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월22일 금요일
서울을 벗어나 둔내 태기산장에 여장을 풀었다.
서울서 출발할때 온도계가 25도 ....
차안에서 재본 온도가 12도 였으니 지금 태기산의 기온은 10도 정도나 될것같다.
삼겹살 바베큐에 담가둔 다래주와 오미자주 곁들여 추위를 달랠만치 얼큰하게 한잔 마시고 나니 비로소
한기가 가시는듯 하다.
김선비님, 발해, 그리고 김선비님의 자당님께서 만류를 하시지만 뿌리치고 비박준비를 한다.
이슬이 내려 제법 축축하다.
산속에 민가가 달랑 두채밖에 없다보니 마당을 밝히는 전등만 꺼버리면 칠흙같은 어둠이다.
침낭에 들어 올려다본 밤하늘은 불빛 한점 없건만 무대를 밝히는 조명불빛 처럼 밝기도하다.
말로만 듯던 은하수가 이런것이구나 싶을정도로 은가루를 뿌려 놓은듯 온통 별천지다.
전갈자리도 보이고 카시오페아, 북두칠성....그리고 이름모를 별자리들.....
졸음이 내려 앉는 눈꺼풀에 바람이 살짝 불어오니 습기 머금은 공기가 얼굴을 휘감아 정신이 번쩍난다.
누워서 올려다본 하늘에는 별똥별이 수를 놓듯 긴꼬리를 그리며 순식간에 사라지고
순간 별똥을 보며 소원을 빌면 이루어 진다는 말이 생각나 살짜꿍 빌어본다.
"이렇듯 평온한 마음으로 자연을 벗 삼아 살게 해주싶시오!!"
옆자리에 누운 운두령, 황제, 강아지풀,,,세사람과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 나누며
누가 별똥을 가장 많이 보나 세어 보기로 했다.
나는 열개만 보고 열가지 소원을 빌어보고 눈을 감아 보련다.
운두령은 세개, 황제는 한개, 강아지풀은 한개도 보질 못했단다.
원하던 대로 열개를 모두 보았건만 너무도 순식간에 지나가는 지라 소원은 마음속에 담아둔채
하나도 빌어보질 못하고 잠들었다.
침낭의 우측 지퍼 부분이 얇아 팔이 뻐근하게 시리다.
시간을 확인해보니 5시 20분......
2시부터 잠자리에 들었으니 세시간 정도 잤나보다.
옆의 황제는 침낭 안에서 오그라 들었다.
여름용 침낭을 가지고 왔으니 아마도 추우리라.
지금 기온이 얼마나 되려나?...대략 8~10도는 될성 싶은데....
어느새 강아지풀은 산채로 들어가서 보이질 않고, 운두령은 코까지 곯아대며 맛나게도 잔다.
새벽 추위에 잠을 설치고 다시 청해 보지만 비몽사몽을 헤메다가 두런두런 말소리에 일어나니 아침이다.
아침밥을 푸짐하게 먹고 계곡으로 내려간다.
장마에 이곳 태기산에도 아름드리 육송들이 군데군데 넘어지고 산사태로 산자락이 생채기를 입어
모양새가 말이 아니다.
김선비님께서는 기왕 넘어진 소나무 다탁이나 만들고자 지름이 대략 60Cm는 됨직한 나무를 군데군데
절단 하시고 옮기자고 하시지만 무게도 무게고 계곡에서 밖으로 들어 낼일이 엄두가 나질 않는다...*^^*

이 핑계 저 핑계 둘러 붙이는데 변명도 가지 가지다.
허리가 아파서..(황제).... 뇌진탕이라서(운두령).... 목디스크 인데요(반달곰)....
핑계김에 철수해서 다래와, 머루 채취에 나서고 도토리도 줍는다.
다래는 따기가 무섶게 입속으로 들어가기 바쁘고
단맛에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번진다.
부연동에서 여울목님 께서 건너오시고 점심 후에 속초로 바다 구경을 떠나기로 한다.
첫댓글 죽여 주네요 ...삽겹살에 다래에 어쩌나 소주나 한잔하지 잘묵고갑니다..약올라서 갑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