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의 꽃섬 석모도
해명산, 낙가산 산행길 조망 수려
보문사 마애석불좌상은 우리나라 3대 관음성지
석모도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에 속한 섬이다. 강화도 외포항에서 서쪽으로 약 1.5㎞ 떨어져 있다. 석모도에는 해명산, 상봉산, 상주산의 3개의 산이 있어 삼산면이란 지명이 생겼으며 해명산과 상봉산 사이에 보문사가 위치하고 있다.
석모도를 갈려면 전에는 강화도 외포리에서 배를 타고 석모도 석포리 선착장으로 건너갔으나 2017년 6월에 강화도와 석모도 사이에 석모대교가 개통되어 육로로 왕래할 수 있게 되었다.
석모도 해명산-상봉산-상주산 산행의 출발지점은 전득이고개이다. 강화버스터미널에서 31B, 38B 번 버스를 타면 석포리선착장 경유, 약 1시간 11분 정도 걸려 전득이고개에 도착한다.
산행 들머리인 전득이고개에는 등산 안내판이 세워져 있다. 전득이고개-해명산 정상-방개고개-낙가산 새가리고개-상봉산 정상-석모리(승영중교)까지 주코스는 총 8.6km, 낙가산 새가리고개에서 상봉산으로 가지않고 보문사로 하산할 경우에는 6.2km 거리이다.
9시 56분에 산행을 시작, 초입 목제계단을 거쳐 약 8분 쯤 오르면 강아지모양의 바위가 있는 능선에 이른다. 등산로 좌우 숲에 봄기운이 완연하다. 나무마다 서서히 새순이 돋아나기 시작한다. 새싹들의 숨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능선숲길이 고즈넉하고 아기자기하다.
강아지바위에서 10분 쯤 가면 바위 쉼터. 시야가 트이면서 석포리선착장과 바다건너 강화도 외포리해안이 한 눈에 들어온다. 석포나루 바로 앞에는 대섬이라고 부르는 조그만 섬도 보인다. 2017년 6월까지만 해도 강화도와 석모도를 오가는 주선착장으로 분주했던 석포나루가 석모대교 개통으로 이젠 조용하다. 배 위에서 승객들이 던져주는 새우깡을 먹기 위해 무더기로 따라오던 갈매기떼와의 정겨운 교감도 이젠 한 편의 추억이 되었다.
바위쉼터에서 다시 15분 정도 더 가면 좌측으로 두 번째 전망바위. 이곳에서는 서쪽으로 매음리 마을과 들판이 발 아래 내려다보이고, 강화만 해협이 그림같이 시야에 들어온다. 가슴이 열리는 순간이다. 섬 등산의 참맛이 서서히 마음 속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능선숲길 좌우로 진달래꽃이 화사하다. 4월은 역시 꽃의 계절이다. 3월 하순부터 개화되기 시작한 개나리, 벚꽃, 진달래 등 봄꽃들은 4월에 이르러 절정을 이룬다. 산행길에서 만나는 노오란 진달래꽃들이 등산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다.
두 번째 전망바위에서 조금 더 가면 해명산 정상이 보이기 시작한다. 해명산은 해발 327m의 그리 높지않은 산인데도 제법 우람하다. 정상 가까이에는 마당바위 모양의 넓은 암반이 있고 로프난간이 설치되어 있다.
드디어 해명산 정상(324m)이다. 해명산은 상봉산(316m), 상주산(264m) 등 삼산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보문사 뒤 낙가산(235m)도 있지만 낙가산은 삼산에는 포함되지않는다. 전득이고개에서 약 1.8km, 1시간 20분 정도 걸렸다. 정상 옆 전망바위에 서면 강화만 바다와 함께 넓은 들판이 한 눈에 내려다보인다. 두부를 자르듯 직사각형으로 정비된 들판은 원래 바다였던 곳을 매립해 조성된 간척지다. 매음저수지도 보인다.
해명산 정상에서 200m 더 가면 전망이 트인 쉼터를 만난다. 소나무 아래 벤취도 있다. 이곳에서 보문사까지는 3.9km 남았다. 쉼터에서는 바다 조망을 물론 멀리 상봉산까지 산 능선이 한 눈에 바라보인다. 마치 고래등같이 굽이쳐 흐르고 있다.
능선길이 아기자기하고 아늑하기도 하다. 진달래 꽃길을 춤추듯 걷는다.
곳곳에 기묘하고 예쁜 바위들이 있어 지루함을 덜어준다. 인절미 모양의 바위도 만나고 남녀가 키스하는 듯한 모양의 바위도 보인다. 뽀뽀바위라고 이름붙여본다.
좌측 바다 위에 섬들이 보인다. 석모도 서쪽 바다에는 서검도와 미법도, 주문도와 볼음도, 북쪽에는 교동도, 동쪽에는 강화도 등 사면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12시 30분에 방개고개 사거리 도착. 해명산 정상에서 1.8km 거리이다. 우측은 방개(석모리) 방향 1.8km, 좌측은 매음리 방향 1.4km, 직진하면 보문사 2.1km 남았다. 사거리에는 넓은 쉼터와 함께 벤취도 있다.
12시5분경 마당바위 도착, 지나온 해명산 능선을 되돌아본다. 제법 웅장하다. 잠시 쉬면서 주변 경관을 둘러본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섬들. 석모도 서쪽 바다에는 서검도와 미법도, 주문도와 볼음도, 북쪽에는 교동도, 동쪽에는 강화도 등 사면이 병풍을 이루고 있다.
12시 30분에 방개고개 사거리 도착. 해명산 정상에서 1.8km 거리이다. 우측은 방개(석모리) 방향 1.8km, 좌측은 매음리 방향 1.4km, 직진하면 보문사 2.1km 남았다. 사거리에는 넓은 쉼터와 함께 벤취도 있다.
방개고개에서 20분 쯤 더 가면 꽤 높아보이는 암봉을 만난다. 새가리고개 삼거리를 지나 로프난간을 오르면 암봉 정상. 사방이 시원하게 한 눈에 들어온다.
서북쪽으로 넓은 간척지 뒤로 산 능선이 보인다. 석모도 3대산 중 하나인 상주산이다. 간척지는 송개평야이다. 해명산과 상봉산은 능선이 이어져 있는 반면, 상주산은 간척지 건너에 위치하고 있어 별개의 산이다. 상주산은 크게 188m봉과 정상부로 나뉜다. 초입에서 묘소로 가는 길만 뚜렷할 뿐 능선길은 희미하거나 등산로가 없다. 가장 정확한 등산로는 새넘어재다. 188m봉과 상주산 사이에 임도가 나 있으며, 꼭대기 고개가 새넘어재다. 여기서 상주산 정상까지는 등산로가 선명하고 이정표가 있어 길찾기가 쉽다. 하산길이 제대로 나있지 않아 대부분의 등산객은 올라온 길로 다시 되돌아간다. 상주산은 석모도 최북단에 위치한 산이라 교동도 너머 북한땅 일대를 가깝게 바라볼 수 있는 곳이다.
1시 40분 쯤 보문사가 내려다보이는 마당바위에 이른다. 보문사가 장난감처럼 조그맣게 시야에 들어오고 멀리 상봉산 정상도 보인다. 숲길을 조금 더 가면 드디어 낙가산 정상이다. 정상은 거대한 바위로 펜스가 쳐 있다. 이곳이 바로 마애관음보살상 머리를 받치고 있는 눈썹바위다.
낙가산에서 200m 더 가면 삼거리를 만난다. 좌측은 보문사 방향, 직진하면 상봉산이다. 상봉산까지는 1.7km 거리. 상봉산을 오르면 승영중교(석모리)로 내려가는 방법(1.3km)과 다시 삼거리로 돌아와 보문사로 내려가는 방법이 있다. 필자 일행은 시간관계상 상봉산은 생략하고 바로 보문사로 내려가기로 했다. 이곳에서 보문사까지는 800m 남았다.
4시간여의 해명산-낙가산 산행을 마무리하고 보문사 경내를 돌아봤다. 보문사는 남해 보리암, 낙산사 홍련암과 함께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으로 관음보살의 터전이다. 보문사는 신라 선덕여왕 4년(635년)에 창건된 고찰이다. 보문사에는 마애석불좌상과 함께 극락보전, 석실, 와불전, 오백나한 등이 유명하다.
마애석불좌상은 1928년 금강산 표훈사 주지 이화응과 보문사 주지 배선주가 낙가산 중턱의 눈썹바위에 조각한 것이다. 불상 뒤의 둥근 빛을 배경으로 네모진 얼굴에 보석으로 장식된 커다란 보관(寶冠)을 쓰고, 손에는 세속의 모든 번뇌와 마귀를 씻어주는 깨끗한 물을 담은 정병을 든 관음보살이 연꽃받침 위에 앉아 있다.
극락보전은 보문사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으며, 법당 내부는 상단에 아미타부처님과 대세지보살,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고, 중단에 지장보살, 대세지보살, 관세음보살과 신중탱화가, 하단에 영가단이 모셔져 있다.
석실은 신라 선덕여왕 4년에 회정대사가 처음 건립하고 조선 순조 12년(1812)에 다시 고쳐 지은 석굴사원이다. 천연동굴을 이용하여 입구에 무지개 모양을 한 홍예문을 만들고 동굴안에 불상들을 모셔놓은 감실이 있다.
오백나한은 2009년 와불전과 함께 천인대에 조성되었다. 진신사리가 봉안된 33관음보탑을 중앙에 두고 오백나한이 감싸는 형상이다. 나한은 부처님의 제자로 아라한과를 증득한 존자를 말하며, 해탈하여 더 이상 윤회하지않는다고 한다. 보문사의 오백나한은 모습과 표정이 모두 달라 각각의 개성적인 모습을 자유분방하게 나타내고 있다.
보문사에서는 매년 4월 하순에서 6월 초순까지 49일간 용왕대재(龍王大齋)를 올린다. 음력 기준으로 삼월 용(龍)의 날인 진일(辰日)에 시작한다. 보문사 용왕대재는 용왕에게 공양하고 일체 고혼(孤魂)을 천도(遷度)하는 장엄한 불교의식이다.
석모도는 등산코스 이외 멋진 둘레길도 있다. 강화나들길 11코스인 ‘바람길(보문사 가는길)’은 석포리(구)선착장-매음리 선착장-어류정항-민머루해변-어류정 수문-보문사 코스로 약 16km, 5시간 소요되며, ‘상주해안길’은 동촌-석모나루-상주버스종점(석포여객터미널-한전사옥) 코스로 10km, 3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글,사진/임윤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