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9차 북한산(정릉계곡) 산행기 -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2)
2012-09-03 13:27:52
제 409차 북한산 산행기
1. 일시 : 2012. 9. 2(일)
2. 곳 : 북한산 (정릉계곡 -영취사 - 대성문 - 구기동 탐방지원센타)
3. 참가 : 은수(대장), 문수, 진운, 상국, 민영, 인섭, 병욱, 병효, 택술(9명 +뒷풀이 재일)
4. 예상 시간 : 식사 포함 3시간 30분 ~ 4시간(얼마나 중간에 많이 먹고 마시며 놀았는지 5시간 30분 걸림)
북한산 빠꼼이 은수가 산행대장으로 추천한 산행 코스는 보나마나 일품일 터, 게다가 싱가포르노에 간 민영이가 잠시 귀국해 산에 나온다는 정보와, 부산에서 인섭이도 찬조출연하기로 했다는 소문에 산우회 게시판이 떠들썩하다. <10시 30분, 길음역 2번 출구 집결>이란 공지가 떴다.
종로 2가에 내려, YMCA 맞은편에서 버스를 타고 길음역으로 이동, 친구들을 만난다. 병효얼굴이 유난히 희다. 썬크림인줄 알고 발랐는데 와이프가 쓰는 미백크림이더란다. 치맷기는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의 일상이다. 갓 하나 씌우면 완전 저승사자. 그럼 우리는 저승사자 친구가 되는 셈. 길음역 2번 출구에서 50미터 전방, 버스정류소에서 버스(143번, 110-B)로 이동, 종점에 내리면 정릉계곡 입구, 일명 청수장.
11시 조금 넘어 들머리에서 사진 한 방 찍고, 몇 걸음 떼자마자 바로 맑은 계곡물소리가 발목을 잡는다. 인섭이, 병욱이... 둘이 만나면 그냥 막걸리가 된다. 산행 시작한 지 겨우 30분, 친구들이 계곡에서 한 잔 하고 가자니까 산행대장 은수가 ‘누가 먼저 반란을 도모했느냐?’며 혼자 질문을 주고받더니 나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더니 그냥 대장 직권으로 산행기를 내게 미뤄버린다. 모진 놈 옆에 있다가 벼락 맞은 꼴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간다고 막걸리 4통에, 민영이가 가져온 조니워카 따블 블랙 쪼매이 남겨온 것(전날 모임에서 마시다 억지로 남겨왔던 것. 이마저 안 가져왔다간 병욱이 불난 조디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을 터)까지 다 비우고 일어선다. 술을 마시면 몸에서 뭐가 난다는 병효는 바위위에 홀로 앉아 우리를 내려다 본다. ‘누굴 데려갈까?’하는 착한 저승사자다운 포스다.
비탈길. 땀 좀 빼면서 올라가니 영취사, 절에서 국수공양을 한다. 물국수 한 사발씩 후루룩 뚝딱, 배는 부르고, 보왕삼매론이라는 좋은 글귀 읽어가며 서로 위안을 삼는다. 몰랐는데 병효가 대표로 국수값 시주를 했단다. “병효야, 잘 묵었대이.”
가져온 도시락을 묵기는 묵어야하는데, 저 위에 올라가서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꺼낸다. 그걸 억지로 다 묵고나니 모두들 배가 만땅, 임산부가 따로 없다.
올라가는 길이 무척 힘들지만 날씨 좋고, 전망 좋고, 간만에 보는 친구 좋고, 다 좋다. 대성문, 대남문 거쳐 구기동으로 내려와 갈치김치로 이름난 집에 갔다. 5시간 반이 걸렸다. 본래 산행대장으로 예정되었다가 은수에게 대장을 미룬 재일이가 시간맞춰 일산에서 날아와 꼭 10명을 채우고. 건배, 건배.
실컷 먹고, 재일이가 애를 가졌는지(?) 물꽁을 먹고싶다며 서울역으로 가잔다. 하긴 인섭이도 기차타고 부산 내려 가야하니까, 아마 그쪽으로 가서 당구도 치고 물꽁을 먹으러 간 모양. 나는 연신내역 근처 딸아이한테 가볼 요량으로 혼자 떨어졌다.
집에 오니 오늘따라 반찬이 걸다. 배가 터질 지경이다.
강아지를 데리고 산보를 나갔다. 달이 크고 둥글다. 보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