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서비스화가 진전되면서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대신하는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수요 및 기술의 변화, 정부 규제 완화 등의 측면에서 새로운 시장 트렌드가 형성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서비스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 기회들이 다양하게 부상하고 있다.
제조업의 보조산업 혹은 제조업 성장에 종속적으로 발전하는 부수산업 정도로 인식되던 서비스업이 제조업을 대신해 경제를 견인하는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주목 받고 있다. 특히 경제가 고도성장기를 지나 성숙기에 진입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금융, 정보통신, 물류 등 서비스업의 강화를 통한 경쟁력 향상이 많은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다. 부가가치 창출의 원천이 과거의 생산·조립 부문에서 S/W 혹은 서비스 분야로 이전되면서 제조업의 서비스화가 빠르게 진전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최근의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와 제조업만으로는 추가적인 부가가치 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서비스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주요 기업들은 수요 및 기술의 변화, 정부 규제 완화 등의 측면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에 주목하면서 서비스 분야의 신사업 기회를 적극 탐색하고 있다. 서비스 분야로의 신규 진출 혹은 서비스와 결합된 제품 개발 등을 통해 새로운 수익 창출 기반을 확보하려는 목적에서다. 이제 서비스업은 기업에게 상품 판매를 위해 필요한 부수산업이 아니라 미래의 기업 성장을 담보하는 주류 산업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엔진, 서비스업
한국생산성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0년말 현재 국민경제에서 차지하는 서비스업 비중은 약 49%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77%(98년 기준)는 물론 일본의 62%, 프랑스의 63%와 비교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 또한 61%로 일본(98년 기준 61%)과는 유사한 편이나 미국의 75%, 프랑스의 72%에 비해서는 상당한 격차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서비스 산업이 미국 등의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취약하다는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즉, 우리나라가 그간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지속하면서 서비스 산업 육성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부가가치와 고용 측면에서 우리나라 서비스업의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다는 사실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정부차원에서의 서비스업 육성과 기업들의 노력 여하에 따라 서비스 분야에서의 성장 기회는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정부에서는 서비스업 육성을 위한 활발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기업 차원에서도 통신, 비즈니스 서비스, 레저, 보안, 실버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 기회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 특히 각 기업들의 핵심 제조업을 지원할 수 있거나 미래 사업 전망이 밝은 유망 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적극적인 시장 진출이 검토되고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최근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새롭게 형성되고 있는 시장 트렌드는 무엇이며, 또 어떠한 신규 사업 기회들이 부상하고 있을까? 이하에서는 이러한 시장 트렌드 변화 양상과 그에 따른 서비스 신사업 기회들에 대해 짚어보도록 한다.
삶의 질·편의성 중시
일반적으로 경제발전을 통해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경우 소비자들은 소비의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인 확대를 추구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고도 경제 성장을 통해 점차 국민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대중 소비 시대에서 선진국형 고급 소비 시대로 이행하고 있다. 일례로 대량 생산 방식에 의한 규격화되고 획일적인 제품보다는 개성에 맞는 상품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소비행태가 변화하고 있으며, 소득 탄력성이 높고, 제품의 라이프 사이클이 짧으며, 브랜드 이미지가 높은 제품 구매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특히 전반적인 소비패턴이 다양화, 세분화, 고급화되면서 의식주 등의 필수적 소비보다는 교양, 외식, 교제 등 선택적 소비의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물질적 풍요는 물론 정신적 만족감을 추구하는 소비패턴의 질적 고도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고령인구의 증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 및 핵가족화의 확산 등에 따른 사회구조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맞춰 건강, 삶의 질 및 편의성 등을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 고령층을 대상으로 하는 식품, 건강관련 제품, 의료, 주택 등 다양한 실버관련 산업이 등장하고 있으며,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 증가에 따라 각종 가사 대행 서비스업이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필요한 시간 소비를 절약해주는 홈쇼핑이나 택배업 등의 빠른 성장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아울러 핵가족화 등으로 세대당 자녀수가 줄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지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어린이 보육과 교육에 관련된 에인젤 비즈니스가 부상하고 있다. 격주 토요 휴무제, 주5일 근무제 등에 따른 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자기 계발을 위한 어학, 자격증 취득 등 관련 교육 서비스업의 활성화도 기대된다. 늘어난 여유 시간을 휴식으로만 보내기 보다 자기계발에 투자해 업무 능력을 향상하고 전문지식을 강화함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평생 직장에 대한 개념이 사라지고 있는 데다 퇴직 이후의 새로운 직업을 모색하는 고학력 근로자들이 늘어나면서 성인 대상 학습시장의 성장이 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안락하고 편안한 생존공간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건축물 리모델링, 신인공공간개발 등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Entertainment의 추구
또한 국민소득 향상, 가치관의 변화, 노동시간의 단축 및 자동차 보급의 확산 등은 소비자들의 Entertain-ment 추구 경향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가생활이 전체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여가활동의 개념이 단순한 기분전환 혹은 휴식에서 자신의 개성과 자아를 실현하는 장으로 여겨지면서 여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사람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토요 휴무제 등으로 주말 여행문화가 정착되면서 각종 휴양 및 레크리에이션 시설과 숙박시설이 복합적으로 갖추어져 있는 복합 리조트의 빠른 성장이 예상되며, 문화·예술, 건강·학습, 농촌 체험 등 특정 이벤트와 연계한 가족 단위의 여행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여가활동을 상대적으로 중시하는 젊은 세대들의 경우 삶의 목표를 여가활동에서 찾으려는 경향마저 나타나고 있으며, 여가생활의 폭도 넓어져 스포츠, 테마파크, 문화 등으로 다양화·세분화되고 있다. 스포츠의 경우 최근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번지점프, 암벽 등반 등 레포츠에 대한 수요가 증대하면서 참여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마라톤은 이미 국내에서 붐을 이루고 있으며, 골프, 해양 스포츠, 산악 자전거 등 관련 인프라의 정비 여하에 따라 수요 확대가 기대되는 부문도 있다. 또한 메이저리그, LPGA 등에서 국내 선수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각종 국내 프로스포츠의 활성화 및 월드컵 등 국제 대형 이벤트의 개최 등으로 스포츠 마케팅, 스포츠 시설 운영업, 스포츠 경기업 등과 관련된 스포츠 비즈니스가 더욱 각광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보화·네트워크화 지향
디지털 기술의 진전과 함께 광통신, 방송위성 등 정보통신 기술과 컴퓨터 네트워크 등 시스템 기술의 눈부신 발전으로 정보화 및 네트워크화 역시 촉진되고 있다. 특히 미디어의 통합과 통신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정보활용이 용이해지고 있으며, 정보 코스트의 지속적인 감소로 정보의 범용성은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정보전달의 쌍방향성 진전, 개인 정보미디어의 보급 확대 등으로 개인과 가정의 정보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고 있으며, 정보의 대중화로 정보접근, 전달, 분석 등 부가적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이미 DSL, 케이블망 등을 통한 초고속인터넷서비스의 보급 확산으로 인터넷 사용인구가 급증하고 있으며, 지상파, 위성 및 케이블 TV의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면서 T-Commerce 등 쌍방향 서비스 역시 조만간 현실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향후 광 전송기술의 발전으로 정보 전송량 및 속도가 더욱 향상될 경우 온라인 교육, 원격 의료, 화상 회의 등의 서비스가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칩간, 기기간 융합 및 방송·통신의 융합 등 기술 융합화의 가속으로 통신, 정보, 위치 추적 등을 함께 제공하는 텔레매틱스 등 다양한 복합형 서비스가 등장할 것으로 보이며, 기업간 네트워크화의 진전으로 기업간 거래비용을 절감시키는 e-Marketplace의 빠른 성장도 예상된다. 더욱이 무선 네트워킹 기술의 진전 및 이동단말기의 보편화로 M-Commerce가 확산되면서 언제, 어디서나 상품 거래 및 정보 이용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이러한 다양한 디지털 기반 서비스와 함께 이를 활성화시켜주는 Enabler 관련 사업 또한 부상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거래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보안 솔루션/서비스, 전자 상거래 결제 도구인 전자 화폐, 초고속통신망을 통해 제공되는 브로드밴드 컨텐츠 등이 바로 그것이다. 특히 브로드밴드 컨텐츠는 M-Commerce, T-Commerce, 디지털 방송 등 다양한 디지털 기반 서비스의 성공을 좌우하는 열쇠라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음악, 영상, 게임, 뉴스 등 다양한 컨텐츠의 개발 및 유통에 보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의 아웃소싱 확산
또한 기업들은 경영자원을 핵심 사업 부문에 집중하고, 비용절감과 조직의 간소화 등을 통한 기업 효율성 제고를 위해 비주력 서비스 부문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있다. 기업 경영에 필요한 모든 기능이나 프로세스를 보유하고 경쟁 활동을 수행하는 것이 이젠 더 이상 미덕이 될 수 없으며, 핵심역량에 집중하는 강한 조직만이 시장에서 생존·성장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의 한 조사에 따르면 국내기업들의 약 72% 정도가 기업 경영에 아웃소싱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으며, 청소, 경비, 콜센터, 총무/복리후생/노무 대행, 건물관리, 단체급식 등 부가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분야를 중심으로 외부시장화가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기업들의 임시직 활용이 늘어나면서 인력 파견 사업이나 학생 등 임시직 희망자들을 위한 취업 정보 서비스가 활기를 띠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 정보 시스템 등 전문성을 요구하는 업무 분야는 물론 디자인, 컨설팅, 법률 서비스, 기획 지원 서비스, 연구개발 등 고부가가치 영역으로까지 그 범위가 차츰 확장되면서 아웃소싱 사업의 외형은 물론 수익성 또한 빠르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공공 서비스 기업의 민영화 가속
아울러 세계적인 공기업 민영화 추세에 맞춰 국내에서도 공기업 민영화 및 경영 혁신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통신, 에너지 등 공공 서비스 기업의 민영화가 적극 추진되고 있다. 이미 항공, 운수 분야의 민영화가 추진된 선례가 있으며, 금년에도 한국통신, 가스공사, 5개 화력 발전소, 파워콤 등의 공기업에 대해 주식 매각 등을 통한 민영화가 진행될 예정이다. 한국통신은 금년 6월말까지 정부 잔여 지분 28.4%의 국내 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완료할 계획이며, 파워콤도 금년 6월말까지 전략적 지분 30%를 매각할 방침이다. 또한 가스공사는 가스 도입·도매 부문을 3개 자회사로 분할한 후 이중 2개를 금년부터 민간에 매각할 예정이며, 한국전력도 화력 발전 자회사 5개사에 대해 경영권 매각과 증시공모매각을 병행해 민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는 산업 및 기업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각종 규제에 의한 진입 장벽을 크게 완화하고 있다. 일례로 정부는 케이블 TV의 SO(System Operator), PP (Program Provider) 등 방송사업자에 대한 대기업 및 외국자본의 지분 참여 제한을 대폭 완화하고 있으며, 금융부문의 부수업무 확대 및 원격 의료 행위의 허용 등 사업 환경 변화에 대응해 법적·제도적 장치도 개선하고 있다. 정부의 이러한 공기업 민영화 및 규제 완화에 대응해 기업들은 신규 서비스 사업 진출 차원에서 적극 대처하고 있다.
트렌드 변화에 탄력적 대응 필요
이상에서 살펴본 서비스 산업의 뉴 트렌드를 종합해 볼 때 국내 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서비스 신사업 기회는 매우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향후에도 시장 트렌드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 사업 기회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소비패턴은 지속적으로 변하고 있고, 기술이 견인하는 새로운 서비스 사업 기회들은 계속 등장하고 있으며, 정부의 규제 완화 또한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기업들은 서비스 산업의 트렌드 변화에 주목하면서 서비스 신사업 기회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GE, IBM, SONY 등 선진 기업들이 왜 서비스 분야에서 신사업 기회를 찾고 있는지 그 의미를 잘 이해해야 할 것이다. 물론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만이 절대선은 아니다. IT, BT, NT 등의 기술 발전에 따라 제조업 분야에서의 신규 사업 기회 역시 확대되고 있다. 또한 ‘Document Solution’을 제창하던 제록스와 같이 자사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서비스 분야로의 진출은 기업에게 상당한 어려움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제의 서비스화로 부가가치 창출 기반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이전되고 있는 데다, 생산기지의 해외 이전 등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업 성장의 대안으로 서비스 분야로의 신규 진출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서비스 신사업 기회에 대해 시장 규모, 성장성 등 면밀한 시장매력도 분석이 이루어져야 함은 물론 자사와의 적합도 평가 역시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시장 규모가 크고 성장성이 높다고 반드시 자사에 유리한 사업이 아니며, 투자 여력에 대한 고려를 기본으로, 자사 역량과 관련사업에의 파급 효과 등을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사업 특성, 경쟁 구도, 보유 역량 등을 감안해 자사의 핵심역량 확보 가능성을 타진해야 하며, 연관사업, 지원사업의 유무와 기업의 향후 사업 전개 방향 등을 고려해 사업진출시 기업에 미치는 유무형의 파급효과를 치밀하게 평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