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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1914년부터 시작된다. 이 집 저 집을 전전하며 파출부 일을 하는 여인. 뚱뚱한 몸매에 여자의 매력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없는 이 여인은 그림에 천재적인 자질을 지닌 '세라핀 루이'이다. 파출부를 하면서 번 적은 돈으로 그림 도구와 물감을 사기도 하고 때로 성당에 몰래 들어가 성모상 앞에 촛불을 켜기 위한 들기름도 훔쳐가 작업에 쓴다. 정육점에서 동물 내장의 피를 몰래 병에 담아와 묘한 붉은 색을 표현하는데 쓰기도 한다. 그녀는 스스로 하나님(성모 마리아)의 계시를 받아 그림을 그린다고 믿고 자신의 어두운 골방에서 밤마다 작품을 만드는데 골몰한다.
피카소와 루소를 발굴한 유명 미술 평론가이자 수집가 '빌헴름 우드'가 세라핀이 일하는 집에 머물다 우연히 그녀의 버려진 작품을 접하게 되고 그녀의 그림에 매료된다. 그는 세라핀의 적극적인 후원자가 되어 그녀가 전적으로 그림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데.. 세라핀은 갑작스런 재정적 후원에 힘 입어 큰 아틀리에로 옮기고 고급스런 그림 재료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는 한편 지나친 사치에 몰두하기도 한다. 마침 대공황으로 인해 그림시장이 더욱 위축되면서 그녀의 그림을 팔 길도 막히자 '빌헬름 우드'는 세라핀의 분별없는 소비에 황당해 한다.
유럽을 휩쓴 전쟁의 와중에 우드와 세라핀은 서로 한 동안 연락이 두절되고 천재적 화가인 세라핀은 점점 정신 이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밤이 되면 신의 계시를 받아 정신없이 작업에 골몰하고는 아침에 깨어나곤 하던 그녀에게 나타난 변화는 아랫층에 사는 이웃들이 수근거림에서 엿볼 수 있다. 작품을 하나 끝낼 때마다 찬송가를 크게 부르던 그녀가 더 이상 노래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녀의 광기적 행동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던 이웃들은 그녀를 정신병동으로 보낸다.
전쟁이 끝난 어느 날, '빌헬름 우드'는 세라핀을 찾는다. 파리에서 세라핀의 그림이 팔린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녀를 찾았지만 그녀는 이미 중증 정신병자가 되어 있었다. 세라핀의 유일한 후원자 '우드'는 그녀가 남은 여생을 더 좋은 곳에서 보낼 수 있도록 창문을 통해 큰 나무가 보이는 특급 병실을 제공한다. 그는 나무를 좋아해 때로 그 나무와 대화를 나누기도 하였던 세라핀을 기억하며 그녀를 위한 마지막 배려를 하였던 것이다.
영화는 온갖 잡일을 하며 푼돈을 벌어 그것을 밑천으로 그림을 그리는 성년 세라핀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한다. 20세기 초반, 프랑스의 작은 마을(상리스: Senis)의 주거지와 일상 생활을 흥미롭게 엿보며 교육받지 못한 가장 하층민의 생활을 영위하는 그녀에게 그림의 천재적 재능이 있을 것이라곤 상상도 되지 않았다. 그녀의 천재성은 신이 그냥 우연히 그녀에게 던져준 것인지? '빌헬름 우드'라는 탁월한 수집가에 의해 그녀의 그림의 진가가 세상에 빛을 발하게 되었지만 세라핀은 온전한 정신으로 자신의 그림이 세상에서 인정받게 되었다는것을 모른체 그의 생을 마감한다.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천재를 알아보는 사람도, 알아주지 않는 천재들도 많다는 생각이 든다. 70년대 모습을 그대로 옮겨 놓은듯한 좁고 누추한 동성아트홀은 이 영화를 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딱딱한 의자, 작은 스크린, 에어콘 소음, 적은 수의 관객들...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빛을 발하는 천재 영화인은 분명히 있으리라 믿으며, 동성아트홀의 좁고 우중층한 계단을 내려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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