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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목사님 우리 목사님
목동 2010-08-02 01:46:27, 조회 : 316, 추천 : 29
무더위의 쓰나미가 명상과 기도의 시간조차 삼켜버리는 여름날의 정점.
무디어진 신앙에 메스를 가했던 8월 첫째주 예배.
예배의 중심 말씀은 바울의 자족한 삶을 본받자는 내용이었다.
헌데 시간이 지날수록 목사님의 개량한복 어깨부분이 점점 어두어져 간다.
"형광등의 빛 때문일까, 아니면 원래가 어두운 부분이었나" 하는 의문속에 말씀을 경청했다.
이윽고 예배를 마친 후 목사님께서 성도들과 격려의 인사를 나누려 내려오실때에...
맙소사. 얼굴에서 땀이 비오듯 뚝뚝 떨어진다. 어깨의 짙은 부분은 땀으로 얼룩져 있었던 것이다.
이 찌는듯한 더위에, 에어컨은 커녕 선풍기 바람도 우리에게 향하게 한채,
20명이 되지 않는, 거의가 어르신들인 성도들을 위해 목사님은 자신의 온 역량을 말씀에 집중하셨다.
그리고 흐르는 땀을 뒤로 하고 성도들과 손을 맞잡으신다.
난 순간 목사님의 환하게 웃는 얼굴에서 기독교적영웅의 모습을 발견했다.
휘항찬란한 예배당에서 수만, 수십만 대중들의 환호를 받는 허상의 영웅이 아닌
어디에서건 어떤 상황에서건, 세상의 주류가 외면하더라도 기꺼이 예수의 삶을 따르려는 기독교인의 한 전형을 보았다.
신앙과 삶,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正道를 가시는 우리 목사님.
김남규 목사님과 신선욱 사모님이 함께하는 남녘교회는 참 행복하다.
감사
목동 2010-08-12 23:21:36, 조회 : 284, 추천 : 32
삶의 많은 면들을 두루두루 살펴볼 때, 우리는 놀랄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 저기에 사랑의 표시, 선의 흔적, 은혜의 암시가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 저기에 긍휼의 선물, 섬김의 열매, 소망의 표지, 분수에 넘치는 복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받은 것을 볼 수 있는 눈과 그것에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감사는 가끔씩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현재를 축하하고, 베풀어준 자에게 고마워하는 삶의 방식입니다.
받을 만하지 않는 손에 이렇게 많은 것이 놓여 있는 것을 경탄하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찰스 링마'
희한한 나라
목동 2010-08-14 14:36:10, 조회 : 291, 추천 : 37
이런 나라가 있다.
그 나라에서 돈을 제일 많이 가진 부자는 자신이 가진 엄청난 부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끓임없이 법을 어기며 돈을 모으고 있다.
그에게 불법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몇번 법원을 들락거리는 쇼를 하면 면죄부가 떡하니 쥐어진다.
정 쪽 팔리다 싶으면 대타로 자신의 똘마니를 감옥에 보내면 된다.
똘마니(알카포네컴플렉스에 빠져있는)는 아주아주 짧은 형기를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감옥문을 나선다.
부자는 걱정없이 법을 어기고 걱정없이 돈을 번다.
그리고 가끔은 허공에 대고 중얼댄다. "모든 사람이 나처럼 정직했으면..."
우리 집 소가 웃을 일이다.
그 나라에서 고위층이 되려면 '위장전입'이라는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
핏덩이 같은 자식의 성적을 위해서, 홀로 계신 노모의 아방궁을 위해서, 또 사랑하는 아내의 재산 축적을 위해서 불법으로 주소를 자주 바꾸는 행위는 장려 되어야 할 미덕이기 때문에 높은 자리께나 차지하려는 이들에게는 필히 요구되는 과제이다.
이제 나라의 이름도 '위장전입공화국'으로 바뀔것 같다.
위장전입 법정형인 '3년 이하의 징역또는 천만원 이하의 벌금' 이라는 처벌조항은...
우리 집 개나 줘버려.
그 나라에는 수없이 많은 '트랜스포머'들이 있다. (어째 갈수록 개그가 되는듯 '-';;)
그들은 평상시에는 신체 건강한 청년들이지만 '군대영장'이라는 괴물체가 나타나면 순식간에 변신한다.
멀쩡하던 팔이 틈만 나면 빠지고 정신은 분열되며 별 해괴한 병명들로 신체가 변화된다.
그중 공력이 센 이는 '행방불명'이라는 비술로 괴물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리기도 한다.
물론 괴물이 사라진 후에는 '멸공봉사'(공익을 버리고 사욕을 위하여 힘씀)하는 충성된 국민으로 다시 돌아온다.
고위층에 있는 대부분이(그 자제분들 포함해서) '트랜스포머'라고 생각하면됨.
그리고 그 나라 지하벙커에는 긴 삽 옆에 차고 狂牛등에 홀로 앉아 파고 또 파는 시름에 잠겨있는 한 인물이 있었으니...
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목동 2010-08-19 11:28:43, 조회 : 292, 추천 : 36
왜 나는 조그만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 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
옹졸하게 욕을 하고
한번 정정 당당하게
붙잡혀간 소설가를 위해서
언론의 자유를 요구하고 월남 파병에 반대하는
자유를 이행하지 못하고
20원을 받으러 세번째 네번째
찾아오는 야경꾼들만 증오하고 있는가
옹졸한 나의 전통은 유구하고 이제 내 앞에 정서로
가로놓여 있다
이를테면 이런 일이 있었다
부산의 포로수용소의 제 14 야전병원에 있을 때
정보원이 너어스들과 스폰지를 만들고 거즈를
개키고 있는 나를 보고 포로 경찰이 되지 않는다고
남자가 뭐 이런 일을 하고 있느냐고 놀린 일이 있었다
너어스들 옆에서
지금도 내가 반항하고 있는 것은 이 스폰지 만들기와
거즈 접고 있는 일과 조금도 다름없다
개의 울음소리를 듣고 그 비명에 지고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애놈의 투정에 진다
떨어지는 은행잎도 내가 밟고 가는 가시밭
아무래도 나는 비켜 서 있다 절정 위에는 서 있지
않고 암만해도 조금쯤 옆으로 비켜 서 있다
그리고 조금쯤 비켜 서 있는 것이 조금쯤
비겁한 것이라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옹졸하게 반항한다
이발쟁이에게
땅주인에게는 못하고 이발쟁이에게
구청직원에게는 못하고 동회직원에게도 못하고
야경꾼에게 20원 때문에 10원 때문에 1원 때문에
우습지 않느냐 1원 때문에
모래야 나는 얼마큼 적으냐
바람아 먼지야 풀아 나는 얼마큼 적으냐
정말 얼마큼 적으냐....
'김수영'
소수자를 위하여<3>
목동 2010-08-26 00:54:23, 조회 : 253, 추천 : 28
사람은 편함함을 추구한다. 남에게 불편함은 물론 고통과 불행을 안겨주면서까지 나의 편함을 추구한다.
함께 더불어 산다는 말은 내 편함의 추구가 남에게 불편함, 고통, 불행을 주지 않아야 한다는 말과 만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 편함을 추구할 뿐 '어떤 사회에서 살것인가?' 라는 물음을 던지지 않는다.
그런 물음을 던지는 사람은 소수다.
물신 지배가 극성을 부리는 한국사회처럼 비교라는 말이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 오늘의 관계와 내일의 관계를
견준다는 뜻은 사라지고 즉자적으로 남과 가진 것으로 견준다는 뜻만 남은 사회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기에 다시금 '그렇게 싸워왔는데 여기까지밖에 오지 못했나' 라고 말하기보다는
'소수의 부단한 노력으로 이나마 덜 비인간적인 사회를 이룰 수 있었다' 는 편에 서려고 한다.
'홍세화' ㅡ생각의 좌표ㅡ
본회퍼
목동 2010-08-30 01:18:40, 조회 : 251, 추천 : 29
이 세상의 더 나은 미래를 희망하고그러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을 하잖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고,
그것을 불경스럽게 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있다.
그들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 혼돈과 무질서와 파국을 뜻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들은 체념하거나 세상을 멀리하면서 생명의 보전, 새로운 건설, 다음 세대에 대한 책임을 회피한다.
최후의 심판의 날이 내일 닥친다면, 우리는 보다 나은 미래를 맞이 하기 위해 힘쓰는 일을 기꺼이 포기하겠지만,
그날이 오기 전에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으리라.
철강 공장에서 일하다 용광로에 빠져 숨진 청년에 대한 가슴 저미는 조시(弔詩)가 ‘넷심’을 울리고 있다. 지난 7일 새벽 2시 충남 당진군 환영철강에서 이 회사 직원 김 아무개씨(29)가 쇠를 녹이는 작업 도중 발을 헛딛어 섭씨 1600도의 쇳물이 흐르는 전기용광로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김 씨는 사고 당시 용광로가 제대로 닫히지 않으면 조업 손실이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 전기 용광로 턱에 걸쳐 있는 고정 철판에 올라가 고철을 끄집어내리려다 중심을 잃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시신조차 남기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난 청년의 안타까운 소식은 세상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사고가 난 지 거의 하루 가까이 지난 뒤에야 연합뉴스와 MBC 등을 통해 간단히 알려졌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 포털 사이트에 댓글로 올라온 가슴 저미는 조시가 누리꾼 사이에 퍼저 나가면서 ‘용광로 청년’의 죽음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누리꾼 ‘alfalfdlfkl’씨가 시 형식으로 작성한 ‘그 쇳물 쓰지 마라’라는 댓글이 트위터를 타고 급속히 퍼지면서 새벽시간까지 혹독한 환경에서 일해야 했던 29세 청년에 대한 추모 물결이 온라인 공간을 뒤덮었다.
그 쇳물 쓰지 마라
광온(狂溫)에 청년이 사그라졌다.
그 쇳물은 쓰지 마라.
자동차를 만들지도 말것이며
철근도 만들지 말것이며
가로등도 만들지 말것이며
못을 만들지도 말것이며
바늘도 만들지 마라.
모두 한이고 눈물인데 어떻게 쓰나?
그 쇳물 쓰지 말고
맘씨 좋은 조각가 불러
살았을적 얼굴 흙으로 빚고
쇳물 부어 빗물에 식거든
정성으로 다듬어
정문 앞에 세워 주게.
가끔 엄마 찾아와
내 (자식) 얼굴 한번 만져보자. 하게.
누리꾼들은 시신의 흔적조차 없어 쇠물을 떠놓거나 유품으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소식에 안타까워 하면서 젊디 젊은 청년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시를 퍼나르고 있다. 한 누리꾼은 "참 뭐라 적을말도 없이 참담하군요 비단 이 분만이시겠습니까. 이름도 얼굴도 없이 스러져가는 분들이 또 얼마나 많을지요"라고 적었다
...................
다른 누리꾼은 “목숨을 담보로 일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월급 120만원 받고, 그나마 계약 끝나면 잘리고, 일자리는 결국 외국인 노동자들 차지가 된다”며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누리꾼은 ‘2조2교대 / 3조2교대 근무가 낳은 패악’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교대조로 돌아가며 1년 365일 생산라인을 풀 가동하는 생산직 근로자들의 안전과 건강은 이미 곪아터질대로 터져버렸다. 하루에도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는 사람들이 헤아릴 수 없고, 주말이라는 단어는 우리 근로자들의 머릿속에 없다.”고 중소기업 제조업 노동자들이 처한 현실을 증언하기도 했다.
..........................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한 누리꾼은 김태호를 비롯한 청문회 낙마 인사들을 겨냥해 “이재오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라고 했으니 당신들도 국무총리, 장관 욕심내지 말고 눈높이 낮춰 용광로에서 10년간 복무하라”고 비꼬았다. 한 누리꾼은 최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고 있는 유명환 장관 딸 특혜 사건을 빗대 “왜 29살 청춘이 용광로에서 생을 마감해야 하나? 서른 예닐곱살 먹고도 무단결근하면 엄마가 대신 전화해주고, 온갖 특혜 받으며 5급에 붙은 돼지도 있던데, 이게 무슨 일이냐?”며 애통해 했다.
풍경
목동 2010-09-11 01:01:50, 조회 : 254, 추천 : 19
해 질 무렵
소들을 축사안으로 들이기 위해 녀석들을 부른다 "음머~ 음머~"
잠시 후 우두머리 암놈이 언덕 너머로 고개를 내밀며 나를 확인한 후, 참으로도 느긋하게 무리를 이끌고 내려온다.
송아지들은 폴짝 폴짝 뛰면서 머가 그리 좋은지 장난을 치며 에미들을 따라온다.
매일 보는 광경이지만 볼 적마다 기분이 좋다.
녀석들을 다 들여놓고 돌아 서려는데 저 멀리에서 한마리의 소가 내려온다.
그 옆에는 송아지가 비틀거리며 동행한다.
. . . . . .
하! 몇시간 전에 낳은 녀석인가 보다.
송아지는 걸음이 익숙치 않아 연신 넘어지고, 그 때마다 에미는 혀로 핱아주며 일어나길 기다린다.
녀석이 길을 몰라 반대쪽으로 가면 에미는 그 앞을 가로막고 신음 소리를 낸다.
그러기를 수 차례.
마침내 축사안으로 함께 들어오고, 그제서야 에미는 산고와 긴장속에서 타들어간 입을 축이기 위해 물을 마신다.
벌건 석양을 등지며 위태하게 걷는 송아지와 그 곁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에미를 바라보면서 하나님을 생각했다.
그분은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시리라.
새삼 온 천지가 위대해 보였다.
기욤 아폴리네르
목동 2010-09-13 22:38:18, 조회 : 229, 추천 : 21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흐른다.
내 마음 깊이 아로새기리
기쁨은 언제나 고통 위에 온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두 손 맞잡고 서로 바라보면
우리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살이
저렇듯 천천히 흘러내린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사랑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만 간다.
인생은 왜 이토록 지루하고
희망이란 왜 이렇게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머문다.
ㅡ미라보 다리ㅡ
가을밤
목동 2010-09-16 23:56:30, 조회 : 336, 추천 : 25
가을밤의 정취가 폐부 깁숙히 들어오면 주위가 온통 낯설게만 느껴진다.
침대, 책상, 손가락, 하루의 기억(오늘 내가 존재하기는 했을까?), 공간, 풀벌레 울음소리, 밤하늘, 별...
모든 것이 생경하기만 한 이 시간.
결코 돌아갈 수 없는,
오래전 애틋한 추억들이 눈물나도록 그립다.
시편133
목동 2010-09-21 22:18:06, 조회 : 272, 추천 : 22
이다지도 좋을까, 이렇게 즐거울까!
형제들 모두 모여 한데 사는 일!
아론의 머리에서 수염타고 흐르는,
옷깃으로 흘러 내리는 향긋한 기름 같구나.
헤르몬산에서 시온산 줄기를 타고
굽이굽이 내리는 이슬 같구나.
그 곳은 야훼께서 복을 내린곳,
그 복은 영생이로다.
고정희 그리고 김남주.
목동 2010-09-28 16:29:01, 조회 : 289, 추천 : 23
해남길을 따라 삼산면을 가면 '고정희 생가'라는 팻말이 보인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김남주 생가'라는 팻말이 있다.
암울한 시대에 치열했던 삶과 이른 죽음을 맞이했던...
크게 다르지 않았던 생애을 공유한 두 시인.
삶의 지향점을 찾고자 무단히도 반항했던 치기어린 이십대.
그들의 시와 그에 조응한 행동의 궤적들은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아픔을 보게 했고 변혁이라는 열정을 심어 주었다.
그들의 시를 먹으며 울었고, 회의 했었고, 분노했고, 가냘프지만 희망을 가졌다.
시가 내 사상의 은사였던... 그런 시간들이 있었다.
난 아직도 두 시인의 생가를 가보지 못했다. 팻말이 있는 도로에서 멀치감치 바라만 볼 뿐이다.
부끄러워서일게다.
그때의 다짐과 열정들은 안락과 적응이라는 소소한 것들에 짛눌려 화석화 되버리고
체념과 도피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지금의 몸뚱아리로는 그들과 대면하는 것이 몹내 부끄러워서일게다.
인생이 죽고 문학이 죽는 시시한 세상.
한때의 박노해, 한때의 김용택, 한때의 황석영, 한때의 나.
현실과 적당히 화해하고 적당히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상을 보며 시절의 차가움에 자꾸만 웅크려든다.
시가 노래하는 계절.
해남의 시인들이 그립다.
迷夢에서 깨어나야지.
요라고는 살수 없제.
정희 아짐, 남주 아제!
꼭 갈랑께 그때까정 잘들 계시쇼잉.
고정희<1>
목동 2010-09-29 23:41:10, 조회 : 257, 추천 : 21
무릇 너희가 밥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거듭나니라, 수수께끼를 주신 하느님, 우리가 영에서 나온 말씀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미사일 핵 무기고에서 나오는 살인능력 보유자와 우리들 밥줄을 틀어쥔 자를 구세주로 만드는 오늘날 이 세상 절반의 살겁과 기아선상에 대하여 어떤 비상정책을 수립하고 계신지요
한나절을 일한 자나 하루 종일 일한 자나 똑같이 최대생계비를 지불함이 하늘나라 은총이다 선포하셨지만, 반평생을 뼈빠지게 일한 자나 일년을 혼빠지게 일한 자나 똑같이 임금을 체불당한 채 밀린 품삯 받으러 일본으로 미국으로 다국적기업 뒤꽁무니 쫓아간 우리 딸들이 임금 대신 똥물을 뒤집어쓰고 울부짖을 때 당신의 말씀은 침묵했습니다
온갖 제국주의 음모와 죽음의 쓰레기들이 자유와 정의와 평화라는 식품 상표를 달고, 당신의 이름으로, 배고픈 나라의 백성을 향하여 무한대로 수출되고 있는 작금에도 당신의 말씀은 침묵하고 있습니다
아아 살인병기를 자처하는 다국적군이 실로 처참하고 참혹하게 이라크와 쿠웨이트의 땅을 피바다로 싹쓸이할 때도 당신의 말씀은 침묵했습니다 어디 그뿐입니까 "미국은 새로운 전쟁시대의 첫 승리자이다" 부시가 오만불손하게 음성을 높일 때, 그리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자들이 스무 번씩 기립박수를 칠 때도 당신은 온전히 침묵했습니다
대답해 주시지요 하느님, 당신은 지금 어디 계신지요 세상이 너무 재미없어 쟈니 윤의 쇼 프로그램에서 미국식 웃는 법을 익히고 계십니까, 아니면 힘이 무지무지 센 나라의 현대판 노예 수출선에 팔려가고 계십니까, 그것도 아니라면 용용 죽겠지 꼭꼭 숨어라 목하 종말론이 생산중인 페르시아 만이나 바빌론의 무기창고에서 재고를 헤아리는 무기 상인들을 격려하고 계십니까? 아니아니 당신의 이름을 교수형에 처한 공산대륙이나 모스끄바 뻬레스뜨로이까 전철 속에 앉아 이단의 풍물을 감상하고 계십니까? 대답해 주시지요 하느님, 당신은 교회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은 교회의 창고부터 열어야 합니다
이 곤궁한 시대에
교회는 실로 너무 많은 것을 가졌습니다
교회는 너무 많은 재물을 가졌고 너무 많은 거짓을 가졌고
너무 많은 보태기 십자가를 가졌고
너무 많은 권위와 너무 많은 집을 독차지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파당과 너무 많은 미움과
너무 많은 철조망과 벽을 가졌습니다
빼앗긴 백성들이 갖지 못한 것을 교회는 다 가졌습니다
잘못된 권력이 가진 것을 교회는 다 가졌습니다
그래서 교회는 벙어리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장님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귀머거리가 된 지 오래입니다
그래서 교회는 오직 침묵으로 번창합니다
의인의 변절을 탓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야 합니다
옳은 자들이 당신의 이름을 더 이상 부르지 않는 시대가 오기 전에
하느님, 가버나움을 후려치듯 후려치듯
교회를 옳음의 땅으로 되돌려
참회의 강물이 온갖 살겁의 무기들을 휩쓸어가게 하소서
새소리 참소리 태어나게 하소서
거기에 창세기의 빛이 있사옵니다 아멘......
ㅡ행방불명 되신 하나님께 보내는 출소장ㅡ
고정희<2>
목동 2010-10-01 23:32:13, 조회 : 251, 추천 : 21
함께 나누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로
거듭남의 비밀을 주신 주여,
함께 둘러앉은 만찬의 모습 속에
하느님 나라 의미를 깨닫게 하신 주여,
함께 나누는 성찬
함께 둘러앉은 만찬의 기쁨 속에
그리스도인의 해방과 통일이 있음을 고백합니다
한분이신 그리스도
한분이신 하느님은
하나의 평화 하나의 정의임을 고백합니다
하오나 해방의 하느님
우리가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나눔의 삶을 되새기고
우리가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나눔의 삶을 실천하려 애썼던들
오늘 우리 사는 세상이 이토록 심각한
빈부의 장벽을 만들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가 조금만 더 가진 것의 무게를 헤아리고
우리가 조금만 더 소외당한 이웃의 고통과 서러움에
응답하려 애썼던들, 그리고
우리가 조금만 더 자기성취의 분수를 깨닫고
우리가 조금만 더 세속적 욕망에서 의연했던들
오늘 우리 사는 세상이 이토록 참혹한
폭력과 전쟁과 죽음의 시장이 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들으소서 정의의 하느님
고장난 역사의 수레바퀴 위에 우리가 앉아 있습니다
어린아이가 못질한 방 속에서 타죽고
노동자가 온몸에 신나를 뿌리며 죽어가는 세상에서
우리는 살림의 십자가를 지지 않았습니다
권력이 백성을 떡 주무르듯 하고
가진 자가 갖지 않은 자를 종 부리듯 하며
죽음의 주도권을 쥔 자들이 온세상을
핵무기의 도가니로 몰아놓는 동안에도
우리는 평화의 십자가를 지지 않았습니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라지고
민족이 두 쪽으로 갈라선 지난 오십년 동안에도
우리는 하나 되는 정의를 외면했습니다
우리는 하나 되는 평등을 멀리했습니다
우리는 하나되는 해방을 불신했습니다
살림을 넘어 죽임으로
기쁨을 넘어 절망으로 달리는 고장난 열차 속에서
우리는 오직 침묵했으며
우리는 하나 되는 세상을 포기했습니다
용납하소서 평화의 하느님
우리가 이제 함께 나누는 성찬의 식탁으로 돌아가
해방의 피와 살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제 하느님 나라 모습으로 돌아가
평등의 길닦이가 되고자 합니다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평화의 땅으로 돌아가
정의의 강물로 넘치고자 합니다
아아 우리가 이제 그리스도 통일의 집으로 돌아가
이념의 분단
자유의 분단
차별의 분단을 허물고자 합니다
우리를 일으키소서, 통일의 하느님
우리가 두 주인의 신전을 허물고
지난날 과오의 바벨탑을 부술 때,
우리가 교회의 빗장을 열고
세속적 교만의 주춧돌을 뽑을 때,
그곳에 평화의 봇물 해방의 봇물을 트게 하소서
드디어 우리가 해방의 강물로 오십억 목숨의 뿌리를 적실 때
이곳에 세계의 살림과 영생의 불길을 두게 하소서.
(아멘)
ㅡ희년을 향한 우리의 고백기도ㅡ
고정희를 위한 변명
목동 2010-10-05 07:42:23, 조회 : 274, 추천 : 22
.....
그러나 지금껏 사람의 뜻을 져버린 역사의 벌을 누가 받아야 합니까?
역사의 주도권을 쥔 자들입니까
주도권을 묵인한 우리들 입니까
재난의 때에 말을 가진 자가 침묵하는 것은
이에 예수께서 지체없이 대답하셨다.
형제여, 그대는 마땅한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너희에게 모든 척도를 주었다
너희 시대에 일어난 일에 대하여
너희가 아직 옳고 그름을 모른다 함은
내 아버지와 나를 모른다 함과 같다
너희시대에 일어난 잘못은
그것이 위정자가 저지른 죄악이라 해도
그것을 바로잡는 노력이 너희의 몫이다
이것이 역사의 주인 노릇이다
피를 보면 광란하는 악마의 자식들이
내 백성의 혀를 뽑고 눈알을 뽑을때,그리고
서러운 내백성의 신음소리로 축포를 만들때
평화의 칼을 가진 너희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느냐?
너희는 너희가 반드시 말해야 할 때 침묵하였고
달려가야 할 때 교회 안에서
복을 달란 소리나 요란하지 않았더냐?
재난의 때에 말을 가진 자가 침묵하는 것은
내 백성을 다시 십자가 형틀에 매다는 것과 같다
해방의 주체가 누구이냐?
......
ㅡ해방절 도성에 찾아오신 예수ㅡ
가을 들녘
목동 2010-11-22 23:48:30, 조회 : 228, 추천 : 16
이젠 가을도 떠날 채비를 하는 것 같다.
묵은 때 벗기는 마냥 낙엽들을 훌훌 털어버리고...
일년동안 소에게 먹일 볏짚 작업을 마친 요즘은 여유로운 눈으로 농촌 풍경을 바라본다.
이곳에는 양파를 심는 작업이 한창이다.
머리에 수건을 동여맨채 바알간 석양빛을 받으며 일하는 아낙들과 주위의 풍경을 유심히 바라보면 순간 시간이 정지한 느낌을 받는다.
한폭의 그림이다.
산등성이에 걸쳐 있는 저녁놀, 밥 달라는 소 울음소리, 붉은 황토밭 위에 옹끗이 솟은 푸른 양파 줄기.
그 속에서 엄청난 집중력으로 자신의 삶과 대면하는 조선의 아낙들.
그 순간 만큼은 자연과 인간이 유리되지 않는, 아니 자연과 인간의 구분이 전혀 불필요한,
말 그대로 '합일'의 순간이다.
징하게 아름다운...
남녘의 가을이 가고있다.
'이 세상에 노을진 하늘만큼 기품 있는 그림은 없다'
ㅡ소로우ㅡ
파스칼
목동 2010-11-24 06:41:27, 조회 : 229, 추천 : 16
'당신은 어찌하여 나를 죽이려고 하는가?'
뭐라구? 당신은 강 저쪽에 살고 있지 않은가?
친구여, 당신이 강 이 쪽에 살고 있다면 나는 살인자가 될것이요, 당신을 이렇게 죽이는 것은 부정이 될 것이다.
그러나 당신은 강 저 쪽에 살고 있으므로 나는 용사이고, 내가 하는 일은 정당하다.
리영희 선생님 , 부디 편히 가십시오.
목동 2010-12-06 05:48:13, 조회 : 205, 추천 : 9
단순 기능적 전문가로서의 '지식인'이 아니라 시대의 고민으로 일체화 시키는 불란서어의 뉘앙스(함의)로서의 intellecutuel(-le), 즉 '지성인'에 나의 시간적 구간은 약 50년간이다.
...이 긴 기간에 걸친 삶을 이끌어준 근본 이념은 '자유'와 '책임'이었다.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책임이 있다는 믿음이었다. 이 이념에 따라, 나는 언제나 내 앞에 던져진 현실 상황을 묵인하거나 회피하거나 또는 상황과의 관계설정을 기권으로 얼버무리는 태도를 '지식인'의 배신으로 경멸하고 경계했다. 사회에 대한 배신일 뿐 아니라 그에 앞서 자신의 대한 배신이라고 여겨왔다.
...사회적 모순에 부딪치고,그때마다 실존적 선택을 강요당하는 반복적인 과정을 통해서 '지식인'으로서의 자신의 논리를 획득해 나갔다.그 삶은 사회와의 끓임없는 긴장관계일 뿐 아니라 자신과의 부단한 내면적 투쟁이었다.
...내가 살아온 75년이라는 세월은 최근 몇 해를 제외하곤 한마디로 '야만의세월'이었다.일제 식민지시대와 소위 '해방' 후 50여 년의 반인간적 생존환경이었다.이 엄혹했던 시대에 나는 '지식인'으로서 자신에 대한 책임으로서,그리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권리를 위해서 싸우는 고결한 정신의 소유자들을 돕기 위해서,많은 글을 썼고 많은 발언을 하였다.이로 말미암아서 나에게 가해지는 고뇌와 불이익은 말할 수 없이 혹독했다.그 긴 기간에, 한쪽으로부터는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사회 실현을 위해서 싸운 착하지만 힘 없는 사람들의 뜨거운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그럴수록 다른 한쪽으로부터는 지배의 권력을 놓지 않으려는 잔인한 자들의 이를 가는 증오와 저주의 대상이 되었다.
...이시기, 거짓(허위)으로 덮인 깜깜한 한국의 하늘에 희미하게나마 한 줄기 진실과 이성의 빛을 비춰주려는 나의 글과 사상이 '야만의 지배'를 물리치려는 선량한 인간들의 눈물겨운 싸움에 힘이 되었는지, 또 이시대 한국사의 전진에 얼마만큼의 기여를 하였는 지 나는 알지 못한다. 어쨋든 1990년대에 이르러 나라에 광명이 비치게 되었을 때, 나는 허약한 한 지식인으로서 미미하나마 나의 사회적 책임과 시대적 소임을 다한 것으로 자위했다. 그리고 피곤하기도 했다.
그래서 인간다운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싸움의 환호성을 들으면서 시대적 변혁운동의 전면에서 물러섰다.
...마지막으로 덧붙일 청이 있다. 이제는 거의 지나가버린 그 시대를 인간적 고통과 분노, 상처투성이의 온몸으로 부딪쳐 살아온 기성 세대나, 앞 세대들이 가꾼 열매를 권리처럼 여기면서 아무런 생각없이 맛보고 있는 지금의 행복한 세대의 독자에게 부탁하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함께 고민하고 자신이 그 상황에 직면했거나 처했다면 어떻게 가치판단을 하고 어떻게 행동했을까를 생각해 보기를. 그럼으로써...자기 비판적 대화의 기회로 삼기를. 그리고 기회가 있으면 나와의 비판적 대화도 가질 수 있기를.
ㅡ대화ㅡ
별은 사라졌지만 별빛은 오랜 시간동안 우리와 함께 하듯
선생님의 존재의 빛은 변치않고 언제나 그 자리에 그 모습으로 우리의 곁에서 빛나리라 믿습니다.
감사합니다.
종교의 의미
목동 2010-12-12 07:03:30, 조회 : 192, 추천 : 6
태초부터 인간은 헌신적이고 고된 종교적 행위를 되풀이 해왔다.
그러면서 그들은 표현하기 힘든 방식으로 인간성을 고양하고 충족하는 신성함과 접하게 해주는 신화, 의례, 도덕적 규율을 발전시켜왔다.
그들이 그렇게 독실했던 이유는 단지 신화와 교리들이 과학적, 역사적으로 믿을 만해서도 아니고 우주의 기원에 알고 싶어서도 아니며 더 나은 사후세계를 원해서도 아니었다.
권력에 굶주린 사제나 왕들이 믿음을 강요해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종교는 사람들의 폭정과 억압에 맞서도록 도와 주었다.
종교의 의미는 지금 현재의 삶을 치열하고 풍요롭게 사는 데 있다.종교적인 사람들은 야심찬 희망을 가졌다.
그들은 꿈을 꾸면서,자연을 사색하면서,서로 그리고 동물들과 소통하면서 일상적으로 환희와 통찰의 순간들을 겪기를 소망해왔다.
그들은 삶의 고통에 짓눌려 신음하기보다 고통 속에서 평온함을 유지하고자 했다.그리고 언젠가 죽는다는 두려움을 극복할 용기를 갈망했다.
욕심 부리고 옹졸하게 굴기보다 관대하고 공정하며 최대한 인간적으로 살아가기를 열망했다.
...그들은 인간 개개인에게서 느끼는 형언할 수 없는 신비를 찬양하며 이방인, 가난한 사람들, 억압받는 사람들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고자 했다.물론 실패할 때도 종종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종교적 수련으로 이 모두를 해낼 수 있음을 알았다.
그리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노력했던 사람들은 유한한 인간이 신적인 삶을 살며 진정한 자아에 눈뜨는 일이 가능 하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종교)가 보여준 것은 갈등과 고통으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도 다른 존재들과 화합하며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진리였다.
'카렌 암스트롱' ㅡ신을 위한 변론 ㅡ
도약
목동 2010-12-18 06:08:23, 조회 : 187, 추천 : 6
멀리뛰기 선수가 일정거리를 전력 질주한 후 온 힘을 다해 발구름판을 차고 솟구쳐 오른다.
도약이다.
난 아직도 신앙에 있어서의 도약을 두려워 하는 것 같다.
쾌락에 대한 미련, 이성적 회의, 자아의 집착, 등등의 것들이 발구름판 앞에서 나를 주저하게 만든다.
믿음은 이성적 탐구나 추론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전 존재를 걸 수 있는 용기와 함께 부단히 요구되는 실천적 행위(헌신, 예배, 기도, 자기비움..)를 통한 심오한 변화에 이르렀을때 믿음에 다가가는 도약에 이를 수 있다.
발구름판을 밟기 직전의 선수를 상상해본다.
그 짧은 순간에 훈련이 부족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이는 그 자리에서 멈추고 말지만 철저하게 준비된 이는 자신에 대한 신뢰와 도약할 수 있다는 용기로 지상에서 발을 떼고 공중을 가른다.
어정쩡한 믿음으로 하나님의 은총을 바라지는 말아야지.
무주쥐산
목동 2010-12-22 06:09:40, 조회 : 199, 추천 : 5
귀농 초창기에 나를 힘들게 했던것 중 하나가 쥐떼들이었다.
산속의 영웅적 동물들(호랑이, 늑대, 살쾡이)이 사라진 이곳에는 쥐가 왕이었다.
난 그놈들이 정말 싫었다. 해서 농약집으로 가 제일 비싼 쥐약을 샀다.
주인 왈 " 이약은 쥐가 물고 가서 가족들과 나눠먹어요. 그럼 모두가 몰살이지. 흐흐흐"
설레는 맘으로 쥐약을 여기저기에 풀어 놓았다. 평화를 기다리며.
하루 이틀... 쥐떼는 약에 발도 대지 않았다. 대신 엄한 산새들만 죽은 채 나뒹긴다.
쥐가 비웃는 것 같았다. 흐흐흐.
이번에는 공구점에서 14개(정확히 열네개)의 쥐덫을 샀다. 그리고 싸구려 치즈와 함께 곳곳에 쥐덫을 설치했다.
하루 이틀...쥐떼는 교묘하게 덫을 피해다닌다. tv에서 쥐가 치즈를 좋아한다는 건 다 뻥이다.
쥐들은 너무나 교활했고 조직적이었다.
난 서서히 지쳐갔고 자신과 암묵적인 타협을 했다. "그래, 불편하더라도 운명으로 받아들이자.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지 않은가?"
그렇게 '치욕'의 나날을 보내던 중 우연하게 고양이 한마리를 얻게 됐다. (그때가 귀농 3년차였으니 그 '3'년간의의 고통이란...)
처음에는 '쥐잡는 고양이'란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방안에서 데굴데굴 뒹굴며 함께 지냈다. 찍찍 쥐소리를 들으며.
그러던 중 고양이가 발정이 왔다. 발정냄새와 함께 그르렁 거리는 소리를 듣고 먼곳에 사는 바람둥이 숫컷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생겼다.
쥐떼가, 그 쥐떼가, 내 식량과 가축들의 사료와 생활을 갉아먹었던 그 죽일놈의 쥐떼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번식욕에 눈이 먼 숫놈들은 밤마다 집 주위를 어슬렁 거리며 닥치는 대로 쥐들을 잡아 먹었고 집과 생활은 안정을 찿아갔다.
난 녀석들에 대한 답례로 암고양이를 살며시 문밖으로 내어주었다.
귀농 5년차.
지금 쥐떼전멸의 원인인 암고양이는 얼마 전 바람이 나서 가출을 했지만 이젠 그녀의 딸과 손녀들이 집과 농장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고요하고 평화로운 산을 지키고 있다.
만일 당신이 쥐로 인해 고통을 받는다면 고양이를 기르라. 형편이 안되면 평안을 얻기 위해 맘속으로라도 기르라.
그리고 포기하지 말고, 인내를 갖고 기다리라.
난 '5년' 만에 평화를 찿았다.
참, 쥐떼들을 사라지게 했던 고양이의 이름은 'vote'이다.
성탄절에 태어난 임마누엘
목동 2010-12-24 23:51:10, 조회 : 195, 추천 : 5
강론 후 세례를 주고 있는데 갑자기 박수 소리가 들리더니 눈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아기가 포대기에 싸여 세례를 받기 위해 나타났다. 방금 나무 밑에서 출산한 아기였다. ‘에구머니나! 성탄절 미사 중에 그것도 성당 안에서 웬 출산이람! 태어난지 5분도 채 안 됐는데, 식기 전에 세례를?!“
전날 자정 미사 전에 ‘간단하게라도 구유를 만들어 놓을 걸.’ 하고 후회했지만 곧 생각이 달라졌다. ‘마구간보다 더 초라하고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이곳이 바로 예수님이 기뻐하실 구유이거늘 무슨 또 다른 구유가 필요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비참하고 가난한 이곳 사람들의 삶 속에 예수님의 구유는 이미 녹아들어 있고, 바로 이곳이 맨 먼저 찾아야 할 참된 구유라는 것을 예수님도 미리 알고 계셨으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미사 중에 나무 밑에서 한 아기를 태어나게 하셨다. 혹시 그 아기가 진짜 예수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우리는 그 아기의 이름을 ‘임마누엘’이라고 지었다.
스스로 선택하시어 가장 가난하고 낮은 이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 그런 예수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가 매년 준비하는 화려하고 비싼 크리스마스 장식과 구유 그리고 꽃꽂이들을 보면서 예수님은 어떻게 생각하실까. 화려하고 값비싼 구유에 편안하게 누워 계실 마음이 생기실까.
교회가 가난한 이웃의 모습으로 숨어 계시는 예수님을 외면한 채,그분이 누우실 구유에만 관심을 갖는다면 예수님께서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실까.
수십 번 성탄절을 맞이했지만 내 생애에서 가장 의미 있는 성탄절은 이역만리 떨어진 이곳 아프리카에서 맞은 성탄절이었다. 나는 지금도 그날의 성탄절을 기억하며 가난한 곳 어딘가에서 계속 태어나고 계실 예수님을 우리가 몰라보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故이태석 신부'
2010 마지막 선물
목동 2010-12-31 23:46:18, 조회 : 167, 추천 : 2
소들의 저녁을 주고 집을 향해 내려가는데 저 멀리 도로에서 비상등이 보인다.
이런 폭설에 무모하게 고개를 오르다 멈쳐버린 차일게다.
다가가니 '장흥한우'라고 쓰여진 고기차가 눈길에서 꼼짝 못한다.
기사에게 물어보니 급하게 어디로 배달을 가야 해서 무리를 하다 이렇게 낭패를 당했다 한다.
다행이 내겐 굴삭기가 있어 차를 고개 너머 내리막까지 끌어주었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말과 함께 전화번호를 주자 기사는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고 고개를 내려간다.
그를 보내고 돌아오는길에 서운한 맘이 들었다.
물론 바라고서는 하는 일은 아니지만 해마다 눈속에 빠진 차들을 끌어주면 고맙다는 말과 함께 약간의 수고비도 받았다.
그것이 인지상정이라고 애써 자위를 하면서.
하지만 이번 기사는 단지 고맙다는 말만 하고 횅 사라진 것 같아 조금은 서운했다.
굴삭기 정리를 마치고 다시 집으로 향하던 중 기사에게 전화가 왔다.
안전하게 큰길로 왔노라고, 너무 감사하다며 삼겹살 맛있게 드시라고.
전화를 끓고 굴삭기 좌석 밑을 보니 포장된 커다란 고기 한덩어리가 있다.
내가 차와 굴삭기를 연결하는 동안 넣어두었던 것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나에 대한 부끄러움과 기사에 대한 미안함, 고마움이 한동안 눈속에서 나를 붙들고 있었다.
과장해서 말하자면 난 그 기사가 하나님이 보낸 천사가 아닐까 한다.
선의란 순수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서 순수하지 못한 나를 돌아보게 해주셨던 그분의 뜻이라고 믿고싶다.
물론 뜻하지 않은 선물을 주시기도 하시지만^^
소망
목동 2011-01-01 07:44:44, 조회 : 170, 추천 : 4
사랑의 주님.
주님께서 온 세상을 구원하실 것을 믿습니다.
선한 능력에
목동 2011-01-08 07:59:13, 조회 : 172, 추천 : 3
선한 능력에 충성되고 잠잠히 둘러싸인 채,
보호되고 위로받는 이 놀라움 속에
저는 여러분들과 함께 오늘을 살기 원하고
여러분들과 함께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기 원합니다.
옛 것은 저희의 심령을 여전히 괴롭히려 하고
악한 날들에 무거운 짐들이 저희를 짓밟지만,
오 주님, 저희의 쫓겨난 심령에
주님께서 예비하신 구원을 주옵소서!
주님께서 쓰라리고 무거운 고통의 잔을
가득 채워 저희에게 주셨으므로,
저희는 그 잔을 주님의 선하고 사랑스런 손으로부터
떨림없이 감사함으로 받습니다.
그럼에도 주님께서는 저희에게 이 세상에서 기쁨과
빛나는 햇빛을 주기 원하십니다.
그러기에 저희는 지나간 일들을 회상하며
저희의 생명을 온전히 주님께 맡깁니다.
주님께서 저희의 어두움을 밝히신 촛불은
오늘도 여전히 따스하고 고요하게 타오르고,
그럴 수만 있다면 다시금 저희와 함께 동행하십니다.
저희가 알기로, 주님의 빛은 밤에 나타나십니다.
이제 저희 주변 깊은 곳에 고요가 편만할 때,
저희 주변을 보이지 않게 에워싼 세상에 온전히 울려 퍼지는 소리를
저희들로 하여금 듣게 하옵소서.
주님의 모든 자녀들이 소리 높여 부르는 찬양을.
선한 능력에 놀랍게 감추어져,
가능할 수 있을 일에 위로받으며 저희가 기다립니다.
저녁에도 아침에도 또한 너무 분명하게 매 새날에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좀비
목동 2011-01-14 08:12:43, 조회 : 152, 추천 : 5
'새벽의 황당한 저주' 라는 재미난 영화가 있다.
제목에서 시사하 듯 좀비가 점령한 도시속에서 두 남자의 악전고투를 그리는 코메디다.
영화속에 한 장면이 있다.
좀비들에게 쫒기던 주인공들이 궁지에 몰리자 눈에 초점을 없애고 어기적한 동작으로 좀비의 흉내를 낸다.
좀비들은 자신의 동지(?)라고 믿는지 더 이상 공격을 하지 않는다.
영화적 상상력으로..
만약 우리 사회가 이름모를 전염병에 감염되어 모든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운이 좋은지 나쁜지, 오직 나만이 좀비가 되지 않고 그들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당한다고 가정할때.
자신을 버리고 좀비들과 똑같은 모습과 행동으로 위장한 채 살아야 할까?
아니, 그들에게 목덜미를 내주어 완전한 좀비로 사는 것이 더 합리적이 아닐까?
과연 이 살아있는 시체들이 지배하는 세상속에서 온전한 생명의 존속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리운 바다
목동 2011-01-15 07:35:10, 조회 : 162, 추천 : 5
내 다시 바다로 가리, 그 외로운 바다와 하늘로 가리
큼직한 배 한척과 지향할 별 한 떨기 있으면 그 뿐
박차고 가는 바퀴, 바람의 노래, 흔들리는 흰 돛대와
물에 어린 회색 안개 동트는 새벽이면 그뿐이니,
내 다시 바다로 가리, 달리는 물결이 날 부르는 소리
거역하지 못할 거칠고 맑은 부름 소리 내게 들리고
흰 구름 나부끼며 바람부는 하루와 흩날리는 눈보라
휘날리는 거품과 울어대는 갈매기 있으면 그뿐이니,
내 다시 바다로 가리, 정처 없는 집시처럼
바람 새파란 칼날 같은 갈매기와 고래의 길로
쾌활하게 웃어대는 친구의 즐거운 끝없는 이야기
지루함이 다한 뒤의 조용한 잠과 아름다운 꿈만 있으면 그뿐이니,
'존 메이스 필드'
시절이 하 수상타
목동 2011-01-24 00:41:43, 조회 : 141, 추천 : 4
요즘 TV뉴스는 찌라시와 흡사하다.
시시콜콜한 연예인의 스캔들, 이젠 돈벌이가(때론 뜬금없는 애국심을 짜내기 위한) 목적이 되버린 각종 운동경기들이 뉴스를 꽉 채운다.
거기에 군대와 첨단무기에 대한 미화와 과장이 더해 삼박자를 이룬다.
전두환때는 3S(sport, screen, sex)가 시민들의 눈과 귀를 막더니 이명박이 시절에는 ASS(army, sport, screensex)가 시민들을 우민화 시킨다.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시절에 살고 있다.
ASS가 만연한 뉴스에 똥을 싸고 싶다.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목동 2011-02-10 00:18:25, 조회 : 106, 추천 : 5
사모님의 초대로 남녘에서 점심을 함께 했다.
맛난 음식과 유익한 대화로 세 사람이 즐거웠던 시간.
동병상련. 초록동색. 유유상종... 도원결의!^^
뭐라 이름 붙이건 우린 즐겁고도 즐겁다.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잔 없이 건네주는 술
목동 2011-02-12 06:00:53, 조회 : 102, 추천 : 4
세상의 어떤 술에도 나는 더 이상 취하지 않는다
당신이 부어 준 그 술에
나는 이미
취해 있기에
'류시화'
영웅<1>
목동 2011-02-16 02:37:16, 조회 : 96, 추천 : 4
창밖 너머로 구제역 방역을 위해 근무하는 이가 보인다.
유난히도 춥고 눈도 많이 내리는 올 겨울을 그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서있다.
그는 위대하다.
난 그가 무슨 연유로 저리 고된 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높은 일당 때문인지 노름 빚 때문인지 혹은 구제역을 내 손으로 막아야 한다는 투철한 사명감 때문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산골의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때론 쏟아지는 눈을 맞아가며 때론 칼날같은 골바람이 휘몰아쳐도 굳건이 자리를 지키는,
아침 퇴근 길에 손주를 위해 고구마를 얻어가면서 쑥스러워 하는,
가끔식 먼 산을 보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이 세상과 자신의 삶의 주인인 그는 위대하다.
'그렇다. 인간이 소위 영웅이라는 것의 전례와 본보기를 세워놓고 싶어하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리고 반드시 이 이야기 속에 한 사람의 영웅이 있어야 한다면,서술자는 바로 이 보잘것 없고 존재도 없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약간의 선량한 마음과 아무리 봐도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는 없는 이 영웅을 여기에 제시하고자 한다.'
'까뮈' ㅡ페스트ㅡ
영웅<2>
목동 2011-02-16 02:45:34, 조회 : 97, 추천 : 4
오늘도 나는 낡은 오토바이에 철가방을 싣고
무서운 속도로 짜장면을 배달하지
왼쪽으로 기운 것은 오토바이가 아니라 나의 생이야
기운 것이 아니라 내 생이 왼쪽을 딛고 가는 거야
몸이 기운 쪽이 내 중심이야
기울지 않으면 중심도 없어
나는 오토바이를 허공 속으로 몰고 들어가기도 해
길을 구부렸다 폈다
길을 풀어줬다 끌어당겼다 하기도 해
오토바이는 내 길의 자궁이야
길은 자궁에 연결되어 있는 탯줄이야
그러니 탯줄을 놓치는 순간은 절대 없어
내 배후인 철가방은 안팎이 똑같은 은색이야
나는 삼류도 못 되는 정치판 같은 트릭은 쓰지 않아
겉과 속이 같은 단무지와 양파와 춘장을
철가방에 넣고 나는 달려
불에 오그라든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짜장면을
랩으로 밀봉하고 달려
검은 짜장이 덮고 있는 흰 면발이
불어 터지지 않을 시간 안에 달려
오토바이가 기울어도 짜장면이 한쪽으로
쏠리지 않는 것
그것이 내 생의 중력이야
아니 중력을 이탈한 내 생이야
표지판이 가리키는 곳은 모두 이곳이 아니야
이곳 너머야 이 시간 이후야
나는 표지판은 믿지 않아
달리는 속도의 시간은 지금 여기가 전부야
기우는 오토바이를 따라
길도 기울고 시간도 기울고 세상도 기울고
내 몸도 기울어
기울어진 내 몸만 믿는 나는
그래 절름발이야
삐딱한 내게 생이란 말은 너무 진지하지
내 한쪽 다리는 너무 길거나 너무 짧지
그래서 재미있지
빠딱해서 생이지 절름발이여서 간절하지
길이 없어 질주하지
달리는 오토바이에서 나는 가끔은 뒤를 돌아봐
착각은 하지 마 지나온 길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야
나도 이유 없이 비장해지고 싶을 때가 있어
생이 비장해 보이지 않으면
대단해 보이지 않는다면
어느 누가 온몸이 데는 생의 열망으로 타오르겠어
그러나 내가 비장해지는 그 순간
두 개의 닳고 닳은 오토바이 바퀴는 길에게
파도를 만들어주지
길의 뼈들은 일제히 솟구쳐오르지
길이 사라진 곳에서 나는
파도를 타고 빠딱한 내 생을 관통하지
'이원' ㅡ영웅ㅡ
목사님!
저는 50cc 오토바이에 '불에 오그라든 자국이 그대로 보이는 플라스틱 그릇에 담은 짜장면'을 담은 철가방을 싣고 독일 아우토반을 질주하고 싶은데 목사님께서도 같이 가시렵니까?^^
새
목동 2011-02-26 08:03:19, 조회 : 91, 추천 : 4
외롭게 살다 외롭게 죽을
내 영혼의 빈 터에
새 날이 와 새가 울고 꽃잎 필 때는
내가 죽는 날,
그 다음 날.
산다는 것과
아름다운 것과
사랑한다는 것과의 노래가
한창인 때에
나는 도랑과 나뭇가지에 앉은
한 마리 새.
정감에 그득찬 계절
슬픔과 기쁨의 週日
알고 모르고 잊고 하는 사이에
새여 너는
낡은 목청을 뽑아라.
살아서
좋은 일도 있었다고
나쁜 일도 있었다고
그렇게 우는 한 마리 새.
'천상병'
삶의 기쁨은 어디로 부터 오는가?
목동 2011-03-07 07:27:05, 조회 : 105, 추천 : 10
남녘 예배 후에 권사님께서 가져오신 오렌지로 파티를 합니다.
사모님도 사과와 배를 준비하십니다.
세가지 과일만으로도 그 어떤 만찬이 부럽지 않습니다.
누군가 다음주에 칼국수를 만들어 먹자고 제안합니다.
지금부터 설전이 오갑니다.
밀가루는 몇키로를 해야 한당가? 2키로. 적어. 3키로. 그래, 3키로가 적당하구만.
반죽을 언제 해야 하제? 일요일 전날. 그럼 언제 썰어 놓아야 하는가? 먹는 당일날 썰어야 찰지제. 크게 썰어야 맛있고. 그럼. 아니제, 잘잘하게 썰어야제. 옳소. 아니랑게 크게. 아니 잘잘하게............ 써는 사람 맘대로.
별안간... 조용하시던 목사님께서 오렌지 껍질 벗기는 방법을 알아내셨다며 자랑스러워 하십니다. 유레카!
다시 설전.
국물은 바지락이 좋다. 아니제. 지금은 철이 아닝께 멸치가 좋아. 아녀. 멸치는 비린내가 난당께. 좋다. 바지락 반 멸치 반.
그럼 반죽은 누가 한당가? 윤권사님이 하쑈? 난 젊어서는 잘했는디 인젠 팔이 아파서... 서권사님은? 난 딸기 따러 가야 하는디...
집사님은? 난 손주를 봐야 해서 시간이 없을 것 같은디...
늘 그렇듯 남녘의 살림꾼 김덕례 집사님께로 반죽의 공은 돌려지고 국물은 막내인 내차지.
모두들 만족스러운 합의 후 다음주의 칼국수에 대한 기대로 안고 헤어집니다.
겨울잠에서 깬 수선화 가족들이 봄바람 속에서 깔깔대며 웃고 있습니다.
그냥 아무렇지 않았던 어제의 기억들입니다.
당신은 받아들여졌다
목동 2011-03-12 06:37:23, 조회 : 85, 추천 : 10
은혜는 우리가 엄청난 고통과 피곤함에 빠져 있을때 밀고 들어온다.
은혜는 우리가 무의미함과 공허한 생애의 어두운 골짜기를 통과할 때 우리에게 다가온다.
은혜는 우리가 사랑하는 생명, 즉 그로부터 우리가 소외된 그 생명을 더럽혔기 때문에 우리의 분리가 예상보다보 훨씬 깊다고 느낄 때 다가온다.
너는 받아들여졌다.너는 받아들여졌다. 너보다 위대하고, 네가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에 의해 받아들여졌다.
지금 그 이름을 알려고 애쓰지 말아라. 나중에 그 이름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지금 무엇을 하려고 애쓰지 말아라. 나중에 더 많은 일을 하게 될것이다.
어떤 것도 구하지 말아라. 어떤 일도 행하지 말아라. 어떤 계획도 세우지 말아라.
그저 네가 받아들여졌다는 그 사실만 받아들여라!
만일 그런 일이 우리에게 일어난다면 우리는 은혜를 경험하는 것이다.
'폴 틸리히'
만남
목동 2011-03-15 21:33:26, 조회 : 94, 추천 : 11
예정대로 담양에 소풍을 다녀왔다.
대나무님의 친절한 환대 그리고 뜻하지 않은 만남.
예술적인 너무나 예술적인 임의진 목사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김용삼 목사님과의 즐거운 만남.
앞으로도 만남을 지속하길 원하는 간절한 바람.
대나무님.
이분 참 매력적이다.
진솔하고 겸손한 성품.
만남을 가질수록 깊은 신뢰와 함께 애틋한 정이 차곡차곡 쌓아진다.
때늦은 눈이 나린다.
과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하는 오래된 상념이 다시금 내 앞에 화두로 던져진다.
김남중 성도님께
목동 2011-03-15 22:36:54, 조회 : 102, 추천 : 11
안녕하신가요?
왠지 성도님의 안부가 궁금합니다.
날이 차갑습니다.
추위에 약하신 분이라 염려가 됩니다.
하나님의 크신 뜻과 예수님의 사랑이 성도님과 함께 하시리라 믿습니다.
불안
목동 2011-03-21 00:58:51, 조회 : 92, 추천 : 10
결국 리비아에 대한 공습이 시작되었다.
일본원전의 초기대응 부실이 돈 때문이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한국 개신교의 끝모를 추락이 이어진다.
온 사방이 흔들린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어디 하나 기댈 곳이 없다.
예수는 또다시 눈물을 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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