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봄은 다른 해의 봄과는 사뭇 다르게 다가왔다. 벚꽃의 만개와 더불어 화려한 봄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황사라는 재해가 꽃 구경을 막더니 지역 최대 기업인 모 기업의 비자금과 경영진 승계 문제까지 겹쳐 계절의 여왕 5월을 맞을 기분이 아닌 듯하다.
거기다가 유가 상승과 원화절상이라는 뉴스는 경기 회복을 기대하는 서민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든다. 봄이라는 계절이 부여해왔던 희망과 기쁨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느낌이다.
남들이 어렵다고 할 때, 다들 위기라고 말 할 때 준비를 하지 않으면 그 위기는 위기로 끝나지 않고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고 만다.
현재 우리나라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부분을 함축하여 고유가와 원화절상으로 지칭하는데 주저할 경제학자는 없을 것이다. 경제에 식견이 적은 한 은행원으로 국가 정책에 왈가왈부하기 쉽지는 않지만 고유가와 원화 절상에 대한 정부차원의 대처가 미흡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정책은 관료가 담당한다면 기업이나 개인은 자체적으로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과거 오일 쇼크라 지칭되었던 경제 위기 때에는 전 국민이 에너지 절약이라는 큰 명제를 내 걸어 고통을 감내했었다.
지금과 같은 고유가는 단순히 무역수지만이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마저 저하시키고 있다. 말로만 외치던 에너지 절감이나 에너지 효율성제고는 이제 더 이상 구호로 그쳐서는 안될 일이다.
종국에는 화석에너지로 불리는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Zero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기술적인 부분은 과학자들에게 맡기고 개인이나 기업에서는 현 수준의 에너지 소비를 절반이상으로 줄이는 지혜가 필요할 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은 이미 1,2차 오일 쇼크 시 제시되었던 방법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문제는 원화절상에 대한 부분이다. 최근 환율은 서구권이 달러 저평가를 용인하여 발생된,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환율절상 압력과 무역수지 흑자의 누적 등 다양한 원인으로 기인하고 있다.
환율절상의 가장 큰 문제는 대외 수출 경쟁력 저하인데 그 원인은 무역대금의 대부분이 미 달러화로 결제 되기 때문이다. 발상을 바꾸어 유로화나 엔화, 위엔화 등을 결제통화로 할 수 있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수출기업에서도 굳이 달러만을 주장할 필요는 없다. 나아가 원화로 결제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도 한 방법일 것이다.
원화가 국제결제수단으로 인정 받기 위해서는 우리 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그만큼 상승 되어야만 원화 결제를 요청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원화를 해외에서 공급할 수 있는 해외거점은행의 설립이 절실하다. 몇몇 은행의 외국 지점에서는 원화 자금 결제가 이루어진다고는 하지만 아주 미약한 수준인데 비해 일부 국가이긴 하지만 해외 여행 시에 원화가 결제수단으로 통용된다는 것은 아주 좋은 조짐으로 볼 수 있다.
국제화를 외친 지 근 20년이 흘렀다. 한류라는 명목으로 우리나라의 문화가 수출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원화가 결제수단이 되지 못할 이유도 없다.
이런 부분은 국가 정책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하다. 환율절상의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수출기업은 전문기관에서 예측하고 있는 900원대 환율에 적응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어야 한다.
정치의 계절이 시작되었다. 비록 지방자치제를 위한 선거라고 하지만 출마하는 후보 중에서 이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할 대안을 제시할 후보가 있기를 희망해 본다. 정치인에게 맡기기가 조금 불안하다면 산업수도 울산의 생산 현장에서만이라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생산성 향상 운동이 전개되어 경제의 봄이 하루라도 빨리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