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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2003년 첫 제주200km 완주기입니다.
2001년 봄, 절친한 친구4명과 같이 우연히 3.15기념 8km 건강달리기를 뛰게된 것이 마라톤에 취미를 붙이게 된 계기다. 그 해 가을 경주동아마라톤대회에 첫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했다.
그리고 2002년 봄과 가을에 서바이벌 울트라마라톤100km와 스피드 울트라마라톤100km에 각각 도전하여 12시간5분,9시간31분에 각각 완주하였다.
그러나 2003년 정초에 난 고민했다.올해는 어떤 목표에 도전할 것인가? 서울 동아마라톤 sub-3에? 제주일주 200km에? 그러나 난 둘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지난 연말에 다친 왼 무릎 부상이 도대체 낫을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1월 이미 약속한 고성마라톤 3:40분 페이스메이커를 진통제를 먹어가며 임무완수하고, 난 서울 동아도 포기한채 오랜 시간 잠수하여 푹 쉬었다. 그러다 2월말에 숨이 차서 수면 위에 나와 인터넷에 들어가 보니 제주일주200km 접수마감이 내일까지 란다. 하루종일 정신나간 사람마냥 고민 하다 신청을 해 버렸다. 그후 대회 1주일 전까지 약 한달 보름의 짧은 기간동안 급히 몸 만들기에 들어가 650km를 훈련하였다.
*출발전
금요일 마지막 비행기로 제주에 도착하여 ,KAL호텔에서 물품을 받고 서약서(대회도중 죽어도 책임을 묻지않는다는 등의 내용)에 서명하고 신속히 호텔에 들어와 마누라가 싸준 찹쌀밥 도시락을 먹고 자리에 드니 9시30분이었다. 평소 12시경에 자는 습관인지라 미리 준비해간 수면 보조제를 한알 먹었는데도 잠이 오질 않는다. 창 밖의 천둥 소리와 차량소리를 막기 위해 귀마개를 해보기도 하고 12시돼어서 약을 한알 더 먹어 보았지만 잡념으로 2시까지 말똥말똥하다. 밖에 나가 감자탕 한 그릇을 먹고 2시40분에 들어오니 그제사 잠이 온다. 약 50분을 자고 일어나 짐을 쨍겨 4시까지 KAL호텔로비에 가니 벌써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한국과 일본 참가자들이 많이 모여있다.나의 복장은 상의는 마산3.15마라톤이 새겨진 흰색 타이즈,하의는 검정색 반타이즈를 입고, 별도의 주머니를 3개나 더 달아 여러 가지를 넣을 수 있도록 만든 허리쌕을 차고, 손목엔 시계와 목표 시간을 적은 페이스 테이블을 찼다.(페이스테이블은 당초 25시간대,29시간대,32새간대 3가지를 준비해 갔는데 전날 잠도 못 잤기에 시간을 끌면 더 어렵다는 생각에 제일 짧은 시간인 25시간대를 선택 하였다.)
기도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무신론자지만 제주의 해녀신과 나를 아는 모든 분들에게 기원했다. 나에게 기(王氣)를 모아주시어 꼭 완주할 수 있게 해주소서...
*출발
열,아홉,.....둘,하나 출발,와~!
2003년3월22일 새벽 5시 정각 환상의 섬 제주의 중심 KAL호텔에서 한일의 철인건각 108명의 우렁찬 함성과 함께 제주일주200km의 길고 고달픈 여정이 시작되었다.
*0-10km(소요시간:58분)
6분/km 페이스로 달리다 보니 2km 정도부터 어느새 선두권으로 달리고 있다.평소 5:30초의 페이스로 많은 연습을 했기에 전혀 무리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기분 좋게 달리고 있다.
*10-20km(소요시간:58분 누적시간:1시간56분 3/22 06:56분)
10km구간은 5분48초/km의 페이스로 달렸다.계획은 30km까지는 6분/km페이스로, 이후 50km까지는 6분30초/km로 달리기로 되어 있는데 약간 빠르다. 어느덧 광활한 태평양의 수평선 넘으로 부터 미명이 밝아온다.문득 지난해 5월 아들과 함께 참가한 포항 호미곶 100km울트라 때가 생각난다. 그날도 밤새도록 달려 새벽에 내가 먼저 골인하고 자전거를 타고 출전한 아들이 90km 에서 자전거가 고장나 도움요청에 되돌아가서 약10km를 아들과 함께 태평양의 일출을 보면서 잊지 못할 데이트를 했었지...
*20-30km(소요시간:59분 누적시간:2시간55분 3/22 07:55분)
20km급수대에서 도착하니 지금 내가 2등이고 선두는 약10분전에 지나갔단다. 빵 한조각 바나나하나를 먹은 후 이온음료를 마시고 미리 준비해간 150ml짜리 병에 물을 채우고 길을 재촉했다. 이젠 완전히 날이 밝았고 주위의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핀 노란 유채꽃이 무척 아름답다.투명한 쪽빛 바닷물이 줄줄이 밀려와 제주도 특유의 시커먼 곰보바위에 부디 쳐서 하이얀 거품을 수없이 만들고있다. 누군가가 뒤에서 소리를 친다. 뒤돌아보니 어떤 주자가 돌아오라는 손짓을 하고있다. "아차! 길을 잘못 들었구나." 약300m를 되돌아가서 보니 바닥에 표시된 회살표가 왼쪽 으로 나있었다. 이미 약500m앞에 조금전에 길을 가르쳐준 주자가 달려가고있다.
*30-40km(소요시간:61분 누적시간:3시간56분 3/22 08:56분)
30km급수대에서 간단히 물 한 모금만 마시고 잘못든 길을 일깨워준 주자를 따라 잡았다. 이름이 미야노(宮野)라는 일본인이다.놀라운 것은 현 나이가 만58살로서 울트라마라톤은 약10년전부터 시작하였고 100km기록이 8시간 초반대란다. 오늘 참석한 일본선수 중 제일 좋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 이분이 28시간 23분의 기록으로 일본인 1위, 전체 5위를 하였다.) 나도 저 나이가 되어도 울트라마라톤을 즐길 수 있을까? 하고 반문해보며 미야노상에게 지키지 못할(?) 약속을 하였다. 앞으로 나도 미야노상 나이가 되기 전에 일본 최고권위의 "사꾸라미찌 270km울트라마라톤대회"에 꼭 한번 참가하겠다고 해버렸다. 다음에 나도 저렇게 멋있게 늙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내리막길에서 인사를 하고 앞서 달려 나간다.
*40-50km(소요시간:62분 누적시간:4시간58분 3/22 09:58분)
40km이후에는 도로가에도 밭에도 모두 선인장으로 덮여있다.문덕 마라톤 하는 사람이 선인장의 수분조절 방법을 적용한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출발전에 수분을 섭취한 후 선인장처럼 아무리 더워도 조금씩 수분을 발산시킬 수만 있다면 이 거추장한 물통도 중간 급수대도 필요 없을 탠데 말이야.다음에 선인장으로서 마라톤인을 위한 영양식내지는 체질변경을 위한 식이요법을 연구해 봄직하다. 전화가 왔다. 우리 3.15클럽의 강석이다. 내가 힘들어 할까 봐 하이팅만 외쳐주고 이내 끊어 버린다. 기특한 후배 놈이다. 이 녀석과 동기 동창이면서 마라톤 경쟁자인 은구라는 후배 놈도 있는데 이놈은 오늘까지도 전화 한통없으니 어찌 편애 안할 수 있겠는가.(은구 이넘아! 지금이라도 전화해라) 매사 성실한 놈이라 연습도 게으름 피우지 않아서 지난 서울동아에서 포기한 나의 배번을 달고 3시간28분대의 좋은 기록으로 완주한 했다. 갑자기 큰것(?)이 보고싶어 길가에 있는 여관에 들어가니 카운터에는 사람이 없다.급한 김에 2층 객실에 뛰어 올라가 대뜸 문을 여니 나체의 젊은 남녀가 비명을 지른다.큰 것은 고사하고 치한으로 몰렸다는 생각에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도망쳤다. 다행히 얼마를 가니 해안 초소가 나와 일을 볼 수 있었다.(이후에도 해안초소에서 2번이나 큰것봄) 가벼운 기분으로 50km를 향해 5분30초의 페이스로 달리니 조대연님과 연이어 회장님,조재현님,김용권님,장재수님,박기대님,이대웅님등 회원들과 가족과 친구들로 부터 전화와 메시지가 왔다. 다시 한번 더 깊히 감사 드립니다.
*제1체크포인트, 휴식(소요시간:13분)
50km 제1CP에서 누적시간을 보니 4:48분으로서 계획보다 12분을 더 빨리 왔다.현제의 순위는 4번째란다. 스트레칭을 하고 바닥에 앉아 간식을 먹어면서 다리에 이대웅님이 좋다고 선전을 많이해서 준비해간 케토펜겔을 바랐다. 잠시후 이번대회 안전 총괄이신 KU의 윤장웅 부대표님이 오셔서 격려해주시고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여 일본주자와 함께 포즈를 취해 기념촬영을 하였다. 계획은 20분 휴식하기로 했으나 별로 힘들지도 않고 특별히 할일도 없고 해서 조금 일찍 일어나 제2 체크포인트인 100km지점을 향해 서서히 출발했다.
*50-60km(소요시간:60분, 누적시간:6시간11분, 3/22 11:11분)
가벼운 발걸음으로 조금 전에 같이 기념 촬영한 일본인과 같이 동반주한다. 호흡소리가 조금 크게 들리기에 방해 될까봐 말없이 1km정도 동반주 하다가 앞질러 달렸다.맞바람이 엄청 불어서 몸을 억지로 앞으로 기울이며 뛰었다.
*60-70km(소요시간:69분, 누적시간:7시간20분, 3/22 12:20분)
65km지점에서 오른쪽 무릎이 조금씩 쓰려오기 시작한다.다행히 염려한 왼쪽 무릎은 전혀 아프지않다. 오르막에서 걸으면서 케노펜겔을 바르니 뒤에서 누군가 인사를 한다. KU소속의 김회님이다."창원의 혼자 달림이"로 잘 알려져 있는 30대 중반으로 지난해 한반도 종단500km를 완주한 분이다. 밥을 사먹어야 겠다며 계속 식당을 찾고있으나 좀처럼 식사가 되는 식당이 나타나지않는다. 해변가에 몇 군데 있으나 이곳도 경기가 안좋아 장사가 안 되는지 대부분 문이 닫혀있다.겨우 식사가 됨직한 식당을 찾아 들어가는 것을 보고 나중에 또 만나자고 인사하고 나는 또 홀로 달린다.
*70-80km(소요시간:91분, 누적시간:8시간51분, 3/22 13:51분)
아까부터 조금씩 쓰리던 오른 무릎이 바깥쪽이 당기기 시작한다.길가 에 앉아 겔파스를 바르며 마사지를 3분정도 한 후 일어나 뛰어본다.그래도 아프다. 걱정이 된다. 그 동안 왼 무릎이 아파 나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힘을 많이 준 것이 원인인 것 같다.조금 뛰면 풀리길 기대하며 이번엔 왼다리에 체중을 싣고 절룩거리며 참고 뛰었다. 2명으로부터 추월 당했다.메시지가 왔다. 우리 3.15클럽소속의 유일한 꼬치(?)친구인 이종광이다. 고마운 놈. 출발 전에도 회로 몸보신 받았고, 갔다 오면 또 몸 보신해 준다고 했다.(친구야! 질퍽(?)하게 한잔...?) "친구야! 힘들땐 가족을 생각해라. 좋은 기록도 좋지만 부상없이 꼭 완주해라" 그래 지금부터는 가능한 기록은 의식하지 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뛰어야 겠다.
*80-90km(소요시간:118분, 누적시간:10시간49분, 3/22 15:49분)
태양빛에 얼굴이 따갑다. 이를줄 알았다면 썬크림을 가지고 오는 건데,오늘은 흐린다 기에 가져오지않았다. 오른쪽 다리가 이제는 무릎에서 종아리까지 점점 마비되어 오고 지나가는 차량에서 하이팅을 외쳐주어도 표정관리가 어려울 정도로 통증이 심하다.첫 고비다.처음으로 완주를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상 약봉지를 꺼내었다. 미리 준비 해간 진통제(아나프록스:조재현 경기이사님께서 소개해준 것임) 2알중 한 알을 먹었다.약발이 받을 때까지 라도 걷고싶은 생각이 꿀떡 같으나 몸이 굳어질까 걱정되어 평소 걷는 속도보다 더 느리게 나마 계속 뛰었다. 왕복 8차선 도로인데도 차량은 많이 다니지 않고 햇볕 내리쬐는 아스팔트위를 지친 몸으로 홀로 뛰자니 졸음도 온다. 한시간 이상을 그렇게 뛰었다 그때 승합차한대가 저만치 앞에서 서더니 KU 윤장웅 부대표님이 차에서 내려 사진 찍겠다고 소리를 친다. 이상하게 카메라 앞에만 가면 절로 힘이 난다. 90km지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지점에서 조재연님과 대학교 제자에게서 격려 전화가 왔다.
*90-100km(소요시간:92분, 누적시간:12시간21분, 3/22 17:21분)
이제 10km만 더가면 밥을 먹으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위안하며 카보샷 하나를 먹으면서 오르막을 걸어 가고 있는데 뒤에서 "마산3.15 정왕기님!"하고 부른다. 돌아보니 그 유명한 최성열님의 일행이다. 최성열님은 작년 이 대회에서 27시간 40여분의 기록으로 한국선수 중 1위를 하였고, 작년 한반도 종단500km를 2위로 완주하신 울트라마라톤의 최고수 이다.만나서 영광이라 악수를 청하였다. 오늘은 집안 동생(최종열)과 함께 동반주를 하고 계신다.그리고 그 옆에는 광주마라톤 클럽소속의 박종권님이다. 나는 별로 안면이 없는데 작년에 포항에서 같이 뛰었다고 하시며 친근함을 표시한다. 가능한 최성열님과 오래 같이 있고 싶어 오르막에는 같이 걷고 평지와 내리막에는 같이 뛰고 하였다.그러나 96km 지점부터 최종열님이 상태가 안좋아 계속 걸어서 나와 광마의 박종권님 둘이는 조금씩 앞서 달리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던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은 천정이 바람에 날라가 버려 이젠 흉물이 되어 있었다. 그 유명한 천지연폭포를 발밑 옆으로 지나치니 저앞 100km CP에서 선수 가족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내어 준다.박종권님과 나는 같이 손을 들어 흔들며 CP에 진입했다.
*제2체크포인트, 휴식(소요시간:50분)
서귀포 시내의 조그마한 잔디공원에 마련된 제2CP에 도착하니 앞서온 주자들이 휴식하고있다. 출발시 맡겨놓은 물품을 찾아 들고 잔디밭에 퍼져 앉아 제일 먼저 발가락(3곳)과 발바닥(2곳)의 물집을 바늘과 실로 치료하고 피멍이든 발톱은 테이핑을 하고 난 뒤 바세린을 덤뿍바르고 발가락 양발을 신었다.그리고 우리집 송여시가 준비해준 찹쌀밥 도시락을 먹으면서 발과 다리를 마사지 하였다.밥맛도 모른체 도시락을 다 비우고 밀감2개와 포도 1송이를 먹었다.허리쌕의 주머니에 카보샷5개와 영양갱2개 사탕과 초코렛를 넣고 물 주머니에는 막걸리 병으로 만든 750cc물통에 몸에 흡수가 빠르고 탄수화물 많이 들어 있다는 CCD(일산, 물에 타서 먹는 분말 타입)를 채워 넣었다. 그리고 핸드폰의 밧데리를 교환하고 MP3도 허리에 찼다.간간히 후미 주자들도 들어오고있다. 특이한 점은 일본 주자들은 모두 나처럼 도시락으로 요기를 하는데 반해 나를 제외한 한국 선수들은 모두 근처의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다.나도 몸이 추워 따뜻한 국물이라도 먹고 싶었지만 시간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단념했다.문제가 생겼다. 다른 주자들은 모두 보온용으로 상하 긴타이즈와 바람막이옷을 입고있는데 난 지금까지 입고온 복장(짧은 하의와 긴타이즈 상의)에 쓰레기봉투 같은 비닐봉지(파시코)가 전부로서 보온 준비가 부족하다. 이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후반 지옥의 레이스를 하게 될 줄이야...
*100-110km(소요시간:1시간09분, 누적시간:14시간30분, 3/22 19:30분)
충분히 휴식하고 출발하니 발걸음이 가볍다.아직도 오른쪽 무릎이 조금 아프지만 견딜만하다. 단지 조금 춥다는 생각이 든다.서귀포 시내라 길가에 행인이 많지만 간혹 쳐다보기만 할뿐 박수를 쳐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 중학교 앞을 지나가니 몇 명의 천진난만한 학생이 뒤에서 따라 뛰다. 추위도 잊을 겸해서 학생들과 같이 조금 속도를 내어 달린다. 이제 사방은 어두워져서 모자 위에 쓰고 간 헤드램프를 켜고 허리쌕 뒤에 달아둔 깜박이등도 켜었다.그리고 속도를 줄이니 추위가 닥쳐와 포켓에서 비닐봉지를 꺼내어 머리만 밖으로 내밀고 팔과 몸통을 씌웠다. 어깨부분에 구멍은 뚫지않고 팔을 밑으로 쳐지게 하여 안에서 봉지의 끝 자락을 잡고 뒤뚱 그리며 뛰었다. 얼마를 뛰니 조대연님과 조재현 경기이사님에게 전화가 왔다.조재현님이 "벌써 반이 지났고,앞으로 풀코스 한번만 뛰고 또 한번만 더 가면 하프도 안남았다."라고 생각하고 즐겁게 뛰어라며 격려를 해준다.
*110-120km(소요시간:1시간41분, 누적시간:16시간11분, 3/22 21:11분)
신예리 110km급수대에 도착하여 자원봉사자가 권 내주는 물을 먹기 위해 손을 내미니 마치 중풍환자처럼 손이 떨린다.안쓰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자원봉사자(관광회사 소속)가 "왜 뜁니까?" 하고 묻는다. "글쎄요. 당신도 10km 이상을 한번 뛰어보세요."하고 대답하고는 걸음 을 재촉한다.신영제주 박물관을 지났다. 저 앞 200m 전방에 차가 지날 때마다 주자로 보이는 반사빛이 보인다. 억지로 힘을 내어 달려보지만 좀처럼 잡히지가 않는다. 겨우 몇분쯤 지나서 따라붙어보니 100km CP에서 내가 식사할 때 먼저 간 일본인 여자주자다. 너무나 반가워 인사를 나누었다.다마오끼(玉置)상 이라고 했다. 키며 몸매가 우리3.15클럽의 임정숙양과 흡사했다.나이는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30대 초반으로 보인다. 부군은 골프외 운동을 하지 않으며 자녀가 없어 자유롭게 마라톤을 즐긴다고 했다. "도대체 일본 남자들은 매너가 없군. 이런 미인을 이 야밤에 홀로 팽개치고 먼저 갈 수가 있느냐?"고 했더니 나보고 신사(젠토르만)라며 한참을 웃는다.다마오끼상이 상태가 좋지않아서 뛰는 시간보다 걷는 시간이 더 많다.컴퍼스도 작아서 걷는 속도도 무척 느리다. 몇 번을 뛰다 보니 쳐져 있어 기다려 주고를 반복했다.속도를 내지않으니 몸은 더욱 추워지고,먼저 갈려니 한국신사 체면이 말이 아니고, 이거 정말 환장 하겠다.더디어 그렇게 기다렸던 "먼저 가라"는 말이 나왔다.그래 볼일(?)이 있거나 맛있는 거라도 먹을려니 내가 방해가 될 수도 있겠지.하고 억지 합리화를 시키며 먼저 달려 나갔다.
*120-130km(소요시간:2시간44분, 누적시간:18시간55분, 3/22 23:55분)
추위와 졸음을 이기며 120km를 지났다. 이젠 추위보다도 졸음이 더 문제다.작년 호미곶100km때 밤새도록 잠과 싸우며 뛰던 때를 생각하며 참고 또 참고 뛰어보지만 비닐포대에 팔까지 싸고 잔떡 몸을 움크린채 뒤뚱거리며 뛰다 보니 속도가 나질 않는다.길을 잃어 버리지 않기 위해 갈래길마다 한두 번 표시해놓은 화살표를 꼭 확인을 하고 뛰어야 한다. 인가가 없는 어두운 길을 그렇게 얼마를 뛰니 최성열 일행 3명이 뒤따라 온다. 구세주를 만난 기분이다. 오늘 밤엔 이분들만 따라 가야겠다고 생각했다.아무 말없이 뒤에서 편안한 기분으로 따라 뛰니 잠이 쏟아진다.잠을 쫓기 위해 군가를 불러본다. "사나이로 태어나서~~~" 앞서가는 최일행은 유치한지 힘이 없는지 따라 부르지않는다. 그래도 혼자 끝까지 다 불렀다.그래도 잠을 쫓을 수가 없다. 눈을 감고 뛰다 최일행과 멀어짐을 느끼면 또 눈을 떠서 따라 붙고를 반복했다.얼마 앞에 불빛이 보인다. 조그마한 구멍가게다. 최성열님이 우유 하나를 사먹고 가잔다. 나는 최성열님이 사주시는 커피우유를 먹었다. 최일행이 가게를 나설 때 나는 이 따뜻한 가게에 눈쫌 부치고 가겠다고 먼저 가시 라고 했다.전행적인 시골가게 주인에게 구석에서 30분만 쪼그려 앉아 눈쫌 부치고 가겠다고 몇 번 사정해도 안된다고 해서 "배째시요."하고는 구석에 앉아 무릎에 머리를 파묻고 자 버렸다.누군가 몸을 흔들어 눈을 뜨니 주인 아줌마가 깨우고있다. 시계를 보니 밤11:20분, 1시간을 넘게 잔 것이다. 마음 같아서는 아저씨가 못 입어 버릴 만한 바지라도 얻어 입고 가고 싶건만 미안해서 말을 꺼내지 못했다. 어두운 밤길을 혼자 속도를 내어 달려본다. 그때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다. 그렇지 MP3가 있지. 조용필의 "고독한 런너"외 다수와 태진아의 "사랑은 아무나 하나"외 수곡, 윤수일의 "황홀한 고백"외 수곡,이선희의 "아름다운 강산"등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과 최근 우리집 여시가 좋아하는 올인 주재가 등 30여곡을 출발 전날 밤12시넘게 까지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놓았다. 이어폰을 꺼내어 귀에 꼽고 허리에 찬 MP3를 꺼내어 파워 버턴을 누르니 모니터에 에러 메시지만 나온다. 걸으면서 몇 번이나 밧데리을 빼서 다시 끼워 보기도 하고 파워를 다시 켜보지만 안된다. 너무나 허무했다.포기하고 지겹게 달리고 있는데 2.5톤 트럭 한데가 크락숀을 울린다. 가까이 가보니 60대 부부가 타고 있다.나에게 2km정도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한다.그냥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러자 아저씨가 바른길이 나올 때까지 태워 줄테니 어서 타라고 하신다. 실격사유가 아닌지 걱정이 되지만 이미 몸은 트럭에 올라와있다. 아저씨 사위도 이번대회에 출전했다고 한다.삼거리에 도착하니 KU소속 조인석님이 통제차량에 타고서 주자를 기다리고 계신다. 사정을 설명하니 빨리 가라고 한다.실격은 아닌 모양이다.그때 조대연님에게 전화가 왔다.그 동안 통화가 되지않아 무척 걱정했다고 한다. 아마 가게에서 잘때 또는 이어폰을 끼고 있을 때 전화를 하신 모양이다.이놈의 MP3때문에 길도 잘못 들었고,이젠 무거운 짐만 된다고 생각하니 던져버리고 싶지만 아들 것이라 참았다. 통화를 하고 나니 정말 힘이 난다.어둠 속을 혼자서 그렇게 130km까지 질주 했다.
*130-140km(소요시간:1시간36분, 누적시간:20시간31분, 3/23 01:31분)
130km를 지나 조금을 가니 앞에서 두분이 달리고있다. 등뒤에 "달리는 화가 김성규"라고 쓰여져 있다.그 유명한 달리는 화가가 이분 이다.인사를 하고 같은 대구마라톤소속의 향기부부에게도 안부를 전한 후.옆에서 뛰고있는 포천 선거관리의원회 소속인 진장환님과도 인사를 했다. 우리는 얼마를 동반주하다 화가가 발이 아파서 뒤로 쳐지고 진장환님과 둘이서 달린다.그렇게 30분정도 달리니 또 잠이 온다.저절로 발걸음은 느려지고 걷고있으니 추위서 참을 수 없다. 진장환님에게 도저히 춥고 잠이 와서 더 달릴 수 없다고 말하니 어디 짚단더미만 있으면 파묻혀 자면 된다고 한다.그러나 짚단은 고사하고 바람막이 할만한 구석진 곳도 나오지않는다.정말 포기하고싶다. 휴대폰 1,2,3번에 저장해둔 주최측에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따뜻한 차에서 잘 수 있다.비틀거리며 얼마를 참고 가니 길옆 움푹 파여진 배수로가 보인다 진장환님에게는 걱정말고 먼저 가라고 말하고 배수로에 들어가 누웠다. 비닐봉지로 둘러 싸인 온몸이 떨고있다.눈이 감긴다.편안하다.이렇게 잠들면 체온하강(저체온증)으로 죽는다는 생각이 들지만 눈을 뜨기 싫다.비몽사몽간 어머님의 모습이 나타난다. 어디서 달리기하다 죽은 사람이 있다는 소리를 들으시고는 달리기를 못하게 하시어 안 하기로 약속을 했는데 또 하느냐며 당장 그만두고 돌아 오라고 하신다.이제는 정말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때 태준이 대곤이가 부른다. "아빠 힘내! 아빠는 할 수 있어. 지금까지 아빠가 포기한적은 한번도 없잖아! 어서 눈을 뜨고 일어나." 그래 눈을 떠야 한다. 아들아! 이 아빠에게 힘을 불어넣어다오. 오늘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앞으로 이 아빠가 정말 잘 해 줄께.어머니 저에게 힘을 주십시요. 이번이 정말 마지막입니다. 지금 포기하면 힘들게 달려온 거리가 너무 아깝잖아요.얼굴에 뜨거운 것이 흘러 내린다.눈을 떴다. 몇 번 일어 나려다 넘어 지고를 반복한 후에 겨우 일어 섰다. 비닐봉지의 안쪽 끝 자락을 두 손으로 꽉 조여 잡고 바람이 조금이라도 못 들어오게 하고는 뒤뚱뒤뚱 조금씩 뛰기 시작했다.목적의식을 부추기기 위해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나는 지금 무엇 때문에, 무엇을 얻기 위해 이곳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는가? 모르겠다.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단지 죽지 않는 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꼭 완주해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잠을 쫓기 위해 조용필의 "고독한 런너"를 불러보지만 한 소절도 못 부른체 입은 물론이고 생각까지 굳어 버린다. 평소 즐겨 부르던 그 많은 노래들도 하나도 생각 나지 않는다.
*140-150km(소요시간:1시간47분, 누적시간:22시간18분, 3/23 03:18분)
힘들게 정말 어렵게 140km 급수대에 도착했다. 물,이온음료,바나나,밀감,빵 등 모두 찬음씩 뿐이라 초코렛 사탕 몇개를 먹고 몇개를 주머니에 넣고 길을 재촉했다.조금을 가니 길가에 커피 자판기가 보인다. 평소엔 커피를 먹으면 속에서 위산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속이 쓰리기 때문에 먹지않지만 잠과 추위를 쫓을 수 있길 바라며 2잔을 뽑아 먹었다.전화가 왔다.새벽 1:35분이데 누구일까? 마누라겠지? 생각하고 악한모습 모이지 않으려고 큰 소리로 전화를 받으니 조대연님이시다.내일 3.15마라톤 풀코스에서 SUB-3는 물론 대망의 입상까지 해야 하는데 여태 안자고 뭐 하러 전화했냐고 했다.정말 고마운 사람이다.1년전 즘 마라톤으로 알게된 사람이지만 돌이켜보면 내가 힘들 때마다 항상 옆에 있어준 오래된 친구 같은 분이다.전화를 끊고 다짐해본다.그래 이런 분들을 위해서라도 어떤 일이 있어도 꼭 완주해야겠다. 계속해서 끝없이 이어지는 해안도로다.가로등도 없고 차도 다니지않는다. 간간히 마을을 통과할 때면 개 짖는 소리와 광활한 바다에서 밀려와 부서지는 파도 소리,그 넘어로 반짝이는 고기잡이배의 불빛 만 보일 뿐, 적막하고 고요한 밤이다. 이섬이 옛날에는 탐라국으로 불렀다지? 마치 과거의 전설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느낌이다.이젠 온몸에 감각이 없다. 아니 느낌이 없다고 해야 옳은 표현이다. 고독이 그 모든 고통을 지배한 것이다. 그렇게 무념무상하게 평소 빠르게 걷는 속도보다 더 느린 속도로 150km 제3CP까지 고독을 즐기며 뛰었다.
*제3체크포인트, 휴식(소요시간:2시간32분)
성산 일출봉의 제3CP에서 타임 체크를 한 후 추워서 입을 움직일 수가 없어 아무것도 먹지않고 그냥 땅을 응시한 체 비뜰 거리며 50m를 가니.어디에선가 고함소리가 들린다. 고개를 들어보니 파출소에서 나오는 소리다. 그리고 파출소 맞은편을 보니 불 켜진 회집이 보인다.정말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이보다 반가울까? 무조건 문을 열고 들어가니 40대정도로 보이는 주인부부와 친구로 보이는 남녀 2명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매운탕과 밥을 먹고 있다. 입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주인에게 사정하여 5,000원 어치 매운탕과 밥한 공기를 주문하고 식당마루에 다리를 뻗고 앉으니 잠이 온다. 식사가 다되었다는 소리에 일어나니 그새 5분정도 잤다. 매운탕의 맛도 느끼지 못한체 단지 따뜻한 것 만으로도 좋아 밥한 그릇과 함께 다 비웠다. 배가 부르고 몸이 따뜻하니 잠이 쏟아진다. 애절한 표정을 짖고 주인에게 이 자리에서 딱 10분만 자고 가게 해달라고 부탁 하였으나 거절 당했다.15,000원짜리 매운탕을 5,000원에 먹었으니 더 사정할 염치가 없다.밖을 나오니 시끄럽던 파출소가 이젠 조용하다. 파출소 안에 들어서니 경장 한명과 전경 두명이 날더러 정말 대단하다고 한다. 의자에 앉아 쫌 자고 가야 겠다고 하니 뒤에 여관에서 자라고 하면서 전경이 안내해준다.몇 번을 불러서 카운터 아줌마를 깨웠다.이제 남은 돈은 모두 6,000원,사정을 설명하고 5,000원 어치(?) 30분만 자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핸드폰의 알람 시간을 04:20분에 맞추고 따뜻한 온돌방에 누우니 뼈마디 마디가 녹아 내리는 것 같다.아마 태어 나서 지금까지 제일 달꼼하게 잤을 것이다.알람 소리도 못 듣고 일어나보니 05:40분이다.30분을 잔다는 것이 1:50분이나 잔 것이다.서둘러서 발가락의 물집을 4곳을 따고 수건에 물을 적셔 허벅지,무릎,종아리,발목을 깨끗이 닦고 어제 110km 주로에서 구입한 로오숀타입 파스를 정성껏 바르고는 밖을 나왔다.
*150-160km(소요시간:1시간09분, 누적시간:25시간59분, 3/23 06:59분)
조금 전에 바른 파스로 하체가 화끈거려 안 뛸래야 안 뛸 수가 없다.정말 몸이 가뿐하다.지금 시간 05:55분,이제 남은 거리 50km를 초반30km는 7~8분/km페이스로 달리고,나머지 20km는 8~9분/km페이스로 달려 3.15마라톤대회 풀코스 선두가 들어오는 오후1시 이전에는 골인해야 겠다고 계획을 세웠다.얼마를 달리니 조대연님에게 전화가 왔다.새벽 2시까지도 잠도 안자고 전화해주었고, 조금 전 내가 잠든 사이에도 몇 번이나 전화를 한 모양이다.오늘 마산 3.15의거 기념 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하여 SUB-3는 물론 입상까지 해야 하는데 이렇게 잠을 안자서 오히려 내가 걱정이 된다. 그간의 상황을 설명하고 오후1시 이전에는 꼭 완주하겠다고 약속을 해주고는 발끝에 힘을 주어본다.
*160-170km(소요시간:1시간13분, 누적시간:27시간12분, 3/23 08:12분)
가쁜 하게 160km급수대인 종달리에 도착하여 물을 마시고, 빵과 초코파이 2개를 주머니에 넣고 물 반병을 손에 들고 이내 달렸다. 그렇게 기다렸던 일출 광경은 애석하게도 구름으로 가려 불수가 없었다. 나는 내가 제 3CP에서 휴식할 때 먼저 간 많은 주자들을 추월해 갔다. 둘째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다.힘들지 않느냐고 걱정한다.아들에게 하나도 힘들지않고 오히려 즐겁게 달리고 있다고 말해주었다.이 녀석도 오늘 3.15마라톤 5km에 자기 친구 몇 명과 참가하는데 꼭 일등을 해야 한다며 일요일인데도 일찍 일어났다.엄마는 일어 났냐고 물어 보았더니 일어 났단다. 정말 무심한 마누라다. 두 아들은 어제부터 전화에다 메시지까지 몇 번이나 왔는데 일어나고서도 지신랑이 죽었는지 살았는지 궁금하지도 않는지 전화 한 통 없다.그래도 오늘은 일요일인데 우짠일로 일찍 일어났노? 아무리 내가 원해서 고생 한다지만,그래도 양심이 있어 편안히 잠자기에는 조금 미안 했겠지? 그래 앞으로는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야겠다. 그 동안 평일은 오후 8시경에 회사를 마치면 마산에서 뛰어서 창원을 한바퀴 둘러서 집에 오면 보통 밤10반에서 11시가되고, 토요일과 일요일은 아침에 가방을 싸서 나오면 그놈의 LSDT를 한다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다가 저녁이 되어야 집에 들어갔다.지금 내가 이곳에서 이렇게 완주를 눈앞에 두고 즐겁게 뛰고있는 것도 우리집 송여시의 말없는 내조가 있었기에 가능 했을 것이다.
*170-180km(소요시간:1시간24분, 누적시간:28시간36분, 3/23 09:36분)
170km급수대에서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일본인 2명이 간식을 먹고있다.자원봉사요원은 차안에서 머리를 핸들에 기대여 자고있다. 정말 저분들이 밤새워 많은 고생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이 언제 왔는지 100살은 됨직한 백발의 노파 한분이 옆에 서계신다. 빵 하나를 까서 권해 드리고 주스를 따라드리니 어디 까지 가느냐고 묻는다. 어제 출발하여 제주도를 한바퀴 돌아 오늘 다시 제주시까지 가야 한다고 하니 그사이 말도 끝나기도 전에 저만치 바다쪽으로 걸어가고 계신다.나는 달리면서 몇 번이나 그 할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분명 그분은 사람이 아니고 신일거라 생각하며 이후에 힘들때 마다 "할머니신이여! 해녀신이여! 나에게 힘을 주소서!"하고 빌었다. 이 글을 적고있는 지금도 그분은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175km정도를 지나니 지난밤에 먼저 가신 최성열님과 최종열님이 힘들게 걸어가고 계신다. 최종열님이 부상으로 도저히 뛸 수 없어 걸어서라도 완주하겠다고 한다. 나도 걷고 싶은 충동이 들었으나 이내 마음을 고쳐먹고 두 분의 완주를 기원하며 180km급수대를 향하여 무거운 발길을 옮겼다.
*180-190km(소요시간:1시간26분, 누적시간:30시간02분, 3/23 11:02분)
무척 힘들게, 그러나 걷지않고 180km급수대에 도착했다.이제 남은 거리는 20km, 하프코스도 안되는 거리다.그러나 체력이 다 소진되었고, 몸의 근육은 굳어져서 다리를 접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막 전의를 가다듬어야 한다. 먹기 힘들지만 억지로 물과 함께 빵과 바나나,초코렛등으로 배도 충분히 채우고 다리엔 파스를 떡 칠하듯 발라 마사지를 하였다.무게를 줄이기 위하여 헤드램프의 건전지도 빼서 버렸다.회장님을 비롯한 우리 3.15마라톤 회원들에게 많은 격려 전화가 왔다.지금 운동장에 3.15마라톤대회 출발직전에 많은 회원들이 모여서 나의 이야기를 하면서 완주를 기원한다고 했다. 친구들(김성용,유재용,하종기,표영수,김재곤 등)에게도 전화가 왔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파이팅을 받으니 절로 힘이 난다. 지금부터 골인 지점까지 남은 20km를 비록 몸은 멀리있지만 마음만이라도 우리 회원들과 같이 뛴다고 생각하고 쉬지않고 뛰어서 오후 1시이전에는 꼭 골인 하리라 다짐해 본다. 얼마를 뛰니 부산 "막 달리자 마라톤클럽"의 회장이신 표종운님이 걸어가고 계신다. 배가 고파서 조금 전에 길옆 당근 밭에 들어가 당근을 뽑아 먹었는데 지금은 조금 살것 같다고 했다.대단한 정신력의 소유자다는 생각을 했다.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몇분간을 동반주 하다가 힘들어 걷겠다며 먼저 가라기에 나도 걷고 싶었지만 여기서 걸으면 더 이상 뛰기 힘들 다고 생각하며 비록 속도는 느리지만 쉬지않고 뛰었다.
*190-200km(소요시간:1시간35분, 누적시간:31시간37분, 3/23 12:37분)
190km급수대에서는 그냥 지나 치려다 물한컵은 먹고 한병을 손에 쥐고 뛰었다. 정말 걷고싶다. 목,어깨,가슴,배,허리,엉치,허벅지,무릎,종아리,발목,발바닥,발가락까지 찝어 생각하면 안 아픈 곳이 하나도 없다. "그래 이젠 최종 10km만 가면 된다.""정말 지금까지는 잘해내었다.""내자신이 자랑스럽다."하고 자위를 해보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이것은 정말 미친 짓이다. 뭐 하러 돈들여 시간들여 이렇게 죽을 고생을 한단 말이냐? 집사람 말처럼 취미생활이면 적당히 하면 되지 오히려 건강을 해쳐가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바보짓이 아니냐? 앞으론 두번 다시 울트라마라톤은 하지않겠다고 생각도 한다.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어금니를 깨문다.그리고 비상 약봉지를 꺼내어 마지막 남은 진통제 한 알을 먹었다. 그리고 골인할 때의 완주의 모습을 그려본다. 육신의 고통을 참으며 어느 정도 뛰니 약효가 나서인지 아픔느낌도 없다. 이젠 오히려 기분이 좋다. 나는 그 동안 마라톤을 하면서 극한 순간에 오는 이러한 쾌감을 몇 번 경험했다.사람들은 이런 기분을 "런하이"라고 하다.어떤 고통도 못 느끼며 아무런 상념도 없는 상태에서 기분 좋은 어지러움과 아늑함,마치 구름 위에서 달리는 기분 이다. 이제는 완전히 제주시내에 들어섰다. 교차로에서 전경이 열심히 교통정리를 하고있다. 그 옛날 1980년, 무척 대모가 많았던 시절, 서울대와 고대,성균관대 등에서 대모진압 하던 군 시절이 생각난다. 한창 혈기왕성한 그때도 난 키가 크서 항상 진압대행의 제일 앞줄에 서서 날라오는 화염병과 돌, 쇠파이프의 공격을 막으며 용감(?)하게 임무를 수행했지. 194km정도를 지나 오르막길에 접어드니 앞에서 어제 밤에 만났던 일본 여자선수 다마오끼상이 힘들게 걸어 가고있다.어젯밤에 끝까지 동단주하지 않고 먼저 와버려 미안하다고 사과했더니 밤에 개 때문에 무서워서 혼났다고 한다. 그리고 나보고 앞에 가더니 왜 이제 오느냐고 해서 5,000원짜리 밥 먹은 것과 5,000원치 잠잔 것을 설명하니 연신 웃는다.웃는 얼굴을 자세히 보니 어젯밤에는 30대 초반으로 보이더니 오늘 낮에는40대 초반으로 보인다.밤새 힘들어서 늙어 버렸나? 아님 어제 밤 조명빨에 내가 넘어 갔나? (골인 후 출전자 명단을 확인해보니 놀랍게도 그녀는 만52살 이었다.) 오르막을 다 오르고 내리막이 되어도 그녀는 도저히 뛸 수 없다고 먼저 가라고 한다.젠토르만(신사의 일본식 표현)체면에 그냥 내뺄 수가 없어 그 동안 아껴놓은 마지막 한 개 남은 파워젤을 꺼내어 주었다. 사양도 않고 받아서 잘도 빨아먹는다.손에 들고 온 물까지 주고는 인사를 하고, 나는 마지막 스퍼트를 내었다. 197km정도 지점에서 백발이 무성한 일본인 3명을 추월해서 제주시 KAL호텔을 향하여 교차로의 신호도 무시한 체 빠르게 달려 나갔다.드디어 저 앞이 골인 지점이다. 갑자기 지난밤의 추위와 졸음의 극한 상황과 그동안의 준비과정이 떠오르면서 해냈다는 행복감에 눈물이 주루루 흐른다.골인 테이프를 가슴에 안으며 나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소리쳤다 "나는 해내었다~!"
*후기
누군가 마라톤은 인생과 같다고 했다. 나도 동감한다.어쩌면 나는 실제 인생살이에서는 자신감이 없어 또 다른 새로운 인생인 마라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완주기를 가능한 소상하게 쓰는 것도 마라톤이 인생과 같기 때문이다.인생을 살다가 수많은 고통을 이겨내고 행복을 찾는다면 분명 그 고통스러웠던 시절은 물론 행복했던 시절의 흔적들은 유무상의 행태로 우리 주변에 남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또 하나의 인생인 마라톤의 추억은 쉽게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기록함으로써 나와 같이 마라톤인생에 도전하는 사람에게 더 멋지게 인생을 달릴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일조가 되었으며 하는 마음 간절하다.그리고 내가 앞으로 실제 인생에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나의 마라톤 인생을 돌이켜 봄으로서 난관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그 동안 수많은 격려와 성원주신 3.15마라톤클럽 회장님 외 회원여러분과 나의 소중한 친구들 그리고 우리집 송여시와 두 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끝으로 본 대회를 주관하신 KU 이용식 대표님과 존경하는 월야 윤장웅님,조인석님,이호재님,남궁영만님 그리고 주로에서 자원봉사하신 모든 분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감사 드린다.
(지루한글 읽어주어 대단히 고맙습니다.)
March 22-23, 2003
@ Entries (신청자) : 114명 (Korea 79, Japan 35)
@ Participants (주자) : 108명 (Korea 77, Japan 31)
@ Finishers (완주자) : 73명 (완주율 : 67.6%)
KU 대표 이용식 올림
-----Race Result of Jeju 200km [2003년 제주일주 200km 공식기록]------
Place** NAME*********CP1(50K)**CP2(100K)**CP3(150K)**FINISH(200K)
01 YOON Youngsuk [윤영석]**04h10m**09h49m**17h17m**25h51m
02 KIM Bokleul [김복열]**04h36m**10h25m**18h26m**26h11m
03 LEE Wonrhack [이원락]**04h23m**10h30m**18h38m**27h19m
04 PARK Minsik [박민식]**05h24m**11h13m**19h12m**27h20m
05 MIYANO Katsuyoshi [JPN]**05h00m**11h06m**18h42m**28h23m
06 ISHIBASHI Tsutomu [JPN]**05h02m**11h05m**21h12m**28h42m
07 LEE Younggi [이영기]**05h58m**13h41m**20h39m**28h51m
08 SUENAGA Takuya [JPN]**05h15m**11h50m**20h27m**29h09m
09 KIM Hwei [김회]**05h04m**12h51m**20h40m**29h14m
09 KIM Jinmug [김진묵]**06h38m**13h20m**20h59m**29h14m
09 YUN Wooro [윤우로]**05h14m**12h51m**20h39m**29h14m
12 KOMATSU Hiromi [JPN]**05h57m**12h55m**20h25m**29h17m -{1st lady ; 여자1위}
13 ASANO Yoshiharu [JPN]**05h46m**12h09m**21h08m**30h07m
14 IMAI Hidehisa [JPN]**05h12m**12h18m**19h24m**30h17m
14 HONG Seokil [홍석일]**05h13m**12h00m**21h21m**30h17m
16 ONO Hiroyuki [JPN]**05h45m**12h14m**21h08m**30h22m
17 ISHIHARA Yoshiaki [JPN]**05h32m**12h31m**20h42m**30h50m
18 PARK Jongkwon [박종권]**05h28m**12h21m**21h32m**31h04m
18 PARK Changki [박창기]**06h16m**13h40m**23h22m**31h04m
20 KIM Sounggyu [김성규]**05h34m**12h50m**22h03m**31h07m
21 KIM Sangkyung [김상경]**05h40m**12h53m**23h00m**31h10m
22 JEON Seongha [전성하]**04h38m**10h25m**19h12m**31h12m
23 GONG Chuljun [공철준]**05h24m**12h34m**21h21m**31h17m
24 JIN Janghwan [진장환]**06h01m**13h24m**22h03m**31h23m
25 O Seongmun [오성문]**05h46m**13h22m**24h04m**31h29m
26 JEONG Wangki [정왕기]**04h58m**12h21m**22h22m**31h37m
27 TAMAOKI Keiko [JPN]**05h42m**12h31m**21hm**31h44m -{2nd lady ; 여자2위}
28 ISOMURA Kazuo [JPN]**05h32m**12h39m**21h35m**31h57m -{the eldest Japanese ; 일본최고령 63세(1939.5.28)}
29 OKAZAKI Masataka [JPN]**05h06m**12h08m**21h10m**32h04m
30 KANAZAWA Masao [JPN]**05h48m**12h16m**20h43m**32h05m
31 LEE Byoungrok [이병록]**05h56m**12h53m**24h36m**32h17m
32 PYO Jongwoon [표종운]**06h38m**14h02m**23h05m**32h21m
33 O Intaeg [오인택]**04h30m**12h11m**21h21m**32h40m
34 TAKEUCHI Yatomi [JPN]**06h06m**13h29m**23h50m**33h07m -{3rd lady ; 여자3위}
35 HWANG Seonyong [황선용]**05h40m**13h14m**25h27m**33h29m
36 JEOUNG Ohk [정옥]**06h35m**14h06m**24h36m**33h33m
37 KIM Yonghee [김용희]**05h46m**13h29m**24h05m**33h41m
38 KIM Boosung [김부성]**04h36m**13h11m**24h24m**33h47m
39 AN Jongkil [안종길]**05h30m**13h10m**24h11m**33h47m
40 KO Hwajoung [고화중]**06h07m**14h40m**23h44m**33h47m
41 KIM Illnam [김일남]**06h36m**14h06m**23h43m**33h58m
42 PARK Dongcheol [박동철]**06h20m**15h27m**26h21m**34h20m
43 LEE Jaekyoung [이재경]**05h56m**14h00m**25h50m**34h22m
44 JUNG Sangsu [정상수]**06h11m**13h52m**24h37m**34h27m
45 KIM Taisik [김태식]**05h36m**14h24m**23h55m**34h28m -{the eldest Korean ; 한국최고령 63세(1939. 9.20)}
46 CHOI Jinsik [최진식]**07h02m**15h28m**25h48m**34h30m
47 WON Younhee [원윤희]**06h08m**14h59m**24h37m**34h22m
48 PARK Chunggeun [박충근]***05h57m**13h08m**24h10m**34h43m
49 KIM Kwangho [김광호]**05h21m**13h41m**23h56m**34h52m
49 KIM Younggab [김영갑]**05h21m**13h41m**23h56m**34h52m
49 SEO Jungjin [서정진]**05h18m**13h41m**24h00m**34h52m
52 CHOI Seongyul [최성열]**05h24m**12h34m**21h47m**34h53m
52 CHOI Jongyeol [최종열]**05h24m**12h34m**21h47m**34h53m
54 YOSHIDA Yukihiko [JPN]**05h46m**13h23m**23h28m**34h54m
54 JEON Seongjun [전성준]**06h36m**14h48m**23h21m**34h54m
56 KIM Sangon [김상온]**06h35m**14h07m**24h36m**34h55m
57 MAEMURA Yayohi [JPN]**06h19m**14h02m**23h28m**34h59m -{4th lady ; 여자4위}
57 NAKAHASHI Takeshi [JPN]**06h36m**15h13m**26h00m**34h59m
57 YANAKA Yoshihisa [JPN]**06h44m**15h30m**26h04m**34h59m
60 SIN Jungho [신정호]**07h22m**16h08m**26h32m**35h00m
61 PARK Heejoon[ 박희준]**06h13m**13h40m**23h22m**35h00m
61 NAM Sitat [남시탁]**07h21m**16h05m**26h32m**35h00m
63 KIM Jongil [김종일]**06h08m**15h21m**26h45m**35h28m
64 JEAN Sangsoo [전상수]**05h44m**13h47m**25h30m**35h33m
65 PARK Youngsoo [박영수]**06h51m**15h42m**25h51m**35h35m
66 LEE Moowoong [이무웅]**07h16m**15h41m**26h00m**35h35m
67 KIL Chunjae [길천재]**07h20m**15h59m**25h50m**35h35m
67 LEE Youngsook [이영숙]**07h20m**15h59m**25h50m**35h35m -{5th lady ; 여자5위}
69 JUNG Soochul [정수철]**05h50m**12h58m**25h34m**35h37m
70 PARK Gilsoo [박길수]**06h43m**15h20m**27h00m**35h39m
71 KANG Yeon [강연]**07h16m**15h41m**26h00m**35h44m
72 SON Yongbum [손용범]**05h38m**13h34m**25h15m**35h45m
73 JUNG Youngill [정영일]**07h26m**15h48m**27h00m**35h47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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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 Sungyeun [조승연]**06h11m**14h07m**22h50m
MIN Yongdu [민용두]**06h51m**15h47m**25h33m
KIMURA Mitsuo [JPN]**06h41m**15h41m**26h17m
HORIIKE Kazutoshi [JPN]**05h16m**13h52m**26h52m
OSADA Tokiko [JPN]**05h46m**15h47m**27h04m
KIM Boungsun [김병순]**07h15m**16h36m**27h04m
INOUE Keiko [JPN]**06h55m**15h42m**27h17m
KIM Junghyun [김중현]**07h17m**16h40m**27h19m
EBINA Etsuko [JPN]**06h55m**15h42m**27h55m
ABE Masafumi [JPN]**06h31m**16h36m**28h43m
SONEDA Masatomo[JPN]**07h26m**15h13m**28h22m
CHOI Soocheol [최수철]**05h28m**11h46m
OZAKI Masahiro [JPN]**05h32m**13h07m
KIM Jonghyoun [김종현]**06h54m**13h19m
CHO Youngkun [조영근]**05h50m**13h14m
KISHIKAWA Ichiji [JPN]**05h47m**13h23m
CHO Taehwan [조태환]**05h42m**13h56m
YAMADA Yuki [JPN]**05h51m**13h56m
OKA Ryoichi [JPN]**05h37m**14h00m
LEE Kuyhyun [이규현]**06h51m**14h28m
HAN Sejeong [한세정]**06h14m**14h48m
PARK Kisoo [박기수]**06h51m**15h00m
MORIMOTO Kumiko [JPN]**06h10m**15h16m
GOO Bongun [구본근]**07h09m**15h58m
HONG Woneui [홍원의]**07h22m**16h05m
SHIM Sunggih [심성기]**07h21m**16h05m
KIM Byoungki [김병기]**07h33m**16h12m
MIN Kyungki [민경기]**07h33m**16h12m
LIM Intack [임인택]**07h33m**16h12 m
LEE Dongwon [이동원]**07h30m**16h57m
CHO Younghyung [조영형]**07h43m**17h09m
NITANO Shigeki [JPN]**06h56m**17h25m
JUNG Euiwon [정의원]**06h20m
YAMAMOTO Taisuke [JPN]**07h11m
PARK Sangki [박상기]
LEE Jongsoo [이종수]
CHOI Ran [최란]
IWAKI Manabu [JPN]
FUKUHARA Koji [JPN]
NAGAMI Shuji [JPN]
ONO Masataka [JPN]
첫댓글 잘갔다온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