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철원DMZ평화자전거대회에 참가했다.
이 대회는 민간인통제선을 드나들며 비무장지대 DMZ 철책 바로 앞도 지나는 데다가 고향에서 열리는 대회라 내겐 특별한 의미와 느낌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6・25전쟁 68주년을 하루 앞두고 그 격전지 중의 하나인 철원에서 열리기에 더욱 그러했다.
승용차에 자전거를 싣고 오전 8시 10분쯤에 출발점인 철원종합운동장에 도착해보니 주차장이 만차였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겨우 산비탈 빈터를 발견하고 주차하였다.
기록용 칩과 번호판을 받아 지정된 위치에 부착하고 출발선에 섰다.
이번 대회의 참가자는, 사이클 부문 남자 1,080명, 여자 192명, MTB 부문 남자 201명, 여자 27명. 정확히 1,500명이었다. 나는 MTB C그룹에 참가신청을 하였다.
출발은 9시 4분경에 사이클 A그룹, MTB A그룹의 순으로 시작하였다. 나머지 B, C, D그룹은 시간 간격을 좀 두고 한꺼번에 출발하였다. 기록 계측 시작 지점은 군탄리 전역비삼거리였다.
계측 시작 지점을 통과하여 43번 국도를 달리기 시작하면서, 결승점까지 78km를 달리는 동안 몸이 어느 정도나 따라 줄 것인지 약간 의문이 들기도 했다. 지난 1년간 등산을 자주 하는 바람에 자전거 타는 걸 손 놓고 있었다. 심폐지구력은 어느 정도 버텨줄 거라고 믿지만 사이클링에 필요한 근육들이 그동안 푹 쉬고 있었기에…….
30대 초반의 근무지였던 청양초등학교 앞을 지나, 교직 첫 근무지였던 토성초등학교 앞을 지났고(이 부분의 코스가 대회 홈페이지에 안내된 코스와 차이가 났음), 30대 중반의 근무지였던 도창초등학교도 지나 달렸다. 학생들과 학부모, 그리고 교직원들과의 수많은 옛 추억들이 떠올라 감회가 새로웠다.
22km 지점인 유곡리 언덕에 마련된 1보급소에서 찬 생수를 받아 마셨다. 봉사하는 분들이 무척 고마웠다. 중간중간 갈림길마다 뜨거운 뙤약볕 아래에서 길안내 봉사를 하는 분들도 고마웠다.
유곡리에서 북으로 달리면서 부모님의 고향인 DMZ 안의 백덕리 언덕 방향을 바라보았다. 6대조까지의 조상 묘소가 있는 곳이다. 통일이 되어 들어간다고 해도 이젠 버드나무숲에 묻혀서 흔적도 찾기 어려울 테지만……. 한참을 바라보며 달렸다.
정연리와 양지리로 향하는 길은 다리 근육이 지친 데다가 맞바람까지 불어 점점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토교저수지의 긴 둑을 바라보며 달리다 보니 어느덧 양지리 마을이었다. 이제 월정역까지는 6km 남짓. 페달을 밟는 발마다 주문을 걸며 지친 심신을 달랬다.
농산물검사소를 지나 노동당사 직전에 대위리 쪽으로 방향을 틀어 달렸다. 2보급소에서 바나나 한 개와 초코파이 한 개를 받아서 허겁지겁 먹으며 허기를 달랬고, 냉수를 들이켜서 부족해진 몸의 수분을 보충하였다.
동막리의 한탄강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가파른 언덕이 우뚝 솟아 있었다. 다리가 버텨주지 못해 언덕 중간부터는 자전거를 끌고 걸어 올라갔다. 다리근육의 통증이 심했고 허공을 밟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고개에서 한탄강 다리로 내려가는 다운힐의 순간은 기분이 그만이었다. 이제 결승점까지는 5km. 얼마 남지 않았다. 작은 언덕들이 계속 이어졌고 다리의 통증은 더해 갔다.
드디어 결승점이 보였다! 결승선 통과를 알리는 ‘삑’하는 경쾌한 계측음이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다리근육에서 경련 증상이 나타났다. 목을 축이며 몇 분간 지친 다리를 쉬었다.
대회 본부에서 계측기록 문자메시지가 날아와 있었다. 3시간 01분 41초 30. 예상했던 것보다 20분 정도 빠른 결과였다. 끝까지 견뎌낸 몸이 고마웠고, 부모님을 생각했다.
결승선 언덕 너머에 마련된 3보급소는 그냥 지나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출발점인 종합운동장까지 5km 정도를 천천히 이동했다. 도착하자마자 배가 너무 고파서 즉시 식당을 찾아 막국수를 시켜서 먹었다. 정말 맛이 있었다. 다음에 다시 와서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가기념품을 받고 시상식까지 구경하고는 집으로 향했다. 몸이 많이 지쳐 있었고 식곤증까지 겹쳐 무척 졸렸기에 중간에 차를 세우고 1시간 정도 쉬다가 집으로 왔다.
이 대회가 고향에서 열리고, 공교롭게도 젊은 시절에 근무했던 학교를 세 군데나 경유하는 데다가 조상의 묘소 가까이로도 지나가서 그 의미가 내게는 특별했다. 다리의 힘을 보강하여 내년에 다시 한번 참가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 철원종합운동장(갈말읍 군탄리) → 군탄리 전역비삼거리(출발선: 계측 시작) → 43번 국도 → 청양초등학교 앞 → 지경리교차로 → 철원토성 → 도창리 → 유곡리(통일촌) <제1보급소> → 금강산철교(멸공OP 앞) → 정연리 → 토교저수지 앞 → 양지리 → 월정역 → 농산물검사소 → 대위리 <제2보급소> → 동막리 → 내대리 언덕(결승선: 계측 종료) <제3보급소>
* 주행거리: 78km(대회본부측 홍보자료로는 78km였지만, 스마트폰 앱에는 74km 정도로 기록됨)
* 계측기록: 3시간 01분 41초 30
출발하기 전에 잠시 포즈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