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롱가는 말라위 북부, 탄자니아 국경과 45km 밖에 안 되는 곳에 위치한 낙후된 곳이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호주사람들이 우라늄 광산을 이곳에서 50km 떨어진 곳에 개발함으로 카롱가 지역은
활기를 띠기 시작 해서 이제는 거리에 자동차도 많이 늘어났고 건축 붐도 일고 있어 더 이상 죽은 도시가 아니다.
최근에는 카롱가에도 국내선 비행장이 생겨 일주일에 한 두 번은 비행기가 오고 간다.
이곳에 새로 정착하는 나에게는 카롱가의 발전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카롱가를 더욱 빛나게 해준 사건이 바로 카롱가 교구 탄생이다.
교구장을 맡으실 마틴 툼부카 주교님의 착좌식이 어제 거행되었다.
말라위는 그리스도인이 거의 80%에 가깝다고 하는데, 그중 카톨릭 신자가 반이라고 해도
국민의 40%가 카톨릭 신자인 것이다. 무타리카 대통령도 독실한 카톨릭 신자가 되어서
착좌식에 참석한다는 이야기가 있었으나 외유중이라 오시지는 않았다.
카롱가 사람들에게는 이토록 좋은 날이 없었다. 각 본당마다 벌써 몇 달 전부터 이 착좌식을 위해
모금하고 춤과 노래 연습을 해왔는지 모른다. 교우들은 일제히 교구창립기념으로 프린트한 옷들을
맞춰 입고 어른들과 아이들 모두 기념식장으로 달려왔다.
이 나라의 모든 행사가 밖에서 이루어지는데, 건기라서 비가 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한국에서 자주 있는 오픈 에어 콘서트는 비가 오는 날이면 완전히 낭패를 보는데,
건기인이곳에는 정말 비한방울도 볼 수가 없어 모든 행사를 안심하고 치룰 수가 있다.
잠비아에 계시는 교황대사님을 비롯해서 말라위에 모든 주교님들이 다 오신 듯싶다.
이번에 주교님이 되시는 마틴 몬시뇰님은 말라위 카톨릭대학 교수이자 부총장님이셨는데,
말라위의 10번 째 주교님이 되시는 것이다. 성품이 온유해 보이시면서도 힘이 있어 보이신다.
이렇게 인격과 학문을 겸비하신 훌륭한 주교님을 교구장으로 모시게 된 것을 모두가 기뻐하고 있다.
수사님들의 추천으로 착좌식 축하연에서 축가를 불러달라는 교구의 요청을 받고 기쁨으로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 전날까지 연락이 없다가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내가 필요한 키보드를 미리 설치해야한다고, 당일 아침 6시에
가지러 오겠다고 연락이 왔다. 새로운 교구라서 악기가 없으니 내가 집에서 연습하는 키보드를
가져가야 한다는 것이다.
양지 집을 팔면서 내가 아끼던 그랜드피아노를 두고 떠나올 때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조금 좋은 피아노 소리가 나는 키보드를 사갖고 왔는데, 이 키보드가 주교님 착좌식에까지 불려나가는
영광을 누리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묘하신 하느님의 계획을 우리가 어찌 알 수 있겠는가?
아침 9시에 시작될 예정이던 착좌식이 거의 10시가 되어서야 시작이 되었다.
그렇게 뜨겁던 태양도 때로는 구름에 가리워지고 시원한 바람까지 불어와서 땡볕에 앉아
있는 교우들의 더위를 식혀주니 정말 하느님께서 사랑하시는 목자를 세우심이 분명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의 고유한 춤과 노래는 대지를 흔들었고 그들의 기쁨은 고도에 달하니,
젊은 사제들도 제대에서 내려와 군중들과 함께 춤을 춘다. 얼마나 보기 좋은 광경이던지!
과연 춤추고 노래하는 잔치는 아프리카 사람들을 따라갈 민족이 없다.
이토록 노는 것을 좋아하고 익숙해 있으니, 일을 잘 할 수가 없다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일도 노는 것처럼 쉽게, 편하게만 하려고하니 우리가 바라는 대로 따라와 줄 수가 없는
것이다. 이들에게는 일이 우선순위 1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느님 보시기에 과연 누가 잘 사는 것일까?
4시간 반이 지나서야 공식적인 행사가 끝나고 귀빈들을 위한 점심이 준비된 축하연회장에
도착한 것은 3시가 넘어서였다. 너무도 행사가 길어져서 나는 목이 마르고 지쳐있었다.
“아, 주님 제가 은퇴한 것 아시면서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도 제가 노래를 해야합니까?”
절로 하소연이 쏟아져 나온다. “발성도 좀 해서 소리를 풀어야하는데”....라고 수사님들께
호소하니 수사님들은 웃으시면서 “항상 노래를 잘하는데 무슨 연습을 해야 합니까?”
이것이 아는 자와 모르는 자의 차이다. 노래가 입만 벌리면 나온다는 사람들은 그렇게
쉽게 생각하겠지만 우리의 몸이 악기인 성악가들은 몸이 피곤해 있으면 아무런 에너지를
뿜어낼 수가 없다. 마음이 급해져서 물도 안 나오는 화장실에 들어가서 소리를 내니 밖에 앉아있던
일하는 아줌마들이 우스워 죽는다.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심호흡을 하고 하느님께서 내가 필요한 그 모든 힘을 주실 것을 굳게 믿고 키보드 앞에 앉아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불렀다.
나의 기도는 아프리카 주교님들 뿐 만 아니라 그곳에 오신 니콜로 지라솔리 교황대사님,
외교관들의 마음을 열어주었음이 분명하다. 모두들 기뻐하시고 감사해 하셨다.
주님은 나에게 노래를 통해 주님의 영광이 들어나게 하시며 듣는 사람들의 마음이 기쁨으로
채워지는 은사를 주셨음이 분명하다. 그래서 내 나이 70에 가깝도록 은퇴를 허락하시지 않는 것이다.
아프리카에 오면 노래할 일이 없겠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오직 내 생각이었나 보다.
주님께서 아직도 쓰시겠다면 기꺼이 내어 드린다. “당신 뜻대로 하소서, 아멘”
첫댓글 * 아멘~아멘..!!! 하느님의 참 좋은 도구. 아녜스님..!! 우리는 너무 신나요..!! ^^* 루수빌로 교구의 소식을 이렇게 상세하게 접하니....^*^ 덕분에 카롱카의 신자들과 함께 기도하고 함께기뻐하고 행복하니까요 ~~~?!! 샬롬.!! *^^
와~ 드뎌 주교님 착좌식이 성공적으로 진행 되었군요!
마음을 움직이는 선생님의 성가!
아직도 저의 귓가에 아른거리네요
오늘 제 마음도 덕분에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 채워진것 같습니다 ^^
주교님의 착좌식에서 성모님을 찬양하며 그곳에 모인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기쁨과 감동으로 가득차게 하신아녜스님!!!!
네 생각과 내 생각은 다르다고 하신 주님 말씀을 다시 깨닫게 하시네요 아이들과 기쁜 성탄을 위한 준비를 하신다니
주님의 일에 목적을 두고 하시는 하루 하루 주님의 날이 되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