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우 몸집을 키워라 / 신형호
그리운 친구들에게!
매서운 날씨가 장난이 아니네. 건강 모두 조심하시게. 고희(古稀)를 지나니 여기저기 몸이 삐걱거린다네. 누가 웃으며 하는 말로 이젠 모두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라나.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 아닌가? 학창시절 그리운 친구의 노래 '희망가' 가사처럼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부대끼고 흔들리면서도 오늘까지 그럭저럭 잘 살아왔으니 말일세.
요즘 어쩌다가 TV 드라마에 풍덩 빠져 있다네. 퇴직 후 이곳저곳 기웃거리며 배움도 찾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맛보았다네.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의미도 있었지만 결국 찾은 답은 두 가지로 나오더군. 누구나 다 아는 '건강과 취미생활'이라고 할까?
지난 주 글공부 모임방에서 '슈룹'이란 드라마를 알게 되었고, 꼬리를 물고 가다가 '재벌 집 막내아들'이란 드라마까지 들어왔네. 탄탄한 구성과 갈등, 재미가 오래 전 몰입해 몰아서 본 미드 '프리즌 브레이크'나 강남의 새로움을 보여준 '스카이 캐슬' 드라마에 빠진 기분일세.
며칠 전 큰 수술을 한 친구의 후기가 모임방에 올라왔다네. 다들 바쁜 탓일까? 남의 일에 관심을 갖기 싫어하는 것일까? 아니면 삶이 너무 메마르고 세상이 어지러워서일까? 한마디 위로나 격려의 말이 많이 올라왔으면 좋으련만 …….
오늘 문득 '재벌 집 막내아들' 드라마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네. 극중의 진양철회장의 고민하는 장면이.(S그룹의 창업주 이회장이 연상되는 역) 미래를 보고 수천억을 투자한 초기 반도체 사업이 미국과 일본의 경쟁에서 고사할 위기를 맞았지. '고래싸움에 새우가 등 터져 죽을 지경'이라고 고민하네. 여기서 어떻게 하면 새우가 살아남을까? 미래를 살아 본 극중의 막내손자에게 답을 물었지만 처음에는 답을 하지 못했다네. 수일이 지나 손자가 답을 찾아 전했네. "새우의 몸집을 키워 고래에 대항하라!"는 답을.
진양철회장은 크게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였네. 멋진 정답이라고 하면서. 사실 이 문제는 정답이 없다네. 어찌 새우가 몸집을 키워서 큰 고래에게 대항할 수 있단 말인가? 진회장이 바라는 답은 그가 추진하는 사업에 희망을 잃지 말고 작은 힘을 얻어주는 말을 기대한 것일세. 그 마음을 알아챈 것이 정답이네. ‘사람 장사’에서 벗어나 미래의 먹거리인 ‘기술 장사’로 눈을 돌린 진회장의 진심을 읽은 것이 핵심이라네.
수술 후 씩씩하던 친구도 마음이 많이 여려진 모양이네. 여태까지 큰 병 없이 살아왔으니까 말이지. 지금 그가 바라는 것은 진솔한 한 마디의 격려나 따뜻한 친구의 정이 아닐까? 아무리 어지럽고 답답한 시대라지만 무관심은 좋지 않다고 보네.
세상 살아가는 데는 정답은 없지 싶네.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 몇 번 더 상대의 눈을 바라보고 들어주고 고개를 끄덕여 주는 마음이 최선이라고 생각된다네. 공감하는 힘이지. 서로 마주보며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상대의 마음을 읽어주고 토닥거리면 더 밝은 세상이 열리지 않을까?
2022년 11월 30일 아침에
우당이 중얼중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