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 런웨이》
제61회 ― 소희와 도윤
1979년 11월.
학교 패션쇼가 성공적으로 끝난 지 며칠 뒤.
의상디자인과 학생들은 다시 평소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한 사람만큼은 평소와 달랐다.
박도윤.
요즘 들어 이유 없이 자주 웃고 있었다.
실습실.
강인이 패턴을 그리고 있는데,
도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들어왔다.
♪~♪
강인이 고개를 들었다.
"좋은 일?"
도윤이 씨익 웃었다.
"없는데?"
"근데 왜 웃어?"
"..."
"가을이라."
강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네."
그때 준혁이 지나가며 말했다.
"선배."
"얼굴에 봄인데요?"
실습실이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날 오후.
도윤은 양장점으로 심부름을 갔다.
문을 열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서 와."
윤소희였다.
도윤이 웃으며 인사했다.
"사장님 안 계세요?"
"원단 거래처 가셨어."
"혼자야?"
"응."
도윤은 자연스럽게 재봉틀 옆 의자에 앉았다.
소희는 바느질을 계속하며 말했다.
"학교는 어때?"
"후배들이 말 안 들어."
"거짓말."
"강인이 시키면 다 잘 듣잖아."
도윤은 볼을 긁적였다.
"그건 인정."
둘은 마주 보며 웃었다.
잠시 후.
소희가 무거운 원단 꾸러미를 옮기려 했다.
도윤이 얼른 일어섰다.
"내가 할게."
"괜찮아."
"안 괜찮아."
도윤은 원단을 번쩍 들어 작업대로 옮겼다.
소희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생각보다 힘이 세네?"
도윤이 어깨를 으쓱했다.
"모델 친구잖아."
"운동도 좀 해."
"입만 운동하는 줄 알았는데?"
"너무한다."
둘은 또 웃었다.
해가 질 무렵.
양장점 문을 닫고 두 사람은 함께 버스정류장까지 걸었다.
늦가을 바람이 제법 차가웠다.
도윤이 자기 목도리를 벗어 소희에게 건넸다.
"추워."
소희는 고개를 저었다.
"넌?"
"난 괜찮아."
"거짓말."
도윤은 머쓱하게 웃었다.
"조금 춥긴 한데."
소희는 목도리를 둘로 나누어 둘러 보았다.
"그럼."
"같이 쓰자."
도윤은 잠시 얼어붙었다.
"같이?"
"응."
두 사람은 같은 목도리를 나누어 두르고 천천히 걸었다.
멀리서 그 모습을 본 은별이 속삭였다.
"저 두 분."
"잘 어울리지 않아?"
다정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응!"
재민도 미소를 지었다.
"누가 먼저 고백할까?"
버스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라타면서
버스가 크게 흔들렸다.
"앗!"
소희의 몸이 순간 앞으로 쏠렸다.
도윤은 반사적으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순간.
둘 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도윤도.
소희도.
서로의 손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버스 안이 유난히 조용하게 느껴졌다.
도윤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미안."
소희는 손을 놓지 않았다.
"왜?"
"놀랐잖아."
"아니."
"안 잡았으면 넘어졌을 거야."
잠시 침묵.
소희가 살짝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이대로 있을래?"
도윤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
"...응."
버스가 다음 정류장에 멈출 때까지
두 사람은 말없이 손을 맞잡고 있었다.
다음 날.
실습실.
도윤은 평소보다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
혼자 웃고,
혼자 콧노래를 부르고,
혼자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강인이 물었다.
"무슨 좋은 일?"
도윤은 입꼬리를 감추지 못했다.
"비밀."
강인이 피식 웃었다.
"소희 선배?"
도윤이 깜짝 놀랐다.
"...어?"
"어떻게 알았어?"
강인은 조용히 연필을 움직이며 말했다.
"표정."
준혁도 웃으며 거들었다.
"선배."
"어제부터 계속 웃고 계세요."
그때.
실습실 문이 열렸다.
소희가 학생들에게 줄 간식을 들고 들어왔다.
도윤과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동시에 얼굴이 빨개졌다.
은별이 다정에게 속삭였다.
"봤어?"
다정이 활짝 웃었다.
"응."
"손 안 잡아도."
"눈빛이 다 말해."
실습실에는 또 한 번 웃음이 퍼졌다.
늦가을 햇살은 창가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다.
강인과 미송의 사랑이 조금씩 깊어졌듯,
도윤과 소희의 마음도
조금씩 같은 방향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 제61회 끝 ―
다음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