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왕기상 1:28-39
찬송가 383장 ‘눈을 들어 산을 보니’
다윗 왕은 나이가 많아 더 이상 국정을 돌보기 어려운 상황에 처했습니다. 한 때 골리앗과의 전투에서 용맹하게 나아갔던 붉고 용모가 아름다웠던 다윗은 이제 홀로 누우면 몸이 시려워 견디기 힘들 정도의 건강상태가 되었습니다. 이는 누구나 걸어가는 길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멋지게 역사 가운데 등장했더라도 세월의 흔적을 피해갈 수는 없습니다. 다윗은 그 상황에 왕위 계승을 해야 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그 작업이 미루어졌고 결국 그 틈을 타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습니다. 그 일의 진행을 본 나단 선지자는 밧세바와 함께 다윗을 찾아가 솔로몬이 하나님의 말씀에 따라 또 다윗의 약속에 따라 왕이 되어야 함을 상기시키며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하는 상황을 다윗에게 고합니다. 오늘 본문은 그 이야기를 들은 다윗이 힘을 내어 솔로몬에게 왕위를 계승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왕위 계승을 명령하는 다윗 왕(1:28-35절)
(28-31) 다윗 왕이 명령하여 이르되 밧세바를 내 앞으로 부르라 하매 그가 왕의 앞으로 들어가 그 앞에 서는지라 왕이 이르되 내 생명을 모든 환난에서 구하신 여호와께서 살아 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라 내가 이전에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가리켜 네게 맹세하여 이르기를 네 아들 솔로몬이 반드시 나를 이어 왕이 되고 나를 대신하여 내 왕위에 앉으리라 하였으니 내가 오늘 그대로 행하리라 밧세바가 얼굴을 땅에 대고 절하며 내 주 다윗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니라
“회광반조”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가 지기 직전에 잠깐 하늘이 밝아진다’는 의미로 사람이 죽기 직전 잠시 정신이 맑아지거나 기력이 회복되는 상태를 일컫는 말로 사용됩니다. 오늘 다윗의 상태가 바로 그러합니다. 다윗은 밧세바와의 사건 이후 그 값을 혹독히 치루어야 했습니다. 회개하며 하나님과의 관계를 회복 하였지만 그 뒤로 그의 가정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은 다윗의 마음을 멍들게 하기 충분했습니다. 마치 서서히 불꽃이 사그라드는 장작처럼 그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 싶었지만 오늘 본문은 다윗이 마지막 기력을 내어 그의 왕권을 계승하기 위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히 밧세바에게 약속했던 솔로몬 왕위 계승을 다시 한 번 확증하며 그대로 행할 것이라고 합니다. 특히 그 맹세의 증인으로 여호와 하나님을 두고 맹세하며 그 하나님을 부르길 ‘내 생명을 모든 환난에서 구하신 여호와께서 살아계심을 두고 맹세하노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은 다윗의 삶과 신앙의 고백이었습니다. 노년의 다윗이 지난 세월을 돌아보니 지금 자신이 살아 있는 것이 은혜였습니다. 사자와 곰의 발톱에서 건져내셨고, 골리앗의 칼에서 보호하셨으며, 사울의 공격에서 눈동자같이 지키셨고, 압살롬과 세바와 많은 반역자들의 공격에서 보호하셨고, 이방민족과의 전투에서 지켜 주셨습니다. 비록 다윗의 삶이 평안하지만은 않았지만 하나님은 한 순간도 떠나지 않으시고 다윗과 동행해 주셨습니다. 부모님과 형제들은 다윗을 무시했고, 장인어른은 다윗을 질투하며 죽이려 했고, 아내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자녀들은 부모의 마음에 대못을 박았지만 그럼에도 그런 다윗의 삶에 영원토록 떠나지 않으시고 신실하게 동행해 주신 하나님이 계시기에 다윗의 인생은 외롭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합니다. 때로는 가까운 사람이 나에게 상처를 줄 때가 있고, 예상치 못했던 인생의 고난이 찾아와 당혹스러울 때가 있으며, 최선을 다했지만 상황이 좀처럼 바뀌지 않아 인내로 기다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상황에서 우리를 떠나지 않으시는 하나님을 바라보며 우리의 손 잡아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할 때 그 모든 역경을 이겨낼 용기를 얻게 됩니다.
(32-35) 다윗 왕이 이르되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를 내 앞으로 부르라 하니 그들이 왕 앞에 이른지라 왕이 그들에게 이르되 너희는 너희 주의 신하들을 데리고 내 아들 솔로몬을 내 노새에 태우고 기혼으로 인도하여 내려가고 거기서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은 그에게 기름을 부어 이스라엘 왕으로 삼고 너희는 뿔나팔을 불며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고 그를 따라 올라오라 그가 와서 내 왕위에 앉아 나를 대신하여 왕이 되리라 내가 그를 세워 이스라엘과 유다의 통치자로 지명하였느니라
다윗은 밧세바에게 한 약조를 따라 일을 미루지 않고 자신이 신뢰하는 세 사람을 불러 솔로몬을 자신의 노새에 태우고 기혼으로 인도하여 기름을 부어 왕을 세우라고 명합니다. 노새는 당나귀와 말을 교배하여 나온 동물로 당시 말의 가격보다 2-3배 정도 비쌌다고 합니다. 다윗의 노새를 태웠다는 것은 솔로몬이 다윗이 선택한 왕위 계승자임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장치가 됩니다. 또한 왕으로 기름부은 장소는 기혼인데 이 곳은 다윗의 왕궁에서는 약 800m 떨어진 곳에 있었고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어 벌인 잔치자리에서는 6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습니다. 그곳은 수원지라 많은 사람들이 왕래하였던 곳이었기에 짧은 시간에 솔로몬이 왕이 되었음을 알리기 적절한 장소였습니다. 이 모든 일을 행하기 위해 다윗이 부른 세 사람은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 그리고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였습니다. 한 사람은 제사장, 한 사람은 선지자, 한 사람은 군사 지휘관이었습니다. 이들의 공통점은 압살롬의 반역때에 그 편에 서지 않았고 아도니야의 초대에도 부름을 받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도니야가 그들을 초대하지 않았다는 것은 그들이 평소에 얼마나 다윗에게 충직한 사람이었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증거가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솔로몬과 함께 나라를 든든히 세우는 일꾼들이 되었습니다. 이 세 사람은 대세를 따르지 않았습니다. 압살롬 때에도 아도니야 때에도 많은 사람들이 선택하고 따라가는 길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역할에 충실한 선택을 했습니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해 대세에 속하려 애쓰기보다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섬기라고 주신 왕과 그 나라를 위해 충성했습니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까? 대세를 따라가는 길, 보이기에 화려한 길, 출세와 성공이 보장되는 길을 걸어가려 애쓰지 않습니까? 그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선택하는 길입니다. 그러나 그리스도인들은 당장의 대세와 넓은 길이 아닌 좁고 협착하더라도 하나님이 옳다고 하시는 생명의 길, 진리의 길을 걷는 사람들입니다. 혹여나 나도 모르게 대세를 따르는 세속적 가치관의 선택을 하고 있다면 하나님께서 나를 부르신 소명의 길을 바라보며 그 길을 믿음으로 걸어가실 수 있기를 축원드립니다.
브나야의 화답과 솔로몬의 왕위계승(1:36-39절)
(36-37)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가 왕께 대답하여 이르되 아멘 내 주 왕의 하나님 여호와께서도 이렇게 말씀하시기를 원하오며 또 여호와께서 내 주 왕과 함께 계심 같이 솔로몬과 함께 계셔서 그의 왕위를 내 주 다윗 왕의 왕위보다 더 크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니라
다윗의 명령에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가 왕에게 화답을 합니다. 왕의 뜻과 하나님의 뜻이 같기를 바라며, 또한 다윗과 함께 하셨던 하나님께서 솔로몬과도 함께 계셔서 그의 왕위를 다윗 왕의 왕위보다 더 크게 하시기를 원한다고 이야기 합니다. 여기서 ‘왕위’라는 단어는 ‘킷세’라는 히브리어로 ‘영광의 자리, 왕좌, 권세’를 의미합니다. 곧 솔로몬의 왕위가 더욱 견고해지기를 바란다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솔로몬의 왕위는 날로 견고해져서 그 영화로움이 다윗의 시대보다 더욱 크고 유명해졌습니다. 그러나 솔로몬의 생애를 아는 우리는 이 브나야의 염원이 안타깝게만 느껴집니다. 브나야는 솔로몬의 왕위가 더 크게 되기를 구했고 이루어졌지만 실은 그 결과 솔로몬은 노년에 하나님보다 여인들과 우상숭배에 심취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여기서 한 나라의 견고함을 갖추는 것보다 한 사람의 마음의 견고함을 갖추는 것이 더 어려운 일임을 알게 됩니다. 만약 브나야가 솔로몬의 왕위가 더 크게 되길 간구하기보다 다윗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그 말씀을 따라 순종한 것보다 갑절의 사랑과 순종으로 생애 끝까지 하나님을 섬기는 솔로몬이 되길 화답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한 사람의 지도자가 세워지면 그 사람을 통해 그 나라와 공동체의 영광이 더욱 커지고 세력이 확장되기를 소망합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공동체의 견고한 영광보다 그 공동체가 더욱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공동체로 영글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화려했던 솔로몬의 영광 이후 나라가 반으로 나뉘고 우상숭배의 길을 걸어가다 결국 포로로 끌려간 이스라엘의 역사를 기억합니다. 이는 하나님의 말씀을 떠난 견고함과 영광은 안개와도 같을 뿐임을 잘 보여줍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오히려 보여지는 외적인 화려함과 견고함이 아닌 우리 마음에 하나님을 향한 견고한 신앙이 굳게 세워지길 기도해야 하며, 하나님을 향한 견고한 신앙이 결국 우리 공동체를 지키고 성숙한 공동체로 만들어 감을 기억해야 합니다.
(38-39) 제사장 사독과 선지자 나단과 여호야다의 아들 브나야와 그렛 사람과 블렛 사람이 내려가서 솔로몬을 다윗 왕의 노새에 태우고 인도하여 기혼으로 가서 제사장 사독이 성막 가운데에서 기름 담은 뿔을 가져다가 솔로몬에게 기름을 부으니 이에 뿔나팔을 불고 모든 백성이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 하니라
다윗의 명을 받은 세 사람은 솔로몬을 다윗 왕의 노새에 태우고 기혼에 가서 그에게 기름을 붓고 뿔나팔을 불었습니다. 모든 백성들은 ‘솔로몬 왕은 만세수를 하옵소서’하고 외치며 그의 왕위 계승을 축하하였습니다. 어찌보면 솔로몬의 왕위계승식은 다윗 왕의 노새, 다윗 왕의 부하, 기름부음 이 세 가지 요소가 합쳐져서 단출하고 신속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반면에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아도니야는 병거와 기병과 호위병이 있었고 당시 힘이 있던 요압과 아비아달과 모든 왕자와 왕의 신하 된 유다 사람들을 모두 불러 모았습니다. 또한 양과 소와 살찐 송아지를 잡고 즐거이 먹고 마시며 그 기세가 월등하였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택하신 솔로몬과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아도니야의 결말은 너무 상이하게 달랐습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벗어난 화려함은 시들어 버릴 꽃과 같으며, 아무리 강해보이는 세력이라 할지라도 바른 명분과 절차를 잃어버린 세력은 민들레 씨앗처럼 후 불면 날아가 버리기 쉬우며, 마치 종이호랑이와도 같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바벨탑이 그러했습니다. 자기의 이름을 높이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당대의 화려한 건축기술과 인력을 동원했지만 결국 말씀을 떠난 강력한 세력과 화려함은 언어의 혼잡함을 넘지 못하고 수포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시작된 노아의 방주는 소수의 사람들이 오랜 시간에 걸쳐 세상의 무관심속에 만들어졌지만 결국 완성되어 생명을 보존하는 구원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나는 아도니야와 같이 야망을 따라 말씀의 길을 벗어나 자신의 이름을 높이는 바벨탑을 쌓고 있습니까? 아니면 세상의 무관심속에서도 묵묵히 시대를 살리는 하나님의 방주를 짓기 위해 일상의 예배자로 살아가고 계십니까? 만약 우리가 넓은 길, 세상의 대세, 강한 세력을 따라가지 아니하면 세상은 우리를 조롱하며 희롱의 옷을 지어 입힐 수 있습니다. 그러나 언젠가 하나님 앞에 서는 그날 우리 아버지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위한 빛난 옷을 지어 입히시며 영광중에 맞이하여 주실 것입니다. 그 하나님을 소망하며 오늘 하루의 삶을 신실한 주님의 증인으로 살아가시길 축원드립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스스로 왕이 되고자 했던 아도니야의 야망은 하나님 없이 스스로 왕이 되려 했던 우리 모두의 욕망이었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없는 화려하고 강력한 세력의 끝은 허무함 뿐임을 기억하게 하시니 감사드립니다. 세상의 대세를 따르기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소명의 자리를 기억하며 묵묵히 일상을 살아갈 힘을 얻게 하시고 다윗의 고백처럼 우리를 세상의 모든 환난에서 구원하여 주시는 하나님을 신뢰하며 좁은 길을 걸어가는 주님의 백성들 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다윗의 일생을 돌아보며 하나님께서 그를 어떻게 환난에서 건져주셨는지 묵상해 봅시다.
2. 아도니야가 스스로 왕이 되려 준비했던 모습과 하나님께서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시는 과정을 비교해보며 무엇이 달랐는지 묵상해 봅시다.
3. 솔로몬을 왕으로 세우도록 명령한 다윗의 말에 아멘으로 화답했던 브나야의 고백이 슬픈 이유는 훗날 솔로몬의 변질된 신앙 때문입니다. 만약 우리가 브나야가 되어 다윗의 말에 화답할 수 있다면 솔로몬을 위해 무엇을 구할 것인지 묵상해 봅시다.
4. 미루었던 왕위 계승을 진행하며 마지막 힘을 내었던 다윗처럼 내 삶에 미루었던 중요한 일들과 잊고 있었던 말씀에 순종해야 할 일들은 없는지 묵상해 봅시다.
(작성: 강요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