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처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은...
쓰레기를 한차 가득히 매립장에 쏟아 붓고 와서 재활용품 수거를 한다.
그리고 오늘 재활용품을 싣는 중에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내 삶에 어떤 부분들이 재활용 될 수 있을까?’
‘지나온 내 삶의 대다수가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쓰레기수거처럼... 큰 의미 없이 수거되어 소각되는 것은 아닐까?’
‘불교에서 말하는 업을 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 바꾸어 해석하면 어떨까?’
‘기독교에서 말하는 원죄 또한 쓰레기와 재활용품으로 의미부여하는 것도 재미있지는 않을까?’
‘불교신자 분들과 기독교 신자 분들에게 욕 많이 먹겠는데...?’
재활용으로 시작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끝에 마지막으로 떠오른 단어가 무질서를 이야기하는 열역학 제2법칙 즉 엔트로피였다.
1.
“할머니 오래 오래 사세요!”
“뭐라고! 그럼 계속 고생하라고...”
“아니요, 그럼 딱 10년만 사세요!”
“그래! 허허... 10년만 더 살아야지!”
골목의 쓰레기 더미에는 항상 약간의 파지와 플라스틱이나 깡통, 신발, 옷, 병 등등 고물 될 만한 것들이 항상 공존(?)해 있다.
그리고 내 기상 시간은 보통 새벽 1시 30분, 40분이지만... 그보다도 훨씬 이른 시간에 그 고물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한다.
그런데 오늘은 할머니께서 몸이 아프셨는지 나와 같은 동선 에서 마주치셨다.
올해 연세가 79살이신데... 울산에 계신 우리 어머니보다 14살이나 많으시지만, 육체적으로는 훨씬 건강하신 모습이 부러웠다.
2.
내 입맛에는 잘 맞지 않지만, 함께 일하시는 어르신이 10년째 단골로 다니는 식당에서 항상 아침을 먹는다.
그리고 내가 갈 때 마다 식당 주인아주머니는 자제분 자랑에 입에 침이 마른날이 없곤 한다.
“우리 아들이 말이야 울산 ○○병원 과장이야, 처음에는 서울대 들어갔었는데... 지가 다녀보더니 재수해서 아주대의대에 다시 입학 했어!”
“며느리는 약사고, 아들은 머지않아 병원차릴꺼야!”
“응급의학과인데, 한 달에 열흘정도 밖에는 일 안해...지난번 병원보다 훨씬 적게 일하고, 월급은 더 많다고 하더라!”
아들 자랑을 하실 때 마다 워낙 입가에 웃음꽃이 만개하시기에 나도 그냥 듣고만 있을 수 없어 질문을 했다.
“아드님 몇 살 이세요?”
“아... 우리 아들, 백말 띠 78년생... 백말 띠가 그래 좋다고 하더라고...”
“저랑 동갑이네요...”
갑자기 아주머니의 입가에 퍼져 있던 웃음꽃이 일순간에 병든 것처럼 시들어 버린 것을 나는 그냥 알 수 있었다.
순간적인 정막과 어색함이라해야 하나... 어쨌든 내가 느끼기에 지금 쓰레기를 치우고 있는 내가 같은 백말 띠라는 것을 아주머니는 절대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눈치셨다.
세상이 그런 것 같다.
‘고졸출신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았던 수많은 사람들...’
‘아직도 우린 조선시대에... 일제가 지배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3.
“어르신 음료수 한잔 하시고 하세요!”
“안 먹어! 어디서 주서 왔노?”
“아... 진짜... 주서 온 거 아니고 제가 사온 거거든요!”
“허허... 그렇나!”
함께 일하시는 어르신은 내가 무언가를 드릴 때 마다 매번 어디서 주은 거냐고 묻곤 하신다.
이제 나도 전염(?)이 되어 어르신이 무언가를 주시려 하시면 되받아 이야기 하곤 한다.
“이거 어디서 주어 오신 거에요?”
“어르신 신발 괜찮은 것 주우면 저 주세요! 나이키나 아디다스로요, 전 메이커 아니면 안 신거든요(물론 이건 농담이다)!”
실제로 지금 일할 때 싣고 있는 안전화도 어르신이 주우신 것을 깨끗하게 씻어서 신고 있다.
벌써 신발만 거의 새것으로 다섯 켤레나 주었고, 우산은 멀쩡한 것을 열 개나 훨씬 넘게 주어서 도리랑 미연이 누나네 그리고 울산 집에 갔다 드렸다.
정말 정말 정말, 진짜 진짜 진짜... 멀쩡한 것들이 쓰레기가 되어 버려지는 것을 볼 때 마다 아쉬운 생각들이 들곤 한다.
그래서 어르신이 내게 하신 말씀이 더 가슴에 와 닿는 것 같다.
“버리면 고물이지만, 그걸 주워서 쓰면 새것이지 뭐... 별거 있나...”
4.
“빨리 빨리! 불어봐라!”
“예?”
“빨리 불나니까! 빨리!”
쓰레기차에 쓰레기가 점점 불어날수록, 아주 조심해서 일해야 한다.
회전판이 돌면서 쓰레기를 안으로 밀어 넣는데, 점점 양이 늘어날수록 밀기가 힘들어 지기에... 그 압력에 눌린 쓰레기봉투가 터지면서 파편들이 수류탄 파편처럼 퍼져나간다.
며칠 전에는 어르신의 양쪽 눈에 고춧가루가 들어가서 큰일 날 뻔 했다.
그나마 다행히 유리파편이나 플라스틱 파편이 아니라서 다행이었지... 생각 만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나는 아직까지는 눈에 무언가가 들어간 적은 없지만, 가끔씩 체력이 딸려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일할 때, 음식물이 들어가곤 해서 헛구역질을 한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아... 아직도 그때 그 느낌들이 기억난다. 떡볶이 국물, 시래기 국물, 고추장...’
어르신은 이럴 때 마다 내게 말씀하신다.
“공짜로 잘 먹었지 뭐...!”
결국 그날 어르신은 일을 마치고 안과에 다녀오셨다.
“그렇게 눈을 많이 씻고 갔는데도, 고춧가루 덩어리가 한가득 나오더라!”
5.
“이게다 재활용품이면 내가 집에 가지고 가서 선별해 고물상에 팔지!”
“이거 재활용품 절반도 안 돼!”
“내가 고물 수집하는데, 돈 되면 벌써 다 가지고 갔지... 말라고 그 먼 재활용 센터까지 가지고 가겠나!”
“어이구! 인간들이 하는게 다 이래!”
재활용품을 수거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진짜 재활용품은 얼마 되지 않는 경우가 태반이다.
재활용품반에다 쓰레기 혼합물이 반 이상 섞여있고, 순환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치워야 하기에 재활용품 트럭에 실고 간다.
누군가는 버리면 그만이고, 우리 역시도 그 것을 실고 버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뒷맛은 항상 개운하지 못하다.
나는 쓰레기 수거와 재활용품 수거를 함께 하면서 개인적 각성을 할 기회가 생긴 것에 대해 무척이나 감사하게 생각한다.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거리의 쓰레기들과 재활용품들이 내게 이렇게 큰 의미로 다가올지는 전혀 상상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것이 ‘복’되게도 내 현실이 되어 버렸다.
내가 앞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과연 쓰레기가 될까(?) 아님 반만이라도 재활용품으로서의 가치가 생길 수 있을까(?)’...
사회의 가장 밑바닥이라 일컬어지곤 하는 곳에서 일하면서... 순간순간 의식의 확장을 경험하며 의식 수준이 높아지는 것을 경험하곤 한다.
하지만 깨달음 뒤에 항상 빨래 감이 따라 나오듯...
쓰레기를 치우면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면서 순간적으로 부정성이 점점 올라가곤 하는 내 자신도 바라볼 수가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집에 돌아와 샤워하는 순간, 이렇게 글을 쓰거나 책을 읽는 순간 그 부정성들이 거의 상쇄되곤 한다!’
아주 오래전에 어떤 스님께서 지나가는 말로 내게 이런 말씀을 해 주신 적이 있다.
“윤회의 사이클을 왕복한 경험이 있기에 전생의 업은 없다네... 하지만 자네의 현생에서 자네가 쌓아놓은 업은 분명히 있다네... 그 업을 무시할 수는 없지!”
이 스님의 말씀 덕분에 난 조금은 알 것 같았다.
‘내 삶에 의미를...’
그리고 기독교에서 말하는 우리가 죄인이라는 것이... ‘우리가 전생의 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말과 같은 의미가 아닐까?’라고 항상 되뇌곤 했다.
불교를 이해하려면 고업의식(苦業意識)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좋고, 기독교는 죄업의식罪業意識을 근간으로 그 사상을 확장해 나가면 여러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참고로 유교는 憂患意識).
그리고 엔트로피...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 2법칙으로 간단히 말해서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총량은 항상 증가 한다.”는 것인데...
“결국 모든 만물은 꾸준히 나이를 먹다가 종말을 맞이한다.” 정도로 이해를 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내 삶의 무질서 즉 엔트로피 역시도 끊임없이 증가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내 삶의 영적 엔트로피는 다행히도 열역학 제2법칙을 맛있게 위배하는 것 같다.
꼭 쓰레기와 그 안에서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나처럼...
무질서 안에서 질서를 끊임없이 찾고 있는 나...
그리고 다시 무질서...
‘행복한 사람은 역사를 만들지 못한다(Les gens heureux n’ont pas d’histoire).’
옛 부터 내려오는 프랑스 격언...
그리고 이 격언만큼 한 개인의 엔트로피(무질서)를 잘 설명한 격언도 드물 것이다.
나는 내 무질서 덕분에 행복할 여유가 없다.
그래서 다행히도 역사를 만들 수 있겠다.
내가 곧 역사네...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면 당신도... ^^
그래서 난 행복하다!!!
*엔트로피*
열역학 제 2법칙은 간단히 말해서 “엔트로피(무질서도)의 총량은 항상 증가 한다.”는 것인데...
모든 만물은 꾸준히 나이를 먹다가 결국 종말을 맞이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우리의 우주는 영원히 유지되지 못하고 언젠가는 반드시 멈추게 된다. 별빛의 원천인 핵연료가 고갈되면 별과 은하가 빛을 잃으면서 우주는 죽은 별과 중성자별, 블랙홀 등이 넘쳐나는 암흑천지가 될 것이다. 지적 생명체가 사는 곳에서는 엔트로피가 열에너지 형태로 반드시 방출되고 있어야 한다!
엔트로피-온실효과. 환경오염, 핵전쟁, 핵 발전, 모든 근본주의, 질병 등등...
-참고한 도서-
『엔트로피』 - 제레미 리프킨, 동아출판사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이야기』- 리처드 파인만, 승산출판사
『평행우주』- 미치오카쿠, 김영사
『중용, 인간의 맛』- 도올 김용옥 선생님, 통나무 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