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위협하는 유해 화학물질 (남희정)
기본적으로 슬로푸드나 슬로라이프 운동은 옛날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문명에 길들여진 것들을 가급적 사용하지 말자는 이야기인데 문명이 주는 혜택에 길들여진 사람들이 그걸 다 안하고 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일예로 맨 처음 플라스틱 그릇이 나왔을 때 우리가 얼마나 좋아했습니까? 쉽게 깨지지 않고 가볍다고 얼마나 많이 썼습니까. 그런데 이렇게 새로운 것들을 좋아하며 사용했던 시간들이 지나고 보니까 세상이 변해버렸지요.
일찍부터 생태계에서는 이상한 조짐이 일어나고 있었지만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 영향이 미치고 나서야 비로소 문제를 인식하기 시작했지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아토피 질환, 성장기 아동들의 행동장애, 성조숙증 등 이런 질환들이 유해 환경 물질에 노출되어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으니까요. 그런데 옛날에는 없던 이런 병이 왜 갑자기 생겨났을까요? 인류는 수천 년 동안 화학물질에 적응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러나 그 수와 양이 적어 우리의 몸이 그에 적응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니었지요. 그런데 산업혁명 이후 지난 100년 간 더 정확히는 불과 50년 간 인류가 적응해야 할 화학물질의 수가 수십만 가지로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현재 개발되어 사용 되고 있는 화학물질만 10만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식품에 들어가는 방부제와 색소를 비롯하여 농약과 살충제, 의류와 표백제, 건축의 마감재, 가구의 외장 처리까지 현대인의 생활에서 화학물질은 이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화학물질은 맹독성인 것도 많으며 몸 안에 축적되어도 분해되지 않거나 체외로 잘 배출되지도 않습니다. 또한 면역 체계나 신경 전달 물질에 제멋대로 결합하여 몸 안의 면역 질서를 뒤엉키게 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요.
이러한 유해물질을 일컬어 우리는 환경호르몬이라고 합니다. 환경호르몬은 내분비 교란 물질이라고도 하는데, 몸 밖에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화학물질이 몸 안에 들어가 마치 본래의 호르몬처럼 작용하지요. 그 결과 내분비계통, 즉 생식기에 가장 큰 영향을 줍니다.
이런 환경호르몬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임산부와 수유부 입니다. 오늘날 남성의 장자수가 감소하고 젊은 부부의 불임률이 높아지며 질암, 정소암, 고환암 등 생식기 관련 질환의 증가와 신경 기능 장애 및 면역력 저하로 오는 아토피, 천식, 비염 등의 질환도 모두 이런 환경호르몬의 영향으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환경호르몬 의혹물질은 70가지가 조금 안되지만 앞으로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러한 환경호르몬은 농약에 60% 이상이 들어있다는 것이 밝혀져 농약을 뿌리지 않는 친환경 농산물만 먹어도 그 위험을 많이 줄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생활 습관을 바꾸어 나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요.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해 강의를 하고 있는 저 역시도 친환경 농산물로 식단을 바꾸는 데 든 시간이 짧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아토피나 비염을 앓았다면 더 적극적이었겠지만 그런 계기가 없어서 심각함을 인식하지 못해 실천하는 데 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활 속에서 무엇이든 실천으로 옮기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강의할 때 꼭 하는 것이 바로 음료수 속의 인공색소가 우리 몸에 축적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인데요. 어른이고 아이고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면 다들 깜짝 놀랍니다.
이 비커에 든 각종 음료수들을 가열하면 이 안에 첨가된 식용 색소들이 점차적으로 양모 털실에 침착되어 이처럼 아주 맑은 물만 남게 됩니다. 우리 몸에 이런 첨가물이나 색소가 들어가면 체내에 흡착되어 몸 밖으로 잘 빠져 나오지 못하지요. 제가 이 식용색소들로 천에다 염색을 해 보았더니 이 사진처럼 아주 알록달록하게 고운 물이 들었습니다.
적색2호 같은 색소는 제 손에서 물이 빠져 나가는 데 며칠이 걸렸고요. 실제로 저희 단체에서는 이처럼 인체에 유해한 첨가물(적색2호, 황색4호, MSG 안식향산나트륨 등)을 사용하고 있는 회사에 이 첨가물들을 사용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해서 몇몇 회사에서는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습니다.
그럼 이런 유해 화학 물질의 위험으로부터 벗어나려면 잘 먹기만 하면 되느냐? 물론 그렇지는 않겠지요. 흔히들 실내공간이 실외보다 오염도가 적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 환기를 시키지 않는 집안 공기는 실외보다 훨씬 더 오염도가 높다고 합니다. 무리 추운 겨울이라도 환기를 자주 시켜야 합니다.
특히 가스레인지를 사용하고 나면 일산화탄소, 포름알데히드,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이 배출되므로 반드시 환기를 시켜야 합니다. 물질들은 공기보다 무거워 아래로 가라앉으므로 누워있는 아기가 있을 경우에는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협하는 유해물질들의 위협에서 벗어나려면 우리 모두 우리의 생활을 돌아보고 조금씩 실천하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목욕탕갈 때 내가 얼마나 많은 세제를 사용하는지, 살충제, 방향제, 탈취제 등을 너무도 손쉽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는지를 반성하여야 할것입니다.
세탁 시 혹은 욕실이나 싱크대를 청소할 때 초강력 세제를 선호하지는 않는지, 벽지와 바닥재를 싫증난다고 자주 교체하지는 않는지 등 이런 우리의 생활 습관들을 돌아보고 조금씩이라도 바꾸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더 이상 이대로 두기에는 지금도 많이 늦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조금씩 이런 문제를 의식하고 생활을 살핀다면 가랑비에 옷 젖는다는 속담처럼 어느새 우리의 삶이 변화되리라 믿습니다. 바로 여러분이 그런 희망을 심는 삶을 만들어 가시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 강의는 ‘팔당올가닉슬로푸드 아카데미’에서 있었던 강의를 《당신이 축복입니다》에서 찾아가 듣고 정리한 내용입니다. 남희정 님은 환경정의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임’과 환경연합교육센터에서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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