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5일 오후 2시부터 기독교백주년기념관 1층 소강당에서 80여명이 모인 가운데 종교개혁 494주년 기념 한목협 제20차 열린대화마당이 열렸다. 좌로부터 박은조 목사 이만열 교수 좌장 이문식 목사 나이영 부장 차우열 목사
교회 사유화, 그 대안을 모색한다
박은조 목사(샘물교회)
시작하는 말
오늘 발제는 이론적인 대안을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난 13년 동안 사역 현장에서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음성을 따라 교회 공동체를 세우려고 씨름했던 경험을 나누기를 원합니다.
샘물교회를 세워가면서 받은 가장 중요한 가르침 중 하나는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사실입니다. 주께서는 교회의 주인이 개척 목사도, 헌금을 많이 한 장로도, 열심히 봉사하는 집사도 아니고 오직 하나님이심을 여러 가지 방법으로 가르치시고 고백하게 하셨습니다. 부족한 경험이지만 이를 나누면서 한국 교회의 과제인 교회 사유화에 대한 대안을 함께 발견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샘물교회 개척 당시
저는 13년 전인 1998년 여름 서울영동교회(서울 강남구 논현동 88-2 소재)의 네 번째 분립교회인 샘물교회를 개척하도록 주의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이미 분당에 200여 개 교회가 있는데 또 하나의 교회가 왜 세워져야 하는가? 교회의 주인이신 주께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 때 주신 응답은 “같은 교회를 또 하나 세우라는 것이 아니고 건강한 교회를 하나 더 세우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 제 자신은 이 부르심에 쉽게 응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정된 교회의 목회자였고, 아무것도 없는 분당에서 개척을 한다는 것이 두려웠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강하게 도전하셨고 저는 순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 이후 저는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한 걸음씩 발걸음을 떼어 놓는 연습을 시작했습니다.
1998년 당시는 유명한 초대형 교회들의 담임목사직 세습 건으로 이미 교회가 많은 비판을 받기 시작한 때입니다. 서울영동교회의 파송을 받은 200여 명의 성도들이 샘물교회 창립을 앞두고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이 원하시는 교회를 어떻게 세울 것인가? 고민하며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렵게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여 교회를 개척하기로 결정한 저는 자신에 대해서 이런 평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서울 강남에서 17년간 목회 경험을 쌓았고, 사십 중반의 나이에 개척을 시작하게 되었으니 근사한 교회를 만들 수 있는 적임자가 바로 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회개시킴
개척을 준비하면서 저는 성도들이 있고 그리고 돈만 있으면 교회가 세워질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해서 돈을 달라고 그리고 사람을 보내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계획은 저를 회개시키시고 준비시키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샘물교회를 세우기로 결정한 8월 중순 이후부터 한달 동안 돈 걱정으로 저의 마음은 가득 채워져 있었습니다. 6억 원의 보증금에 매월 900만 원을 내야하고 그 위에 비품과 이런 저런 필요한 것들을 생각할 때면 항상 머리 속이 하얘지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서울영동교회 성도들은 박목사가 자신들을 배신하고 떠난다고 원망이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8월 말에 분립개척교회를 박목사가 맡는다고 발표하고, 9월말에 한번 헌금해서 개척교회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헌금이 제대로 나올 가능성이 없었습니다. IMF 사태가 난 이듬해인 1998년에 무슨 헌금을 성도들이 할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저는 마치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 것처럼 답답해하며 오직 한 가지 돈을 달라고 떼를 쓰며 기도했습니다.
1998년 9월 3째 주간 목요일 아침이었습니다. 새벽 기도회 후 제 서재에서 큐티를 마치고 일어서려고 하는데 “왜 그렇게 걱정하냐?” 라는 질문이 마음에 떠올랐습니다. 그 생각을 시작으로 저는 그 날 아침 평생 잊을 수 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저를 책망하시고 도전하셨습니다. 예수님 때문에 한 끼도 굶어본 적이 없고, 매 맞아 본 적도 없는 제가 돈 걱정을 하면서 염려하는 것을 주께서 책망하셨습니다. 그 날 아침 참 오랜만에 하나님 앞에 엎드려 인간적인 자신의 모습을 깊이 회개하며 울었습니다. 주를 위해 교회를 위해 굶는 것도 기꺼이 감당하겠다고 기도할 수 있는 믿음을 주셨습니다.
20분쯤 기도했을까? 생각하며 일어나서 보니까 한 시간 반이 지나 있었습니다. 책상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서는데 제게 변화가 있었음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한 달 내내 그렇게 염려했던 돈 걱정이 사라져 버린 것이었습니다. 너무 감사하고 기뻤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후에도 돈을 넉넉하게 주시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고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을 도전하셨습니다. 부족하지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이 세우시는 교회
개척에 동참하기로 한 K 장로님이 9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전화를 했습니다. “목사님, 아무개가 교회 세우러 분당 간답니다.” 개척에 동참하기로 한 서울영동교회의 한 형제를 두고 장로님은 그렇게 표현했습니다.
그 때 저는 제가 개척의 적임자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해 보겠노라고 작정하고 기도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런데 세례 받은 지 일 년도 되지 않는 초신자이며, 돈이 많은 사람도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도 아닌 그 형제가 교회를 세우기 위해 분당으로 온다는 것입니다.
장로님의 그 표현이 그 때 제 귀에는 “새롭게 세우는 교회의 주인은 나다. 교회는 내가 보내는 사람에 의해서 내가 세운다. 네가 세우는 것이 아니다” 라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들렸습니다. 지금도 하나님께서 주신 그 날의 가르침이 선명하게 기억납니다.
그 때 이후 저는 준비했던 개척 파일을 덮었습니다. 많은 성도들이 왔으면 하는 마음도 거두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보내는 사람들과 함께 하나님께서 주시는 방법을 따라 교회를 세우겠다고 고백했습니다. 제 자신의 의지로 교회를 세우지 않고 하나님이 주시는 방법과 원리를 따라 갈 것을 다짐하며 섬세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습니다.
교회 이름 정하기
교회 이름을 정할 때 담임목사로 섬기기로 한 제가 이름을 정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고 여러 가지 이름을 메모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준비위원회에 “이름을 어떻게 할까요?” 라고 물었더니 목사님이 알아서 하라는 것이 아니고, 공모해서 성도들이 좋아하는 이름을 찾자고 제안했습니다.
어느 날 새벽기도 시간에 계시처럼 받은 교회 이름이 있는데 공모라니? 그러나 공모하는 것이 하나님께서 주시는 이름을 얻는 보다 합리적인 길이라 여겨져 그렇게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공모를 하더라도 제가 받은 이름이 틀림없이 정해질 것으로 확신했습니다. 100여 개의 이름이 제안되었습니다. 그 중에는 제가 계시 받은 이름도 있었고 혹시나 해서 제가 그 동안 메모해 둔 이름 중 9개도 함께 제안했습니다.
105명의 개척 멤버들이 먼저 10개의 이름을 투표로 뽑았는데 그 속에는 제가 제안한 이름이단 하나도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 좋은 이름들을 성도들이 그렇게 철저히 외면하다니! 그러나 그게 현실이었습니다. 다시 3개를 뽑았고 최종적으로 하나를 뽑았는데 샘물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기분이 나빴습니다. 샘물이라는 이름도 촌스럽게 느껴졌고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성도들을 통해서 하나님이 주신 이름을 기쁘게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도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샘물교회를 발음해 보니까 어제 밤엔 촌스럽던 이름이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목사 장로의 임기제
개척을 준비하면서 준비위원회는 건강한 교회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임기제라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많은 교회들이 말로는 하나님이 주인이라고 하면서 개척 목사가 주인 노릇 하기도하고, 열심히 섬긴 장로가 주인 노릇하는 것을 많이 보았기 때문입니다.
담임목사는 6년 사역 후 신임을 묻고 1년 연구년을 가지게 하는 7년 임기제를 결정했습니다. 당회에서 2/3 이상 그리고 공동의회에서 2/3 이상 찬성을 얻으면 한번 더 시무할 수 있도록 정관을 통과시켰습니다. 최장 14년을 시무할 수 있는 제도였습니다. 그 제도에 따라 저의 임기가 내년 연말이면 끝이 납니다.
장로는 5년 시무 후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와 같은 방법으로 신임을 얻은 후 한번 더 시무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람이 주인 노릇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재정
재정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보면 그 교회의 주인이 누구신지 알 수 있다는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기로 했습니다. 제직회에서 보고할 뿐 아니라 모든 성도들은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지 교회의 수입과 지출을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개인 헌금도 인터넷을 통해 언제나 확인할 수 있게 했습니다.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돈은 지출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했습니다. 재정이 건강하면 교회도 건강해지는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회심 성장하는 교회
1998년 10월에 200여명의 성도로 시작된 교회가 1년 만에 1,000여명이 모이는 교회로 자랐습니다. 3년 만에 2,000명이 모이게 되었고 8년이 지난 2006년 무렵에는 4,000명 가까이 출석하는 교회가 되었습니다. 책을 내자는 출판사 사장도 있었고, 만나는 목회자와 크리스천들이 엄청난 성장을 이룬 교회 목사라고 소개할 때면 저도 모르게 우쭐했습니다.
2006년 어느 날 주께서 제게 질문하셨습니다. “이 교회에서 세례 받고 처음 신앙 생활을 시작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냐?” 깜짝 놀랐습니다. 즉시 조사해 보니 놀랍게도 10% 정도였습니다. 하나님께 참으로 죄송했습니다. 2006년 여름 미국 몬타냐 주에 사는 유진 피터슨 박사님 댁 근처에서 목회자 40여명이 그 분을 모시고 영성 수련회를 가졌습니다. 그 때 수평 이동을 중단할 것을 결정하도록 주께서 도전하셨습니다.
2007년 연초부터 가정교회 소그룹 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수평이동을 중단하고 회심성장하는 교회의 꿈을 새롭게 품었습니다. 아직도 많은 영혼을 전도하지 못해 하나님께 죄송하지만 이 꿈을 가지고 열심히 전도하고 있습니다.
아프간 피랍 사건
2007년 7월에 있었던 아프간 피랍 사건은 잊을 수 없는 일입니다. 당시 샘물교회는 61명의 파송 선교사를 18개국에 보내어 세계의 복음화를 꿈꾸며 사역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아프간에는 7명의 파송선교사가 세 지역에서 일하고 있었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일이지만 이 사건을 샘물교회는 두 가지 결과를 얻었습니다. 피랍 기간인 42일 동안 모든 성도들이 눈물로 기도하며 훈련받았습니다. 평생 흘릴 눈물을 다 쏟았고, 평생 할 기도를 다 했다고 농담할 정도로 그 기간 우리는 많이 울고 기도하며 훈련받았습니다. 그리고 아프간 민족을 마음에 품으며 회교권 선교에 나서도록 주의 도전을 받았습니다. 교회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새로운 인도하심을 받는 축복을 누리고 있습니다.
평신도가 사역하는 가정교회
성도는 목회자의 사역 비전을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성도 자신들이 주의 비전을 따라 사역하는 자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많은 교회들이 그렇지 못한 것이 오늘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샘물교회는 319개의 목장이 있고 이 목장의 목회자인 목자는 평신도 목회자로서 실제로 자기 목회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모든 민족을 내 제자로 삼으라는 주의 명령을 실제로 순종하며 섬기는 사역자들입니다.
퇴임과 제2대 담임목사 청빙
금년 연초 제2대 담임목사 청빙을 두고 기도하면서 “샘물교회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담임목사인 바로 나다”라는 생각이 계속 제 머릿속에 가득했습니다. 그리고 “목사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는 사람은 장로가 아니고 목사다”라는 생각도 계속 품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 주께서 “새로 부임하는 목사와 일할 사람은 네가 아니고 장로들이요 성도들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하셨습니다. 저의 생각과 다른 하나님의 뜻을 깨달은 후 제 마음이 변하기 전에 당회에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청빙위원회를 구성해서 맡기고 당회원들의 마음이 일치되어 담임목사님을 모시는 일을 위해서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10월 16일 당회에서 연초부터 진행해 온 제2대 담임목사를 결정하고 본인의 수락까지 받았습니다. 곧 공동의회를 열어 성도들의 최종적인 뜻을 묻는 절차를 남겨두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 운동
처음에는 주중의 빈 교회 공간을 어떻게 하면 활용할 수 있을까 하는 차원에서 교회와 학교가 같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에서 하나님께서는 기독교 학교 운동에 대한 비전을 주셨습니다.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키우는 일을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역이라는 확신을 주셨습니다.
10년 전에 샘물교회 안에 기독교 유치원을 시작했고, 7년 전에 기독교 초등학교를 시작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중학교는 3년 전 개교했는데 지역의 31개 교회가 이사교회로 참여하여 각각 자기 교회 성도들의 자녀들을 그리스도의 제자로 삼는 일에 마음을 모으고 있습니다. 고등학교는 내년 3월에 개교할 예정으로 준비 중입니다.
퇴임 후의 사역
분립 개척교회를 1990년 3월 처음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개 교회가 되었습니다. 서울영동교회로부터 시작해서 한영교회, 일원동교회, 서울남교회, 샘물교회 그리고 일산전원교회가 세워졌습니다. 한영교회가 분립 개척한 다니엘교회와 샘물교회가 분립 개척한 샘빛교회, 판교샘물교회 그리고 다우리교회까지 모두 10 교회가 된 것입니다. 지난 20년 동안 분립을 통해서 건강한 교회 운동을 하게 하신 주님의 비전을 따라 샘물교회 퇴임 후 다시 한 번 분립개척교회를 세웠으면 하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학교 운동 또한 남은 생애 동안 헌신했으면 하는 귀한 사역입니다. 내년에 고등학교를 설립한 후 지역마다 기독교 학교를 세우는 일을 위해서 섬기기를 원합니다.
선교는 교회의 본질입니다. 건강하게 교회가 세워지면 자연스럽게 선교하는 교회가 될 수밖에 없는 영적 DNA를 주께서는 우리 속에 넣어 두셨습니다. 죽는 날까지 땅끝까지 복음을 전하라 명령하신 주의 명령을 받들어 살아야 할 것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마치는 말
13년 전 샘물교회를 시작할 때 오늘 이런 모습이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친히 인도하셔서 13년 전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답고 건강한 모습으로 빚어놓으셨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 위기는 교회 사유화에서 시작됐다.(논찬)
나이영 부장(CBS 종교부)
어느 교회는 증빙서류 하나 없이 지출한 돈이 한해 수십억 원대에 달한다. 최근에는 교회 정관을 바꿔서 담임목사 명의로 교회 재산을 등기할 수 있도록 했고, 특수사역을 위한 경비는 증빙서류 없이도 집행할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재정위원도 모두 담임목사가 임명하도록 했다. 다른 한 교회는 담임목사 사례비와 자녀 유학비 등으로 한해 6억 원을 써 구설수에 올랐다. 또 교회 돈 100억 원대를 펀드에 투자했다가 막대한 손실을 끼치기도 했다. 나중에 철회하긴 했지만 퇴직금으로 수십억 원을 요구했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됐다. 또 다른 교회는 교회 예산을 전혀 공개하지 않는다. 헌금이 얼마나 들어와 얼마나 지출됐는지 담임목사 측근 이외에는 전혀 알 길이 없다. 사실 이 같은 교회를 찾기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열린교회는 올해로 7년째 외부 감사를 받고 있다. 외부 회계법인 직원 5명이 1주일 동안 교회재정을 샅샅이 조사한다. 영수증 없는 지출은 있을 수 없다. 경기도 일산에 있는 거룩한빛광성교회는 다음 해 예산을 세울 때 석 달 동안 치밀하게 계획한다. 회계감사도 철저하게 받는다. 담임목사는 교회재정의 큰 틀만 제시할 뿐 집행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서울영동교회도 매달 재정 집행내역을 꼼꼼하게 공개한다. 교인들은 더 많은 헌금이 이웃을 위해 쓰여 질 수 있도록 에너지 절약 등 교회 유지비 절감에 앞장선다. 백주년기념교회도 교회 재정지출 내역을 구체적인 항목까지 꼼꼼하게 매주 공개한다. 복사지 구입 하나도 구체적인 내역을 빼먹는 일이 없다.
어느 교회에서는 인사에 불만을 품은 부목사가 담임목사를 폭행했다. 그 이면에는 교체된 담임목사와 원로목사 지지파 사이의 갈등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지나간 얘기지만 다른 어느 교회는 원로목사와 담임목사 간 갈등으로 3년 넘게 진통을 겪어야 했다. 결국 교회가 둘로 나뉘는 아픔을 겼었다. 법정 소송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담임목사 교체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대표적인 유형은 원로목사가 목회 방향과 의사결정에 깊이 관여하면서 후임자와 갈등을 빚는 경우다. 또 후임자가 전임자와 너무 다른 목회원칙을 적용하거나 재산권 행사를 둘러싼 이권다툼, 인간적인 갈등까지 교회 리더십 교체과정에서 벌어지는 갈등 원인은 다양하다.
서울 동작구 본동에 있는 노량진교회는 담임목사 교체과정이 투명하기로 유명하다. 7대 담임목사로 부임한 림인식 목사는 지난 94년 정년을 2년 남기고 조기 은퇴했다. 또 후임 목회자 선정에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8대 목사로 부임한 강신원 목사도 올해 은퇴한다. 선임 목회자와 마찬가지로 후임자 선정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후임자 선정에 일체 관여하지 않는 좋은 전통이 대를 이어 이어지고 있다. 강변교회 원로목사 김명혁 목사는 은퇴 이후 본 교회 가지 않고 목회자가 없는 시골교회를 찾아다니며 설교 사역을 펼쳐 화제가 됐다. 2008년 1월에 은퇴한 뒤 벌써 3백여 개 교회를 찾아다녔다.
어느 교회 원로목사는 은퇴하면서 수십억 원에 달하는 은퇴 예우금을 요구했다. 더구나 교회가 어려워질 때를 대비해 은퇴 예우금에 대한 공증까지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구설수에 올랐다. 이 원로목사의 요구는 40평형 아파트와 7층짜리 선교관 운영권, 영어교회 운영권 등등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경기도 안양에 있는 안양성결교회 조병창 원로목사는 평생을 사역한 교회에서 퇴직금으로 4억 2천만 원을 받았다. 조 목사는 그런데 이 가운데 1억 원을 성결대학교에 기부하고 나머지는 농어촌 미자립 교회를 지원하는데 사용해달라며 전액 반납했다. 교회는 이 기금으로 선교회를 설립해 미자립 교회를 꾸준히 지원해오고 있다.
상반된 교회 모습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현재 한국교회의 위기를 △권력의 맛을 본 교회 △물질의 유혹에 넘어지는 교회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 △말씀을 제 멋대로 해석하는 강단의 타락 △개교회주의와 개인 기복신앙 등에서 찾곤 한다.
권력을 잡기 위해 금권선거도 불사하고 권력을 남에게 주고 싶지 않아 세습도 강행한다. 교회의 대형화도 권력의 또 하나의 상징이 돼가고 있다. 막대한 재정과 수많은 교인수를 기반으로 정치적 권력도 향유하려 한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불투명한 재정 운영과 일명 ‘돈봉투’에 대해 눈을 감게 한다. 교회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목회자의 윤리적 타락은 도를 넘어선 듯하다.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처신은 물론 교회 헌금을 제 맘대로 사용해도 된다는 인식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여자와 돈을 가장 경계하고 조심해야 한다는 기본 ‘상식’이 이제는 통하지 않는 것인가?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이 같은 일이 불거졌을 때 노회나 총회 차원의 치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단의 타락은 우리 신앙의 기본을 흔든다.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고민하기보다 자신의 목적과 생각에 ‘하나님의 말씀’을 가져다 끼워 맞추는 설교가 난무한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 같은 위기의 출발점이 교회 사유화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도 아니고 하나님이 주인이심을 고백하는 것도 아닌, 바로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에서부터 교회의 위기는 시작된다. 교회에 대해 내가 가장 잘 알고 내가 개척했고 내가 이만큼 키웠고 내가 가장 교회를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회는 내 것이 된다. 그러다보니 교회를 더 키워서 더 많은 것을 하고 싶고 세습도 하고 싶고 교회 돈도 마음대로 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된다. 또 내가 교회의 리더고 나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순간, 교인들이 아랫사람으로 보이게 되고, 하나님 말씀뿐 아니라내 말 한마디에도 모두 순종해야 한다고 착각하게 된다. 교회는 목사 1인 지배체제로 변질되고 만다. 더 나아가 말씀조차 마음대로 해석하고 내 욕심과 주장의 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만다. 교회 위기가 사유화 욕심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샘물교회 사례는 사유화 욕심 자체를 원천적으로 막으려고 노력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하나님이 주인 되심을 온전히 고백하고 교회 개척과정에서도 목회자의 인간적 판단과 욕심, 계획을 내려놓게 하시고 하나님이 교회를 세우셨음을 고백하는 신앙은 마음을 숙연하게 한다. 이 같은 고백뿐 아니라 제도적으로 목사 장로 임기제를 도입해 특정인이 의사결정과정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제어하고 있다.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도 재정 사유화를 막는 제도적 장치다. 누구나 알고 있는 방법이지만 실행하기는 그리 쉽지 않다. 수평이동을 지양하는 모습은 “내 교회만 성장하면 된다”는 개교회주의를 넘어서는 노력이다. 특히, 분립개척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후임자 청빙과정에 간여하지 않는 것은 교회 사유화를 견제하는 중요한 장치라고 하겠다.
한국교회는 이제 달라져야 한다. 교회가 누구 특정인의 것이 아님을 고백해야 한다. 교회를 개척한 목사도, 대대로 한 교회를 섬겨온 장로도, 목소리 큰 어느 누구도 교회를 사유화하려 해서는 안 된다. 이를 견제할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교단의 치리기능이 제대로 작동돼야 한다. 정치적 판단에 따라 좌지우지 되곤 하는 재판국의 모습이 아니라 누가 봐도 존경할 만한 지도자들로 목회자 윤리위원회나 치리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재정적으로 또는 윤리적으로 타락한 사례를 발견하는 즉시 권면하거나 인사조치하거나 징벌하는 관례가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치리기능은 교회의 아주 중요한 기능임에도 불구하고 거의 작동되지 않고 있다.
민주적인 교회 운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지만, 교회의 실제 운영을 위임받은 것은 교회를 이루고 있는 신앙공동체 구성원들이다. 따라서 특정인에게 권력이 집중되거나 모든 의사결정 과정에 특정인이 깊게 관여하는 것을 제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몇몇 기독교 단체에서 제시하는 교회 정관 만들기 운동도 한 사례가 될 것이다. 목회철학에 따라 입장이 다를 수는 있으나 목사 장로 임기제나 평신도와 여성들을 의사결정 기구에 적극 참여시키는 방안, 투명한 재정 공개 및 회계감사 실시등을 들 수 있다.
교회가 일정 규모 이상 늘어나면 분립개척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널리 확산되길 바란다. 이제더 이상은 일명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교회개척이 이뤄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한국교회의 60% 이상이 미자립 교회다. 생계가 어려워 목회자가 택시 운전을 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더 이상 미자립 교회를 양산하는 현상이 이어져서는 안 된다. 교회가 내 것이 아니라는 인식에서 출발하면 분립개척을 시키지 못할 이유가 없다. 샘물교회는 물론 원조 격인 서울 영동교회를 비롯해 점차 많은 교회들이 분립개척 행렬에 나서고 있다.
목회자 세습에 대한 목회자 스스로의 이해와 입장 표명이 있으면 좋겠다. 목회자 윤리선언이라도 요구하고 싶은 마음이다. 시골의 작은 교회나 도심에 있더라도 규모가 작은 교회여서 대를 이어 교회를 맡아도 십자가를 짊어지는 경우라면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현실적으로(올바른 것은 아니지만) 막강한 권력을 누릴 수 있고 엄청난 재정을 주무를 수 있으며 최고급 혜택속에서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자리를 단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물려받는다면 문제는 다르다. 세습은 교회 사유화의 정점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가 1998년 사랑의교회에서 출범했을 때, 취재현장에 있던 본인은 적지 않은 흥분을 느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나 한국기독교총연합회 같은 교단협의체 중심의 정치에서 일치와 연합, 갱신을 촉구하는 목회자 신앙운동으로 한국교회의 역동성이 옮겨가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각 교단별로 일어난 목회자 개혁운동이 하나로 합쳐졌다는 점에서 더 의미가 있어 보였다. 물론 그 흥분은 오래 가지 않았고 한계도 발견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그 기대를 버리지 않고 있다. 목회자가 변해야 한국교회가 변하고, 그 변화를 이끌어갈 중심은 목회자의 신앙운동, 개혁운동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목협이 한국교회의 변화를 이끌어가는 역동적인 힘이 되길 기대한다.
박은조 목사님의 <교회 사유화, 그 대안을 모색한다>에 대한 논찬
이만열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이 글은 박은조 목사님께서 ‘샘물교회’를 개척하신 과정과 그 내용을 설명함으로 “교회 사유화” 문제에 대한 대안을 행동으로 보여주려 한 것으로 보인다. 글의 주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샘물교회를 통해서 받은 교훈 중 하나는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라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교회의 주인이 하나님이시므로 인간에 의한 교회 사유화가 있을 수 없다는 대명제를 제시하고 있다.
둘째, 교회의 주인이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기대하며 그의 인도에 따라 가야만 교회가 하나님의 장중에 있는, 건강한 교회를 세워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의 경험이나 의지는 결코 하나님을 주인으로 하는 건강한 교회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셋째, 오직 하나님만 신뢰하고 한 걸음씩 나아가도록 도전을 받을 때,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훈련을 받게 되고, 이런 훈련이 교회의 사유화를 막게 되는 것이라고 박 목사님은 이해하고 있는 듯하다.
넷째, 새롭게 세우는 교회든 새로 부임한 교회든 그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며, 교회는 인간의 의지로 세우거나 이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방법과 원리를 따라 갈 때 내 교회가 아니라 하나님의 교회임을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렇게 하는 것이 곧 교회의 사유화에 대한 대안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교회의 이름을 정하는 세심한 것도 교역자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고 그 분의 지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주장하고 있다.
다섯째, 교회의 사유화를 막는 실제적인 방법으로 목사와 장로의 임기제를 도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샘물교회는 이를 교회 초기부터 실시하고 있다. 한국의 대부분의 교회들이 교회를 개척한 목사나 장로가 주인노릇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유혹이 될 수 있고 누구나 손쉽게 동의하기 쉽다. 이러한 인간적인 방법을 원천적으로 제도적으로 봉쇄함으로 개척 목사나 장로가 교회의 주인 혹은 개척자에 의한 사유화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임기제를 실현한다는 것은, 이상적이긴 하나 생각보다는 훨씬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이 많다. 인정에 끌려 이를 실현하는 데도 어렵고 또 때로는 무책임하다는 비난도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자기만 고고한 척하고 교회는 돌아보지 않는다는 비난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박 목사님은 대단히 실현하기 어려운 결단을 모범적으로 실천하면서 교회의 사유화를 몸으로 막고 있다. 샘물교회는 “장로는 5년 시무 후 당회와 공동의회에서 담임목사와 같은 방법으로 신임을 얻은 후 한번 더 시무할 수 있게 했”는데 이는 “사람이 주인 노릇하지 못하게 하는 좋은 방법”의 하나로 이를 채택했다고 한다.
여섯째 샘물교회와 그 담임목회자인 박은조 목사는 “재정을 어떻게 모으고 어떻게 사용하는가를 보면 그 교회의 주인이 누구신지 알 수 있다”는 신념하에 재정의 투명성을 기하려고 했다. 교회의 사유화의 첫걸음을 보통 목회자에 의한 자의적인 재정관리에서 시작되고 또 재정을 쥐면 조직을 쥐는 것처럼 되어 왔다. 이런 점을 직시한 박 목사님은 샘물교회의 여러 구성원들과 함께 교회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공개’하고 개인의 헌금까지 인터넷을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회의에서 결정하지 않은 돈은 지출이 불가능하도록 제도화” 함으로 교회의 건강성을 담보하고 사유화를 막을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일곱째, 교회가 성장함에 따라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유혹이 바로 카리스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것이다. 그것은 말씀의 전파에서나 교회의 모든 조직과 행정 등을 담임목회자에게로 집중시키는 현상으로 나타났고 이것은 곧 교회의 사유화로 연결되어졌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가정교회 사역을 도입했다. 원래 대형교회가 새로운 활성화를 위해 도입된 가정교회 소그룹 사역은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교회의 사유화를 막는 대안의 하나로 활용함직하다. 이는 나아가서 교인들의 수평이동을 막고 ‘회심 성장’하는 교회의 꿈을 이루는 것이기도 하며 거기서 대형교회가 외면하고 있는 성도의 교제를 활성화하기도 할 수 있다. 성도의 교제가 활성화되면 교회의 건전한 여론이 형성될 수 있게 되어 교회의 사유화를 막는 데에 일정하게 기여할 수도 있게 된다고 본다. 가정교회는 평신도가 사역하게 됨으로 “모든 민족을 내 제자로 삼으라는 주의 명령을 실제로 순종하며 섬기는” 교회로 성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사유화가 전도와 선교를 게을리 하는 교회의 분위기와 관련되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가정교회 사역은 교회의 사유화를 예방하는 요인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여덟째, 박은조 목사님은 개척 당시에 교회의 공동체원들과 함께 약속하고 그 약속을 제도로 확정한 임기제를, 교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여 퇴임을 결행하려 함으로 샘물교회를 하나님께로 귀속시키고 교회 공동체와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다. 이것은 바로 교회 사유화에대해 실천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실천이 젊은 목회자 층에서 시작되어 산불처럼 번져 나갈 때 지금까지 우려했던 교회 사유화를 방지하면서 한국교회가 더욱 건전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교회 사유화, 그 대안을 모색한다>에 대한 논찬
차우열 목사(한목협 공동총무, 기성, 상록수성결교회)
1. 들어가는 말
한국교회 개혁의 비전을 가지고 현장감 있는 대안을 제시해주신 박은조 목사님의 글을 논찬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특히 종교개혁 494주년을 기념하면서 한국교회의 개혁을 요구하는 시대적 상황에 맞물려 교회 사유화에 대한 주제와 그 대안을 모색하는 뜻 깊은 자리에 함께 하게 됨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지난 9월 20일 밤 11시 15분 MBC PD수첩은 방송을 통해 최근 목회자 본인과 가족들의 교회사유화 문제를 부정적 시각으로 보도하면서 사회이슈가 되어 교회가 세상의 지탄을 받고 있는 가운데, 한목협을 통해서 이와 같은 열린대화마당을 갖게 된 것은 시의 적절한 때 교회갱신을 위해 원인과 대안을 제시함으로 한국교회의 신뢰를 회복하는 기회가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2. 대안 제시
첫째, 교회 주인은 하나님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습니다. 교회 사유화 문제는 주인의식의 혼돈으로부터 출발된 것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이 교회의 주인이라는 인식이 강하면 강할수록 교회가 내 것처럼 자신의 마음대로 전행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주인의식의 혼돈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욕망이 발동하는 것입니다. 목사들이 교회를 키우기 위해 사활을 거는 이유는 하나님 나라 확장이라는 명분도 있지만 자기의 사활과 연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교회는 내가 키운 교회이다, 이 교회는 나의 기도와 헌신과 봉사와 사랑과 희생과 땀으로 일구어낸 교회다” 라는 생각으로 자신 만만해 합니다. 결국 교회란, 발전 공헌도에 따라 장로나 목사의 개인 기업으로 전락되고 만 것입니다. 내가, 내가 하는 공로의식이 주인 되시는 하나님을 밀어내고 주인 행세를 하는 것이 사유화 문제로 세상의 신뢰를 잃고 지탄을 받는 것입니다. 목사나 장로에게 사유화의 생각이 있고 없음이 가장 극명하게 분간되는 시점은, 그 교회가 본인들에게 나가 달라고 요구할 때 입니다. 미련 두지 않고 나가는 사람 같으면 그 교회는 주님의 교회로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 교회를 위해 애쓴 공로를 생각해서 발전시킨 대가를 요구한다면 그것은 그 전부터 교회를 하나님이 주인된 교회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사활과 연계되어 자기 열심으로 종교 사업체를 운영한 사람인 것으로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입니다.
둘째, 교회 개척의 모델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한국교회를 건전하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더 이상 맨땅에 헤딩하는 식의 개척으로는 안 됩니다. 생존 가능성이(자립가능성) 10%도 안 되는 현실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전도해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면 대형교회로 블렉홀에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흡수되는 현실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대형교회는 주변에 있는 작은 미자립 교회에 지대한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므로 분립 개척이야 말로 가장 건강한 교회확장 방법이요,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분립개척은 모교회의 열린 마음과 나눔의 정신이 있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모 교회의 담임목사 지도로 부교역자 사역을 마치고 개척이라도 한다고 하면, 혹시라도 모 교회의 성도들이 따라 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성도들을 단속합니다. 뿐만 아니라 담임목사와의 관계마저, 불편한 관계가 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제는 하나님이 주인 되시는 교회임을 상기하면서 대형교회의 꿈만 꾸는 것이 아니라 모 교회를 중심으로 분립시킴으로 작은 공동체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가 건전하게 확장되어 가는 한국교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셋째, 믿음의 문제를 제기하셨습니다.
동의합니다. 우리는 믿음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깊이 있게 통찰해 보아야 합니다.
주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는 무엇을 먹을까. 마실까.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공중에 나는 새를, 들에 핀 백합화를 비유로 들면서 “너희 일까 보냐?” 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내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저와 여러분 모두의 현실은 어떻습니까? 하나님이 살아계신다고 입술로는 시인하면서 실상은 그렇지 못합니다. 내가 내 인생을 준비하기 위해서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재물을 쌓아 놓으려고 애를 쓰는 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또한 예수님은 우리에게 손해 보면서 사는 삶을 가르쳐 주셨습니다.(“함께하라, 나눠주라, 용서하라”) 그런데 그 가르침을 받은 우리는 재리에 밝아 어떻게 하든 손해 안 보기위해 기를 씁니다. 그와 같은 삶이 세상의 신뢰를 잃은 계기가 되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믿음의 근본을 다시 통찰해야 하는 이유는 “구원의 확신” 때문입니다. 우리 선배 목사님에게 배우고 우리가 가르칠 때도, 너무 값싼 구원관을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 구원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고 입으로 시인하여 얻는 것이다”라고 배웠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씀이 쉬운 것 같은데 매우 어려운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도 우리에게 “두렵고 떨림으로 너희 구원을 이루라!” 했습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 것 사실입니다. 그러나 믿음의 증거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생각으로 믿는 믿음은 믿음이 아니라 신념에 불과한 것입니다. 신념만으로 구원 받을 수 없습니다. 믿음은 합당한 열매가 있어야 합니다. 이제 부터라도 예수믿고 구원받는 것 복음입니다. 그러나 축복과 희망에 관한 말씀을 전하고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원받은 자의 삶의 변화와 책임에 대해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전하고 가르쳐야 할 것입니다. 빛 처럼, 소금처럼 구별된 삶을.......
넷째, 제도 개선에 관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목사임기 최장 14년 시무장로 10년 이와 같은 임기제가 도입된다면 교회 사유화를 방지하는데 매우 긍정적인 제도라 생각합니다만 개 교회의 정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각 교단 상위법이 있는데 그 곳에 제소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교단 총회에서 함께 나누어야할 부분인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고쳐야 할 제도가 있는데 특별히 총회적으로 제도 개선을 해야 하는 부분은 교회이름은 있는데 목회를 하지 않는 무임 목회자들이 비영리 사업장인 교회 이름으로 개인 재산증식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개인 재산을 증식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세금을 내고 증식시키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세금 포탈공범이 될 것입니다. 특별히 교회는 재정의 투명성이 확보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와 같은 자정의 노력으로 세상으로부터 신뢰가 회복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2011.10.26. 코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