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교회 공동체에서 어떤 실수를 하거나, 잘못한 일을 행했을 때, 사과를 빠르게 잘 하시는 편이십니까? 아니면 반대로 교회 공동체 내에서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어떤 실수를 하거나, 잘못한 일을 행했을 때, 빠르게 잘 사과를 받으시는 편입니까?
많은 교회 공동체를 들여다 본 결과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은 동일했습니다. 자기 스스로도 사과를 빠르게 잘 하는 편이 아니었고, 다른 이도 자신에게 빠르게 잘 사과를 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그냥 어물쩡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특히 담임목사를 포함한 목회자들에게 상처를 받아도, 사과를 받는다는 건 상상도 못할 일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담임목사도 실수를 하고 잘못된 일을 행할 때가 있습니다. 목회자라고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그러면 당연히 사과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런 실수를 그냥 덮고, 사과도 그냥 덮는 경우가 너무도 많다는 것입니다.
교회가 너무도 빠르게 차갑게 변해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네. 잘 아시는 것처럼 '사랑이 없어서' 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조금 더 깊숙한 의미로 '사과하지 않아서' 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용서'라고 하는 위대한 일이 일어날 수 있도록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행동을 보여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는 차갑게, 더욱 얼어붙고 있다는 것입니다.
왜 사과를 하는데 자존심이 상하는 것일까요? 왜 실수와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지는 것이라고 생각할까요? 예수 그리스도의 몸된 공동체라고 하는 교회가 왜 때론 세상에서는 너무도 쉽게 행하는 일을 이토록 어렵게 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요?
엄청나고 대단한 '사랑'을 논하기 전에 '사과'에 대해서 먼저 교회는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교회 공동체 내에서 담임 목사를 포함한 목회자부터 이 사과를 시작해야 합니다. 더 이상 미루지 말아야 할 숙제입니다. 거기서부터 공동체가 진짜 새로운 길에 들어설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과를 넘어서야 사랑의 길로 가기 때문입니다.
사과는 마음을 따뜻하게 만드는 비밀입니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마음 다한 진심의 사과, 그리고 빠른 사과는 그 화를 누그러 뜨리기에 충분하고, 앙금을 품지 않게 만듭니다.
화를 내더라도, 죄를 짓는 데까지 이르지 않도록 하십시오. 해가 지도록 노여움을 품고 있지 마십시오 <에베소서 4장 26절, 새번역>
그리고 결국 이 말은 예수님이 들려주신 불문율로도 연결이 됩니다.
"그러므로 너희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여라. 이것이 율법과 예언서의 본뜻이다." <마태복음 7장 12절, 새번역>
언제나 순서상으로는 '내'가 먼저입니다. 나의 진심의 사과가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사과해야 합니다. 나부터 그에게 실수하고 잘못한 일들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용서와 화해의 은혜가 임하기를 소망해 봅니다.
물론 사과를 한다고 해서 상대방이 반드시 받아주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내가 먼저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누군가의 사과를 잘 받아주는 사람이 되어 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부터 다른 이의 사과를 진심으로 받아들이고, 마음 따뜻하게 용서와 화해를 길을 열어주는 것이, 그리스도인의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과! 그 마음 따뜻해지는 비밀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과를 넘어 사랑에 이르는 공동체가 되기를 기도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