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가족(어느 성도님의 칠순잔치)
예배 후 주방이 분주합니다. 이번 주 내내 여선교회는 바빴던 것 같습니다. 우리 교회에서 할머니들 중 막내이신 강경자 성도님 칠순이 바로 오늘이기 때문입니다.
“젊은 사람이 벌써 칠순이래요?” 이야기를 전해들은 권사님들은 다들 반응이 비슷하셨습니다. 하기야 요즘 같은 시대에 칠순은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교회와 강경자 성도님에게 이번 칠순은 조금 특별합니다.
성도님은 가족이 없습니다. 하나뿐인 언니와 어려서 해어진 뒤로는 생사도 모릅니다. 그 뒤로 줄 곧 혼자 사셨으니 가족이 있을 리 없습니다. 게다가 작년부터 자꾸 깜빡깜빡 하는 병이 심해졌습니다. 그래서 함께 원주 기독병원에 찾았습니다. 병원에서는 치매가 상당히 진행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짐작은 했습니다. 그러나 원주를 다녀 온 뒤 다들 혀를 찹니다. 그러니 강경자 성도님에게는 교회가 또 반대로 교회는 강경자 성도님이 특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번 주 들꽃 선교회 꽃꽂이는 활짝 핀 코스모스와 여러 들꽃들을 이용했습니다. 칠순을 맞은 강경자 성도님 인생이 수수하지만 그러나 주님과 더불어 예쁘게 피어나길 그리고 그분을 의지하는 신앙이 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답니다. 세세하게 신경 써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습니다.
아침부터 주방은 왁자합니다. 만들어 온 음식을 나르고 준비하면서 잔치 분위기가 나기 시작합니다. 현수막이 걸리고 아이들은 이리저리 뛰어다닙니다. 웬일인지 학생부 녀석들도 상을 피고 젓가락과 숟가락을 놓습니다. 또 음식을 나릅니다. 평소에는 못 보던 생소한 모습입니다. 아마 녀석들도 무엇인가 일조를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며칠 전 영월에 가서 사온 새 옷을 입고 모처럼 화장에 머리까지 만지시고 강경자 성도님이 잔칫상 맨 윗자리에 앉으셨습니다. 지금껏 한 번도 그런 자리에 앉아본 적이 없다고 몇 번이고 사양하고 거절했습니다. 그런 것을 학생부 아이들이 양쪽에서 팔을 붙들고 푹신한 반석 위에 앉혀 드렸습니다.
빠지지 않고 다들 둘러앉자 준비한 상이 모자랄 지경이 되었습니다. 특별하게 준비한다고 케이크도 만든 모양입니다. 약밥을 이층을 쌓고 여러 가지 장식을 한 떡 케이크는 이날 백미 중에 백미였습니다.
“축복합니다. 당신은 소중한 사람~~”
어른 성경학교 때 배운 찬양을 다함께 불렀습니다. 모든 이들이 다함께 축복하고 축하하는 그 시간 기어이 눈물을 보이십니다. 그리고 그것은 전염병처럼 여기저기 번집니다.
“고기 좀 드세요. 이 잡채도 좀 드시고요. 왜 만날 드시는 풀만 드세요?”
기껏 차린 잔칫상 앞에서 겉절이만 드시는 성도님에게 마음 같지 않게 또 잔소리가 나갑니다.
“예! 그런데요. 오늘은 안 먹어도 제 배가 부르네요.”
경상도 사투리에 환하게 웃는 성도님 얼굴은 수줍어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 모습이 참 고우셨습니다.
“가족보다 낫네요. 여기 계신 분들이 제게는 가족보다 낫네요. 모두들 정말 고맙습니다.”
“좋으시죠? 안 먹어도 배부를 만큼? 남은 인생 우리랑 같이 행복하게 살아요. 예수 안에서 우리 행복하게 살자고요?”
다들 같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 계셨습니다.
또 하나의 가족!! 아마 이 문구는 오늘 우리에게 더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