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강 상류 구영리에서 두동쪽으로 가다 보면 물을 막아 놓은 보가 있고 호수처럼 고여있는 물 가운데 선바위가 서있다. 울산시에서는 풍경이 아름다워 "울산12경"으로 관리하고 있다. 차로 지나칠때는 섬처럼 서 있는 울퉁 불퉁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크다란 바위라 생각했었다.
저번 일요일(11. 13) 선바위 근처 무허가 음식촌 마당에서 체육대회가 있었다. 집은 허름하고 그물망으로 쳐진 여러개의 족구장이 불규칙하고 너저분하다. 그곳에서 지인들과 족구, 단체줄넘기, 릴레이 오리걸음등 재미 있는 게임으로 웃고 즐기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팀은 일찍 탈락하는 바람에 다른팀이 족구하고 있는 동안 난 조용히 낙엽을 밟으면서 선바위 가까이 가보았다. 가는 길목에는 갈대(억쇠가 아니었다)가 바람에 쏴~쏴 소리를 내면서 일렁인다. 파스칼의 "인간은 생각하는갈대" 구절이 생각난다. 우리의 생각은 갈대만큼이나 갈피를 못잡고 이리저리 일렁이는 연약함을 말한 것일까?
가까이서 본 선바위는 먼 발치서 본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선명하게 나타나는 선바위를 감상하는 재미는 의외로 내게 큰 기쁨과 행복감을 주었다. 수많은 세월의 흔적을 나타내는 거무튀튀한 변색된 색상과 희끗희끗한 이끼, 비바람과 물에 시달린 돌은 절리가 되어 각진 형태를 하고, 퇴적층은 내가 상상 할 수없는 수 많은 세월을 담고 있었다.
선바위는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형태로 변하였다. 날렵하게 아름다운 자태를 나타내는 방향이 있고 뚝사발 같은 불뚝한 모습을 한 자태도 있었다. 어느 지점에서 보니 프랑스 노르망디에 있는 몽쉘미셀 성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다. 바위 중상단에는 군락을 지어 핀 하얀 들국화가 바람에 자신을 맞긴듯 애처로이 이리 저리 일렁이고, 상단에는 제법 큰 잡나무 한그루가 자라고 있다. 각종 잡풀과 빛 바랜 덩쿨이 바위를 감싸고 있다. 주변의 풀씨들이 바람에 날려와 척박한 바위섬에 뿌리를 내린 것이리라. 바위섬 뒤 절벽은 같은 모양으로 절리되고 퇴적되어 주인공이 더 빛나보이도록 조연 역활을 잘 하고 있다. 절벽위 사찰 한식 기와집은 숨은듯 앉은듯 숲사이에서 선바위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다.
태화강을 생태 하천으로 만들기 위한 울산시의 노력의 덕분일까? 물은 바닥이 보일 정도록 맑았다. 잔잔한 물결위로 백로 한마리가 긴 날개짓을 하면서 난다. 쭉 뻗은 다리와 흰 자태 활짝핀 날개, 바람을 타는 유연한 날개짓은 가히 일품이다. 날다가 북쪽 노송에 사뿐히 내려 앉는다. 푸른물결, 우직한 바위, 백로의 날개짓을 보면서 그 조화가 아름다운 산수화를 보는 느낌이였다. 강변따라 난 좁은 오솔길을 왔다갔다 한참을 감상하다가 그곳을 떠나왔다.
선바위 공원은 내년(2012년도)도 부터 부지 보상을 한후 2015년 완공을 목표로 조성한다. 산책길도 내고 무질서한 건물은 정비를 하고 꽃과 휴식 시설이 갖춘 운치있는 공원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공원이 조성 되면은 선바위는 우리에게 더 가깝게 다가 올 것이다. 우리가 삶을 떠나더라도 우리의 후손은 또 이 바위를 보면서 내가 느꼈던 세월의 흔적과 당당하게 서있는 신(神)의 예술품을 보면서 감탄과 평화로움을 느낄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는 퇴락한 낙엽이 사각사각 소리를 내먼서 내 발자국을 따라온다. 깊어가는 가을날 일요일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