 소은에게 이런 무선을 보낸다.
오늘 당신을 봤어요. 소은씨, 정말 예쁘고 밝았어요. 아주 잘 살고 있구요. 소은씨 옆을 스치는데 소은씨가 얘기해 주던 향기가 났어요.
소은이 대답한다.
지인씨, 살다보면 가슴 아픈 인연으로 끝이 날지라도, 만나야만 되는 그런 사람이 있나 봐요. 꼭 그래야만 하는 운명이 있나봐요. 또다시 세상을 돌고 돌다보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사랑할 수 있을까요? ... 찌지직 찌지직
이후 무선기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영원히 멈춰버린다. 그리고 <동감>의 막이 내린다. 바흐의 불멸의 아리아, G 선상의 아리아가 흐른다. 과연 누구의 무엇에 대한 동감인가?
|
|
첫댓글 이 영화를 이때까지 본 적이 없는데 한번 보고 싶네요. 대학교 다닐 때는 아마추어 무선반에 다니면서 자격증도 따고 했었는데, 특히 대명동 캠퍼스를 배경으로 해서 찍은 영화라고 하니, 간접적으로나마 추억을 걸어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동감이라는 영화를 소개해 주셔서 고마워요.
그랬구나! 영화에서는 '햄 HAM'이라 그러드네. 사실 이 영화처럼 두 시대의 사람이 교류하는 영화로 <일 마레>나 <The Lake House>가 있는데 이게 좀 황당한 반면, <동감>이 사실성을 좀 보여주는 이유는 순전히 문선기라는 장치 때문이지. 자료를 조사해보니 거의 한국 멜로의 고전으로 인정되드네. 영화보는 맛은 덜하지만 인터넷에서도 볼 수 있다. http://www.mysoju.com/ditto/
마지막 사진 저기 은행나무 밑에서 내 마눌 사진을 찍어 준게 있는데...가까이 있는데두 한번 가고 싶은 곳인데 왜 이리 안되는지? 누구나 지나간 과거는 아름답지만 촌놈인 내게 대명동은 참 도시스러우면서 꿈이었는데.....언제 한번 같이 꿈을 나누던 친구들이랑 걷고 싶어 진다. 언제 대명동서 벙게 한번 하구 취해서 걸어보자...선배! 담주 월(22일)에 벙게 함 하자! 생각난김에.....황소뿔 한번 봅자....
묵이, 좋지. 아직 방학이라 산책하기 좋을 거다. 월요일 18시에 정문 됐나? 그리고 사진기 좀 짊어지고 나오길. 제대로 된 사진 좀 찍어보자. 핸드폰 번호 좀 적어라. 내가 워낙 기계치라 네 번호 입력을 못했다.
선배 내가 월욜에 사무실 이사를 하는 것을 착각했네...내가 다른 생각을 한다고...날자를 잘못 알았네....수욜 7시 30분에 정문에서 한잔하자....학교에 있는 경미 순희씨도 한번 같이 보자....... 한잔 내 쏠께.....
묵이, 니가 제안해 놓고 그새 왔다갔다 하노. 뭐, 그렇게 하지. '동감'에 준비된 자 환영.
이 영화 언뜻보면 지겨울 정도로 사건 사고가 없는데, 실제로 절제와 함축의 미를 표방하는 영화. 특히 배경음악으로 나오는 바흐의 G 선상의 아리아가 정화된 감정의 깊이와 진정성을 잘 드러내 주지 않나 생각한다.
묵이, 그러면 정정. 24일 19시 30분. 일단 막걸리 한 잔 ㅋㅋㅋ. 동참에 제한 없음.
맞아요. 우리학교가 이 영화에서만큼 많이 나온 영화는 없어요. 유지태 머리색깔만 빼고 아주 잔잔하게 잘 본 영화...
그렇지 않아도 누가 유지태의 머리색이 왜 그러냐고 해서 물을 잘못 들여서 그렇다고 대답했는데, 맞는 답인가? 난 그래도 머리 멋있던데, 좀 촐랑대는 행동에 무게감을 가미해주는 이미지도 되고 ㅎㅎㅎ. 또 의문은 본관 앞에 만남의 장소로 시계탑을 가설해 놓았는데, 무슨 연유로 그랬는지 몰라?
대명동캠퍼스는 제게도 아주 특별한 곳인데...뭐 그리 바쁜지 지척에 두고도 가기가 쉽지 않네요...
성렬이선배랑 제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었던 결정적 장소거든요...
비하인드스토리가 아주 많은 곳이죠~ㅎㅎㅎ
비하인드 스토리라고? 든던 중 반가운 소린데. 그거 좀 경청하게 안 해 줄래. 잊어버리기 전에 한 번쯤 언표해 놓아야 새로 저장되지 않겠나. 형편되면 수요일도 좋고.
경묵이, 가능하면 일 좀 빨리 끝내라. 너무 어둡기 전에 오면 좋겠구만. 배우도 오고 그러는데 촬영을 좀 하려면 말이다. 난 늦어도 7시에는 근처에 있을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