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특화 산업으로 육성"
방사선의학 등 고부가가치 기술 집중 개발
중입자 치료기 도입 등 市 연구지원 확대를
2004/05/16 국제신문
부산이 동북아 의료허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 전략과 의료기관간 네크워크 구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부산대가 대학 및 대학병원 의학연구소를 통합한 부산대 의학연구소 출범을 기념해 지난 14일 오후 부산대병원 응급의료센터 9층 강당에서 마련한 '부산 의료의 미래' 심포지엄에서 주제발표자들은 '산업으로서의 의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부산의료시장의 국제화를 위해 한방병원을 비롯한 5개 대학병원이 각자의 특성에 맞는 전문분야를 육성해야 할 것이라는데 뜻을 모았다.
이날 행사는 정부와 부산시의 의료산업 육성 방안과 함께 첨단의학 분야로 각광받고 있는 방사선의학과 생명과학 전문가가 참가,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주제발표 요지이다.
▲부산시 과학기술혁신 역량 강화와 의료생명산업 육성 방안(이경훈·부산시 경제진흥국장)=부산시도 산업으로서의 의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육성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부산시 10대 전략산업에 실버산업을 포함시키고 실버산업 5개 분야 중 의료건강분야를 지역혁신전략산업으로 집중육성할 방침이다.
부산 기장군 장안읍에 들어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을 중심으로 인근 삼성리에 20만평 규모 바이오산업 연구단지를 조성, 의료 및 생명산업 클러스터를 형성할 방침이다. 싱가포르의 민관협력체인 '싱가포르메디신'처럼 부산메디신포럼을 만들어 민간 네크워크와 행정이 힘을 합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다. 각 대학병원도 특화전략을 수립, 시와 공동보조를 취한다면 의료와 관광이 접목된 의료생명산업의 활성화를 더욱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의료서비스 산업 육성방안(이신호·한국보건산업진흥원 단장)=최근 치료 및 진단 기술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병원은 고부가가치 미래 유망기술이 개발 활용되는 장소가 됐다. 병원은 의료서비스의 공공성 형평성을 충족시키면서 이의 산업화를 통한 국가의 부 창출이라는 상이한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지금 당장 영리법인 병원과 민간보험을 허용하면 그 혜택이 모두 외국 유명 병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병원 위기의 실체는 과잉경쟁에 있다.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5.2개로 OECD 평균 3.1개보다 높다. 의료산업화의 기반 조성을 위해 자본참여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야 하며, 의료서비스 수준을 일류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의료서비스를 고부가가치 지식산업화할 수 있도록 병원을 중심으로 기업 대학 연구소 등이 참여하는 보건산업클러스터를 조성, 병원이 보유한 인적자원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개발에 연구비를 집중해야 한다.
▲방사선의학과 의료산업(이수용·원자력의학원 원자력병원 원장)=방사선의학은 방사선을 활용, 질병진단 및 치료효율을 높이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는 것이다. 방사선의학 기술은 의학 물리학 컴퓨터공학 등이 서로 협력하는 첨단 기술집약적 분야일 뿐만 아니라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므로 선점 효과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해 전세계 방사선의학 기술시장 규모는 69조5600억원대였지만 2020년엔 452조1200억원대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 시장도 지난해 1900억원대에서 7조5900억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각종 질병의 영상진단율도 지난해 75%에서 2020년엔 90%로, 암의 방사선 치료율도 50%에서 70%로 향상될 것으로 추정된다. 첨단 암 진단 장비인 PET/CT가 찾아낼 수 있는 암덩어리의 크기도 현재 5㎜에서 1.5㎜로 더욱 정밀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시장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국 유전체 역학 조사연구와 한국인 유전체형 분석계획 현황 및 향후 계획(김규찬·국립보건연구원 유전체 연구부장)=부산이 우리나라의 제2의 도시라고 하지만 경제규모나 의학 수준을 기준으로 할 때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부산이 이렇게 사양길을 걷는 이유는 중요한 산업이 대외의존형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배가 안들어오면 항만물류산업이 잘 될 리 없다. 부산이 제2도시로서 산업적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향후 10~50년간 부를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가 한가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연구자들이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개척자 정신을 가져야 하며 지방정부도 이들의 연구활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줘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 유전체 연구는 한국인에 특유한 유전체가 있는지, 이같은 유전체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건강과 질병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찾는 것이다. 이것은 기본 데이터이다. 이를 활용해 보다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대한 이해와 지원에 달려 있다.
▲과학과 의학의 융합(손동운·국제신문 생활과학부장)=과학의 활용도가 가장 높은 분야로 국방과 함께 의학이 꼽히지만 이에 대한 인식은 낮은 편이다. 의학과 기초과학, 의학과 관광의 접목을 통한 산업으로서의 의료 육성도 마찬가지이다. 항만물류산업은 부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 부산 GDP의 30%에 달할 것이다. 의료산업이 관광 휴양과 접목될 때 이 비중이 20%는 될 것이다.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2만달러를 달성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벌써 몇년째인가. 산업으로서의 의료 육성은 이 고비를 넘는 한가지 방안이 될 것이다.
동남권 원자력의학원에 최첨단 암 치료장치인 1200억원대의 중입자 치료기 도입 등 연구개발 투자와 대학병원과 부산시의 연구지원 확대가 무엇보다 아쉬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