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어느덧 묵클럽을 진행한지도 오십 번이 넘었습니다. (사실 이것도 누가 말해줘서 알았음)
여러분은 시간이든 노력이든 꽤나 걸리는 일을
오십 번 이상 반복해 해본 일이 있으신가요?
그정도쯤이야 뭐.. 라고 생각을 할지 몰라도
오십번은 생각보다 정말 많은 숫자입니다.
요컨대 스키장을 네다섯번 가는 것쯤은 호기심이나 흥미만으로도 가능하지만
(저는 제 전용 스노보드가 있는데도, 오십번은 못 간 것 같습니다)
그 멀고 추운 곳을 오십번이나 가려면 호기심이나
관심을 뛰어넘은 무언가가 필요할 것입니다. 뭐가 됐든 강한 것들이요.
가령 광기라든지, 사랑이라든지, 사명감이라든지, 현실적인 이유에서라든지...
이중에 어떤 동기가 더 낫고 순수한지를 따지는 건 의미가 없겠죠.
하지만 3년전 제가 묵클럽을 처음 시작한 것은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것이 몇 달 전쯤에는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어느쯤은 돈 때문에 다시 시작한 것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네.
마지막 모임 공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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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주의 묵픽 (Muk's pick)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폴란드-프랑스)
:: Comment ::
우리들은 모두 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저는 소설가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소설을 쓰고 싶은 것처럼
피아니스트라면 웬만해서 피아노를 치고 싶겠죠.
하지만 인간의 삶이란 항상
하고 싶은 것과, 그걸 하지 못하게 만드는 환경 사이에서
고통받고 갈등하는 부조리로 가득 차있곤 합니다. (웃음)
<피아니스트>는 제2차 세계대전이 진행되고 있던 시기
나치 독일의 지배 아래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한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인데요.
조금 어처구니없이 단순한 내용이 아닌가 싶지만..
좋아요. 일단은 이정도만 알고 있도록 합시다.
: TIP ::
- <피아니스트>에 대해 말하면서, 이 영화를 감독한 로만 폴란스키Roman Polanski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순 없을 것 같습니다. 1933년 폴란드에서 태어난 폴란스키는 실제 나치의 홀로코스트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였어요. 비록 <피아니스트>가 유태인 피아니스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긴 하지만, 얼마쯤 자신의 경험이 반영됐을 거라 생각되는 이유입니다.
-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폴란스키는 미국으로 넘어가서 영화찍는 일을 계속 했습니다. 그러다 한 영화배우와 결혼해 가정을 이루고 살았는데, 집안에 강도가 들어 자신을 뺀 모든 일가족이 몰살당하는 비극을 겪었습니다. 여기까지 하면 정말 불쌍한 인생을 산 사람 같지만.
- 몇 년 뒤 폴란스키는 아동성폭행 범죄에 연루돼 경찰에 쫓깁니다. 미성년자에게 술을 먹인뒤 강제로 관계를 했다는 혐의였죠. 아시다시피 미국은 아동성범죄에 대해서는 얄짤이 없는 나라입니다. 폴란스키는 중형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어떻게 경찰의 눈을 피해 프랑스로 도망쳤고, 그때부터는 유럽에서만 작품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심지어 아주 잘나갔습니다. 영화는 정말 잘 찍는 사람이거든요. 온갖 유명한 영화제에서 상을 쓸어담고, 관객과 평론가들에게도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그래서 아직도 로만 폴란스키라는 인물은, 이 인물에 대한 평가는 영화계에서 정말 복잡미묘한 문제로 남아있습니다. 솔직히 겁나 불쌍하긴 한데, 그렇지만 겁나 씨발놈이기도 하고, 그리고 겁나 영화를 잘 만드니까요. 몇 년 전 폴란스키가 새 영화의 작품성을 인정받아 상을 받았을 때, 시상식장 밖에서 '아동성범죄자에게 상을 주지마라!'는 시위가 일어났다고도 합니다. 그래도 상을 받긴 받았다고 하지만.
- 영화를 보기전에 이런 정보를 주는게 과연 좋을까에 대한 생각도 안 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알 사람들은 아는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일가족 몰살된 이야기는 영화로도 나왔음), 이렇게 써놓으면 '대체 얼마나 영화를 잘 만들길래?' 싶어서 어디 한 번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테니까요. 어쨌거나 묵클럽의 목표는 여러분이 영화를 끝까지 다 보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웃음)
- 뭐 어쨌든, <피아니스트>는 지금껏 영화의 '역사' 속에서 가장 빛나는 작품 중 하나로 심심찮게 언급됩니다. 2002년에 나와 칸 영화제와 영국 아카데미상을 동시에 휩쓴 작품이에요. 짧은 영화는 아닙니다. <색, 계>와 마찬가지로 두시간 반 정도의 러닝타임에, 2차대전기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 느낌이 있습니다.
- 하지만, 저는 지금껏 보아온 수백편의 영화 중에서 '최고의 장면' 하나를 뽑으라고 했을 때, 주저없이 이 <피아니스트>의 한 장면을 뽑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저만의 의견이 아닙니다. 그게 과연 어떤 장면인지는, 진득하게 영화를 보다보면 자연스레 알게 될 것입니다. 정말입니다.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친구나 지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1명당 2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일시 ::
2023년 1월 27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3시간, 도중 참여 가능)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20~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숙제 ::
「피아니스트」 (로만 폴란스키)
- 넷플릭스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