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 붐 세대에 대한 단상
추창호
6월 어느 날 부모님 계신 고향에 갔다. 그 동안 먹고 사는 일로 바쁘다는 핑계로 자주 찾아뵙지 못했기 때문에 그 날은 만사를 제켜놓고 갔다. 6월이 오면 6. 25 참전 용사이신 아버지께서는 그 때 당한 부상 후유증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하신다. 아마 연세도 연세지만 그 때의 아픈 기억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날, 아버지의 연로하신 모습을 보며, 일제시대와 태평양 전쟁 그리고 6, 25 전쟁을 겪은 아버지 세대의 다사다난한 삶이 떠올랐다. 그런 불행한 시대의 아픔 속에서도 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된 60년대의 주역으로 오늘날의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모습은 경이에 가깝다는 생각도 하였다. 만일 그 분들이 계시지 않았다면 오늘날의 우리나라도 없을 것이다.
그런 자랑스러운 아버지 세대를 이어받은 세대가 베이비 붐 세대이다. ‘베이비 붐’이란 전쟁이 끝난 후나 불경기가 끝난 후 경제적, 사회적으로 풍요롭고 안정된 상황에서 일어나는 출산률 증가를 말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 붐 세대는 6ㆍ25전쟁 직후인 1955년부터 산아제한 정책 실시 전인 1963년까지 출생한 816만 명을 지칭한다. 이 세대는 1980~1990년대 우리 경제 발전의 근간이 된 세대로 70년대 민주화 항쟁에 동참하는 시대적 아픔을 겪었고, 이들이 겨우 회사에 들어가 열심히 일을 하려 할 때쯤 또 다시 6월 항쟁을 겪게 되었으며, 외환위기라는 혹독한 시절을 겪기도 하는 등 그야말로 우리나라가 민주화된 국가로 나서는 최전선에서 젊음과 청장년 시절을 보낸 세대들이다.
‘세월은 유수처럼 흐른다.’ 하던가. 벌써 베이비 붐 세대들의 은퇴가 거론되고 있는 걸 보면 맞긴 맞는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일 발표한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정책적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추계 베이비붐 세대가 712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를 차지하고 자영업자와 무급종사자를 제외한 임금 근로자 수는 311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철선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들이 정년퇴직 시기를 55세로 정했다고 가정할 때 1955년생이 55세가 되는 2010년부터 1963년생이 55세가 되는 2018년 사이에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조기 은퇴에 따른 세수부족, 노동생산성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베이비 붐 세대의 조기은퇴로 발생하는 국가적인 차원의 경제 문제도 문제지만 가장 심각한 것은 오늘날의 아버지 세대가 겪고 있는 것처럼 노후 대책 문제이다.
매일경제와 TNS코리아가 전국 베이비붐 세대 1000명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자산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응답자 중 부동산과 금융자산(부채 포함)을 합친 보유 자산이 3억원 미만인 경우가 50.9%로 절반을 넘었으며, 미래에 대한 경제적 불안을 느끼고 있다는 응답자가 75.3%에 달했다고 한다. 앞으로 이들의 노후 소득 보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은퇴를 전후해 소비 위축은 물론 세대 간 갈등 등 사회 불안이 촉발될 수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이런 '베이비 붐' 세대의 조기은퇴로 발생하는 문제를 사전에 막기 위해 현대경제연구원은「단기적으로는 60세 정년을 의무화하고 65세까지 정년을 늘리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장기적으로는 중․고령자를 위한 맞춤형 일자리 창출, 조기은퇴자의 직무경험을 중소기업으로 이전, 준비되지 않은 조기은퇴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정비, 은퇴자를 위한 정책조직 필요」등을 제안하고 있다.
이것 외에도 다양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른 나라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고령화가 초고속으로 진행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입장을 생각할 때, 국가 경제 및 노인 복지라는 차원에서 그 해법이 찾아져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국민적인 합의를 바탕으로 다각적인 면에서 그 해결방안이 모색 추진되어 베이비 붐 세대의 은퇴와 노령화 사회에 따른 문제점이 해결되어 한 차원 높은 이상적인 복지국가가 건설되었으면 한다.<p>[파일:2]</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