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알자지라[Al Jazeera] 2009-10-26 (번역) 크메르의 세계
기후변화의 희생양이 된 캄보디아
기사작성 : 스티브 차오(Steve Chao)
(캄보디아 까똣/알자지라) --- 까똣(Katot) 마을 사람들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일전에 여행가이드가 말한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캄보디아-베트남 국경의 진흙 길을 달려 처음으로 도착했기 때문이다. 지난 한달간 이곳은 길이라기보다는 2m가 넘는 물에 잠겨있는 곳이었고, 그것이 바로 우리가 까똣에 주목하게 된 이유이다.
캄보디아 언론들은 이들을 두고 기후변화(climate change)로 인한 가장 최근의 "희생자들"이라 표현했다. 10여 가구가 조금 넘는 까똣 마을 사람들은 "기후변화"란 말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자신들의 많은 것을 파괴한 이 급격한 변화에 대해 분명하게 말할 수 있었다.

(사진) 일년 농사를 망친 찌어 사린 씨 가족은, 길가에 임시 천막을 설치하고 지나가는 버스 승객들에게 차와 과일을 팔아 우선의 생계를 연명하고 있다.
마을 주민인 찌어 사린(Chea Sarin: 여) 씨는 "남은 것이 거의 없다"며, 갑자기 홍수가 불어나자 남편과 함께 집에서 몸만 빠져나왔다고 한다. 캄보디아는 오랫동안 우기에 익숙하다. 주택은 나무 기둥들을 대고 그 위에 집을 짓기 때문에, 홍수에 대한 사람들의 적응력을 잘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금년 까똣에 밀어닥친 홍수는 예년에는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9월 태풍 켓사나(typhoon Ketsana)가 이 지역을 덥쳤다. 찌어 사린 씨는 자신의 조그마한 목조 오두막에서 놓여진, 작은 TV를 통해 뉴스속보를 보았다. 기상캐스터가 국토의 영혼인 메콩 강이 그 제방을 넘어 범람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사린 씨는 "하지만 우린 안전하다고 생각했죠. 우리 집이 강에서 10km나 떨어져 있으니까요"라고 말했다.
강의 수위는 아직도 상승 중
찌어 사린 시의 남편 또은(Thoeurn) 씨는 허리춤까지 오는 물속에 들어가, 자신의 집이 있던 흔적을 알려주었다. 우리도 보려고 했지만, 너무 깊어 들어갈 수 없었다. 또은 씨는 "물이 땅에서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홍수는 처음 봅니다. 우린 농부예요. 그래서 날씨에 의존해 살아가는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말했다.
이 지방 공무원들은 태풍이 몰고온 홍수가 메콩 강 제방으로 넘치면서, 근처 평야 지대로 몇 km나 안쪽으로 역류했다고 한다. 까똣의 경우, 4주 동안이나 수위가 줄어들지 않고 상승했다고 한다.
또은 씨는 이제는 자신의 뒷마당이 된 호수를 가리키며, "저기가 우리 밀밭입니다. 저걸 경작하려고 300달러나 빌렸죠. 수확하려면 이제 겨우 몇주만 더 기다리면 되는데...... 우린 내년에 먹을 게 없어요"라고 말한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캄보디아에서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내다 팔기위해서가 아니라 자신들이 먹고 살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
금년엔 쌀과 밀이 풍작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3만 헥타르(9,075만 평)의 농경지가 유실됐다. 옥스팜(Oxfam)과 같은 국제 NGO들은 국제적인 원조가 너무 느리게 들어온다며, 식량위기 징후를 경고했다. 옥스팜의 프란시스 페레즈(Francis Perez)는 "대체로 이 시기가 수확기를 앞두고 가장 배고픈 시기이다. 캄보디아 주민들은 곡식에다 생계를 상당히 의존하고 있다. 캄보디아 농민들 입장에서 볼 때, 이번 태풍은 최악의 시점에 불어닥친 것"이라 말했다.
이번에 까똣 마을이 겪고있는 재난은 정부가 두려워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충격이, 다가올 수년간에도 재발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선진국에 대한 배상요구
한편 프놈펜에서는 캄보디아 최초의 정부 주최 기후변화 대책회의가 훈 센(Hun Sen) 총리 주재하에 진행되었었다. 훈 센 총리는 이 회의의 개막연설에서 "가난한 나라들은 기후위기에 대처할만한 자원을 별로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이 위기가 다른 곳에서부터 기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다 큰 충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야생생물기금"(World Wildlife Fund: WWF)의 연구에 따르면, 메콩 강 주변 지역의 기온이 지난 50여년간 0.5~1.5도 상승했다고 하며, 21세기 말까지는 추가로 2~4도 정도 더 상승할 수 있다고 예고했다. WWF는 이러한 기온상승이 더욱 심각한 기후변화를 초래해, 홍수에서 한발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WWF는 또한 메콩강 유역에 살고 있는 수천만명의 주민들이 전통적인 주거지를 상실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몇년 동안에 간신히 식량자급 기반을 마련한 캄보디아로서는, 기후변화에 따른 급격한 황폐화를 염려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정부는 부유한 국가들에 대해, 국민들을 돕고 야생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한 사업에 소요될 수억 달러의 기금 원조를 요청해두고 있다. 캄보디아 "기후위원회"(climate council)의 나완 오욱(Navann Ouk) 위원은, "캄보디아가 기후변화에 별 영향을 미친 바 없음에도, 그로 인해 우리가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우리 정부와 우리 국민은 이에 대처할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 말했다.
기아에 직면한 이재민들
도로 옆의 조금 높은 지역에 임시 선반을 만든 찌어 사린 씨는 임시로 만든 선반 위에 젖은 이불과 옷가지들을 말리면서 방수포를 씌워놓고 있었다. 이는 그나마 얼마 남지 않은 소지품들을 더 젖게 만들지도 모를 지속적인 비 때문이다. 이 가족들은 이러한 비가 이상현상이라고 한다. 또은 씨는 "원래 우기는 몇주 전에 끝나야만 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 우기가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내에서도 오지에 살고 있는 또은 씨 가족은 구호의 손길이 자신들에게 미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하여 이들은 집에서 그나마 쓸만한 것들을 글고 나와 길가에 작은 천막을 차렸다. 홍수로 인해 이 지역을 통과하는 버스들은 승객들을 하차시킨 후 수백 미터 정도를 천천히 이동하는데, 이들 가족은 그 사이에 관광객들에게 과일과 차를 팔고 있다.
찌어 사린 씨는 "이 장사가 조금은 도움을 주겠죠. 하지만 우린 여전히 큰 빚을 안고 있어요. 우린 새로 농사를 지을 종자를 살 돈조차 없답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라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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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ㅠㅠㅠ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그러게 말입니다,막막하기만 하네요......인간이 자연을 파괴한 댓가가 정말로 가혹하네요....어린아이의 큰 눈망울을 보는 순간,,,제 가슴에 구멍이 난 듯 합니다.
실제보니까, 지난 9월에 발생한 태풍 덕분으로 일부 지역에서 영토 소유권 문제가 주민들간에 발생하였다고 .하네요..슬픔에 골치까지 아프게 생겼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