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토양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가 인산 집적이다. 얼마 전 방문한 울리히 코에프 국제유기농업학회장 일행이 이 문제를 언급할 정도로 우리 농경지의 인산 집적은 심각하다. 이를 이대로 방치할 경우 조만간 어떤 식물도 자랄 수 없게 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굳어버린 인산을 녹여내 토양의 인산 함량을 낮추고, 그것을 작물이 이용하는 ‘생물비료’ 사용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다.
◆인산 집적, 왜 나쁜가=인산은 모든 생물체의 유전체를 구성하는 핵산의 주요 성분이며, 또한 생물체 에너지 대사의 기본인 에이티피(ATP)의 구성성분으로 가장 필수적인 원소 중 하나다. 특히 식물에게는 질소· 칼륨과 함께 비료 3요소 중 하나이다.
그런데 인산은 토양 중에서 쉽게 유실되지 않는 반면 식물에 이용되고 남은 성분은 빠른 시간 내에 산성 토양에서는 철이나 알루미늄과 결합하고, 알칼리성 토양에서는 칼슘과 결합해서 식물이 활용할 수 없는 형태로 토양에 축적된다. 따라서 토양 안에 집적된 총 인산의 농도는 높더라도 실제로 작물에 이용될 수 있는 유효인산의 농도는 낮아서 작물의 수량은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게 된다.
또한 과다 축적된 인산에 의해 철분의 흡수와 이동 및 활성이 억제되어 어린잎에서 철분 결핍 증상이 발생한다. 게다가 토양 중 염류 농도를 증가시켜 토양 관리를 어렵게 할 뿐 아니라 자원의 낭비와 환경오염의 문제를 가중시킨다.
◆굳어버린 인산을 활용하는 방법=우선 인산을 흡수하는 능력이 탁월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참깨 등 기름을 짜는 작물들이 인산 성분을 잘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토양을 많이 가리는 편이고, 인산을 빨아들이는 양에도 한계가 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이 인산을 녹여내는 미생물을 ‘생물비료’로 넣어주는 것이다. 이미 제품화된 것도 여럿 있다. 지금까지 개발된 것 중에는 ‘에스피(SP)-113 균주’가 가장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대구대학교 연구팀이 경남북 일대의 인산 축적지 토양과 제주도 일대의 화산회토 토양에서 인산을 녹여내는 효능을 가진 1,000여종의 세균과 200여종의 사상균을 분리해서, 그중 가장 우수한 ‘페니실리움 균주’를 선발하여 이름을 붙인 것이다.
실제로 이 균주를 활용한 결과 경북 성주지역에서는 참외의 잎 색깔이 짙어지고, 당도가 2도 높아졌으며, 수량이 10% 증가했다. 감자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생육이 1.6배 빨랐고 더뎅이병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쌀겨 등 유기물과 혼합해서 줄 때 효과가 높았다.
이 밖에 농업인 정재환씨가 개발한 인칼균(2001년 농민신문사 주최 벤처농업기술상 수상)도 주목할 만하다. 인칼균이란 수용성 인산칼슘에 미생물 발효균을 첨가한 것으로 인산과 칼슘의 흡수율이 기존 비료보다 훨씬 높아 꽃눈 분화시기 등에 관주 혹은 잎에 살포해주는 방법으로 균형시비가 가능하다. SP-113(활인산골드) : 흙살림 ☎043-833-8179, 인칼균 : 한국인칼균연구소 ☎054-833-8373.
〈윤덕한〉dkny@nongmin.com [최종편집 : 2004/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