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타고 지나다나며 많이 봐왔던 건물이다.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는 외관이 카페나 레스토랑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반전이 있었으니 ‘단풍나무’라는 서정적인 이름을 가진 보쌈집이었던 것이다.
직장동료는 생일 식사를 이곳에서 대접하겠다고 초대하였다. ‘단풍나무’는 죽림동 하나노인병원 근처라서 주차하기 좋은 넓은 주차장도 갖추고 있다. 외관은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멋스러운 인테리어다. 들어가는 입구부터 왼쪽으로 작은 개울이 흐르는 정원 같은 느낌의 공간이 펼쳐지고 실내에 들어서니 매우 넓은 내부와 어느 곳 하나 신경을 쓰지 않은 곳이 없는 인테리어였다.
주인의 센스가 남다를 것이라는 짐작을 하며 모두 여자로 구성된 우리 직장동료들은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사실 여자들은 음식만 먹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도 같이 먹는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여자들의 평일 낮 모임 장소로 매우 좋을 것 같다. 어떤 자리에 앉아도 분위기가 좋을 것 같지만 우리 일행은 폭포처럼 벽면에서 물이 흐르는 것을 볼 수 있는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때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 그 자리는 더욱 운치가 있었다.
메뉴는 모듬보쌈세트 1인 12000원, 단풍나무보쌈 36000원 단 두 가지였다.
모듬보쌈세트를 인원별로 주문하고 나니 상차림이 하나둘씩 나왔다. 배추가 뭉근하게 익은 된장국과 싱싱한 야채샐러드로 입맛을 돋우고 있으니 곧이어 도토리전이 나왔다. 진한 도토리의 맛은 아니었으나 살짝 달콤한 시럽도 뿌려진 맛있는 도토리전의 맛이다. 메인 메뉴 보쌈은 새콤매콤하게 무쳐진 간재미와 함께 나온다. 보쌈 고기도 야들야들 잘 삶겨졌고 간재미도 추가로 시켜서 먹을 만큼 맛있었다. 초밥 밥이 도토리묵과 김치와 함께 나오는데 이 초밥 밥은 예상치 못한 조금 의외의 조합이었다. 보쌈을 다 먹고 나면 칼국수를 끓여 먹을 수 있고 칼국수를 먹고 난 후에는 그 육수에 달걀을 넣은 죽을 끓여 먹을 수 있다.
먹기 전에는 ‘보쌈고기의 양이 살짝 모자라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만 칼국수와 죽까지 코스로 먹고 나면 점점 불러오는 배에 생각이 바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식사를 다 하고나면 2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가서 셀프 커피와 차를 마실 수 있다. 카페테리아의 밝은 분위기와 무료로 준비된 커피와 차의 맛을 보고나면 주인장의 깊은 배려와 센스가 또 한번 느껴진다.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는 남, 녀의 화장실이 따로 있다. 화장실마저도 고급스럽고 분위기 있다. 특히 남자 화장실입구에 오래된 풍금을 인테리어 해 둔 사장님의 센스는 정말 느낌이 있다. ‘단풍나무’는 음식 맛도 깔끔하고 가격도 좋고 무엇보다도 분위기가 멋진 그야말로 ‘맛집 멋집’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부모님 모시고 오기도 좋고, 데이트 코스로도 좋을 것 같다. 오랜만에 발견한 청주의 ‘맛집 멋집’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