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개별성, 즉 특수성은 언제나 문학의 보편성과 공존한다고 볼 수 있다. 흔히 고전이라고 여기는 작품들을 볼 때, 그 것들의 주제나 호소력은 보편적일 수 있지만 그런 보편적인 호소력을 이루는 요소는 보편적이 아닌 개별적인 것들이 많다. 어떤 개별성이 작품에서 부각되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는 더 큰 흥미거리가 될 수 있고 그 개별성 속에서 보편적인 것을 찾아내어 공감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국문학 작품을 볼 때 한국이라는 상황에서 살고 있는 보통 한국인들의 이야기, 특유의 환경과 특수한 역사 속에서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한민족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어쩌면 가장 한국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다. 여러 나라의 작가의 문학관, 창작 경향, 작품이 표현한 주제는 비슷하거나 같을 수 있지만 작품의 역사나 문화 배경, 작품 속에 흐르는 민족적인 정서, 작품 속의 인간들의 삶의 방식과 모습들은 같을 수 없다. 개별성을 띤 문학 작품은 바로 이런 특수한 인간들의 삶을 부각시키면서 특수성에 숨겨있는 보편적인 인간 원리를 파악하게 하는 것이 아닐가 생각한다.
한국문학만이 지니고 있는 특성을 한국의 조윤제는 '은근과 끈', '애처로움과 갸냘품'이라고 했고 조지훈은 '아름다움' , '멋'이라고 하였다. 이밖에도 충효 사상, 자연 친화 의식, 한과 인정, 풍자와 해학 등이 한국 문학의 특성으로 지적되었다. 하지만 한국문학의 특성이라고 해서 한국문학만의 특수성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나 민족의 문학 작품에서도 이런 특성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단지 이런 특성들이 한국작품에서, 한국인들의 삶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가가 더 중요하다.
풍속의 묘사 또한 문학의 개별성의 중요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라나 민족의 역사적 배경이 다르므로 고유의 토속 신앙이 있을 것이고 외래의 사상도 수용하기 마련이며 또한 그것들이 문학작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풍속이 민족의 중요한 특징이고 또한 그 민족의 사고방식과 삶을 표현하기 때문에 인간의 삶을 다루는 문학 작품의 개별성을 판단하는 중요한 방면이라고 생각한다.
하여 한국문학 작품의 개별성으로 문학작품에 표현된 한민족의 역사 배경에서 비롯된 한국인의 정서(한의 정서, 숙명론적 정서 등), 특수한 지역과 역사를 가진 한민족이 겪는 삶, 고유의 토속 신앙과 외래 사상의 수용에서 비롯된 사고방식과 특유의 풍속 등을 예로 들 수
있지 않을가 생각한다.
개별성을 지닌 한국문학 작품- 「서편제」/ 이청준
주제의 보편성- 技藝를 하는 예술인들의 비참한 삶과 운명
작품의 개별성-작품의 배경/ 한국 전라도
인물/ 한국 특유의 기예를 가진 소리꾼
작품의 정서/전통적인 민족 정서인 한(恨)
사고 방식/ 동양적인 정신주의-육체적 실명 대신 영혼의 광명을 볼 수 있음
풍속/ 민간의 판소리 공연
내용/ 소리 때문에 인생이 비참해지고 한이 쌓이고 또 소리 때문에 한이 풀린다.
이에 대응되는 중국 문학 작품- 「?王別姬」(패왕별희)/ 李碧華(릴리안 리)
주제의 보편성- 技藝를 하는 예술인들의 비극적인 삶과 운명
작품의 개별성- 작품의 배경/ 민국 시대의 중국
인물/ 중국 전통 민속 예술인 京劇(경극)을 연출하는 예술인
풍속/ 북경 天橋(천교)의 민속놀이, 여러 가지 技藝(기예)
내용/ 경극을 시작했음으로 하여 주인공의 비극적인 운명이 시작되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삶이 변화하고 비참해가기만 한다. 주인공(虞姬)-(우희역은 극중에서 여자지만 현실에서는 남자다)이 지향하는 삶과 사랑은 현실이 아닌 경극의 연출에서만 실현할 수 있었다.- 인생
은 경극이고 경극이 인생이다.
중국인 학습자(고급)를 상대로 한국의 문학작품 「서편제」를 가르칠 때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먼저 영화로 감상할 수 있다. 한국어 학습자로서「서편제」를 감상할 때 보편적인 주제를 파악하기는 쉽지만 작품의 개별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문제가 있을 것이다.
하여 「서편제」와 대응되는 중국 문학 작품을 선정하여 작품을 비교하면서 가르치는 것이 작품의 이해와 습득에 도움이 될 것이다.
1. 작품(서편제) 감상, 나름대로 주제를 파악한다.
2. 학습자가 알고 있는 자신의 나라(중국)의 어떤 비슷한 기예를 예로 들 수 있다/京劇(경극)이나 越劇(월극) 등
3. 그런 기예들을 내용으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찾아보고 주인공들의 삶이나 운명에 대해 토론을 할 수 있다./「?王別姬」,「胡蝶君」등
4. 학습자들이 잘 알고 있는 중국작품과 한국작품을 비교하고 공통점과 차이점를 찾아볼 수 있다/ 작품의 배경, 주인공의 삶, 기예의 특점 등
5. 선정한 한국문학 작품(서편제)속의 한국 특유의 내용에 대한 해석과 설명을 통하여 개별성을 이해하도록 한다/ 소리, 소리에 맺힌 한, 소리 인생 등
참고문헌
김윤식(1998)「바깥에서 본 한국문학의 현장」 집문당
릴리안 리(李碧華)(1994) 「?王別姬」빛샘
민용태(1997) 「서양문학 속의 동양을 찾아서」 고려원
이청준(1998) 「서편제」열림원
이문열 외(1995) 「한국문학이란 무엇인가」민음사
이동하(2001)「한국문학을 보는 새로운 시각」 새미
정현기(1994)「한국문학의 해석과 평가」 문학과 지성사
조동일(1993)「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지식산업사 등
한국문학의 개별성
-'한국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한국적 정서를 살펴볼 수 있는 작품 선정
2000-22245 홍현정
다른 나라 문학, 다른 민족문학이 가지는 특성과 비슷한 점이 있다는 사실로 출발한 한국문학의 보편성 문제를 지난 과제에서 다루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것의 뒷면인(보편성과 개별성은 따로 논하기 어려운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것) 한국문학만의 '개별성'문제를 살펴보아야 했다.
Ⅰ.
한국문학만의 독특성이란 과연 있을까?
있다면 그것은 문학의 어떤 측면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른 나라 문학에서는 없는 한국문학만의 장르(시조, 가사, 무가 등)를 소개해야 할까? 장르적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애초에 한국문학을 외국인에게 가르치기 위한 목표로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한다'는 것과 별로 연관이 없을뿐더러, 그것은 전문적인
문학이론이 필요한 부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주제나 내용에서 한국적인 것, 세계 다른 문학과 구별되는 한국적인 것을 찾을 수 있을까? 여기에서 바로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는 개념이 있다. 즉, '한국적'이라는 것의 뜻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 후에야 가장 한국적이라 할 수 있는 문학작품도 찾을 수 있다.
동아 새국어 사전에서는 '한국적'이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풀이해 놓고 있다.
한국적 : 한국 고유의 특징이나 색채가 있는 것
고유 : 본디부터 지니고 있거나 그 사물에만 특별히 있음.
특징 : (다른 것과 비교하여) 특별히 눈에 띄는 점
색채 : 1.빛깔.
2.‘어떤 사물이 지닌 경향이나 성질’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
Ⅱ.
이에 따라 '한국적'을 다시 풀이해 보면,
한국적 : 한국에만 특별히 있는 요소나 경향, 성질을 가진 것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요소나 경향, 성질을 다시 살펴봐야 할 텐데, 그 중에서 문학에서 가장 많이 얘기하는 것이 '정서'이므로 '한국문학' 강의라는 원래의 의도에 맞게 '정서'에 대해 정리(국어교육학 사전, 대교, 1999)한 것을 보았다.
정서 : 기분이나 심정. 즉 어떤 대상에 대한 주관적인 심리적 반응을 말하는데, 감정과 유사한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다. 감정이 감각에 직접적으로 수반되는 심리작용이라면, 정서는 그것이 한 단계 복잡화, 체계화된 것이라고 하여 이를 구분하기도 한다.
.... ②정서는 감정의 영역에 속하되, 질서화되고 유기적인 모습을 띤 감정이다. 감정이 감각이나 지각에 의해서 촉발되지만 본능적이고 일차적인 것에 반해서 정서는 그 일차적 단계를 넘어선 정제의 단계를 거친 것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 ③정서는 지적 요소와 감정적 요소의 결합이다. .... 일차적으로 형성된 감정이 표현이나 정제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이른바 상상력의 세계를 경과하게 된다. 정서에 의해서 상상력이 촉발된다고 보든, 상상력에 의해서 정서가 형성된다고 보든, 정서와 상상력은 표리의 관계에 있다. 이 때 정돈과 정제를 가하는 힘은 지적·정적 요소가 된다.
'논술과 문학교육의 기본 방향' 『우리교육』김대행. 95. 7월호에서도 정서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갈등이 심리의 내면에서 이성의 작용에 의해서 차차 정돈되어 갈 때, 정돈되어 가는 과정"
한국적인 정서란 어떤 것이 있을까? 한, 은근과 끈기, 풍자와 해학 등 여러 가지가 이야기되어 왔다. 앞서 과제를 올린 박해연은 정서들이 그러나 한국문학만이 아니라 다른 문학에서도 나타나는 것이며 중요한 것은 작품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었는가 하는 문제라고
보았다. 동감이다.
덧붙인다면, 위에서 언급한 한국문학에서의 한국적 정서가 한국문학 하나하나, 고대부터 현대에 발표되는 모든 한국문학에서 다 찾아볼 수 있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여기서 나는 다시 미궁에 빠졌다.
Ⅲ.
잠시 샛길로 빠져...
핑계같지만, 미궁 속에서 헤매는 동안 나는 1964년 미국에서 영문으로 발표된 "The Martyred(순교자)"를 읽었다. 여기서도 한국적인 정서를 읽을 수 있을까,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보아 독특하다고 할 만한 한국을 드러내 주는 무엇이 있을까 의문을 가지며 끝까지 정독하였다. 한국적인 것을 찾아 보았지만, 기껏 찾은 것은 6.25전쟁 상황이라는 배경, 우리 나라 한반도를 배경으로 한 지명과 인명 뿐이었다. 이 작품에서 추구하는 문제의식과 인간상은 굳이 한국만 그러한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울 듯 싶었다. 양심의 모호성, 인간적 고뇌가 무엇인가를 일종의 종교적 미스터리처럼 다룬 그 소설적 구성, 표현과 사건구조의 치밀함 등이 미국에서 찬사를 받게 한 요인이었다. 지극히 한국적이어서가 아니라 그 인간 보편의 고민을 훌륭하게 문학적으로 형상화하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통해서 얻은 것은 한국적인 정서를 찾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이었다. 한국문학인지 아닌지 판별해 주는 것은 작품을 쓴 작가가 한국인이면서 한국의 생활방식, 삶에 대한 태도와 가치관을 가져본 적이 있는 사람인가 아닌가로 따질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래서 그 작가의 사고가 반영된 작품에서는 당연히 한국에 관련된 배경과 사건, 생활양식이 드러날 것이며 그것을 읽으며 외국인들은 한국문화를 알게 될 것이다.
Ⅳ.
장르면에서나 구성면에서나 표현에서 점차 세계화되어 가는 현대문학에서 한국적인 정서를 찾기란 보통사람으로서는 어려운 일이다. 생활양식조차 한국적인 것이 점차로 사라지고 있다. 한국 소재(所在)의 배경과 인물, 사건만이 아니라 정서측면에서 한국적인 것이 과연 얼
마나 있는가?
정서가 그냥 독립체로서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사건과 대상에 대해 생기는 감정과 이성의 작용이므로, 한국적인 정서는 한국적인 역사, 사회적 상황, 사건, 대상에 대해 한국인 대부분이 가지게 되는 심리 작용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적인 정서가 오롯이
드러나 있는 작품을 제시하라고 할 때는, 한국문화가 여타 다른 나라 문화와 뚜렷이 구분되었던 시대의 작품이어야 타당하다.
즉, 한국문학의 개별성이 드러내 주는 작품은 '시대'라는 기준을 적용하여, 세계 여러 민족이 각기 독자적인 생활방식을 가졌던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서 찾아야 한다.
Ⅴ.
따라서, 나는 다음과 같이 작품 선정을 일차적으로 해 본다.
1. 한국문학의 개별성을 보여주는 작품
: 허난설헌의 '규원가'(가사), '빈녀음'(한시),
황진이의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던가'(시조)
2. 작품 선정 이유
: 조선 시대 유교 문화라는 특수한 중세 상황에서 조선 여성들의 삶은 시집에 매여 정숙함을 가장 큰 생활가치로 여기고, 자신은 사회적으로 진출할 수 없으며 오로지 가정에 봉사하는 희생적 위치에 놓여 있었다. 그 안에서 여성들은 외로움과 원망이 생기고 그것은 한이
되었다. 기생도 일반 아녀자와는 약간 다르지만 그 시대를 같이 살았기 때문에 비슷한 정서를 가진다.
조선시대의 이와 같은 여성의 정서는 여성의 사회진출이 일반화되어 가고 있는 현대에 와서까지도 남아있어 남·녀 평등 문제에서 갈등이 되기도 하고, 고부 문제, 육아문제 등에서 여성이 괴로워 하게 된다.
이러한 점이 한국 사회의 현실, 한국인들의 정서를 아는 데에 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3. 강의 진행 방식
(1) 전시 - 과제 제시
①강의가 진행되고 있는 나라의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에서 어떠한 지위와 그에 따른 역할을 요구받고 있는지 수강생들에게 질문한다.
②그것은 현대 문학에서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며, 과거의 문학에서는 어떤 양상으로 나타났는지 자유로운 형식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게 한다.
(2) 본시 - 슬라이드 감상, 발표와 토론
①과제로 해 온 것들을 간단하게 살펴본다.
②허난설헌의 '규원가'(가사), '빈녀음'(한시), 황진이의 '어져 내 일이야 그릴 줄을 모로던가' (시조)를 강독한다.
③조선시대 양반 여성, 평민 여성이 방 안에서 남자와 함께 있는 모습, 길을 걷는 모습 등을 보여 준다.
④강사가 조선시대 현실과 여성의 위치, 문학에서 나타나는 여성의 정서 등을 설명한다.
⑤그것이 아직도 한국 현실에 남아있다는 점을 일상생활에서의 예를 들어 소개한다.
⑥수강생들이 해 온 그들 사회의 여성의 정서와 한국사회 여성의 정서가 문학에서 형상화되었을 때 어떠한 차이와 공통점이 있는지 토론한다.
개별성을 위한 첫걸음
주재우
지난번에 보편성을 띤 작품을 선정해 보았다면 이제 한국문학의 스펙트럼이 있다고 가정하여 제일 반대편의 문학작품을 선정해야 하지 않을까에서 출발.
가장 한국적인 그리고 한국을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문학작품은 무엇일까.
그런데 여기에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이 문학을 접하게 될 대상은 한국문학에 대해 무지하고 심지어 관심이 별로 없는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한국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작품이면서, 그들에게 흥미를 끌 수 있는 작품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흥미라고 한다면 오락적인 재미 뿐만 아니라 정보성, 교훈성 등을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외국인들이 한국은 잘 모르지만 일본이나 중국은 잘 알고 있다는 사실도 염두해 두어야 한다. 그들 가운데는 중국 사람보다 부(賦)를 잘 아는 사람도 있고, 일본 사람만큼 하이쿠에 대해 관심이 많은 사람도 있다고 한다.(이성일, 우리 고전 번역의 필요성) 따라서 한국을 알리는 방법은 이들과의 비교를 통해서 한국의 특징들을 알리는 것이 훨씬 수월하리라 생각이 든다.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한 분이 조동일 선생님이다. 서양의 카타르시스, 인도의 라사에 비등할만한 한국의 신명풀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그것을 살필 수 있는 작품은 봉산탈출이라고 하였다. 각자의 창조가 서로 만나 싸우고 한 데 모여, 대립이 조화이고 조화가 대립이며 싸움이 화해이고 화해가 싸움임을 구현하는 신명풀이의 원리를 구현하고 있다고 보았다.
아직 내가 선정한 문학작품은 없지만, 내가 선정을 하더라도 한국의 부정적인 것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잘 드러난 그러면서도 이 시대의 현안문제 가운데 한가닥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는 그런 작품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문학의 개별성
오판진(2001-30763)
(1) 한국문학의 개별성에 대한 견해를 정리하여 제시하기
(2) 개별성에 기반한 작품의 분석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보여주기
1. 한국문학의 개별성에 대한 단상
지난 시간 '한국문학의 보편성'에 대해 공부를 하면서 '보편성'에 초점을 맞추어 논의를 했었다. 이 시간은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한 지지난 시간에 이어지는 것이었고, 각자 설정한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문학의 이해'라는 강좌를 진행할 때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해 보는 것이었다. 보편성이라면 한국문학과 대상 학생들이 속한 나라의 문학에 공통으로 해당되는 점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에 논의하는 보편성은 보편성 그 자체에 대한 논의를 예각화하는 과정과 함께 각자 설정한 학생들이 어떻게 하면 부담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한국문학에 접근하도록 할 것인지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보편성 모색이 강조되었다. 그래서 대상 학생들이 부담스럽지 않게 한국문학을 공부할 수 있는 접근법으로 대상 학생들의 나라말로 쓰여진 '교민문학'에 대한 주목이 필요하다고 말씀하신 것 같다.
지난 시간 논의를 토대로 이번 시간에 논의하게 될 '한국문학의 개별성'에 대해 생각하려고 할 때 중핵이 되는 문제는 '개별성' 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개별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한국문학'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시간 보편성에 대한 논의를 하면서 한국문학의 범주 안에 교민문학을 포함시키는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크다는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결국 한국문학의 범주 안에는 남한의 문학만이 아니라 북한문학을 아우르는 것은 기본이며,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우리 교포들이 향유하는 모든 문학을 포함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삶의 토대가 되는 남한의 문학에 대한 안목을 넓히는 공부를 중점적으로 하다보니 북한문학이나 교민문학에 대한 안목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차후에 교민문학이나 북한문학을 한국문학이란 범주 속에 어떻
게 파악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좀 더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한국문학의 개별성에서 '개별성'은 보편성의 상대 개념으로 상정된 것이다. 여기에서 개별성은 (보편성/특수성), (세계성/민족성), (공통점/차이점) 등과 같은 이항대립적인 분류를 참고로 할 때 특수성, 민족성, 공통점과 같은 개념들과 같은 의미일 수도 있고, 상통하는 점이 많다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문학의 개별성을 특수성이라고 하거나 민족성이라고 지칭하더라도 과연 한국문학에 그러한 실체나 속성이나 활동이 존재하는지 하는 점이 질문의 요체이다. 특히 요즘과 같이 세계가 한 가족처럼 서로 왕래하고, 의지하여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개별성이라고 하는 것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그래서 한국문학의 개별성을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그 결과 한국문학의 개별성은 없다고 하는 사람들까지 있는 형편이지만 한국문학의 개별성은 없는 것이 아니라 찾기 힘들거나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국 이 말은 한국문학에는 개별성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특정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국문학을 강의할 계획이라면 그 나라 문학과 한국문학의 차이점을 개별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비록 작게 느껴질 지라라도 없다고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를 주제로 고민하면서 문학을 한 마디로 정의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이를 정의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한국문학의 개별성에 대한 논의를 밀고 나가기 위해서는 비록 부족하고 모순이 있을 지라도 어느 만큼은 정리해야 할 필요를 느낀다. 그래서 정리해 보면 문학이란 '인간과 인간의 삶을 언어로 표현한 모든 것'이며, 이는 실체로, 속성으로, 활동으로 볼 수도 있으며, 동적인 시각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론적인 시각에서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학을 이렇게 정의
하고 보면 미국문학과 한국문학의 차이점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다.
문학이 '인간과 인간의 삶을 언어로 표현한 모든 것'이라면, 여기에는 한국인과 미국인들이 살아온 사회·역사적인 시간과 공간, 삶의 조건, 언어와 표현이 서로 같지 않았고, 지금 현재 같지 않기 때문에 차이를 찾고자 나선다면 한국문학의 개별성은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여기에서 문제는 한국문학과 미국문학이 서로 다른 점을 어떤 목표와 방향 속에서 '한국문학의 이해'라는 강의시간에 다룰 것이냐? 라고 본다. 한국문학의 개별성은 객관적으로 이를 구명하는 연구활동을 하자는 것이 목적일 때와 한국문학에 대한 이해를 확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할 때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를 초등학생에게 가르칠 때와 대학생에게 가르칠 때 교수법도 같을 수 없는 것이다.
대상 학생들을 염두에 두면, 한국문학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향에서 한국문학의 개별성에 대해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한국문학의 개별성은 문학의 보편성을 바탕으로 논의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강의 순서에서 후반부에 위치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2. 수강 대상 : 한국문학 강의를 수강하고자 하는 미국 대학생. 자국 문학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수준.
3. 강의 자료 : 윤조병의 희곡 '농토'
4. 자료 선정 이유
(1) 세계 문학의 공통적인 주제인 '20세기 인류의 삶'을 다룬 한국문학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2) 미국 사회에서 소시민의 삶을 다룬 아더 밀러가 쓴 '어느 세일즈맨의 죽음'과 견주어, 한국 사회에서 농민의 삶을 다룬 윤조병의 '농토'를 통해 20세기를 살았던 미국인과 한국인의 삶의 양상을 파악하고, 자국의 문학과 비교, 대조하여 논의할 수 있다.
5. 강의 방법
(1) '농토'를 읽고, '세일즈맨의 죽음'과 견주어 '20세기 인류의 삶'이란 주제로 A4용지 1매 내외로 보고서를 써오도록 한다.
(2) 비디오 자료를 활용한 강의법과 토론 - 한국문학과 미국문학의 공통점과 차이점 및 이것이 자기 삶에 주는 의미를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개별성은 열녀 사상에 있다!
99705-809 나카가와 아키오
(조사와 고찰이 부족해서 막연한 내용을 올리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문학 교육의 내용을 문학 작품의 플롯 이해와 더불어 사상적인 면과 작품이 엮어진 시대적 배경 및 그 시대를 살아간 인간들의 삶의 모습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구인환 외, [문학교육론], p.263) 그 중에서 문학의 개별성이 뚜렷이 드러나는 요소는 역시 사상이라 하겠다.
한국 문학 작품에 담겨진 사상이라 할 때 다음과 같은 세 가지가 생각난다.
충, 효, 열 (사상)
충성심을 주제로 삼은 줄거리는 [임진록], [박씨전], [임경업전] 등의 고소설이나 [충성스로운 개] 등의 설화에서 현저히 찾을 수 있고, 부모에 대한 효도를 강조하는 주제는 [심청전]이나 [할미꽃], [청개구미]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이들 두 가지 사상은 같은 유교 문화권에 속한 일본의 문학 작품에서도 흔히 찾을 수 있다.
한편 정조를 강조하는 열녀에 관한 작품이 한국 문학에는 꽤 많은 편인데, 대표적인 작품으로 [춘향전]을 뽑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 문학(염정문학)이 지닌 정조 의식은 일본 문학에 있어서는 비교적 역하게 다루어지는 경향이 있다.
[춘향전]의 '춘향'은 여러 시련을 겪으면서 사랑하는 이도령에 대한 사랑과 정조를 지키려는 태도를 보여준다. 이 강한 정조 의식은 춘향을 일시적으로 불행으로 이끌어갔으나 결국 행복한 결말을 맞이하게 하는 큰 동기가 되어 있다.
일본의 고소설이나 설화 중에서도 정조 의식을 중심 사상(주제)으로 삼는 작품들이 적지 않은데, 한국 문학 작품에 비해서 정조에 대한 가치관의 정도나 태도가 다르다. 또 정조 의식이 강조되었다 하더라도 [춘향전]과는 달리 정조를 지키려는 태도가 주인공을 오히려 불행으로 이끌어갈 경우가 많다.
(주인공이 남자라서 열녀 사상과 직접적으로 관련은 없지만)일본 염정소설의 대표작으로 뽑히는 [겐지모노가타리(겐지이야기)]를 예로 들면, 주인공인 겐지는 평생 동안 수많은 여성들과 연애를 즐기는데, 그것에 대한 묘사가 작품의 큰 주제이며 일본 문학이 지닌 미의식의
원천이라 평가받고 있을 정도이다. 또 일본의 설화 작품인 [우게쯔모노가타리]를 보면, 아내를 버리고 집을 떠난 남편을 애타게 기다리던 아내가 죽어서 귀신이 되었는데, 그것을 모르고 몇 년만에 돌아온 남편은 하룻밤이 지나서 자신의 잠자리 옆에 누워 있는 아내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나아가 한국 개화기를 대표하는 번안소설인 [장한몽]과 그 원작인 [곤지키야샤]의 여자 주인공(심순애, 오미야)의 삶을 비교해 보면 한국과 일본의 장조 의식의 차이가 뚜렷이 드러난다.
[장한몽]과 원작의 앞부분에서는 사랑보다 금전(부)을 선택한 여자 주인공이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고뇌하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중편에 들어 원작의 오미야는 자신이 버린 전 애인(칸이치)을 마음 속에서 사랑하면서도 남편 사이에 아기를 두고(사산했음) 결혼 생활을
계속했다. 이에 반해 [장한몽]의 심순애는 남편과 같이 살면서도 부부의 관계를 거절한 채 전 애인인 이수일에 해한 정조를 기키려고 힘을 썼다. 순애는 이수일을 만나서 속죄했으나 수일로부터 거절을 당하자 투신자살을 시도했고(실패), 그 사건 이후 남편과 별거 생활을 하
고 있다.
[장한몽]의 이러한 줄거리는 비현실적으고 부자연스럽다는 비판을 받고는 있으나 양 작품에 나타난 여자 주인공의 삶은 한국과 일본의 정조 의식의 차이점을 이해하는 데 좋은 자료가 된다.
이렇듯 [춘향전]이나 [장한몽]에 드러내는 열녀 사상 및 강한 정조 의식은 한국 문학의 개별성을 형성하는 요소이라 생각한다.
韓國文學의 個別性
- 김유정 문학의 텍스트 언어학적 분석-
홍혜준
한국 문학은 문학 일반으로서의 보편성과 함께 한국 문학만이 가지는 개별성을 지니고 있
다. 특히 언어, 문체, 소재, 모티브, 미의식, 주제 등에서 우리 문학의 개별성과 특질을 찾아
볼 수 있는데, 본고에서는 김유정의 문학을 중심으로 한국 문학의 개별성을 살펴 보고자 한
다. 우리 소설사에서 1930년대는 소설의 다양함과 풍부함을 보여준 시기였다. 이 시기에는
소설을 통해 현실을 파악하고 역사전망을 읽어 냈음은 물론 소설의 언어에 대한 천착과 다
양한 형식의 실험이 이루어진 소설이 출현한다. 김유정의 소설은 현실인식을 토속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에 성공하고 있다.
김유정은 소설의 해학미에서 뛰어난 면모를 보였다. 특히 김유정 문학의 가장 큰 특질은 비
참한 시대상황을 웃음에 의해 그려낸다는 데 있다고 본다. 이재선은 “세계인식의 태도가
냉철하고 이지적인 현실감각이나 비극적인 진지성보다는 인간희화적인 해학미”가 넘쳐나는
소설적 언설의 문체의 독특함을 김유정 소설의 특징으로 지적 이재선, 『한국현대소설사』,
홍성사, 1979, p.370.
하였다. 특히 「동백꽃」(1936)과 「봄봄」(1935) 등이 김유정 소설의 해학성이 강조된 대표
적 작품이다. 순수 서정세계를 그린 작품들에서 김유정을 중심으로 한 토속적 정취와 한의
미학은 대단히 주목할 만하다. 그의 순문학적 경향은 현실 도피의 차원이 아니라 생래적인
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1930년대에 활동했던 평론가 김문집은 조선어 전통론을 강조하면서
김유정의 전통적 언어 미학을 높이 평가하였으며, “현하(現下) 조선문단의 가장 아름다운
신진 작가요 근대 조선문학 수립 이래의 드물게 보는 언어의 전통미를 살린 작가” 김문집,
「고 김유정군의 예술과 그의 인간 비밀」 , 『조광』 , 1937, p. 98.
라고 하며 전통적 조선 어휘의 풍부와 언어 구사의 개인적 묘미를 강조하고 있다. 김유정의
소설에서 절묘한 언어 구사와 유머, 토속성을 발견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통하여 어떤 작가
보다도 식민지 치하의 농촌의 궁핍상을 여실하게 묘파해 내고 있어서 독자는 씁쓸한 웃음
뒤에 이러한 농촌 현실을 야기한 그 무엇에 대한 분노를 느끼게 된다. 「동백꽃」,「봄봄」
등의 초기작과 「가을」,「땡볕」등 대부분의 그의 작품에서 우직한 농민들의 생활과 감정
을 목가적으로, 또는 토속적 정취와 유머, 한을 통해서 보여주고 있다.
유머는 의사소통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유머가 인간생활에 중요한 요소임에도
불구하고, 주로 심리학적 측면과 문화 현상의 측면에서 다뤄지고, 언어학적으로 유머의 원리
를 규명한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따라서 유머를 텍스트 언어학의 이론을 바탕으로 분석
해 보고자 한다. 유머는 여러 매체를 통해 끊임없이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는, 대다수의 사람
들이 좋아하고 즐겨 하는 텍스트 장르이다. 본고에서는 유머 텍스트의 생산자에 초점을 맞
출 것이다. 유머 텍스트의 생산자는 다른 사람을 웃기기 위해 웃음을 유발시키는 장치를 텍
스트에 설치한다. 유머 텍스트의 생산자가 웃음을 유발시키기 위해 어떤 장치들을 사용하는
가를 주된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유머의 원리는 비예측성에 있는데, 즉 생산자가 수용자에게 예기치 못한 정보를 제공하고,
수용자가 그 정보를 격하하는 과정에서 웃음이 발생하게 된다. 이런 유머의 원리는 텍스트
언어학의 텍스트성 텍스트성은 하나의 통합적, 유의적 총체로서 텍스트의 성격을 규정하는
기준을 말하는 것으로, 텍스트적 요인인 결속구조와 결속성, 심리적 요인인 의도성과 용인
성, 사회적 요인인 상황성과 상호 텍스트성, 정보처리적 요인인 정보성 등이 있다.
을 통해서 분명하게 밝혀질 수 있다고 본다. 김유정의 작품에서는 일반화되어 있는 행위와
말투에서 골계미가 두드러 지는데, 또는 이러한 골계를 통해 삶의 엄숙한 현장을 객관화하
여 보여 주고 있다. 즉 비정상, 부조리, 기괴함을 통해서 사회적 현실이 여실하게 제시되어
있다.
김유정의 작품에 제시된 인물들은 대체로 못나고 순박하고 외골수이고 성격적으로 이지러진
특징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인물들은 자립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남의 판단
과 남의 의사에 추종하거나, 더러는 독자적인 생각에 의해 세상을 살아가긴 해도 결정적인
결함을 지니고 있으면서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인물들이다. 무지하고 이지러진 인물들에 대
한 김유정의 계속적인 관심은 그러한 현상 속에 투영된 시대와 제도의 무자비함을 독자들에
게 인식시키려는 작가 정신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김유정의 ‘모자라는’ 인간들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삶의 엄숙함과 괴로
움을 내포하여 웃음 속에 고통이 공존하게 한다. 이러한 특질은 희비극적인 요소와 일치한
다. 가령 정상 수준의 계층 안에서 희극과 골계는 그들의 실수나 고집, 성격 또는 일시적인
망상이나 오해, 착각 등에 의하여 일어나지만, 김유정의 작품에서 빚어지는 골계는 그들 수
준의 골계가 아닌 엄숙한 삶의 현실인데, 그보다 우월한 처지에서 그들을 ‘내려다 볼 때’
일어나는 계층의 격차에서 우러나는 것이다. 웃음은 예상 밖의 결과로 인한 긴장감의 해소
와 타인에 대한 우월감에 의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웃음의 원인은 웃음을 궁극
적 목적으로 하는 유머의 원리를 규명하는 밑바탕이 된다고 본다. 하지만 김유정이 창조한
골계의 세계는 근본적으로 계층의 격차 때문에 빚어진 것으로, 인물들이 바보이거나 사소한
실수나 착각, 독특한 버릇이나 고집, 말솜씨 때문에 일어나는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는 유희적 골계가 아니라 심각하고 고통을 수반하는 골계인 것이다.
김유정의 작품에서는 작가가 어떤 일을 당하여 스스로의 결심과 판단에 의하여 행동하지 못
하고 남의 의견에 이끌리어 조종당하는 ‘모자라고 순박한’ 시골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삼
고 있음을 독자는 알게 된다. 보통 사람이 생각하는 정상보다 능력이나 환경이 낮고 ‘모자
라는(ironic mode) N.Frye, Anatomy of Criticism,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1, p. 34.
인물을 통하여 작가는 인생의 밑바닥에서 일어나는 희비극을 제시하고, 그것이 사회적 존재
로서의 인간을 어떻게 의미화하고 있는가를 보여 주고 있다. '모자라는‘ 인물들은 보통사
람의 정상성을 벗어나 성격, 행위, 언동, 용모의 어느 쪽이 뒤틀렸거나 변형되기가 일쑤이고,
또는 대체로 보통사람들의 도덕, 풍속, 관례 등에서 수준 이하로 이탈된 여러 행위와 반응에
서 골계(滑稽)와 웃음이 야기됨은 사실인데, 균형잡힌 생활수준을 왜 이들은 가질 수 없었는
가 하는 데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물음이 제기된다. 이렇게 볼 때 웃음은 단순히 균형의
파괴에서 문제될 것만이 아니라, 제도와 인간주의와의 상관관계에서 재조명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러한 특질들을 문학에 있어서 골계 감각(滑稽感覺)의 표면화 현상이라 하겠다. 즉 김유정
의 작품 세계는 저층 인물들의 사회 풍속이고 그 속에서 보통 사람의 삶의 기준과 수준이
파괴되고 있는 사례들이 문학화 Donald Fanger, Dostoevsky and Romantic Realism,
Phoenix Books, 1967, p. 20.
되고 있다. 또는 정상인이나 훌륭한 사람의 존중되는 가치의 이면에 숨은 반어적 현상의 발
견 및 그 비하(卑下)에서도 제시된다.
「봄봄」은 「조광」지 1935년 12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한국의 가족 제도의 한 측면을 보
여 준다. 봉필이라는 마름이 딸을 미끼로 하여 데릴사위를 두고 농사를 지어가는 이야기이
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점순이와 혼인하고 싶지만, 점순이 아버지의 욕심 때문에 저지된다.
아버지의 표면적인 이유는 점순이가 채 자라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성혼을 시키냐는 것이다.
뭉태의 이야기를 듣고 난 머슴은 더욱 조바심이 나서 종종 태업 내지 파업을 감행한다. 그
러나 이러한 방법으로도 점순의 아버지는 말을 들어 주지 않는다. 작가는 이러한 이야기를
꽤 골계적으로 전개한다. 가령 ‘개 돼지는 푹푹 크는데 왜 이리도 사람은 안 크는지’와
같은 데릴사위의 생각은 보통 독자 입장에서 보면 웃음을 자아내는 표현이지만, 그 이유는
사람의 성장과 짐승의 성장을 동일하게 비교하는 머슴의 태도 때문이고, 성혼을 기다리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이와 같이 이 작품에서 유머는 동일한 사건을 보는 작중 인물의 시각과
독자의 시각 사이의 상충에서 발생한다.
예를 들어 점순의 아버지는 그의 욕심과 고집으로 자기의 이익을 추구하고 그에 따라 머슴
은 데릴사위라는 명목으로 노동을 착취당한다. 즉 ‘아는 독자’와 ‘모르는’인물, 혹은
‘우월한 ’판단을 내리는 독자와 ‘열등한’ 해석을 보이는 인물 사이의 시각의 상충이 유
머의 기본 요소로 작용하는 것이다. 김유정 소설에서 웃음을 자주 도입시키는 원인은, 독자
와 작중 인물의 거리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는 것을 끊임없이 경계하는 이유는, 독자들이 작
중 인물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지성과 판단력을 갖고 베르그송에 의하면, 웃
음은 지성에 호소하는 것이다.
Bergsen. H., Le rire, Essai sur la signification du comique, 김진영 역, 『웃음』, 종로서
적, 1983, p.6.
그들을 직시할 것을 작가가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봄봄」에서 ‘나’의 불행에 대한 책
임은 일차적으로 ‘장인’의 부도덕한 노동 착취에도 있지만, 그 부당성을 탈피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못한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이 작품에서는 농촌의 노동력 소통의 과정 속에서 문제되는 제도적 약점과 운영자들의 비인
도적인 교활함이 중심적 의미를 이루고 있는데, 김유정은 이러한 농촌에서 착취당하는 못난
인간들에 대한 보편적인 인간애를 나타냄으로써 이 시대의 진정한 작가 정신을 실천한 것으
로 보인다. 그리고 머슴이 자기 주장을 하는 장면에서는 대체로 남에게 의존하고 남에게 추
종하는 선량한 농민들의 생태를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도 사람다울 수 있어야 한다
는 작가의 바람, 인물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을 보여준 작품이라 하겠다.
「동백꽃」은 「조광」지 1936년 5월호에 발표된 작품으로 김유정의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이 작품 속에 제시되는 나와 점순이는 농촌의 젊은이들이다. 점순이는 마름집 처녀로 소작
인 아들 나에게 호의를 가지고 접근하지만 나는 이것을 거절한다. 작가는 이 두 인물을 통
해서 촌스럽고 순박한 사랑을 보여주면서 두 사람의 처지를 능숙하게 묘사해 낸다. 조그마
한 사건이라도 각기 다른 두 사람의 처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나타나며 두 인물의 성격
과도 잘 어울리게 그려진다. 적극적인 점순이는 소극적이고 융통성이 없고 예민하지 못한
‘나’에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주의를 끌게 한다. 그러나 나는 점순이의 의도를 알아차리
지 못하고 사건의 표면적인 반응만 보여준다. 이와 같이 비예측적인 것의 유형을 수용자가
유머 텍스트의 개념들의 관계와 일치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불일치하는 경우에도 웃음을
유발할 수 있다. 다양한 삽화가 전개된 후에 두 사람은 화창한 봄날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그늘에서 사랑에 빠지게 되고 이 두 젊은이의 사랑 이야기는 자연의 봄과 인생의
봄이 융합되어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사랑은 그들의 서로 다른 삶의 처지까지를 융합한
다는 깊은 의미를 내포하게 된다.
김유정은 우리의 골계문학의 전통을 창조적으로 계승하여 1930년대의 소외층의 삶을 다룬
작가로 그의 창조적 개성은 독창성을 지니며 우리 소설사에서 골계미의 문학을 창작한 대표
적 작가라 평가된다. 웃음 그 자체는 웃음의 대상이 되는 인물보다 웃는 사람이 순간적으로
우월하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일어난다. 이러한 개념 규정은 일반화 Marcel Pagnol, Notes
sur le rire, Paris, Nagel, 1947, p. 35.
된 것으로서 심리적 이해를 기초로 하고 있으나, 그러한 웃음의 출처는 사회적 상황과 국면
의 격차에 있다는 좀 더 깊은 사회적 근원에서 야기된다. 김유정 문학에 나타나는 다양한
웃음의 양상은 ‘사회’를 향한 강력한 지향성을 가지는 것이며 그 ‘사회’는 바로 당대의
식민지적 현실상황이다. 즉 김유정 문학에 나타난 웃음의 요소는 ‘고통 속의 웃음’이며,
그 웃음은 외세에 의한 고난이라는 특수한 한국 역사상황 속에서 생겨난 것이며, 특히 가장
핍박받던 계층인 하층민에 의해 생산된 평민문학에서 가장 잘 발견할 수 있다. 이렇게 본다
면 김유정의 인물들은 독자들에게 심리적 차원에서만 웃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를 인식하도록 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김유정의 대부
분의 작품들이 유머의 미적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문학 작품에 대해 텍스트 언어학적 틀을 적용하게 되면 문학 작품을 하나의 언어 텍스트로
취급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언어적 틀을 통해 문학 작품을 보는
것은 문학 작품 분석 및 이해를 위해 필요한 기본적 이해의 토대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텍
스트 언어학적 연구 방법론을 통해서 문학에 접근할 때 문학의 언어와 일상의 언어를 함께
설명하는 방식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국어교육의 학적 통일성을 확보 이은희, 『텍스트언
어학과 국어교육』, 서울대학교 출판부, 2000, p. 79.
하는 데 기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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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의 개별성
서명희
.. 한국문학의 개별성을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이 무엇이겠느냐는 질문은, 말하자면, "이것이
야말로, 다른 나라의 문학과 구별되는, 한국문학이 가진 특수성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교재
가 무엇이냐는 것일 듯하다.
일단 한국문학의 특성이라고 했을 땐, 장르나 형식의 특수성, 내용상의 특수성, 정서나 미학
의 특수성....등이 떠오른다.
예컨대, 장르나 형식의 특수성이라고 하면 가장 먼저 가사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가사는
그야말로 그 특수한 성격 때문에, 어느 장르에 귀속시켜야 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논란이
있었던 것인 만큼, 우리에게 있는 독특한 장르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뛰어난 작품이
고, 우리 전통적 문학의 표현적 특징과 사고 방식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관동별곡'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걸 '제대로' 가르칠 수 있다면 정말 우리 문학의 정수를 알게 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걸림돌이 몇 가지 있을 듯하다. 우선 번역의 문제. 과연 관동별곡
의 언어를 제대로 번역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만일 번역을 잘 한다 해도
역시 그 운율이나 형식적 특성은 사라지고 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외국 문학을 배울 경
우를 생각해 보더라도, 시의 경우는 설사 해독이 좀 어렵다고 해도 원어로 보는 것이 번역
시를 보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에도 낫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역시 가사를 번역한 상태로
읽는다는 것은 별 교육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된다. 다음, 고사 이
해의 문제가 또 있다. 한 대목을 이해하기 위해서 문장마다 인용되고 있는 숱한 고사들을
이해해야 하니, 이것을 다루는 것 역시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우리 나라의 고등
학생들도 수업 시간에 이런 디테일들을 배루느라 결국 관동별곡이 어느 산에 가 본 경험을
쓴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실로 난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만일 관동별곡 같은 작품을 여러 시간에 걸쳐 꼼꼼하게 다루어서, 이것 하나를 확실하게 배
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가르치는 것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공자도 아닌 학생
들에게 그렇게 하는 것이 얼마나 의미있고 효과적인 일일지는 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조는 어떨까? 이것은 가사보다 일단 분량상 짧고 간단해서 원문을 번역과 함께
갖다 놓고서 수업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짧아서 다루기 쉽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간단한 작품에 담긴 사고나 감정을 어떻게 진하게 느낄 수 있게 할 것인가는 좀 문제가 될
듯도 하다. 지금으로서는 시조 또한 외국인을 위한 문학 수업의 커리큘럼에 들어갈 만하다
고 생각은 하고 있지만, 한국 문학의 개별성이라는 문제에서는 좀 다른 작품을 논하는 편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문학의 특수성을 알리는 것이라면, 판소리, 탈춤, 민요...등등 전통적인 훌륭한 많은 작
품들이 떠오른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이것이 우리의 특수한 것이다...라고 느끼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국인이 읽었을 때 아, 이것이 한국의 문학이고 한국의 문화이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할 듯하다. 그렇다면, 차라리 언어와 형식의 측면에서 접근하기가 너
무 어렵지 않으면서 한국의 문화나 정서, 사고 등을 알 수 있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맥락에서 생각한 것이 소설 "장마"이다. 일단 "장마"는 현대 소설이라는 점에서 번역을
해도 의미나 형식에 문제가 덜 생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장마의 배경은 우리나라의 중대
한 역사적 사건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장마의 주요 등장인물은 근대적 문물과 교육의 세
례를 비교적 받지 않은, 민중들이다. 그리고 이들은 우리 민족에게 중요한 의미를 띠는 '가
족'과 '어머니'의 상을 보여준다는 점도 고려의 대상이 되었다.
"장마"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한국의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한 것이고, 이 사건 속에서 두
사람의 한국인 어머니가 겪는 갈등은 우리 민족이 겪어 온, 그리고 겪고 있는 갈등의 중요
한 국면을 보여준다. 전쟁 속에서 아들을 잃고서도, 원망할 구체적 적이 없는 상태에서 우리
는 그 어머니가 가지게 되는 '한'의 정서를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장마"에서 갈등을 해소하게 되는 계기와 과정 또한 매우 독특하다. 이를 통해서 우리 문화
속의 샤머니즘적 신앙이나 사고 방식을 알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딱히 샤머니즘의 문제가
아니라 하더라도, 문제와 갈등의 해결이 문제의 원인을 찾아서 없앤다든가, 상대와 대결한다
든가 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서적 공감과 포용으로 이루어진다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상의 여러 가지 점들로 볼 때 장마는 매우 여러 가지 국면에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해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을 만한 우리 문학 작품이 아닐까 한다. 여러 층위로 나누어,
소설의 주요 요소들을 따라서 (배경, 인물, 사건, 갈등, 주제..) 분석해 나가면서 모든 국면마
다에서 우리의 문화와 사고, 정서와 관련된 내용을 찾아볼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 이러한 작품을 다룰 때엔, 최근의 영화인 공동경비구역 JSA 등을 함께 볼 수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