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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개요
1994년 10월 25일 서울 한남동 한남빌리지(외인주택)에서 한국인 세 모녀가 미군 헌병대에게 5시간 동안 불법 감금조사를 받고, 폭행을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과 국제결혼한 딸 이순영(40)씨가 살고 있는 외인주택을 막내딸 이순희(30)씨와 함께 방문했던 김영자(68)씨가 외인주택 정문을 나서던 중 ‘미군물품 판매상’이라는 누명을 쓰고 미 헌병들에게 연행된 것이었다. 당시 김영자씨는 노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에게 해드리라며 이순영씨가 준 찹쌀과 쇠고기를 가지고 있었는데, 미군은 이를 문제삼은 것이다. 건장한 미군 헌병 4명이 칠순이 다된 김영자씨를 가운데 두고 중죄인 다루듯 했다. 김씨는 공포에 질린 나머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도 모르는 채 말도 안 통하는 그들에게 빌었다. 이 광경을 목격한 이순희씨가 항의하자 미군 헌병은 “샷 압(입 닥쳐)”이라는 폭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이순희씨가 “너는 미군헌병이고 나는 한국 민간인이므로 네 말에 복종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자 그림 중사는 얼굴을 들이대며 “계속 그렇게 혀를 놀리면 너를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리고 오른쪽 팔목을 뒤로 비틀어 꺽어 강제로 수갑을 채웠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팔목에서 피가 나는 등 전치 10일의 부상을 입었다. 뒤이어서 네 살짜리 아들의 손을 잡고 달려나온 이순영씨가 “너희들이 어떻게 내 동생에게 수갑을 채우느냐”고 항의하자 “너도 입 닥쳐”라며 4명이 무더기로 달려들어 팔을 꺾고 바닥에 쓰러뜨린 뒤 폭행을 가했다. 이 과정에서 이순영씨는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다.
세 모녀는 두 대의 헌병차에 태워진 채 용산 미8군 헌병대로 가서 5시간 동안 강제구금당했다. 김씨는 극도의 공포와 분노로 혼절하였고 옷을 입은 채로 소변을 보게 되었다. 그러자 헌병들은 응급조치도 하지 않은 채 빙 둘러 에워싸고 저희들끼리 손가락질하고, 거짓으로 쇼를 한다고 조롱하였다. 이순영씨가 앰뷸런스를 불러줄 것을 계속 요청했으나 그들은 30분간이나 수수방관하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미군들도 세 모녀의 혐의가 드러나지 않자 연행 5시간 만에 그들을 풀어주었다.
결과 한국 검찰은 이 사건을 미군의 공무수행을 벗어난 범죄로 규정해 기초조사를 하기 위해 1994년 10월 말 미군들에 대한 소환장을 발부하였으나, 미군당국은 ‘정당한 공무집행’이라고 주장하여 끝끝내 소환에 응하지 않았고,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는 한미행정협정에 미군이 공무수행 중에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한국정부가 처벌할 수 없게 하고, 그 공무에 대한 판단은 최종적으로 미군 당국이 한다는 조항에서 비롯된 것이다.
한편 이순희씨는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하여 1천8백만원의 배상금을 받았다. 재판부는 1996년 3월 28일 선고공판에서 “미군측이 김씨 모녀를 감금·폭행한 것은 공무의 범위를 벗어난 불법행위인만큼 국가는 치료비와 위자료 등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