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여리고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 / 소강석 시집 ＜어느 모자의 초상＞ 작품해설 / 김순진

[김순진]

소강석 시집 ＜어느 모자의 초상＞ 작품해설

     

  

작고 여리고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
- 소강석 시인의 시세계

김 순 진((시인, 문학평론가, 고려대 평생교육원 시창작강사)

오랫동안 계간 <스토리문학>을 발행해오던 필자는  우연한 기회로  신도시 대형교회 새에덴교회 목회자로서 꾸준히 서정적인 시작 활동을 해 오던 소강석 목사의 시집 원고를 받게 되었다. 살다 보니 이런 행복한 일도 있다. 평소에 마음으로만 그리던, 그리도 만나고 싶던 소강석 시인의 시집 해설을 쓰게 되다니. 어려서부터 교회에서 놀고 교회에서 자라다시피 한, 어머니께서 권사 직분으로 봉사하다 몇 년 전에 소천하셔서 신앙에 대한 갈증이 깊던 나에게 소강석 목사님과의 만남은 돌아가신 어머니가 살아오신 듯, 유년 시절 군인교회에 다닐 때 군종 선생님들을 만나는 듯 설레는 일이었다.
그러나 시집을 출판하는 일과 하나님의 일은 구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나는 조금 조심스러웠다. 작품을 한 편, 한 편 읽으면서 그냥 사랑시의 일색일 것이라던 나의 추측은 보기 좋게 무너졌다. 소강석 시인은 단순히 시를 좋아하는 기호인이 아니라 본격시를 쓰고 있는 출중한 현대시인이었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하나같이 회개를 바탕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으며, 그렇다고 해서 그의 시가 전체적으로 하나님의 이야기만을 다루지 않고, 자연과 사람, 국토와 조국, 그리고 인간과 역사의 연민을 충실하고도 특별한 시인의 눈으로 담아내고 있었다. 그는 자아에 대하여 철저히 반성하고 성찰하며, 자연에 대하여 의사처럼 관찰하고 친구처럼 대화했다. 역사에 대하여 가정과 사회, 그리고 국가관이 투철한 대한민국의 우량한 국민이었다. 나는 목사의 직분으로서가 아닌 시인 소강석의 시집 원고를 받아들고 오열했다.
새에덴교회라는 대형 교회의 담임목사인 그의 관심사는 크고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이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큰 교회를 개척해서 수많은 성도들의 목회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작고 여리고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의 시는 박스를 주워 유모차에 싣고 가는 노인이나, 찜질방 구석에서 아이를 데리고 와 잠을 청하는 젊은 어머니, 그리고 만주 벌판에서 우리의 독립을 위해 목숨을 잃고 잊혀져가는 젊은 독립군 등에게 따스한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이에 필자는 소강석 시인의 시세계를 크게 ‘소강석의 인간성’, ‘시에 나타나는 문학적 완성도’, 그리고 ‘신앙을 통한 봉사와 나눔 정신’이란 세 가지 관점에서 조명해보고자 한다. 그럼 이쯤에서 소강석 시인의 시를 읽어보면서 그의 문학세계를 들여다보자.

①
꽃잎은 바람에 흔들려도
바람을 사랑합니다
꽃잎은 찢기고 허리가 구부러져도
바람을 사랑합니다
누구도 손 내밀지 않고
아무도 다가오지 않은 적막의 시간
바람은 꽃잎을 찾아왔습니다
별들의 이야기를 속삭이고
나뭇잎 노래를 들려주고
애틋이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밤이 깊어도
아침이 밝아도
꽃잎이 모두 져버려도
꽃잎은 바람을 사랑합니다
그래서 바람이 불면 꽃잎이 떨어집니다.

-「꽃잎과 바람」전문

②
상하이,
대한민국 역사의 촛불이 바람 앞에 꺼져갈 때
황포강을 거슬러 올라 새벽의 젖은 눈동자로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며 희망의 새 아침을 바라보았다
쫓기고 쫓기는 추적과 압제의 세월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조국독립의 꿈을 안고
누추하고 허름한 골목 자그만 집을 빌려
대한민국 임시정부청사의 간판을 걸었다
그것은 민족의 마지막 맥박이었다
꺼져가는 조국의 생명을 살릴
붉은 심장의 터질 듯한 박동소리였다
스물다섯 꽃다운 청춘의 피를 
민족의 제단 위에 바쳤던  
윤봉길 의사는 부릅뜬 눈으로 
상해 임시정부청사를 찾는 우리에게 묻는다
그대는 얼마나 간절히 조국을 사랑하느냐고
그대는 얼마나 뜨겁게 민족을 가슴에 품고 있느냐고

저녁이 깊어가는 상하이의 밤
황포강 물결 위로
나라 잃은 유민의 외로움과 고독, 애탄의 눈물
고통 속에 빛나던
희망의 불빛들이 흘러간다.

-「상하이의 저녁」전문

따옴시 ①「꽃잎과 바람」과 따옴시 ②「상하이의 저녁」은 전혀 다른 시다. 두 시는 서로 유사성이 전혀 없으나 대단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에게 따옴시 ①「꽃잎과 바람」에서 꽃잎은 국민으로, 바람은 잃어버린 조국으로 읽힌다. 따옴시 ②「상하이의 저녁」에서 상하이란 지명은 일본강점기시대에 우리나라 임시정부가 있던 곳이다. “쫓기고 쫓기는 추적과 압제의 세월” 앞에서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 조국독립의 꿈을 안고” 이역만리 낯선 땅에서 상해임시정부의 간판을 내걸었던 우리의 선조들은 따옴시 ① 「꽃잎과 바람」에서 나오는 꽃잎으로 읽힌다.
따옴시 ①의 화자는 사람이 아니라 꽃잎이다. 꽃잎은 어떤 상황에서도 맹목적으로 바람을 사랑한다. 엊그제 광복70년 광복절이 지났다. 꽃잎은 독립투사나 해외에 거주하는 교포들이 맹목적으로 조국을 사랑해온 것처럼 바람을 사랑한다. 그래서 꽃잎은 ‘바람에 흔들려도’, ‘찟기고 허리가 구부러져도’ 바람을 사랑한다. 따옴시 ②에서 25세의 윤봉길 의사는 적의 장군들이 모여 행사를 하고 있는 홍구공원에 도시락 수류탄을 던진다. 이러한 젊은 윤봉길 의사의 거룩한 행위가 꽃잎이 여름을 위해 스스로의 목숨을 바치는 것이 연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다고 바람이 꽃잎을 사랑하지 않는 존재는 아니다. 일본제국주의자들에 의해 나라를 빼앗겼을 때 꽃잎 같은 백성들은 조국을 버리지 않았다. 일본의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이 떨어졌기 때문에 일본이 패망했지만, 우리의 독립군들은 충분히 일본을 몰아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 나라가 패망했어도 국민들은 나라의 독립을 위해 꽃잎처럼 스러져도 제 몸을 아끼지 않았는데 바람이 변해 꽃잎이 되었던 것처럼 국민은 스스로 상해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조국이 된다. 그리하여 결국 꽃잎으로 인해 빼앗긴 들에도 봄이 오게 된 것이다.

③
깊은 저녁, 찜질방 한 구석
두 어린 자녀와 함께 잠을 청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있다 
7살 정도 된 어린 아이가
얇고 하얀 소라껍질 같은 조그만 손으로
한쪽으로 기운 엄마의 지친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다
모자의 쓸쓸한 모습이
고독한 고흐의 점묘화처럼 다가온다
이 밤에 남편은 어디 가고 어린 아이들만 데리고
이곳에서 잠들려 하는 것일까
인생은 얼마나 힘이 들고 
혼자 지기엔 짐이 고달픈가
어린 송아지를 뒤에 두고
수레를 끄는 어미 소처럼
당신은 목에 메인 멍에를 풀려고 하는가 보다
당신이 나의 성도라면
다가가 손이라도 한 번 잡아주고 기도해 주련만
찜질방에서의 나는 목사이기 전에 한 남자일 뿐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한쪽 구석에서 그냥 울고 온다

아, 나는 오늘 푸른 지구별에서 떨어져 나온
작고 외로운 두 떠돌이별을 만났다
두 모자의 초상은 내게 끝없는 환영을 이루고
나는 또다시 떠돌이별이 된다

-「어느 모자의 초상」전문

④
도대체 맹인이 무엇을 본다고
기어이 로키산맥을 올라가고
박물관까지 가서
피카소,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감상하는 걸까
그렇게 심심하고 엉덩이가 근질근질하면
지팡이나 하나 들고 
평평한 운동장이나 몇 바퀴 돌고 오실 일이지
그 수려한 요세밋공원
그랜드캐니언엘 무엇하러 가는가
항상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
한 똑똑한 맹인이 말을 한다
“여보슈 당신은 시를 쓰시유?
당신도 시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오
맹인 주제에 무슨 시를 안다고 시를 쓰시는 거유”
그래서 나는 맹인에게 대답했다
“하긴 당신이나 나나 똑같은 맹인이오
그래요 나도 당신처럼 시를 느끼고 싶고
내 식으로 감상하고 싶어 시를 쓰고 있다오”

-「맹인과 詩人」전문

따옴시 ③「어느 모자의 초상」과 따옴시 ④「맹인과 詩人」은 다 같이 물질만능의 삶에서 외면 받는 사람들의 한 단면을 그린 시다. 그런데 따옴시 ③은 가정이 파괴되어가는 과정 속에서 본 목회자로서의 나와, 외간 남자로서의 내가 가지는 갈등을 그리고 있다. 따옴시 ④ 맹인을 바라보는 시인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모두 인간이 가지는, 가질 수 있는, 가져야만 하는 갈등이다. 따옴시 ③「어느 모자의 초상」에서 두 모자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자꾸만 양극화되어가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고발하는 한편, 어떻게 손을 내밀 수 없는 상황에서 그냥 바라만 보아야 하는 한 지식인의 고뇌는 많은 사람을 공감케 한다. 그리고 따옴시 ④「맹인과 詩人」에서 맹인에게 로키산맥에 오르고, 박물관에 가서 미술품을 관람하고 요세밋공원과 그랜드캐니언에 가는 이유를 묻는다. 이는 시인이 맹인에게 묻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에 대한 질문이다. 성한 눈과 다리로 로키산막을 오르지 못한 자신에게 ‘너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고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맹인이 박물관에 가서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보는 이유를 묻는 것은 밝은 눈으로도 미켈란젤로의 그림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쁘다는 핑계로 박물관에 가지 않는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이다. 그가 맹인에게 질문이나 맹인이 시인인 그에게 하는 질문은 모두 상대방에게 하는 질문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하는 시인 자신의 질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소강석 시인은 아름다운 것, 긍휼한 것, 도와야 할 것, 고발해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맹인이고, 맹인은 아무것도 보지 못하지만 세상 모든 것을 미루어 봄으로써 더욱 선명한 이미지를 가질 수 있는 시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⑤
청운의 이상을 품고 선비들이 한양으로 올라오던 길
과거에 낙방하여 울기도하고
장원급제하여 쾌거를 부르며 내려가던 길
옛 선비들의 한과 노랫소리가 아직도 서려있다
천재소년 김시습의 시비를 보고
신사임당의 시비 앞에 서면
나도 어느새 시인이 되고
소나무 숲 아래서 가슴 열어 심호흡을 하며
흐르는 계곡 물을 엎드려 마시노라면
어느새 신선이 된다
이름 모를 산새들 내 영혼에 스며 노래하고
바람소리가 내 깊은 영혼에 어우러지면
가장 순수한 오케스트라가 피어
영혼 속에서 앙상블을 이룬다
하지만 강릉옛길을 걸었던
천재소년 김시습도 대학자 율곡 이이도
현모양처 신사임당도 한 가지 길은 몰랐으니
아, 어이 할꼬 구원의 길이여
구도자들이 걷는 강릉 옛길은
그냥 역사와 추억만 서려있는 길이 아니다
우매하고 때 묻은 영혼이
깨닫고 소생하고 순결을 경험하는 길이다

단풍잎 사이로 불어오는 강릉옛길의 바람은
내 가슴 깊이
영감의 바람으로 스미고 있다.

- 「강릉 옛길」 전문

⑥
삼전도비를 아는가
조선의 왕이 청나라의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세 번이나 큰절을 올리고
아홉 번이나 이마에 피가 나도록 땅을 찧었던
수치와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가
청나라와 군신관계가 되어
조선의 왕이 무릎을 꿇고 받아들여만 했던 
굴욕적인 항복문서
왕자와 대신의 아들들을 인질로 데려가고
청나라에 금을 1년에 만 냥씩이나 바치며
조선의 아리따운 처녀를 바칠 뿐만 아니라
남성의 고환을 잘라서 말린 것을 바쳐야 했던
그 치욕스러운 조항 앞에
고개를 숙인 채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걸인처럼
부르르 손을 떨며 사인해야만 했던
그 치욕적 피의 혈서
깨어있는 지도자가 없었기에
삼전도비는 역사의 폐허가 되었고
통한의 무덤이 되어
그 오랜 세월 동안 말없이 서 있었노라

-「삼전도비」부분

⑦
저 겨울바람 속에 묻어나는
치욕과 수모의 역사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인조의 어가행렬이 겪어야 했던
47일 간의 피 비린내 나는 수치의 기록
단 한 치의 희망의 퇴로도 차단당한 채 
죽어야만 살아나갈 수 있는 역사의 절벽 끝 
인조의 두 눈에는 백성들의 절규와
비탄의 눈물이 강물이 되어 흐르고
삶은 치욕을 견디는 것
폐허가 된 조선왕조의 들판에서
결사항쟁의 깃발을 들고 최후의 죽음을 맞을 것인가
마지막 한 줌 생을 구걸하여 살아 걸어 나갈 것인가
압록강을 건너는 오랑캐의 발자국 소리는
인조의 가슴을 서늘하게 울렸고
그들이 몰고 온 거친 눈보라는
두 뺨을 세차게 후려 쳤으리라

- 「남한산성」 부분

보통 목회자나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우리의 전통을 계승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일과 반하는 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지 않다. 뿌리 없는 내가 어디 있으랴. 하나님께서는 우상을 숭배하지 말라고 했을 뿐, 전통문화를 잃어버리라 말씀하지 않으셨다. 그런 것처럼 소강석 시인의 시에는 정말 우리 전통문화에 대한 긍지와 잊혀져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명예회복에 대한 소망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우선 세 편의 시를 예로 들어 소강석 시인이 가지는 역사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전통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을 살펴보자. 따옴시 ⑤ 「강릉 옛길」에서 선조들은 끊임없이 서울로 향하고 되돌아간다. 그러나 그들은 정작 한 가지 길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시인은 말한다. 강릉 옛길은 선비들이 과거를 보기 위해 오르내리던 길이다. 김시습과 신사임당과 이율곡이 다니던 길이다. 그런 만큼 사연도 많고 풍광도 좋다. 그런데 소강석 시인은 “길에만 길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은연중에 말한다. 가장 좋은 길은 사람의 마음을 읽는 길이고, 가장 올바른 길은 스스로를 구원하려는 구도자의 길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따옴시 ⑥「삼전도비」과 ⑦「남한산성」에서 시인은 한 나라의 왕이 국력이 부족하여 다른 나라 왕에게 무릎을 꿇어 수모를 당하고 금전뿐만 아니라 아리따운 여인과 남성의 고환을 잘라 말린 것을 바쳐야 했던 역사를 세인 속에 드러낸다. 나라의 힘이 없어서, 깨어있는 지도자가 없어서 수모를 당해야만 했던 역사는 훗날 일본제국주의에 의해 재연되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국력을 키우기보다, 단합하기보다 개인의 자유를 앞세운다. 개인의 이득을 나라나 단체의 이득 앞에 내세운다. 천안함을 침몰시키고, 연평해전을 일으키고, 철책에 목함지뢰를 매설해 우리 군의 소중한 인명을 살상하면서도 연일 퍼붓는 북한의 협박에 너무나 태연한 우리 민족은 어쩌면 나라를 잃고 떠돌아야 하는 유목민이 될 수 있음을 시인은 은연중에 역사를 통해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⑧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이 도시를 점령하면서
우리 눈앞에서 자취를 감춰버린 5일장
토종닭, 연두색 고사리, 배추뿌리
할머니가 껍질을 벗기고 있는 산더덕,
아줌마가 솥뚜껑에 부치는 감자전, 배추전, 깻잎전
고향에 계신 어머니의 향기가 나는 듯
그리움에 목이 메이고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고 싶을 때
추억의 그림자를 안고 찾아가는 모란시장
그러나 요즘은 모란시장을 둘러봐도
검정고무신, 눈깔사탕, 소 멍에, 코뚜레,
쟁기보습은 보이지 않고
허전한 마음에 뒤돌아설 때
내 앞에 반쯤 취한 얼굴로 쟁기 들고 서 계신
그리운 아버지가 보인다

- 「모란시장」전문

따옴시 ⑧ 「모란시장」을 세심하게 읽어보자. 이 시는 실제로 모란시장을 가보고 발로 쓴 시이다. 모란시장에는 소강석 시인이 어릴 때 보고 자라던 “토종닭, 연두색 고사리, 배추뿌리, 산더덕, 감자전, 배추전, 깻잎전, 검정고무신, 눈깔사탕, 소 멍에, 코뚜레” 등 그리운 것들이 모두 진열되어 있다. 목회일을 하느라, 강의하느라, 신문에 칼럼을 기고하고, 방송에 출연하며, 국내와 해외에 있는 여린 백성의 아픈 곳을 긁어주고 만져주느라고 여러 가지로 너무너무 바쁜 상황에서 소강석 목사가 목회에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시골에서 자란 추억을 가슴 속에 가득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크게 뒷받침했을 것 같다. 그런 소박하고 그리운 것들은 바쁜 일상을 살아가다가 만났을 때, 때로 어머니가 되고, 친구가 되며, 꼴을 한 짐 지고 내려오다가 뛰어드는 냇가가 된다. 그는 문학성이 깊은 어머니의 손에 의해 자라났다. 소년 소강석은 평소에 글짓기를 잘하고, 공부를 잘했으며, 웅변을 하면 군에서 상을 휩쓸어오곤 했는데, 어머니는 우리 강석이가 고시에 패스를 하면 손가락에 불을 켜고 동네를 돌겠다고 하셨다고 한다. 하루는 엿이 너무나 먹고 싶어 아버지의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쟁기의 보습을 멍키스패너로 풀어다가 엿을 사먹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런데 소강석 시인은 전라도 사람으로는 예수를 믿는 사람이 거의 없는 당시에 교회를 다니게 되는데, ‘그럴 테면 나가라.’는 아버지의 야단 아닌 야단을 듣고 가출을 하게 되고 그를 통해 진실로 돈독한 신앙의 길을 나서게 된다. 그러니 그가 어머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얼마나 큰가는 이해하고도 남는다. 소강석 목사는 광주에서 신학을 전공한 뒤 진정으로 예수를 영접하고 돌아와 어머니와 아버지한테 진정으로 용서를 받게 되는데, 아버지와 어머니는 모두 예수님을 영접 받고 기쁨의 삶을 살다가 하나님의 부름을 받게 된다. 아버지는 돌아가신지 7년, 어머니가 돌아가신지 3년이 지난 시점인 요즘에 모란시장을 보고 막내아들의 입장으로 가슴이 아리고 감회에 젖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된다.
다음 시를 읽어보자.

⑨
지하상가 개척교회
예배 시간이 되어도 사람 한 명 없어
장모님과 아내, 아이만 놓고
설교를 하려면 마음이 곤고하여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가슴 아팠던 날들
토요일 저녁이면
지하상가 교회 차가운 빈 의자들을 붙잡고
눈물로 드렸던 기도
“주여, 사람을 보내 주소서,
한 명이라도 보내 주시면 생명을 걸고 사랑하겠습니다”
그 눈물의 기도 하늘에 닿아
목자의 피리소리를 따라 몰려오는 양떼들처럼
구름 같은 성도들을 돌보는 당신의 목동이 되었으니
아, 지하실 교회 차가운 빈 의자여
어둠 속에서 빛나던 영혼의 별빛이여
고독한 소명자의 눈물이 적신
사랑의 목마름이여.

- 「빈 의자」전문

따옴시 ⑨ 「빈 의자」는 소강석 시인이 가락동의 개척교회 시절에 겪은 이야기다. 소강석 목사는 1988년 가락동의 한 지하상가에서 개척교회를 시작하였다. 정말 피눈물 나는 이야기다. 시인의 말처럼 “예배 시간이 되어도 사람 한 명 없어 / 장모님과 아내, 아이만 놓고”설교를 해야만 했던 심정은 어떠했을까? “지하상가 교회 차가운 빈 의자들을 붙잡고 / 눈물로” “주여, 사람을 보내 주소서, / 한 명이라도 보내 주시면 생명을 걸고 사랑하겠습니다”라는 말씀은 어쩌면 예수님께서 직접 들려주시는 음성으로 들린다. 소강석 목사의 간증을 들으면 ‘하나님은 꼭 이루어주신다’는 말씀을 믿게 된다. 다음은 소강석 목사의 간증 중 일부이다. “저는 88년도 가락동에서 월세로 처음 교회 개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함께 할 개척 멤버나 경제적인 지원 없이 분당으로 옮겨와 그야말로 맨 손으로 지금의 새에덴 교회를 시작했습니다. 개척 3년 만에 300명의 장년 성도를 돌파하게 되었으며, 4년 만에 400평의 교회 건축 대지를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7년 만에 1030평에 달하는 교회 건물을 건축하게 되었으며 1500명의 성도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제가 특별해서도 아니고 지역적인 조건이 좋아서도 아닙니다. 7년 동안 하나님 앞에 엎드렸던 눈물의 기도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입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은 4만여 명의 성도가 새에덴교회에 나가 예배를 드리고 있다. 새에덴교회가 이렇게 빠른 기간 내에 크나큰 성장을 이룰 수 있었던 것은 세계적 교회사에도 없는 이레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이 시에서 보이듯 성도들을 내 부모님이나 형제처럼 아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내가 발전하고 싶은 것처럼 성도들의 발전을 돕고 그들의 미래와 행복을 같이 고민했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아가 하나님의 말씀을 무조건 믿고 의지하며 따랐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고 본다.

별이 꽃처럼 피어나는 워싱턴의 밤하늘
저는 아브라함의 손목을 끌어
밤하늘의 별을 보여 주셨을 당신을 생각합니다

(중략)

세계 곳곳에 빛나는 별들이 많건만
저 지리산 산자락
폭설이 내리면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그 자그만 움막 같은 곳에서
가난하였던 한 촌로의 막내아들로 태어나 
검정고무신 신고 산동네를 뛰어다니던

(중략)

저 수많은 별들 사이에서 나를 택해 준 당신
나의 영원한 별이여
내 가슴을 비추는 황홀한 사랑의 빛이여.

-「수많은 별들 중에 나를 택한 당신」부분

따옴시 ⑩ 수많은 별들 중에 나를 택한 당신」은 소강석 목사가 미국 워싱턴에 갔을 때 쓴 시다. 우리는 시인을 흔히 별이라 한다. 시인은 죽어도 죽지 않는다. 고 박정희대통령, 고 정일권 국회의장, 고 백선엽 장군, 모두에게 죽었다는 뜻의 고(古)자를 붙이지만 일제강점기에 광복을 보지 못하고 30년대에 죽은 김소월이나 이상, 40년대에 죽은 윤동주나 김종한, 50년대에 죽은 박인환, 60년대에 죽은 김수영, 신동엽, 그리고 최근에 죽은 신기섭이나 김충규까지 누구 하나 시인에게는 고자를 붙이지 않는다. 그 시인들은 젊은 그 나이로 우리들의 가슴 속에 살아있기 때문이다.
이제 소강석 목사는 두 가지 영생을 얻었다. 하나님께 구원을 받았으니 천국에 가서 영생할 것은 틀림없는 일이고, 시인이 되었으니 시인 소강석을 아는 사람들의 가슴에 별이 되어 이승에서도 영원히 살 것이다.  소강석 시인은 시에서처럼 워싱턴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저는 아브라함의 손목을 끌어 / 밤하늘의 별을 보여주셨을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니 수없이 많은 별이 보인다. 저 밤하늘에 찬란히 빛나고 있는 별들은 모두가 이승에서 열심히 남을 속이거나 위해하지 않고 그야말로 하나님의 뜻대로 사랑을 실천하고 살던 사람들이 하늘로 올라가 된 별이다. 시인의 말처럼 아브라함도 이삭도 야곱도 모두가 별이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을지문덕, 강감찬, 세종대왕, 이순신, 장영실 등과 외국의 처칠, 헤밍웨이, 퀴리부인, 슈바이처 등 수없이 많은 별이 되었을 터인데, 특히 시인들은 모두 별이 된다고 하니 목사와 시인의 두 영역을 석권한 소강석 목사는 이미 저 하늘에 아름다운 별장을 마련해서 불을 켜놓은 것이 틀림없다. 그러니 그 수많은 별들 중에 나를 택하신 하나님께 당연히 감사해야 할 일이다.
우리는 소강석의 시집『어느 모자의 초상』을 읽으며 그가 쓰고 있는 시의 다양성에 대하여 놀란다. 그의 깊은 문학적 깊이에 놀란다. 그의 해박한 역사적 사고에 놀란다. 무엇보다도 ‘범사에 감사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처럼 매사에 감사하고 도대체 언제 목회하고 언제 등산을 가며 언제 그 수많은 꽃들의 영광과 나무의 미래와 오솔길의 외로움에 대하여 고민할 수 있을까? 삼전도비와 남한산성이 말없이 하늘을 떠받들고 서 있는 이유에 대하여 관여한다는 말인가? 우리는 흔히 ‘로마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속담을 곧잘 읊조리곤 한다. 그런데 소강석 시인의 시집 한 권을 읽어본 결과 소강석 시인과 새에덴교회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발견한다. 시인 소강석에게는 지극히 시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철따라 다른 그림을 그려주는 아름다운 고향과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던 진한 추억이 있었다. 착한 사마리아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던 훌륭하신 부모님과 엄격한 교육이 있었다. 그리고 보리개떡을 나누어먹으며 나무를 하고 꼴을 베고 자란 형제애와 마당가의 풀꽃이나 소, 닭, 토끼 등 동물들까지도 가족으로 살아왔던 몸에 밴 박애정신이 있었다. 이에 필자는 이 시집에 들어있는 귀한 말씀과 귀한 생각에서 또 다른 성장의 모티브를 발견한다. 그에게는 천재적인 시적 발상과 맑은 샘과 같은 순수 감성이 있다. 다만, 더 심도 있는 문학적 깊이와 이미지 확장을 위해서 다양한 현대시를 읽고 폭 넓은 창작의 세계를 구축해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거친 운명과 고난에 맞서 강철 같은 불굴의 의지로 달려왔지만, 그의 가슴에는 여전히 작고 여리고 스러져가는 것들에 대한 사랑과 눈물이 있다. 그래서 그의 시는 아름답고 눈물겹다. 시인 소강석의 이 시집을 통해 하나님의 말씀이 더욱 멀리 깊게, 그리고 강건하게 퍼져 나가길 기도한다.

[小姬/작은 아가씨]

개인적으로
소강석 시인님 글을 접해보고...
이렇게 해설까지 읽어봅니다

소강석 시인의 글은
소박 하기도 하며
서정적 이기도 해서 이따금씩 읽어던 시 입니다

고문님의 평론 감사합니다
항상 강건 하세요

[김진원]

시인의 이름 앞에 (고)자를 쓰지 않습니다. (김소월, 박목월, 박두진ᆢ)
15년전에 신 호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다음 오늘 김순진 고문님의 글에서 다시 보게 되네요.
[금주의 시섬문학평론]글 감사합니다.