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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증언자 쁘리모 레비를 찾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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쁘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를 먼저 읽고 서경석님의 이 책을 읽게 됐다.
서경석의 형제들은 아는 사람들은 모두 알다시피 그의 조국으로부터 배척 당하다 못해 심지어 인간성의 뿌리마저 잘리는 경험을 해야 했던 군부독재 시절, 개인적 제노싸이드의 전형이었다.
그 형들로 인해 모국어가 있는 조국으로 유학을 체념(?)할 수 밖에 었었던 서경석은 일본에서 주목받는 에세이스트상을 받은, 그러나 모어인 나라 일본이나 모국어인 조국이나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정체성(?)으로 절대 고독, 인간의 부조리 앞에 선 자의 인간에 대한 의문에 물음을 끊임없이 제기한다.
일본어가 모어이면서도 일본인이 아니고 한국어가 모국어인 한국인이면서도 한국으로부터 강제당하는 자.
나는 그가 쁘리모 레비를 찾아가는 과정이 독일이 저지른 전무후무한 제노싸이드의 한 증인을 만나러 가는 과정이 아니라(이기도 하지만), 모든!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아니 속해지지 못하는, 소통강제 당하는, 스스로 유배하는 개인들, 그들의 존재를 이해하려는 과정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서경석님께는 너무 죄송하지만 이해하시리라 믿는다) 서경석은 그래도 자신의 성찰을 내 보일 수 있는 책이라도 우리에게 소통해 보인다는 점에서 나보다는 행운아라고 여겨진다. 대의니 명분이니보다도 자신 안의 절대 고독 때문에, 그래 아주 사소할까? 그런 이유 때문에 자살하는 존재조차 알 수 없는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
그의 날카로우면서도 서정적인 글들에(유려한 번역자의 능력 또한 높이 경하한다) 한숨 섞인 동감을 가지면서 나는, 사소한 개인이지만 생명을 가진 한 퍼스낼러티로서 나 또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이산자라는 것을, 도대체 소통 못할 부조리한 생을 살고 있다는 것을, 그럼에도 정념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자각한다.
나는 쁘리모 레비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그 이유가 어떻든 내 나름으로 100% 공감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의문을 제기하고 성찰하고 소통하려 했지만, 자살 밖에 출구가 없었던 옛 지인들에게 용서를 빈다. 변명하자면 나도 당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는 생을 살고만 있을 뿐이라고.
서격석은 건강하다. 그래서 감사한다. 내가 그의 책을 읽을 수 있었으므로. 그리고 그의 책을 선물할 수 있는, 읽고 공감할 수 있는 지인들이 아직 몇몇 있다는 것에도 감사한다.
(최근에 이렇게 공.정!.하.고. 따뜻한 책은 읽지를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