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사 춤과 같은 독특한 몸놀림의 전통무예 택견이 대한체육회 가맹을 앞두고 있다. 우리 민족의 대표적인 전통스포츠로서 택견이 씨름과 궁도에 이어 전국체전 종목이 될 수 있으니 참으로 고무적이 일이 아닐 수 없다.
헌데 이 문제로 요즘 대한체육회와 문화재청의 홈페이지가 시끄럽다. 인간문화재를 비롯한 택견 전승자들이 이에 대한 이의를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기뻐해야 할 그들이 문제 제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택견은 인멸의 위기에 처했던 1983년 6월 1일 중요무형문화재 제76호로 지정되어 국가로부터 보호 육성되고 있는 민족무예이다. 1987년 근대 택견의 전승자였던 송덕기, 신한승 옹이 작고한 이래 현재는 정경화 선생이 인간문화재로서의 맥을 이어 오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 전반에 문화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높아지면서 택견은 전통문화와 전통스포츠로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간문화재 중심의 한국전통택견 외에 대한택견, 결련택견 등의 단체가 설립되어 지속적인 갈등과 경쟁 구조 속에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택견의 대한체육회 가맹 과정에서의 마찰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라 하겠다.
현재 택견의 체육회 가맹에 있어 근본적인 갈등의 원인은 객관적 주체라 할 전승자들의 입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택견이 문화재로 지정된 이상 택견의 주체는 전승자들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체육회 가맹의 주체는 태권도 출신인 이용복 회장의 대한택견협회이다. 문화재 택견으로서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지 못했던 이 단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전승자들의 몸짓과는 차별화되어 있었다. 그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는 문화재 택견을 경기로 발전시켰기 때문이란다.
구랍에 민속씨름계의 젊은 천하장사가 씨름판을 떠나 K-1 선수로의 전향을 바라보며 씁쓸해 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외형적으로 일본의 전통을 고수하며 국민적 사랑을 받는 스모와 천하장사조차 씨름판을 떠나는 현대화 된 우리 씨름판을 생각해 본다.
지금 체육회 가맹을 앞둔 대한택견협회는 그동안 “현대화, 경기화”란 명분 하에 택견의 동작은 물론 경기 방식의 변형을 추구해 왔다. 물론 그 이면에 ‘무예로서의 실전적인 면을 추구한 결과’라는 논리도 내세우고 있으나 아직 객관적인 검증은 거치지 못한 상태이다. 그렇다고 문화재 택견의 동작과 경기방식이 더 합리적이라고도 말 할 수 없다. 다만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택견을 바라본다면, 원형을 유지한 상태에서 개발과 개선을 통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자세라는 것이다.
어쨌든 지금 택견의 체육회 가맹이라는 중차대한 과업을 앞두고, 택견계가 또다시 분열과 갈등의 모습을 보이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기 짝이 없다. 그들 모두는 전통무예 택견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고 또 같은 계보의 스승들을 추대하고 있지 않는가?
택견의 체육회 가맹에 앞서 정치적 논리도 아니고 집단이기주의도 아닌, 전통문화유산의 대승적 전승과 발전 차원에서의 공생주의를 지향하는 합의를 촉구해 본다. 이를 통한 체육회 가맹은 택견인 상호간의 바람직한 조화는 물론 전통과 현대화의 조화를 이룬 미래지향적 전통스포츠로서의 비전을 제시해 주는 기회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