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의령 자굴산 산모롱이 마라톤대회를 다녀와서
○ 지난 2009년 4월19일은 내가 소속해있는 직장 마라톤 클럽에서 제1회 의령 자굴 산 산모롱이 마라톤대회에 참가 하였다.
산모롱이........ 좀 생소한 낱말이어서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산모퉁이의 휘어 들어간 곳이라고 명기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울산 문수암장에서 등산교실 암벽2기의 첫째 주 교육이 있는 날 이었다.
직장생활을 하는 나로서는 조직의 일원으로써 또한 내 자신이 즐기는 운동 중 하나이기 때문에 꼭 참가하고 싶었던 대회여서 어쩔 수 없이 학교와 후배님 들 에게 미안하고 죄스러운 마음을 뒤로하고 새벽 6시에 기상하여 회사 주차장에서 일행들을 만나 진영 휴게소에서 간단한 아침요기를 하고 대회 장소인 의령군 가례면 개승리 소재 경남 학생교육원에 도착하였다.
의령은 역사적으로는 임진왜란당시 전국 최초로 곽재우 장군이 의병을 일으켜 위기에 빠진 나라와 백성을 구한 구국의 혼이 흐르는 고장이다.
또한 가례면 가례지는 나에게는 잊을 수 없는 젊은 날의 초상이 깃든 지역이기도 하다.
낚시 초보시절, 무지하게 다녔던 붕어 낚시터가 아니였던가!
봄밤 소쩍새 울음을 배경 음악으로 하고 초저녁 뒷산에 보름달이 떠오르듯 수면에 두둥실 솟아오르는 붕어 찌 놀음과 새벽녘 저수지의 물안개가 펼치는 환상적인 향연.......
앙탈거리는 붕어가 전해오는 짜릿한 손맛도 이제는 등반이라는 새로운 개념 속에 멀어져 버리고 말았다.
토욜만 되면 집안일은 제쳐두고 낚시가방 달랑 메고 회사 출근하듯이 다녔던 정이 듬뿍 든 낚시터가 생각나 잠시 회상에 잠겨 보기도 한다.
지금은 산에 간다고 주말만 되면 배낭 메고 다니고.......
또 한달에 한번은 마라톤대회 참가한다고 전국을 내 집 안방 드나들 듯 하니 어느 마누라가 좋다고나 할까?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고 옷부터 갈아입고 선 크림에다 가슴에 젖꼭지가 쏠리지 않도록 부드러운 테이프로 감싸고 가볍게 스트레칭!
잠시 후 진행자의 내빈 소개가 있었다.
군수님과 군수 사모님까지 내빈(?)으로 소개하는 진행자를 보니 참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다.
진주 명*면 산* 마라톤 진행내용을 좀 배웠으면 한다.
주최자인 명*면장님이 모자 벗고 고개한번 숙이면 내빈 소개는 끝이다.
군수, 군수부인, 국회의원, 도의원, 군 의원 언론사 회장 얼굴을 보기위해 달림이 들이 참가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나라, 내 강산, 내 부모, 형제들이 사는 아름답고 정든 고장에서 펼치는 달림이 축제에 개인의 심신발달과 여가생활을 즐기고 주최지 동네 구석구석을 달려보기 위함이 아닐까?
이제 시대가 요구하지 않는, 국민이 원치 않는 모습은 이제 자제 해 줬으면 하는 바램이다.
각설하고, 무용단의 활기찬 율동과 스트레칭을 뒤로하고 출발 신호와 함께
폭죽이 터지고 18.3km를 향하여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처음은 내리막길이다. 해발 200m인 경상남도 학생 교육원을 출발하여 정상인 해발760m 지점인12km 까지 계속 오르막길을 뛰어서 가야하는 고난의 길이다.
초반은 개승리 마을을 돌아 버스 정류장을 지나 양성 삼거리까지 서서히
오르막길로 접어든다. 주로 주위는 모내기를 위해 논에 물을 대놓고 모판을 짜는 광경이 군데군데 보인다. 아름다운 정경이다. 하지만 가뭄에 시달려 온 농심이 짠한 기분도 내 가슴에 전해진다.
4월 중반에 산중턱에 펼쳐지는 풍광은 환상 그 자체다. 참 벚꽃에 진달래에, 이름모를 들꽃들이 주로에 간간이 모습을 서로 자랑한다.
10km 반환점인 양성삼거리에는 진행요원들이 “화이 팅”을 외쳐주면서 힘을 보태준다. 산을 왼 쪽으로 휘 돌아 가는 구불구불한 산 언덕길은 계속 오르막이다. 앞서 간 주자들이 한두 명씩 걷는 모습들이 보인다.
오늘은 제자리 서서 뛰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걸어서가는 달리기는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해 본다.
7km 지점에서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출발! 이어지는 오름 주로 에 모두들 지쳐가는 기색이 역력하다. 오르막길을 계속 뛰다보니 또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광경이 보이고 앞선 주자들이 달리고 있다. 산모롱이 마라톤이란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9.8km 지점인 벽계삼거리를 통과하니 사방이 확 트이면서 의령군 일부가 아련히 정겹게 시야에 다가온다.
잠시 후 한우 산 정상이다. 오늘은 컨디션이 그래도 조금 괜찮은 것 같다.
한번도 쉬거나 걷지도 않았으니 말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급수 대를 지나 내리막길로 접어든다. 그런데 자동차로 갈 때 브레이크 파열에 대한 주의를 해야 하는 그런 급경사 길이다.
군데군데 진행요원들이 대기하면서 천천히 가라고 주의를 주 길래,
조금 있으면 내리막도 어느 정도 평탄해 지겠지 하고 쇄 목재를 지나면서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니 경사가 끝이 안 보인다.
이건 좀 뭐하다 싶어 천천히 걷기 시작한다. 조금 있으니 몇 년은 아래 인 듯한 달림 이가 내 옆에 오면서 어디가 안 좋으냐고 묻는다.
심한 경사 길에 무릎에 무리가 가므로 그냥 걸으면서 간다니까 자기도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잘 되었다며 건강을 유지코자 대회에 참가하였는데 이런 주로는 오히려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며 같이 걸어서 가자고 한다.
군데군데 나처럼 걸어가는 달림 이가 보인다.
한참을 가니 김 부장님이 뒤에서 파이팅을 외쳐주며 걸어가는 사유를 말하니까 그래도 살 짝이 뛰어 가잔다.
삼거리를 지나면서 진행요원들이 수고 하셨다고 격려해 주신다.
그러면서 오늘 코스에 대하여 평가를 해 달랜다. 모두들 내리막길 급경사에 대해 지적한다.
드디어 휘니시 지점을 김 부장님과 나, 형 과장님 셋이서 손잡고 통과하면서 짧지만 산악구보로 훈련코스를 완주했다고 자축한다.
돼지고기 수육과 손 두부, 구아바 막걸리, 메밀국수를 주최 측에서 준비하여 맛있게 먹었다. 특히 경품으로 받은 망개떡은 일품이었다.
시골 대회 특유의 인심이 사람들을 불러 모우는 요인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의령 읍에서 간단히 샤워로 몸을 풀고 대의 삼거리에 칡 한우가 유명타 하여 핸들을 돌린다.
회사 마니아 모두가 오늘은 참가하여 점심은 내가 사기로 했다. 호기를 부렸지만, 의령 칡 한우의 맛은 영 아니 올시다 이다.
식당 선택을 잘 못했는지 모르지만 대가를 지불하기가 좀 아깝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지방 대회참가하고 지역 특산품이 이렇게 실망하기는 처음이다.
이 자리를 빌러 의령군에서는 가이드를 좀 구체적으로 하였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어쨌든 마음 맞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한 자굴산 산모롱이 마라톤 대회 참가는 우리 모두 기억에 남을 것임이 분명 하다고 생각 된다. 끝.
첫댓글 참 아름다운 기록입니다. 세월이 가고 또 시간이 흐른 후에 또 하나 할말을 만들어가는 시간들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형남진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